杜門卽是深山 (두문즉시심산).
문을 닫아 걸면 곧 깊은 산중이라.

국립중앙박물관을 지낸 미술사학자 최순우는 주위의 만류를 무릎쓰고 북향 한옥을 구입했다. 주인의 정을 듬뿍 받은 집은 그가 떠난 지금 시민문화유산 1호로 지정되었고 이를 일반에 개방하고 있다. 이 집에는 위와 같은 내용을 담은 편액이 있다고 한다. 이를 본 저자는 아래처럼 글을 썼다.

저자가 왜 아래와 같은 글을 썼는지 이해가 된다. 저런 곳, 즉 ‘나만의 공간‘을 갖고픈 게다. 우리 집에도 나만의 작은 공간이 있다. 하지만 그곳에 들어가면 가족에게서 소외될까 두려워 거리를 두고 있다. 다시 문을 열어야 할까 보다.

˝최순우가 글을 쓰던 방이 딱 그랬다. 방에서  창호지 문을 열면 뒤뜰이 펼쳐진다. 햇살과 바람과 잎새가 서로를 어루만지니 깊은 산중처럼 아득하다. 이 멋진 ‘자기만의 방‘에서 최순우는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라는 책을 썼다.˝
은유, <글쓰기의 말들>, 유유, 2016, 129쪽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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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의 말들 - 안 쓰는 사람이 쓰는 사람이 되는 기적을 위하여 문장 시리즈
은유 지음 / 유유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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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읽자니 더 나아갈 수가 없다. 어디에라도 걸어두고 반추하고 싶어진다. 정말이지 내 삶에서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도전하고 전복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경전과 법전이 재해석되듯이.

아래 글은 은유, <쓰기의 말들>, 유유, 103쪽에서 옮겼으며,
원전은 빌헬름 라이히, <파시즘의 대중심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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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왜? - 1945 ~ 2015
김동춘 지음 / 사계절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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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시월을 보내고 있다. 정신 못차릴 정도는 아니지만 충분히 게으름을 부를만했다. 핑계 아닌 핑계다. 이 때문에 이 책을 너무 오래 읽었다.

지금 당신은 어떤 나라에 살고 있나요? 도발적 질문일 수 있겠다. 강자는 무한대의 자유와 권리를 누리고, 약자는 비인간적 삶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은 건국 이후 한 번도 변하지 않았다. 심지어 민주화 이후에도 이런 문제는 개선되지 않았고 21세기 들어서도 심각해지고 있다. 이곳에서는 국민의 생명이나 알권리보다 권력자의 체면이, 국민의 안전보다 기업의 이윤이 중요하고, 힘없는 사람들은 철저히 무시된다. 이런 나라를 우리는 ‘국가‘라고 부를 수 있을까? 세월호 사태 이후 이 질문에 대한 의구심이 강해졌다. 이런 의문을 가슴에 품고 이 책의 책장을 넘겼다.

이 책은 공식화된 혹은 보수세력들이 주장하는 한국 현대사에 대해 비판과 재해석을 가하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의 정치, 사회적 제반 문제, 특히 보통의 국민들이 지금 겪고 있는 고통은 어디에서 유래했으며 어떤 역사적 배경을 가지는지가 비판적으로 잘 설명되어 있다. 또한 어떠한 국제정치적 맥락과 조건에서 한국 현대 사회 문제들이 발생하고 지금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파헤쳤다. 익히 알고 있는 바도 있지만 잘 알지 못했던, 즉 저자만의 독특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대목도 있다. 그의 삐딱하면서도(?) 날카로운 시선이 새롭게 다가온다.

반공은 하나의 이데올로기나 사상이라고 볼 수 없다. 어떤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 아니라, 어떤 집단이나 사상을 배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국가나 정당이 일관된 정책이나 노선을 갖지 못한 것이나, 학술.문화가 뒤쳐진 것도 바로 이 반공, 반북주의 때문이다. (중략) 남북한이 군사 정치적으로 대결하고, 그것을 위해 외세를 계속 끌어들여야 하는 상황에서는 국가로서의 품격을 제대로 유지하기 어렵고, 후발 국가의 좋은 모델이 되거나 21세기 인류 문명에 기여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289쪽)

이 글을 읽으며 저자의 논조를 따라가면 그가 무조건적으로 비판만 하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글 구석구석에 당대의 갈등 상황과 문제들을 독점적 권력들이 아전인수격으로 풀어버린 데 대해 그의 날카로운 비판과 함께 대안 세력의 부재에 안타까움을 표하고 있다.

이렇게 분석하고 비판하는 데만 그치면 서점에 널린 그저그런 책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김동춘 교수는 나름 대안 제시를 통해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바를 안내한다. 그는 균등, 화합, 안정, 정의를 제창하였다. 반공을 지양하고 불구의 반국가 상태를 넘어 약자들이 살아갈 수 있는 안정되고 균형잡힌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자는 이런 주장이 어쩌면 대표적 좌파 지식인이라 불리는 저자 나름의 사회 기여 방법이 아닌가 싶다.

책장을 덮자니 다시 주먹을 불끈쥐고 일어나 광장으로 가고 싶은 욕구가 든다. 경제학자 우석훈의 주장을 따라하자면 ‘짱돌을 들‘고 이 나라의 부조리한 모순들을 부수고 싶다. 다소 과격해지는 날를 느낀다. 내게는 이런 마음이 들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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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은 자주 간다고 하여 원하던 책을 얻을 수는 없다. 정말 운이 좋아야 한다. 오늘이 그날. 제법 센 가격이라 4년 넘게 미뤄뒀던 책이다. 그책을 오늘에서야 만났다. 돈 버는 직장인이면서 이렇게 책 사는 내가 우습기도 하지만 이게 내 소확행이다. 언제 읽을지 알 수 없지만 마음은 뜨뜻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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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벨2세 세트 - 전8권
요코야마 미쓰테루 지음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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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시절 친척집 다락방에서 읽었던 일본 만화가 <바벨2세>다. 전편을 다 읽지 못하고 드문드문 읽어 전체 줄거리를 알지 못했는데 그 궁금증을 마흔 넘어서야 해결했다. 그것도 공공도서관에서.

그런데 습관처럼 책의 출간일을 확인하고 적잖이 놀랐다. 내가 처음 읽었던 것은 80년대인데 책에 인쇄된 공식 출간일은 2007년인 것이다. 확인해보니 이전 책들은 모두 해적본이란다. 2007년에서야 한국에 공식 번역본이 나왔으니 이 책 역시도 많은 일본의 만화들처럼 국내에 몰래 유통되었던 작품인 셈이다. 일본에서는 71~73년에 걸쳐 만화잡지에 연재되었으며 티비와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된 작품이라고 한다.

<바벨2세>는 성경 속 바벨탑 전설을 차용했다. 바벨탑은 우주선을 타고 지구로 불시착한 우주인이 고향 별로 돌아가기 위해 만든 것이고, 이에 실패하고 죽은 이후 많은 시간이 지난 뒤 가장 비슷한 능력을 가진 후손에게 우주선의 첨단 기술들이 주인공에게 전해져서 바벨 2세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고 설정하고 있다. 이 전설의 주인공은 일본의 많은 SF만화가 그랬듯이 10대 남자 중학생이다. 초능력을 가진 그에게는 바벨1세가 만들어둔 3명의 부하, 즉 전형적인 대형 로봇인 포세이돈, 괴조 로프로스, 검은 표범처럼 보이는 로뎀이 있다. 이들은 함께 지구 정복을 노리는 악당 ‘요미‘와 대결을 펼친다. 물론 결과는 상상할 수 있는 바다. 뻔한 결말임에도 재밌다. 70년대 사람들의 미래에 대한 상상력도 더불어 발견할 수 있다.

사실 도서관에서 만화책은 처음 읽었다. 도서관에 만화가 있으리라고 상상도 못했다. 그 만큼 내 독서폭이 좁은 셈이다. 여전히 유연한 사고가 힘든 사람이다. 대신 한동안 추억에 잠겨 만화책을 신나게 읽을 수 있었다. 우리 동네 도서관에 진심으로 감사하는 바다. 앞으로 매주 토요일은 도서관에서 만화 읽는 날로 정해야할까 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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