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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닿지 않는 곳으로 - 보호받지 못한 이들에 대하여
모먼트 지음 / 바른북스 / 2026년 2월
평점 :
살다보면 참 많은 잘못을 보게 된다. 내 잘못, 내 가족의 잘못, 우리 집안의 잘못 등등.. 내가 하는 것이 아님에도 내가 제일 창피하고, 내 가족이 교양 없는 게 느껴지면 그게 그렇게 창피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그런게 만 천하에 알려진다면, 심지어 그런 것도 아닌데 악의 소지로 잘못 알려진다면 나는 이 삶을 유지할 수 있을까?
나는 어릴때부터 교양있는 집이 부러웠다. 저집은 왜저렇게 말을 이쁘게 할까? 저 집은 왜이리 항상 이성적일까?, 저집은 감정조절을 왜 잘할까? 왜 화목할까?
˝자유롭다˝ 라는 말에는 선이 있어야 하지만 내 환경에서 웃어른들이 선을 설정할 줄 모르는 걸 보면 어릴때부터 부끄러웠다.
사람들 앞에서 말을 함부로해서 하지말라고 나서고, 사과하고 숙이며 살았다.
장녀로서 그런 걸 겪으면서 후대로 가든 내 후배로 가든 내가 폐를 안 끼칠 뿐만 아니라 좋은 영향을 끼치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어릴 적부터 모토로 삼아온 ˝모든 말에는 진심이 담겨야 하고, 조심해야 한다˝ 는 것은 그런 내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문제는 농담에도 민감하다는 거지만)
나는 말을 예쁘게 할 것이다.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하지만, 환경이 환경인 만큼 부족하고 모자르다고 생각될 때가 많았다.
사람이 되자, 읽자, 일단 많이 읽자 그 뿐이다. 그저 닥치는 데로 읽었다.
범죄자의 가족도 범죄자도 아님에도 대를 끊기 위해 피 나는 노력을 하는 통에, 남들에게 드러나고 법에 박힌다면 나는 읽는 것 하나 만으로 할 수 있는 게 ‘낙인‘ 이 되어 살아야 한다면 나는 그걸 버티며 살 수 있을까?
누구나 자신의 수치를 자기 손으로 바로 잡을 수 있어야 한다. 누구나 자신의 잘못을 없애선 안되지만, 그것이 평생의 낙인이 되면 부족한 기회로 인해 더 나쁜 쪽으로 삐뚤어지고 만다.
나에게는 기회가 있었지만, 여전히 기회를 받지 못하고 눈빛을 피하며 사는 사람들, 모먼트 작가는 그런 사람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
기회는 누구에게나 동등해야 합니다. 그 누구도 기회 앞에서 소외 받아서는 안됩니다. 왜 그들의 이야기는 들어주지 않습니까.
그건 나도 같은 뜻이다. 너무 큰 잘못, 용서 받을 수 없는 잘못을 한 사람들 때문에, 더 작은 잘못을 한 사람들이 만회할 기회를 잃고 사각지대 앞에 놓이는 것. 그것이 맞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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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전염된다.
누군가 은주에게 돌을 던지면, 곧장 다른 누군가도 던졌다.
그 돌이 얼마나 뾰족한지도 얼마나 깊게 가라앉히는지도 모른 채 말이다.
연못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조용히 버티고 있는 그 자체로 교실 속의 개구리 한 마리가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알아채지 못했다.
그저 심심했고 모두가 한다는 이유 만으로 조금은 재밌었기에 또다시 손에 쥔 돌을 연못을 향해 내던졌다.
돌은 파문을 만들었고 파문은 또 다른 아이들의 손을 끌어 당겼다.
작은 돌멩이 하나가 큰 물살이 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학교는 완고한 사회였다. 선생님들도 부모들도 이 안에선 자주 눈을 감았다.
아이들이 얼마나 정교하게 누군가를 배제할 수 있는지, 얼마나 쉽게 죄의식 없이 상처 줄 수 있는지 외면한 채 말이다.
성악설이란 사람이 원래 악하다는 믿음이다. 그것을 증명하려면 교실 하나로도 족할지도 모른다.
아무도 죄를 짓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따돌린다는 말 대신 같이 안 놀 뿐이라고 하고 괴롭힌다는 말 대신 장난이라고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