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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오후에도 축제는 벌어진다
와카타케 치사코 지음, 권남희 옮김 / 부키 / 2026년 4월
평점 :
《인생의 오후에도 축제는 벌어진다》
갓 일흔을 넘긴 할머니작가, 50대에 남편을 여의고 63세에 첫소설을 써 수상을 했다. 교육학과를 나와 국어교사를 꿈꾸다가 임용고시에 불합격해 기간제교사를 하고 후에 언니에 의지해 도쿄로 상경하다 결혼후 가정을 꾸렸다. 남편이 세상을 떠날때까지 가정주부로 살다가 혼자가 된 후 젊었을때부터 하던 소설가가 꼭 되야겠다라고 마음먹고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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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여성들이 가정을 꾸릴 때는 자신의 욕구를 모르고, 가정주부로서, 어머니로서, 아내로서 헌신하다가 어느 순간 ‘꿈‘이라는게 떠오르면서 진출할 때가 종종 있다. 특히 작가가 태어나고 자란 과거에는 지금보다 심했고 그게 일본이라면 또 얼마나 심했을까. 늦은 나이에야 자신의 꿈을 이룬게 멋있기보다 다행이라고 느껴진다. 자신의 족적을 남기고 가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기도 하다. 여성이든 아이든 노인이든 흔적없이 가고싶은 사람이 있을까? 나도 한 여성으로서 이 사회에 늦기 전 무엇을 남기고 갈지 고민이 된다. 글을 읽다보니 그런 생각이 난다. 죽음이 두렵지 않으면 진짜 어른이 된게 아닐까? 나는 아직 그렇다할 족적을 남기지 않았고 막 삶을 깨달아가는 초보인생러라 죽는게 아깝다. 아마 자신의 족적도 남기고 경지에 다다르면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나이와 상관없이 만족할지도 모르겠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싶은 걸까. 그 욕구가 여성으로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욕구였으면 좋겠다. 누구나 자기가 소외되고 있는 위치부터 의식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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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에도 어느 아침이면, 뜻밖의 일로 괴로울 때 ‘괜찮다, 내게는 소설이 있으니까‘ 하고 스스로 다독였다. 소설은 그렇게 나를 지탱해주는 버팀목이 되어 주기도 했다. 자기 비하에서 우월감에 이르기까지, 그때그때의 감정 속에 언제나 소설이 함께 있었다. 집요하다 싶을 만큼.
세월이 흘렀다.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전업주부로 살았기에 좁은 세계에 머물러 있었지만, 그래도 아이를 낳고 키우고 남편과 사별하는 등 여러 일을 겪었다. 그 무렵 나는 언제나 중얼중얼, 소리가 되지 않는 목소리를 내고 있었던 것 같다. 애써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아, 그랬구나‘ 정도.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그제야 겨우 알게 된 듯 했다. ‘그랬구나 그랬구나 이것을 알기 위해 살아왔구나‘ 하고 하나하나 이해했다.
써야 한다. 마침내 써야 할 것이 생겼다. 내게는 젊고 번뜩이는 재능 따위 없었다. 그저 경험을 알게 된 것을 내 체로 쓰는 것, 그것이 바로 소설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게을러서 쓰지 못한 게 아니었다. 쓸 수 없었다. 시간이 필요했다. 경험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스스로 용서한다.
겨우, 나 자신과 화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