콜로서스 - 아메리카 제국 흥망사
니알 퍼거슨 지음, 김일영.강규형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6월
품절


하나의 대상을 단 하나의 단어로 규정한다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다. 그저 어떤 시각에서 그 대상을 관찰하느냐에 따라 그 시각에서 적용되는 하나의 단어를 찾아낼 뿐, 모든 것들을 아울러 단 하나의 단어로 여러 특성을 가진 대상을 규정하는것은 사실 불가능에 가까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비록 하나의 단어로 대상을 규정하는 일은 어렵다할지언정 그렇다고 하여 그 단어가 무가치하다거나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대상을 규정하는 단어에는 때로는 단 하나의, 또는 그 이상의 의미가 분명히 존재하고, 단어에 존재하는 의미는 분명 누군가가 그 대상에 대해 의미를 부여한 해당대상의 내포된 가치이기 때문이다. 만약 누군가 당신을 규정하는 하나의 단어를 제시했다면, 헌데 이 단어가 이리보아도, 저리 보아도 현시대에는 긍정적이라 볼 수 없는 단어였다면 당신의 반응은 어떠할까?

그런 의미에서 한 나라를 규정하는 단어에 제국주의라는 단어가 사용되었다면 그 나라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라는 궁금증에 대한 답은 아주 간단하다. 해당국가는 불쾌해 할 것이며, 그 국가의 국민은 이를 부정할 것이다. 또 자신들이 이 제국주의라는 결코 아름다워보이지 않는 단어의 국가형태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 누군가는 연구를 시작하고, 누군가는 성명을 발표하지 않을까? 제국주의, 이 단어는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보았을때 결코 현시대에서는 벌어지지 않아야 할 수 없이 많은 전쟁과 피를 불러온 단어이니까 말이다. 그 누가 자신들이 살고 있는 나라가 전 세계를 대상으로 자신들의 힘을 과시하고 확장하기 위해 타국을 짓밟고 소유하려 한다는 평을 듣는 것을 달가워하겠는가.


<콜로서스-아메리카 제국의 흥망사>는 그런 의미에서 미국에 살고 있는 미국민들에게는 그다지 환영받지 못할만한 책일지도 모르겠다. 책의 내용이 어찌 되었던 간에 <콜로서스-아메리카 제국의 흥망사>는 일단 미국이 제국이라는 국가의 형태를 띄고 있음을 규정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으니 말이다. 누군가는 이 책에서 미국을 제국이라 일컬었다는 이유하나만으로 그것이 잘못된 이야기임을 요목조목 따질 미국이 제국주의 국가가 아닌 101한가지 이유를 만들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하여 <콜로서스-아메리카 제국의 흥망사>가 미국이 제국주의 국가임을 꼬집고 그 잘못된 행태나 그릇된 국가관을 꼬집기 위해서만 만들어진 이야기는 아니다. 말 그대로 미국은 제국이다. 하지만 제국이 꼭 잘못된 것이라 할 수 있는가?라는 반론을 달고 시작되고 있으니 말이다. <콜로서스-아메리카 제국의 흥망사>는 지금의 미국이 과거의 식민지 지배를 주 목적으로 하여 팽창하던 바로 그 제국주의 국가가 아닌, 새로운 형태의 제국주의 국가임을 규정하고, 그들이 자신들의 이러한 거대한 힘을 어떻게 이어나가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과 방향을 묻고 있는 책이라 할 수 있다.

누군가 당신은 미국이 제국이라 생각하느냐고 물어온다면 나는 단 10초도 생각하지 않고 "그렇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물론 지금의 미국이 과거의 제국주의 국가들처럼 총칼을 들고 식민지를 개척하며 자신들의 지배권아래 전 세계를 두기 위해 피흘리는 전쟁을 전면전으로 앞세우고 있지는 않지만 <콜로서스-아메리카 제국의 흥망사>에서도 언급했듯, 막강한 경제력과 거대한 정치적 힘을 앞세워 엄청난 힘을 세계적으로 발휘하고 있고, 전 세계 어느 나라도 미국이라는 나라의 영향 아래서 자유롭지는 못하니, 국경은 나누어져 있고, 정치적으로는 독립되어 있다 하더라도 궁극적 의미에서의 제국주의와 크게 다르다고 볼 수는 없는 일이니 말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미국이 제국이라는 단어에 규정되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그들이 현재 그들 자신에게 부여된 초국가적 힘을 어덯게 활용하고 있는지, 또 앞으로는 어떻게 이어나가야 할지에 대한 고뇌가 아닐까? <콜로서스-아메리카 제국의 흥망사>가 말하고자 하는 것도 바로 그것이고 말이다. 제국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좁디좁은 의미에 갇혀 자신들을 부정하려 하지 말고, 제국이라 불리워도 틀리지 않은 그 힘을 그들이 어떻게 펼쳐나갈지, <콜로서스-아메리카 제국의 흥망사>는 바로 그 의문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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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더 카미노 On The Camino (특별부록 : '카미노 여행 준비 끝' 포켓 가이드) - 리얼 빈티지 여행! 산티아고 길에서 다시 태어나다
이신화 지음 / 에코포인트 / 2010년 7월
품절


올해도 무더운 여름이 돌아오고, 장마가 지나가면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이하게 된다. 예전에는 휴가라고 해도 가까운 해변이나 계곡을 돌아보며 더위를 식히는 정도로 만족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가까운 해외를 돌아보거나 가족들과 휴양지를 향해 떠나는 일도 드물지 않은 것이 사실이기도 하다. 그래서 일까? 유독 여름을 앞두거나 혹은 여름에 들어서는 이즈음의 시즌에는 서점가에 유독 여행관련 서적들이 많아지기도 한다. 올 여름에는 어딜가볼까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정보를 주고, 그곳에 가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미 다녀온 사람들의 여행담으로 올 여름을 조금은 자유롭게 보낼 수 있는 정보를 담아 말이다. On the Camino 역시 큰 범주에서 본다면 이런 시즌맞이 여행서적에 속한다. 지금은 여름이고, 이 책은 분명 여행에 대한 작가의 일화들을 담고 있으니까..

하지만 On the Camino는 휴가철을 맞아 잠깐 다녀올만한 여행을 소개하는 단순한 여행일지나, 소개서가 아니다. 여름휴가철을 틈 타 다녀오기엔 어딘지 잘 맞지 않는, 아니 대놓고 어울리지 않는 순례자들이 찾는다는 바로 그곳 산티아고를 소개하고 있는 글이니 말이다. 사오일의 휴가를 통해 잠시 들러 생활의 활력을 재충전하기 위한 휴가지가 아니라, 고행에 가까운 순례길, 그것도 적게는 15일 길게는 한달이 넘게 걸린다는 이 길을 한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한권의 이야기로 담아낸 것은 무슨 이유일까? 직장인들이 모두 직장을 때려치우고 인생이라는 고행을 걷듯 이 길을 걸어 뭔가 대단한 의미를 얻을 수 있음을 알리고자 한 것일까? 그렇게라도 이 길에 대단한 깨달음이 있음을 이 작가는 말하고 싶은 것일까? 휴가철을 앞두고 순례자의 길을 소개한 이 책에 호기심을 잔뜩 품은채 나는 이 책을 펼쳤다. 물론 때마침 얼마전 읽었던 산티아고를 향한 여정을 소개했던 또 다른 책 <노란색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를 떠올리며 말이다.



On the Camino는 <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와는 여러가지 면에서 사뭇 다른 느낌을 담은 책이었다. 물론 두 이야기 모두 순례자의 길인 산티아고를 향하는 여정을 다루고 있지만 두 작가는 종교도, 여행을 시작한 동기도 모두 달랐으니까 말이다. On the Camino의 작가는 거의 무계획에 가깝게 그저 산티아고를 먼저 다녀온 경험자들의 이야기를 듣다가 이 여행을 결정한다. 이 여행에는 그저 여행작가라는 그녀의 오랜 직업과 그 직업으로 생겼을지 모를 막연한 방랑벽이 지대한 영향력을 미쳤을뿐 그 어떤 숭고한 종교적 가치도, 목적도, 의미도 부여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오히려 맞을 것 이다. 걷고 또 걸으며 인생의 의미를 되짚고, 순례라는 종교적 목적을 위해 오랜 시간을 투자해 거니는 곳. 순례자들의 여행지인 그곳이 지금은 그저 종교적인 의미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인종과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은 또 다른 의미의 여행지로 거듭난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On the Camino의 작가는 그 중간지점에서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카미노를 적절히 선택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녀가 바로 종교적 의미가 아닌 새로운 의미에서 그 길을 걷는 여행자이니까..

그래서 On the Camino는 산티아고를 향하는 이 길에 웅장하고 성스러운 이미지와 의미를 보여주기 보다는, 그저 진흙길에 발목을 잡히고, 쏟아지는 비에 좌절하며, 너무 걸어 말도 듣지 않는 발목의 고통을 그대로 이야기 한다. 또 길목마다 기다리는 좋거나 혹은 나쁜 음식들과 레스토랑, 짧은 순간이지만 추억을 만들어준 동행자나 그 반대의 동행자, 진한 여운을 남기는 에피소드와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에피소드들은 모두 담아낸다. 그저 여행자의 시선으로 말이다. 또 꼭 산티아고 뿐 아니라 스페인과 포르투갈등 인접지역들을 돌며 느꼈던 +알파의 여행일지까지 함께 담아내고 있어 순례자의 고백이라기 보다는 말 그대로 여행서적에 가까운 모습을 보인다. 이런 의미에서 On the Camino는 다른 이의 순례여행을 읽어내려가며 내가 경험하지 못한 간접경험을 원하는, 또 종교적이고 교훈적인 깨달음을 원하는 이들을 위한 책이라기 보다는 카미노라는 여정을 계획하고 있는 이들에게 이 길을 걸으며 좀 더 만족스러운 혹은 편안한 여행까지도 함께 할 수 있도록 하는 안내 지침서라고 하는 편이 맞을 듯 하다. 작가 자신이 들렀던 음식점과 숙박업소, 또 약간의 편법을 이용한 카미노여행들을 모두 담은 한권의 책 On the Camino. 산티아고는 분명 순례를 목적으로 하는 많은 종교인들이 걷는 고행의 여정이지만, 모든 사람들이 이 길에서 종교적이고 숭고한 목적만을 추구할 필요는 없다. 종교적이 아니라도 그 길고 긴 여정에 뭔가 담아갈 것들은 있을테니까 말이다. 산티아고의 여정에 관심이 있다면, 하지만 좀 더 즐겁고 요령있는, 순례보다는 여행을 하고 싶다면 On the Camino가 도움이 될 것이다. 분명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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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원의 기적 - 한 신경과학자가 안내하는 3D세계로의 특별한 여행
수전 배리 지음, 김미선 옮김 / 초록물고기 / 2010년 7월
절판


최근들어 가장 인기 있는 컨텐츠들을 꼽으라 한다면 아마도 스마트 폰, 3D영화가 아닐까? 그 중에서도 3D는 아주 먼 옛날 이벤트 성으로 시도되었다가 사라지는 줄 알았던 아이템이었는데(아직도 기억난다. 오른쪽과 왼쪽이 빨간색 파란색으로 다르게 구분되어있던 셀로판 종이 안경) 최근 아바타라는 영화를 기점으로 하여 다시 한번 주목을 받음은 물론, 이제는 프리미엄급의 영화로 하나의 장르가 되어 자리잡으려 하고 있다. 3D영화가 인기를 끌기전, 아니 정확하게는 3D영화라는 것이 모습을 드러내기 전에는 입체감이라는 것에 무감각했고, 그저 육안으로 보는 세상과 영화의 스크린에 비추어지는 화면사이에 평면과 입체의 차이가 있다는 것 조차도 인식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3D영화가 새로운 영화흐름의 하나로 자리잡으면서는 바로 이 입체라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그 특별함을 즐기기 시작했다. 물론 이 때에도 왜 평면과 3D사이에 차이가 생기는지, 우리 눈이 왜 이 두가지를 구분하고 다르게 느끼는지, 바로 그 차이점을 인식하는 것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모르는채로 말이다.

<3차원의 기적>은 바로 이 3D 혹은 입체감이라는 특별함에 대하여 설명한 이야기이다. 물론 3D영화만을 설명하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우리 시각이 인지하는 입체감과 평면감의 차이에 대해, 또 그 차이를 느끼는 원리와 감각, 원리에 대해서 말하기 위한 것으로 말이다. 입체감과 3D의 원리와 시각효과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책. 때문에 언뜻 책의 소개만을 본다면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딱딱하거나 이해가 잘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은 과학을 소재로 한 책이라는 생각을 하게 하지만 <3차원의 기적>은 과학과 인체의 신비라는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어렵거나 거리감을 느끼게 하는 벽을 제공하지 않는다. 실제 어린 시절 사시를 가지고 있었던 작가가, 시각적인 결함을 지닌 자신의 경험을 통해 입체와 평면의 차이를 설명하고, 그 원리나 구조를 일상생활의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3차원의 기적>가 단순히 읽기 편한 이야기를 위해 중요한 정보를 모두 빼고 개인의 과거사를 늘어놓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시각이 받아들이는 정보다 우리 뇌에서 어떻게 처리되는지, 양쪽 눈이 어떤 식으로 정보를 읽어내는지, 이 시각 정보가 받아들여지는 순간에 정보가 제대로 읽혀지지 않으면 잘못 받아들여지는 정보를 뇌에서는 다시 어떻게 처리하는지의 과정을 개인의 경험과 함께 이해하기 쉬운 용어를 사용한 원리의 설명으로, 인체과학에 사전지식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할지라도 잘 수용할 수 있도록 배려한 이야기라는 설명이 좀 더 정확한 이야기인듯



<3차원의 기적>의 저자 수전 배리는 그녀 자신이 아주 어린 시절 사시라는 시각장애를 경험했고, 비록 시일이 지난 뒤 이를 교정했지만 정작 시각이 받아들이는 정보를 제대로 처리하는 방법을 터득하지 못했기에 입체감각이 갖추어지지 않았던 것을 이용해, 사람들에게 3D 혹은 입체시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감각인지, 또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이야기 한다. 물론 그녀 자신이 신경과학자인만큼 일반인들이 이 감각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정보들과 함께 말이다. 덕분에 나 또한 <3차원의 기적>을 읽는 동안 새로운 사실과, 3D 혹은 입체시의 축복에 대해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었고, 우리 중 상당수의 사람들이 이 축복을 누리지 못한다는 사실 또한 새롭게 알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책 중에는 과학적인 내용을 다루는 책들이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소재를 과학으로 삼고 있는 이 책들은 그 분야의 사전지식을 갖추지 못하고 있긴 하지만, 호기심은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는 다소 버겁거나 딱딱한 경우가 많다 할 것이다. <3차원의 기적>은 바로 이런 과학소재의 책들에게 “우리도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친근함을 선사한다. 덕분에 읽는 내내 어려움과 버거움 보다는 수필을 읽는 듯한 편안함을 느끼며 동시에 정보를 습득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두게 한 책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에서 <3차원의 기적>처럼 친근하고 편안한 느낌의 책들이 많이 출간되어 많은 사람들이 가진 호기심을 충족시켜주길 바라는 마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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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꾼의 현상금 견인 도시 연대기 2
필립 리브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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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문학작품의 장르를 들라하면 문학을 들것이고, 문학중에서도 특별히 좋아하는 장르가 있느냐고 물어온다면 소설이라고 말할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수 없는 갈래로 갈라지는 소설 속에서 내가 개인적으로 선호하지 않는 소설장르가 있다. 바로 SF소설.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SF소설들은 어딘지 모르게 공감이 가지않고 몰입도 되지 않는다는 개인적 취향으로 인해 나에게 언제나 SF소설은 가까이 하기엔 너무먼 당신 중 하나인 장르로 남아있다. 그리고 그런 나에게 참으로 오랜만에 재미있다라는 느낌으로 다가오는 SF소설이 있었으니 바로 사냥꾼의 현상금이었다



<사냥꾼의 현상금>은 전편인 <모털엔진>에 이은 속편이라고 한다. 전편을 읽어보지 못한 상태에서 <사냥꾼의 현상금>란는 이름의 속편을 먼저 만나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냥꾼의 현상금>은 전편없이 속편만으로도 꽤 잘 읽히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전편을 읽지 못했다고 속편을 부담스러워 할 필요는 없다는 점 또한 장점이기도 하다. <사냥꾼의 현상금>의 가장 큰 매력은 아마 누구나 같은 점을 꼽겠지만 기발한 상상력이라 할 수 있을 듯 하다. 견인도시라는 책 표지의 문구만으로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없었던 소재. 하지만 책장을 펼치는 순간 아주 명료하게 이해되는 이 이야기의 소재는 말 그대로 움직이는 도시들과 그 도시들간의 쫓고 쫓기는 모험들을 다룬 이야기이다.

도시 전체가 움직인다..라는 소재. 충분히 그것만으로 기발하고 신선한 이 이야기는, 그 뿐 아니라 각각 독특한 캐릭터들까지 더해져 즐거움을 더한다. 어린 나이게 부모님을 잃고 앵커리지를 운영해야하는 미모의 여자시장 프레야부터, 아름답지 못한 외모를 가졌지만 그에 관여치 않고 자신에게 사랑을 보내주는 톰과 함께 모험을 계혹하는 헤스터와 그의 연인 톰, 또 조금은 신임가지 않지만 어쨋든 유명인사인 역사학자 페니로얄등 각자가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야기를 읽는 내내 흥미와 호기심을 놓지지 않고 계속 끌고 갈 수 있도록 하는 것.

도시 전체가 움직이며 때로는 누군가를 쫓고 쫓기는, 도시 전체가 하나의 인격체가 되어 적자생존의 자연법칙에 의해 살아남고 그렇지 못하는 세계. <사냥꾼의 현상금>은 그 소재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신선하고 새로운 이야기이다. SF소설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신선한 소재에 있다고 한다면 <사냥꾼의 현상금>은 이미 처음부터 50%이상의 성공점을 가지고 가는 이야기가 되는 것. 여기에 작가가 부여하는 캐릭터의 특별함과 읽는 것만으로 상상 가능한 전개는 분명 SF소설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도 SF도 재미있다라는 새로운 생각을 가지게 한 이야기였다. SF소설을 싫어한다면? <사냥꾼의 현상금>을 읽어보는 것도 괜찮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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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구판절판


책을 읽기 전에 한 TV프로그램을 통해 작가의 모습을 먼저 보았다. 이미 평단에서는 인정을 받는, 그러나 그러기에는 한 없이 젊어보이는 김영하라는 이 작가는 실제로도 그의 모습만큼이나 젊은 감성이 살아 숨쉬는 이야기들로 문단의 호평은 물론 독자들의 사랑까지 받는 작가임과 동시에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 안에 갇혀있지 않고 많은 언어권의 나라에서 자신의 작품을 알린 이름만으로도 기대를 모으게 하는 젊은 작가의 새로운 글들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는 바로 그런 작가의 단편집이었다.

자신의 미출간 단편들을 엮어 만들었다는 한 권의 책을 들고, 책에 대한 이야기들을 짧게 나누는 그 젊은 작가는 지금, 이곳에서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를 끝없이 살피고 관찰중이라고 했다. 기억이 어렴풋한 과거나, 아직 닥치지 않는 미래, 혹은 영원히 알 수 없을 이상을 꿈꾸고 그리기 보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바로 지금이라는 현재, 그리고 지금이라는 순간을 끝없이 관찰하고 있는 중이라는 작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라는 뭔가 흐릿한 여운을 남기는 이름을 가진 이 책은 바로 그런 작가가 언젠가 적어내려갔던 바로 그 순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지 않을까? 책장을 펴들기 전, 작가의 눈으로 본 이곳과 현재는 과연 어떤 모습일지 못 내 궁금했던 것 같다.

그리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속에는 그 제목 그대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알 지 못하는, 혹은 알려고 하지 않는 지금과 이곳의 모습들이 나의 상상과는 다르게, 혹은 비슷하게, 또는 같게 펼쳐지고 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에는 총 13편의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다. 누구나 한번쯤은 일상에서 겪었을 법한, 혹은 앞으로 겪을 수도 있을 것 같은 상황들 안에 이어지는 이 이야기들은, 지극히 단조롭고 평범해보이지만, 그래서 더욱 위태롭고 아슬아슬한 흔들림을 느끼게 한다. 늘 같은 일상이 이어지지만, 인생을 뒤흔들만한 거대한 사건들이 그 일상속에 은밀히 숨어있다가 아주 작은 틈을 타 거대한 소용돌이를 만들어내는 것처럼, 평온하기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는 우리의 모습들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해야할까?

마치 어제 내가 겪었던 일처럼, 혹은 어느 휴가지에서 겪었던 일인것처럼 어렴풋한 기억과 함께 읽혀지는 이야기는 그래서 다른 누군가가 만들어낸 상상의 이야기가 아닌 바로 나의 이야기. 그리고, 바로 지금, 오늘 내 옆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야기처럼 낯익었고, 동시에 낯설은 묘한 느낌을 선사하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에는 그래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기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 그 내막과 진실을 알 수 없는 지극히 현실적이면서 동시에 지극히 비현실적인 이야기들을 통해 나의 현실이 담고 있을지 모르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진실과 의미를 곱씹게 하는 13편의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

결코 행복하지 못한 가족사에 묶여, 돈이라는 피할 수 없는 문제에 얽혀 하루하루를 억지로 끌려가며 살아가는 여인에게 어느날 나타난 남자. 너무도 순수한 눈으로 자신은 로봇이라며 다가오는 비현실적인 사람에게 한 순간 끌리게 되는 여인은 로봇이라 말하는 비현실에 의지해 현실 속의 자신이 가진 억압과 분노를 풀어낸다.

이미 오랜 시간 전에 끝났던 한 남자와 한 여자는, 여자가 다른 남자와의 결혼을 앞둔 어느 날, 어느 드라마나 영화,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것처럼 마지막 밀회를 하게 되지만, 환상속에서 그려왔던 아름다운 추억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지극히 현실적인 비현실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 그리고 그로 인해 생기는 지극히 현실적인 사고로 끝을 맺기도 한다.

어느날 갑자기 하늘이 내린 선물처럼 자신에게 내려진 아름다운 목소리는, 그 목소리가 왔던 그 때처럼 순식간에 자신의 것이 아니게 되기도 하고,

우연한 사고로 친밀함을 잃어버린 남자는 자신의 아내를 아내의 모습을 한 다른 존재로 의심하고, 아내는 친밀함을 잃어버린 남편의 친밀함을 채우기 위해 이미 오랜 시간 전에 헤어졌던 옛 연인과 일년에 한번 단지 사람과의 관계를 위해 외도를 하기도 한다.

자신이 한때 짝사랑했던 남자를 가로챘던 여인의 존재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한 여성은, 자신을 위해 그 여인의 진짜를 보려 하지 않고 끝까지 외면하며 왜곡된 모습으로 그녀를 남겨두는 쪽을 선택하기도 하며,

3000원짜리 아이스크림에서 작은 행복을 느끼던 부부는, 3000원의 행복을 주었던 아이스크림에서 제품하자를 발견하지만, 3000원짜리 아이스크림이 주는 3000원 이상의 행복을 빼앗아간것에 분노하는 대신 3000원이 넘는 초콜릿으로 만족하는 지극히 단순한 계산에 익숙해진 우리의 모습을 보여준다.

타락한 경찰은 경찰으로서의 본분보다 개인적인 감정에 치우쳐 스스로 그 끝이 어딘지 빤히 보이는 끝을 향해 끝없이 걸어들어가고,

참혹한 가족의 기억을 가진 20대의 여인은 가족의 아픔 속에서 걸어나오기 위해 수 없는 오류와 실수를 범하며 사람들의 기억 속에 참담한 기억의 한 덩어리로 기억되어가고, 그녀 자신도 과거와 현실 사이에 위태로운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아슬아슬한 하루하루를 그저 이어가고 있다.

때로는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때로는 황당하고도 당황스러운 이야기들을, 때로는 환상적이고 비현실적인 이야기들을 통해 진짜 현실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다양한 이야기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안에서 매일매일 우리가 겪고 있거나 혹은 겪을지도 모르는 다양한 일화들에서 현실과 비현실, 과거와 현재, 일상과 특별함을 구분없이 섞어 놓은, 그래서 어쩌면 더욱 현실적이고도 더욱 환상적인 우리네 일상에 근접한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었다.



어쩌면 우리는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평온하고 안정되어 보이지만 언제고 무너질지도 모르는 그 위태로움을, 그래서 사람들은 불안한 마음으로 지키고자 애쓰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고 말이다. 지루하고 단조로운 이 일상조차 그렇게 혼신의 노력속에 지켜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너무도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하루하루였기에 그 위태로움과 위기까지도 의식하지 못하고 지나가는 무덤덤하고 건조한 일상. 그 속에 숨어있던 팽팽한 위기의 순간들에 대해, 그리고 혼신의 힘을 기울여 지켜내었던 평온의 순간들에 대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는 때로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때로는 현실과 환상이 뒤섞이며, 때로는 환상적인 이야기들을 통해 그 의미를 곱씹을 기회를 주는 듯 했다.

젊고 도시적인 감성 시대의 보편적인 고통을 함께 하고 생각하는 젊은 작가로서의 모습으로 언제나 기억되고 있는 작가 김영하.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지만, 나에게 일어났을 때에만 비로소 그 의미를 곱씹게 되는 일상의 수 많은 일들을 담은 이 한권의 책을 통해 일상과 지금, 그리고 바로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이라는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었다면, 그렇게 잠시 서서 곱씹어볼 여유와 의미에 대해 책속의 한 토막을 통해 생각해보았다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몰랐던 나와 누군가의 일상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모를 수 없는 조금 더 가치 있는 순간으로 변화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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