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으로서의 오락‘ 이란 완전히 새로운 개념이었고, 나는 내가 찾던 바로 그것을 발견한 기분이었다.
바로 그 개념이 내 인생을 형성해주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 다. 나는 좋아하는 것들 - 축구는 물론이거니와 책이나 음반도 지나치게 진지하게 대한다는 비난을 들어왔고, 후진 음반을내게 큰 의미가 있는 책을 미적지근한 태도로 대하는 사람을 있노라면 정말로 분노 비슷한 것이 느껴졌다. 어쩌면 이런 식으로 분노하는 방법을 가르쳐준 것은 바로 하이버리의 웨스트 스탠드에 모여 있던, 절망으로 가득 차 신랄한 욕설을 퍼붓던 그 사람들일 것이다. 또한 바로 그 덕분에 지금 내가 비평가로 약간의 용돈을 벌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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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뿐만 아니라 구단을 위해서도 이렇게 열혈 서포터들의 응원석이 커야 하는 까닭은, 그들의목청이 커서가 아니고, 그들이 구단에다 많은 돈을 내기 때문도 아니나. (물론 이것도 중요한 요인이기는 하다.) 그들이 없다면 다른 사람들이힘들여 축구장을 찾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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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은 리라를 돌아보며 진실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지극히 따뜻하고 행복한 그의 미소를 보는 순간, 리라는 가슴속에서 무언가 짜릿하게 녹아내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판탈라이몬이 없어서 그 느낌이 어떤 건지 물어볼 수 없었다. 어쩌면 내 심장이 잠깐 발작을 일으켰는지도 모르지. 몹시 놀란 리라는 정신 차리고 똑바로 걷기나 하라며 자신을 다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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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어는 자는 순간에도 몸을 움직여야 숨을 쉴 수 있다.
부레가 없기 때문이다. 부레가 없는 상어는, 몸통에 길게 난 흠집으로 물을 통과시켜 산소를 스스로 취해야 해서 끊임없이 움직이고 입을 쫙 벌리며 다닌다. 작은 동물들을 겁주려고 그러는 게 아니라 숨을 쉬려고 그렇게 하는 것이다.

어떤 작가는 자신은 매일 정해진 분량의 글을 쓴다고했다. 중요한 건 매일 정해진 분량의 글을 써내는 것인데,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정해진 분량을 넘기지 않는 것이랬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해 번아웃되지 않고 최선 직전에서 어슬렁거리며 간 보기. ...최선과 한 집에 살면 삶이 고달파지므로, 옆집이나 이웃 정도로 거리 유지를 하고 달걀 꿀 때만 최선이네 집에 찾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쁜 피자가 끌리는 이유‘ ‘출근할 때마다 고양이를 방에 가둬 미안한 사람 ‘오랜만에 지구 여행‘, ‘마법학교 입학 대상자‘, ‘애틋한 쓰레기‘, ‘버림받고 싶지 않은 누군가‘ ‘못 받은 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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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선은 곧 마음이다. 내 시선이 내 생각과 관심을 보여준다는 이야기다. 다른 동물들에 비해 인간 눈의 흰자위가 그토록 큰 이유는 시선의 방향을 드러내기 위해서다. 

‘정말 후회하지 않겠느냐‘는 걱정에 대해서는 심리학적으로 더욱 간단히 정리했다. 후회는 ‘한 일에 대한 후회regret of action‘와 ‘하지 않은 일에 대한 후회regret of inaction‘로 구분해야 한다고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교 심리학과의 닐 로스Neal J. Roese 교수는 주장한다. ‘한 일에 대한 후회‘는 오래가지 않는다. 

열등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적‘을 만드는 것은 가장 게으른 방식이다. 내면을 향한 칼끝을 바깥으로 향하는 것이다. 어떤 사회 이슈든 양극단에 치우친 이들의 이해하기 힘든 공격성과 적개심에는 이같은 ‘투사 Projektion‘의 메커니즘이 숨어 있다. 부와 권력을 한 손에 쥐고도 여전히 적을 만들어야 마음이 편해지는 이들이다. 그러다 죄다 한 방에 훅 간다.

의사소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순서 주고받기 turn-taking‘다. 타인의 순서turn‘를 기다릴 수 있어야 진정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인간의 의사소통 방식이 다른 포유류와 구별되는 것은 바로 이 ‘순서 주고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기가 태어나면 엄마는 바로 이 ‘순서 주고받기‘를 제일 먼저 가르친다. 엄마가 인형 뒤에 숨었다가 갑자기 ‘우르르 까꿍‘ 하며 나타나는 놀이는 인종에 상관없이 모든문화에서 발견된다.

내 오래된 독일 생활에서 참 많이 들었던 단어가 ‘리스펙트Respekt‘
다. 이에 상응하는 한국어는 ‘존경‘, ‘존중‘쯤이 된다. 그러나 ‘존경‘, ‘존중‘은 어딘가에 ‘상하 관계‘가 숨겨져 있다. ‘리스펙트‘의 화용론用論은 사뭇 다르다. ‘수평적 상호작용‘의 구체적 전제 조건이 되는 ‘인정 Anerkennung‘의 맥락에서 쓰이는 단어다. ‘나는 당신을 참으로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혹은 ‘나는 당신 의견을 듣고 내 생각을 바꿀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와 같은 열린 상호작용의 규칙이 바로 ‘리스펙트‘다. 서구 사회의 일상에서 강조되는 ‘매너‘ 혹은
‘교양‘이란 바로 이 리스펙트의 활용 규칙이다. 

은퇴하면 바로 죽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은퇴했다. 지금 우리 사회의 모든 기준이 바로 그 시절의 가치에 맞춰져있다. 삼십여 년을 더 살아야 하는데 우리 모두가 지금 아무 생각 없다. 바로 앞선 세대의 ‘노욕老慾‘을 보면서, 도대체 왜 저럴까 싶었던 것이 ‘짤리고 보니 다 이해된다고도 했다. 특히 정치·경제권에서 ‘저렇게까지 하고 싶을까‘ 했던 선배들에게 주어진 그 기회‘가부럽다고도 했다. 이렇게 오래 살 줄 아무도 몰랐기 때문이다.

이제는 좀 천천히 가도 된다. 직선의 모더니티‘는 평균수명이 채 50세도 안 되던 시절의 이데올로기다. 빨리 죽으니, 서둘러 가야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재수 없으면(?) 백 살까지 산다. 평균수명 100세 시대에는 ‘하면 된다‘가 아니다. 되면 하는 거다! 구불구불 돌아가며 살아야 동화처럼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는 거다. 부딪히면 돌아가는 ‘곡선‘을 심리학적으로는 ‘관대함‘이라 한다. 오늘날 한국인들이 가장 못하는 거다. 

책을 끝까지 다 읽어야 한다는 강박에서 자유로워야 책을 많이 읽습니다. 책도 많이 사게 됩니다. 동시에 여러 가지 책을 펴놓고 읽어도 됩니다. 좋은 책은 ‘새끼를 많이 치는 책‘ 입니다. 읽다 보면 더 읽고 싶은 책들이 고구마 뿌리처럼 딸려 나오는 책이 좋은 책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야 책장을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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