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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치료하는 법
로리 고틀립 지음, 강수정 옮김 / 코쿤북스 / 2020년 4월
평점 :
원제는 ‘Maybe you should talk to someone’로 작년에 나왔는데, 저자의 이력이 좀 독특합니다. 의대를 다니다가 저널리스트로 많은 시간을 보내고, 다시 학교로 돌아가 임상 심리치료사가 되어서 더 애틀랜틱에서 'Dear Therapist' 꼭지를 맡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자서전과도 같은 이 논픽션에서 글의 흐름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ABC에서 드라마로 각색중이라는 소식도 있습니다.
사르트르의 경구를 도입한 1장의 언급이 마지막 감사의 글에 다시 등장하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수미쌍괄?)
p.24
'타인은 지옥'이라는 사르트르의 유명한 경구를 기억하는가? 그건 사실이다. 세상은 다루기 어려운 사람들로 가득하다. 지금 당신 머릿속에 떠오르는 그런 사람이 아마 다섯 명은 될 거라고 장담한다. 애써 피하는 사람들, 가족만 아니라면 애써 피해 다녔을 사람들. 하지만 가끔은, 우리가 인지하는 것보다 더 자주, 우리가 바로 그 어려운 사람이다.
맞다. 가끔은 우리가 지옥이다.
p. 563
상담 초기에 환자들에게 주변 사람들에 대해 묻는 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지금까지 수도 없이 얘기해왔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야기하게 될 그 이유는, 우리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성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이 완성되는 방식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감사해야 할 사람이 너무나 많다.
띵하고 느낀 표현이 참 많고, 책의 만듦새가 편집자의 노고를 느낄 수 있어 좋았습니다.
p.508
젊은 시절의 우리는 시작과 중간, 그리고 어떤 식이든 결말로서 인생을 생각한다. 하지만 그 길의 어딘가에서, 어쩌면 한가운데서, 누구나 도저히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품고 살아간다는 걸 깨닫는다. 그 해결 불가능이 결말이 된다는걸, 그것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이 우리의 임무라는 걸 깨닫는다. 시간을 붙잡을 수 없다는 느낌은 사실이지만, 그것만이 사실은 아니다.
회사 안에서 임원을 달고, 더 높은 임원이 되고, 그런 것만이 성공이라고 생각하고 달려왔습니다. 제법 회사를 오래 다니게 되면서 요즘 저는 신 포도를 바라보는 여우처럼 임원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이 책을 읽다 보니, 해결 불가능한 그 중간이 결말이 될 수 있다는 것, 그걸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이 인생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이런 부분이 소위 말하는 띵~ 모멘트일까요?
작가에 따르면 심리 치료라는 것이 누군가를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혹은 고객)가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대처하게끔 하는 것이라더군요. 심리치료의 목적이 자기연민과 자기존중 두 목표 사이에서 움직인다는...OECD 가입 국가에서 자살률 1위인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놓고 문제를 대면할 기회가 부족한 것은 아닌가 하는 거창한 생각도 해봅니다. 그런 면에서 한글판의 제목인 '마음을 치료하는 법'에서 '치료하는'이 맞나 싶기도 합니다. .
감사의 말까지 567쪽의 '벽돌책'입니다. 하지만 4부에서의 반전!!까지 책이 쉽게 읽히는 것은 저자의 힘에 더해서 번역자와 편집자의 힘이 역시 크구나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p.487
우리는 모두, 그리고 정확하게 같은 속도로, 그러니까 시간당 60분의 속도로 미래를 향해 시간 여행을 떠난다는 말.
오늘도 시간당 60분의 속도로 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