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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 전면 개정판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26년 3월
평점 :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쭉 도시와 건축은 역사와 문화를 이어왔고, 시대에 맞게 변화해왔다. 자연의 변화, 종교의 상황, 사상 등등. 이 글을 읽으면서 우리나라의 건축문화가 매우 병들어있음을 느꼈다. 낡은 것을 버려야 하는 것으로 보며 큰 땅에 고층 아파트를 지어, 경관을 헤치고, 울타리를 치며, 모든 것이 자기 땅이라고 경계를 짓는 사람들.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경사로를 살리기는 커녕 아파트를 짓겠다고 경사로를 다잡을 웅벽을 쌓고 그 위에 시멘트를 발라 고층아파트를 짓는다. 도시의 경관, 역사보다는 건설회사, 땅주인, 집주인, 부동산 부자들을 위한 나라 ...
저자는 우리나라가 ‘콘크리트 공화국‘으로 변모하는걸 크게 염려하고 있다.
✍ 빈 땅이 있으면 그 땅에 무언가를 해야 하는 우리나라 국민에게 뿌리박힌 ‘개발 DNA‘ 가 한강에서는 잘못 작동하지 않았으면 한다. _ 202
심지어 저자는 건축과 우리나라 지폐 위인에 대해 언급하며, 우리나라의 피폐한 입시문화와 정치 권력문화를 비판한다.
✍ 우리나라 화폐를 보면 왕, 정치가, 군인만 그려져 있다. 어느 모임을 가든지 정치가들만 대접받는 사회 분위기가 화폐에 그대로 드러나 있다. 2009년부터 5만 원권 지폐에 신사임당이 들어갔다. 겉보기에는 그림도 잘 그리는 현모양처 문화인이 선정됐다고 말할 수 있겠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신사임당이 이율곡을 낳아서 전국 수석을 시킨 어머니라는 프로필이 없었다면 선정되지 않았을 것 같다. 자녀를 좋은 대학에 보낸 어머니가 추앙받는 사회 분위기가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아파트 상가를 빼곡히 채운 환경이나 5만 원권의 신사임당이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_ 139
자본주의가 발달 된 나라들의 유명인, 정치인, 연예인을 부러워하고 박탈감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해 도시공간을 바탕으로 우리에게 위로를 전한다.
✍ 우리는 모두가 유명해지기를 원하지만, TV에 많이 나오는 연예인들은 유명해지면서 동시에 이러한 익명성을 포기해야만 한다. 유명인들은 익명성이 없기 때문에 점점 더 큰 집을 소유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 집만이 자유로울 수 있는 사적인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그 집도 파파라치나 사생팬에게 공격받는다. 할리우드 배우들이 큰 수영장이 있는 집에 사는 것을 종종 보는데, 하나도 부러워할 것이 없다. 그들은 그 수영장 딸린 큰 집에서는 자유로울 수 있지만, 집 밖 어디를 가도 자유롭지 못하다. 집 밖의 공간을 완전히 소유할 수 없는 것이다. 대신 우리는 집은 작지만 대문 밖의 모든 공간에서 자유롭다. 유명인이 아닌 분들은 여러 도시를 보유한 부자인 것이다. _ 225
나또한 40년된 아파트에 살면서 한 번이라도 엘리베이터가 있는 집에 살고 싶다며 부러워했지만 가까이 있는 신도시만 부러워하고 오래된 건물의 가치를 몰랐던 게 아닐까?
✍ 무조건 60년을 버티면 건축도 ‘빈티지‘가 되면서 없던 가치가 생겨난다. 배추와 고춧가루가 발효됨변 김치라는 높은 가치가 만들어진다. 그것이 시간이 만드는 ‘발효‘의 가치다. 건축도 발효가 된다. 건축의 가치를 결정하는 사용자의 세대 교체가 이루어 지기 때문이다.
아파트 재건축, 콘크리트 시대. 우리의 현실을 직시하자.
✍ 과거에는 식량은 곧 생존이었다. 현대 사회에서는 돈이 그 역할을 한다. 과거에 식량 저장의 한 방편으로 돼지를 키웠아면 현대에는 돈을 저장하는 방식으로 부동산을 산다. 부동산도 돼지나 발효 식품처럼 부패하지 않기 때문이다. 돼지가 기근을 넘기는 방식이 되듯이 현대인들에게는 돈이 부족한 시기를 넘기는 방식은 부동산을 처분하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우리나라 문화에서 아파트는 환급성이 가장 높기 때문에 돼지의 역할을 한다. 대부분의 중산층 국민은 은퇴 후 아파트를 처분해서 돈의 기근 시기를 넘긴다. 우리가 대출받아 아파트를 사고 매월 대출금을 갚는 것은 옛 선조가 자신의 식량을 아껴서 돼지를 키우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한 면에서 돼지와 아파트는 다르지만 같은 기능을 하고 있는 사촌지간이라고 할 수 있다.
✒ 현재 고령화 되고 있는 한국 사회를 생각하면 수 많은 아파트 돼지가 도살을 기다리고 있다고 느껴진다 _ 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