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족스러운 답변을 하지 못하면 그들의 얼굴에는 실망감이 드러난다. 결국 나는 부끄러워하며 청중들에게 사과한다. "미안합니다. 여러분들은 제가 그 대답을 알기 때문에 교수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제가 교수인 이유는 내가 얼마나 모르는지를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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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확산은 의학적 위급 상황이기에 앞서 수학적 비상사태이다. 사실 수학은 숫자의 학문이 아니라 관계의 학문이기 때문이다. 수학은 서로 다른 실체 사이의 연결과 교환을 기술한다. 그 실체들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에 상관없이 문자, 함수, 벡터, 점과 곡면으로 추상화한다. 그러니 전염은 우리 연결 관계의 감염이다.
- P13

더 쉽게 설명하자면, 어제 감염자가 10명이었고 오늘은 20명이었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우리는 직감적으로 시민보호부가 내일 30 명의 감염자를 보고하고, 모레는 또 10명을 더한 수치를 발표할 거라고 예상한다. 수학적인 사고에서, 우리는 항상 선형적인 흐름을 기대한다. 무언가가 수치적으로 증가할 때 똑같은 패턴을 따를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증가 규모는 매일매일급상승했다. 걷잡을 수 없을 것 같다. 이곳에서 바이러스는 인간을 곤란에 빠뜨리기 위한 다른 방식을 찾은 게 아닐까 하는 의심마저 들지만, 이 미생물의 한정된 지능으로는 어림도 없는 소리다.
사실 자연 그 자체가 선형적으로 구성되지 않았다. 자연은 급격하거나 훨씬 더 유연한 성장, 지수와 로그를 좋아한다. 자연은 본래 비선형적이다.
- P21

아버지는 항상 과속에 대한 강박 관념을 가지고 있었다. 고속도로에서 미사일처럼 날아가는 다른 자동차가 우리 차를 추월하면, 그 자동차의 운전자가 분명히 충돌의파괴력이 속도가 아닌 속도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것을 모르는 것이라고 여러 번 말씀하셨다.  - P30

여기서 충돌은 에너지(E)였고, 그 당시 아버지는 내게 선형 증가와 비선형 증가의 차이를 알려준 것이다. 어떨 때는 우리의 직관적 사고가 틀릴 수 있다고 내게 충고하신 것이다. 고속도로에서 속도 제한을 넘기는 것은 내가예상했던 것보다 몇 배 더 위험한 수준이 아니라 그보다훨씬 더 위험한 것이었다.
- P40

수학적 관점에서보면, 우리는 경로가 매우 복잡하게 얽힌 연결 그래프 속에 산다. 바이러스는 이 경로를 타고 어디든지 달려간다.
전염의 시대에, ‘인간은 섬이 아니다‘라는 존 던 John Donne의 묵상이 더욱 의미심장하고 새롭게 다가오는 이유다.
- P43

그런데 시편 90장의 구절은 우리에게 다른 관점을 암시하는 것 같다. 날수를 셀 줄 알도록 가르치소서. 우리의 날에 가치를 부여하기 위해. 모든 날에, 우리에게 고통스러운공백으로만 여겨지는 이 날에도 가치를 부여할 수 있게하소서.
우리는 코로나19가 개별적인 사건이고, 역경이나 재앙이며, 다 ‘그들‘ 잘못이라고 소리칠 수 있다. 그러는 건 자유다. 그렇지만 반대로 이 사태에서 의미를 찾고자 노력할 수 있다. 정상적인 일상이 우리에게 허락하지 않았던 생각의 시간 으로 이 시기를 더 잘 활용할 수 있다.  - P76

우리는 실수를 여전히 반복하고 있다. 상상할 수 없는 것을 거부하고, 친숙한 일상의 범주 안으로 위기를 억지로 끌어들이고 있다. 급성 호흡곤란 증후군을 계절성 독감과 혼동하는 것과 같다. 전염의 시대에는 보다 신중하게 용어를 선택해야 한다. 말은 행동을 규정하고 모호한 말은 그릇된 태도를 이끌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든 말은 그 자체에 유령이 따라다닌다. 전쟁이라는 말은 권위주의, 권리 정지, 공격성(지금 그 어느 때보다 가만히 두는 게 나은 모든 악령)을 불러온다.
- P87

Marguerite Duras*의 문장이 있다. ‘평화는 이미 어렴풋이 보인다. 거대한 어둠이 내리는 것 같다. 망각의 시작이다. 전쟁이 끝나면 모두 끔찍했던 기억을 서둘러 잊으려 한다. 질병도 마찬가지다.
- P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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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성들도 내가 죽은 것으로 아느냐?
- 백성들은 신경 쓰지 마옵소서. 백성들은 제 자식과 제 논밭만 아는 자들이옵니다.
- 진짜 가왕이 죽어서, 내가 가짜 가왕이 되었구나. 내가 죽었느냐 살았느냐?
- 폐하, 말씀이 어렵사옵니다.
말은 겉돌아서 대답이 되어지지 않았다. - 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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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 두기(Social Distancing)‘가진짜 필요한 건 가까운 사이에서다.
걱정하지 말라고? 자녀나 후배 직원과 충분한 거리를 확보하고 있다고? 그 정도 분별력은 있는 사람이라고? 잠시 시간이 있다면 주차장에 가보라. 그리고 자동차 사이드미러에 새겨진 문구를 읽어보라. 사물은 ‘거울에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에 있다.
- P51

평범한 사람들의 작은 악(惡)들이 거악(巨惡)을 떠받치고 있는 건 아닌가. 거악은 한두 사람의 악인이 아니라 선량한 시민들의 작은 악들이 모인 결과가 아닌가.
-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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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개업식 차림표를 보고 의견 좀 말해줄래?"
"식당 이름은 뭐라고 할 건데?"
"프룬Prune 자두."
- P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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