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을 끓이며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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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들고 다니니 주변인들이 너도나도 한마디씩 한다. 혹시 라면 끓이는 법에 관련된 책이냐고. 일일이 대응하기 귀찮은 나는 그런 것도 있어 하고 넘어간다. 책 속에는 저자 자신만의 라면관과 라면 비법이 들어 있다. 딱히 끌리지는 않지만 확고한 신념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제목이 주는 느낌이 가벼워 쉽게 든 책이지만 책장이 잘 넘어가지 않았다. 김훈의 책이니까 그러려니 하기도 하지만 너무 무겁고 진지하고 심지어 어렵기까지 하다. 작가의 속 깊은 내면세계를 체험할 수 있지만 그의 주관적 견해에 공감하기 힘든 면도 있어 읽다 잠들어버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나는 김훈을 좋아한다. 다른 글재주 좋은 작가들과는 다른 자기만의 확고한 영역을 구축한 작가이기 때문이다. 특히 시대를 다룬 소설들이 나는 크게 공감했다. 고대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시대의 아픔을 작품에 잘 녹여냈다. 그래서 그의 소설 중 데뷔작 빼고는 다 읽었다. 문제는 산문집이다. 잘 읽히는 주제와 그렇지 않은 주제가 명확히 다가온다. 짧은 글 안에 고민이 너무 깊어 내 마음을 주기 힘들다.

다른 이들은 어떻게 읽었는지 궁금하다. ㅎㅎ

더 나이 드시기 전에 소설 한 편을 더 내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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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27 14: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knulp 2019-06-27 15:30   좋아요 0 | URL
ㅎㅎ 그러셨군요. 저는 이미 끝났네요^^
 
동학에서 미래를 배운다
백승종 지음 / 들녘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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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는 현재 한국사학의 연구 결과를 집대성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두껍지 않은 책 한 권에 연구 결과물 모두를 담을 수는 없지만 대체로 정설이라 인정되는 것들을 수록하고 있다. 과거 대학 교수들에 의해 교과서가 집필되던 시절에는 나름의 지침서도 있었다. 이기백의 <한국사신론>과 변태섭의 <한국사통론>이 대표적이다. 이 두 책은 한국사 교과서의 확장판이라 볼 수 있다. 결국 정설의 집합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반면 교과서에 실리지 못하는 주장들도 많다. 그것이 합리적 주장이라 할지라도 많은 이들의 지지를 얻지 못한다면 교과서나 유명 서적에 실리기 힘들다. 거기에는 반론이 기록될 공간이 없다. 반론은 대학 역사 관련 학과에 진학해야 배울 수 있다. 일반인들은 이런 기회조차 접하기 힘들다. 물론 모른다해도 인생을 사는 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겠지만.

‘조선 후기‘나 ‘동학‘이란 주제는 역사학에서 중요한 주제이다. 한반도 역사상 최고의 격변기라고 해도 무방할 시대이다. 따라서 여기에도 다양한 이설이 존재한다. 이 책의 저자인 백승종 교수는 이 시대에 대해 조금은 다른 해석을 시도한다. 어쩌면 그는 비주류라고 할 수고 자기만의 영역을 구축했다고도 할 수 있겠다. 이는 그의 전작인 <정감록 역모 사건의 진실게임>, <정조와 불량선비 강이천>, <정감록 미스터리>, <한국사회사연구> 등을 보면 이점을 확인할 수 있다.

저자의 위 연구들을 종합하면 조선 후기 사회는 교과서가 그리는 것과 제법 다르다. 상업이나 농업의 발전은 더디고 큰 변화조차 없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실질적인 변화가 나타나는 것은 19세기 후반이라는 것이다. 반면 조선 후기 사회 저변에는 강고한 성리학적 질서에 저항하는 움직임이 서서히 일어나고 있었다. 그 중심에는 <정감록>과 이를 기반으로 하는 ‘비밀결사‘가 있었다. 18세기에 들어서면서 이를 증명하는 여러 역모 사건들이 발생했다. 이는 하나의 대항 이데올로기로서 차츰 성장하였다. 19세기에 이르면 여기에 영향을 받아 전국 각지에서 농민들의 저항이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났다. 이것은 거부할 수 없는 하나의 흐름이었다. 바로 이와 같은 분위기에서 ‘동학‘이 창시되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교과서에는 18~9세기의 힘든 상황 아래서 농민 저항과 동학이 발생하였다고만 나오지 그 이면에 대한 설명이 약하거나 그들 간의 연결 고리는 아예 설명치 않는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 조금 갸우뚱해질 수 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그 다른 맛에 이 책을 읽기가 좋다. 다른 관점에서 보는 역사가 주는 흥미로움이 있다. 이 지점에서 교과서 내용이 모두 정설이고 한국인이라면 모두 알아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잃게 된다. 교과서 내용과 다른 주장도 많고 정설이라는 것도 여러 이론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것을 안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교과서가 정답일 수는 없다.

<동학에서 미래를 배운다>는 동학의 역사에 대한 친절한 안내서이다. 어떠한 역사적 배경 아래서 이 종교가 탄생했는지, 종교가 가지는 교리적 특성은 무엇인지, 가장 관심의 대상일 수 있는 동학농민운동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동학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친절히 설명해 준다. 이 책의 기반이 된 강연회의 성격상 다양한 수준을 가진 청중들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저자의 친절함은 더 배가된 인상을 가진다.

개인적으로 이 책이 가지는 가장 중요한 지점은 제4장이라고 생각한다. 역사가 단순히 과거의 일을 밝히는 데 있다면 그 존재 의미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 역사는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힘이 될 때 연구나 학습의 이유가 생긴다. 저자는 4장에서 동학을 통해 현재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앞으로 준비를 역설한다. 그것은 양극화를 부추기고 인간적 삶을 파괴하는 신용경제로부터의 탈피와 대의제 민주정치의 청산으로 나타난다. 물론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매몰된 사람들이라면 이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며 불평할 수 있겠으나 현재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동학이라는 잣대로 이해하고자 할 때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상황를 극복하기 위해 저자는 동학의 정신인 ‘유무상자‘(부유한 자와 가난한 자가 서로 돕는다)를 내세운다. 이것은 맹목적 평등이 아닌 인간과 그를 둘러싼 만물 공생을 포함하여 화해, 협동, 연대의 사회 문화를
이루자는 주장에서 잘 드러난다. 저자의 전작인 <생태주의 역사강의>가 떠오르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렇게 동학은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오늘에 되살려 현대 사회에 접목할 수 있다고 저자는 강변한다. 이것을 반드시 종교에 한정할 필요는 없다. 동학이 탄생하게 된 역사적 배경과 역할을 이해한다면 ‘오래된 미래‘로서의 동학은 그 자체로 우리에게 중요한 유산이다. 이 책을 통해, 동학이 단순히 역사의 일부로써 기능하는 것을 넘어 현재적 가치가 크다는 점을 새로이 배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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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일반판)
스미노 요루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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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틋한 사랑 이야기는 아니다. 저자는 여느 연애소설에서 읽을 수 있는 사랑의 감정선을 건드리지 않는다. 몇 차례 그런 기미가 보일 듯하지만 주인공 스스로 그것을 밀어내 버린다. 그래서일까 주인공보다 독자인 내 마음이 더 아리고 안쓰러워진다. 그렇게 이 책을 내 안에서 녹아내렸다.

사실 이 책은 딸아이의 추천으로 읽기 시작했다. 유명한 애니메이션이니 책으로 읽어도 좋을 듯하여 펼쳤다 놓지 못했다. 불혹의 나이에 고2 청소년들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을 가지고 시작했지만, 정작 이 책은 내게 다른 결론을 안겨주었다. 어쩌면 주인공들의 사랑놀음으로만 채워졌다면 나는 책을 던져버렸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에는 가벼움 속에 무시 못 할 주제가 있다. 내 보기에 그것은 ‘관계‘라 할만 하다.

남자 주인공 하루키는 일종의 은둔형 외톨이 같은 존재다. 내 안에 매몰되어 타인과 단절되고 책 안에서만 평안을 찾는다. 그런 그가 여자 주인공 사쿠라를 만나 관계의 절실함을 알아간다. 그는 이것을 사랑이라 부르지 않는다. 하루키는 사랑이라는 관계를 넘어 인간으로서 자신이 타인과 교류하며 성장해가는 과정을 사쿠라에게서 배운다. 반면 췌장암으로 죽음을 앞둔 사쿠라는 타인 의존적이다. 그녀는 하루키를 통해 내면의 단단함이 무엇인지 알아간다. 이처럼 그들은 서로를 통해 관계를 배워가고 상대를 이해하게 된다. 이것은 사랑을 넘어서는 단계다.

그래서 그들은 서로에게 이런 말을 한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카니발리즘의 식인 의식이 아니라 그것은 상대의 아픔까지도 받아들이고 서로를 내 안에 받아들이려는 그들 나름의 강렬한 표현이다. 이를 받아들이고서야 거부감 느껴지던 제목이 스르르 이해되었다.

그렇다고 이 책이 무조건 좋은 책이라는 건 아니다. 사쿠라의 예고된 죽음이 아닌 갑작스런 죽음이 너무나 당황스럽다. 책에는 내내 예정된 죽음을 암시하지만 결국 그녀는 사고사하고 만다. 지나친 극적 반전이라 느껴지는 대목이다. 그렇다고 나더러 글 쓰라 하면 손도 못 대겠지만.

10대 청춘들의 이야기에서 인간관계와 상호 이해의 마음을 깨달았다. 남은 주인공들은 털고 일어섰지만 읽은 지 얼마 되지 않는 나는 아직 여주인공의 죽음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마음이 아프다. 이 때문에 나는 소설을 자주 읽지 않다. 이놈의 몹쓸 습관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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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의 비밀 - 잠자는 거인, 무기력한 아이들을 깨우는 마음의 심폐소생술!
김현수 지음 / 에듀니티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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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무기력(無氣力)은 ‘어떠한 일을 감당할 수 있는 기운과 힘이 없는 상태‘를 일컫는 말이다. 나의 노력과 힘으로 어찌할 수 없을 때 우리는 자포자기하고 모든 것을 놓아버리게 된다. 이 책은 바로 이 무기력에 빠진 우리나라의 10대 청소년들을 진단한다.

넘치는 물질과 풍요 속에서 우리 학생들은 왜 힘들어할까? 기성 세대 입장에서는 당연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더 어렵고 힘든 시기를 겪었지만 좌절않고 지금까지 버티고 견뎌 일가견을 이룬 어른들은 나약해빠진 10대들의 정신머리를 받아들일 수 없다. 학교 가면 엎드리거나 잠자고, 집에서도 게임만 하거나 대화가 없다. 이럴 경우 친구 관계도 불안해지고 가족이나 선생님과의 관계는 위태진다. 무기력 학생들은 이때 더욱 움츠리고 자기 안으로만 파고드는 경향이 있다.

정신과의사인 저자는 초보 의사 시절부터 청소년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듯하다. 다양한 임상 경험을 통해 그는 이땅 청소년이 겪고 있는 무기력의 원인과 대책을 논했다. 그는 ‘지금 잠자는 거인들을 깨우는 방법은 잠을 잘 수밖에 없는 이 시스템에 작은 균열을 내서 서서히 삶의 향기를 맡게 하고 스스로 일어나 자신의 삶에 뛰어들도록 하는 것 밖에 없다.‘(232쪽)고 주장한다. 아이가 적응하지 못하는 현실에 참가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그의 목을 조르는 것과 같다. 그에게 관계회복을 통해 삶의 의미를 느끼게 하고 일상의 작은 일에도 성취를 느끼도록 이끌어주는 손길이 필요하다. 그것이 가정과 학교의 일이다.

무기력은 자기자신이 되지 않고 남이 되려고 했던데 그 원인이 있다. 부모나 사회의 강요로 인해 내가 원하는 것을 모르고 타인의 삶을 살도록 강요받는 가운데 나를 잃고 방황하는 것이다. 스스로 나 자신이 되어서 살기에 참 어려운 세상이기는 하지만 결국 스스로를 회복할 때 자신만의 길을 발견할 수도, 무기력하지 않게 살아갈 수도 있다는 것이 무기력의 비밀이다.(230쪽) 우리가 지향해야 할 교육의 방향이 바로 이 길 아닐까 싶다. 물질의 풍요가 우리 삶의 풍요나 청소년의 행복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음을 절감했다면 우리 모두 바뀌도록 노력해야 한다. 특히나 다음 세대를 위해.

책을 읽으면 저자의 청소년 사랑이 행간에서 느껴진다. 현학적이지도 않고 자신의 화력한 이력을 내세우지도 않는다. 그는 병원에서의 임상 경험과 학교 현장 체험을 통해 느끼고 익힌 바를 애정 가득 담아 서술했을 따름이다. 고마운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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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 깊은 공감이 가는 시를 발견했다.
예전에 읽었던 시지만 이제사 가슴에 와 콕! 박힌다.
한동안 시를 멀리했었는데 나이 들어 다시 읽히는 이유는 뭘까?
짧은 글로 내마음을 위로, 대변해주는 시에 눈길이 멈추는 것은 어쩔 수 없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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