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숨바꼭질 - 꼭꼭 찾아라, 아이 마음 닫힌다
권일한 지음 / 지식프레임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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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블로그 친구의 추천으로 읽게 된 책이다. 무더웠던 올 여름을 함께 보낸 책이기도 하다. 이론 서적이 아니기 때문에 쉽게 책장을 넘길 수 있지만 그리 가볍게 넘길 내용이 아니었다. 내게 교육, 좁혀서 교사의 본질이 무엇인지 물어보는 책이라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고민에 빠지기 일쑤였다. 이렇게 책은 내게 들어왔고 끝까지 고민만 한가득 남겨주었다.

저자 권일한 선생님은 학생들과의 숨바꼭질 대가이다. 그는 밖에서 친구들과 함께하는 숨바꼭질이 아니라, 자신을 숨기고 움츠러든 학생들을 찾아내고 그들그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주고자 노력하는 위대한(!) 교사의 표상이라 감히 말하고 싶다. 겨우 그의 책을 한 권 읽고서 나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현실에서 교사에게 더이상 직업 윤리 이상의 사명감을 강요하기 힘들다. 교사는 노동자라는 인식이 보편화되고 교직이 성스런 직업이 아니라는 것은 일반적이다. 따라서 교사라는 직업은 다양한 직업 중에 하나일 뿐이며 교사는 직업인으로서만 기능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것은 누구를 탓할 수 없으며 작금의 한국 교육계의 현실일 따름이다. 나 역시도 그렇다.

권일한 선생님은 주로 강원도 영동 지방에서 주로 근무하셨다. 도시 지역에도 있지만 산골 학교에도 오랜 시간 있었다. 승진을 위해 벽지 지역으로 갔다기보다 자신의 걸음으로 갔다. 그는 거기서 버려지고 도망치려는 아이들과 숨바꼭질을 하셨다. 꼭꼭 숨어 나오지 않으려는 아이들과 일기를 통해 대화하고 가정방문을 통해 닫힌 마음을 열어갔다. 아이들은 물론 보호자들을 위로하는 그는 교사나 상담가를 넘어서는 치유자에 가까웠다. 그렇다고 그가 그런 가정들을 직접 치유하기 위해 다가간 것은 아니다. 우선 학급의 아이들의 학교 생활을 돕고 그리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위기 가정의 속살을 들여다 본 것이다. 그의 행동에 지지를 보내는 것은 단순히 동정심만으로 다가선 것이 아니라 학교나 지역사회와 함께 하려는 자세 때문이다. 이것은 교사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이기에 말이다.

내게 권일한 선생님의 사례가 눈에 들어와 박힌 것은 그의 숨바꼭질 방식이었다. 특히 일기와 가정방문. 예전에 그렇게 열심히 쓰던 일기였지만 최근 들어 초등에서는 학생들의 인권과 관련해 강제적인 쓰기가 금기된 상황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권일한 선생님은 일기를 통해 가정상황과 아이들의 심리를 파악했다. 대화나 마주하기를 거부하는 아이들의 속내를 알기 위해 그는 일기를 택한 것이다. 그렇다고 여기에만 머무르면 더 깊은 상황을 파악하기 힘들다. 그래서 그는 가정방문을 마다하지 않았다. 특히나 강원도 첩첩산중의 마을까지. 조부모와 살지만 잘 씻지 못하고 제대로 먹고 다니지 못하는 이유를 그는 직접 눈으로 보고 싶었던 게다. 자가용이 들어갈 길이 없고 노인들만 두 가구 살고 있는 곳에서 다니는 초등학교 1학년을 어떻게 그냥 잘 다니라고 말만 할 수 있겠는가.

학교에서 담임 제도를 운영하는 나라가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은 현 담임 제도에 변함이 없어 보인다. 한 학급의 30명 남짓한 학생을 1년 간 책임지는 일은 그리 녹록치 않다. 부끄런 얘기지만 그래서 담임을 피하는 교사도 있다. 수업 시간 외에는 학생을 만나기 싫은 것이다. 이런 상황은 더욱 심해지고 교육 가족간 불신도 강화되고 있다. 그래서 저자의 교육 활동은 내게 큰 자극으로 다가온다.

권일한 선생님은 교사로서 담임으로서의 내게 질문을 했다. 너 잘하고 있니? 너무 쉬운 길로만 가지마라. 네 주변에는 너의 도움을 바라는 학생들이 있다는 것을 명심해라 하고 보이지 않게 책을 통해 주문했다. 본질을 고민하는 일은 힘들지만 한 단계 도약하는 힘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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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9-08-26 0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사도 감정노동자에요. 특히 담임교사는 일부 무례한 부모의 항의에, 업무 압박 때문에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안고 살아야 하잖아요. 제가 고등학생 때 사회 과목을 가르치던 선생님이 ‘교사는 위험이 큰 직업’이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그 분의 말씀이 맞아요. 사람들은 교사를 너무나도 익숙하게 생각해서 그렇지 교사가 폭력이라든가 정신적 ․ 신체적 건강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요.

knulp 2019-08-28 16:59   좋아요 0 | URL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느 직업이든 사람을 상대하는 일은 어려운 듯 합니다.
 
대학.중용 (보급판) 동양고전 슬기바다 3
주희 지음, 김미영 옮김 / 홍익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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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목표는 ‘필사하며 다 읽자‘였으나 더딘 진행 속도에 읽는데만 집중하기로 했다. 그만큼 재미로 읽을 만한 책은 아니고 유학이나 동양철학에 관심 있는 이라면 권한다. 또한 오로지 이 책만 읽을 것이라면 그다지 권하고 싶지 않다. <논어>나 <맹자>와 이어서 읽는다면 좋을 듯하다. 사서의 체계를 완성한 주희에 따르면 위의 사서는 <대학>, <논어>, <맹자>, <중용>의 순서로 읽을 것을 권한다. 나는 마음대로 읽었지만. ㅎㅎㅎ 그래서일까 <중용>에 ‘도‘ 이야기가 유난히 많이 나온다. 나같은 철할 문외한에게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과거와 현재의 한국 사회를 폭넓게 이해하려면 이 책은 필독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큰 기대는 말고 읽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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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구름 잡는 느낌으로 읽고 있는 <중용>.
그러다 제대로 한 건 건졌다.
평생 삶의 중심으로 삼아도 될만한 구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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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울림이 크다.
좋은 습관 기르기 시작!

우리의 행동 방식은 의지가 아니라 습관의 지배를 받는다. 살아오면서 몸에 밴 습관은 의지만으로 깨뜨리기 어렵다. (중략) 아이들은 보고 배운대로 행동할 뿐이다. 습관을 고치려면 올바른 행동을 되풀이해서 좋은 습관이 몸에 배도록 해야 한다. 두뇌에서 이루어지는 합리적인 판단보다 지금까지 몸이 반응했던 방식이 중요하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권일한, <선생님의 숨바꼭질>, 지식프레임, 2018,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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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퀴어 - 근대의 틈새에 숨은 변태들의 초상
박차민정 지음 / 현실문화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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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 책은 제목에 많이 끌렸다. 기괴하고 괴상하다는 뜻을 지닌 ‘queer‘란 단어가 주는 의미가 강렬했기 때문이다. 특히나 우리 역사에서 표면에 잘 드러나지 않았던 동성애를 다룰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얼른 읽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조선의 퀴어>는 1920~30년대 식민지 조선을 배경으로 하며 당대의 신문과 잡지에 실린 기사들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 즉 우리가 흔히 생각하던 1392년에 건국된 조선은 나오지 않는다. 헉! 하는 대목이었다. 게다가 정상적(?)이 지 못한 것들을 다루다 보니 정부 자료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아니 거기에 기댈 수 없었을 것이다. 아무래도 신문, 잡지가 최선의 자료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기괴하고 괴상한 것들을 주제로 한 책이다 보니 일반 인문, 사회과학 서적에서는 보기 힘든 주제들이 나온다. 가령 ‘에로 그로(에로틱하고 그로테스크한) 경성‘, 변태성욕, 남색 풍속, 성전환수술, 생식기성 신경쇠약, 사다이즘, 정사(情死, 사랑하는 남녀가 그 뜻을 이루지 못하여 함께 자살함) 등이 우선 눈에 띈다. 물론 민속학 등에서 이미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에 일반 대중에 알려졌다고 보기는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어렵게 시작했을 저자의 시도는 분명 칭찬받을만하다.

책을 읽기 전에 우선 퀴어라는 단어에 대한 정의를 분명히 해야 한다. 최근 퀴어라는 단어는 동성애로 많이 읽힌다. 이런 선입견을 버리고 정상(?)과 다른 존재들이라는 정도의 의미로 이해하면 좋을 듯하다. 그런 그들은 근대의 물결과 함께 서양의 성과학 지식이 국내로 소개되어 들어오면서 차츰 존재를 드러내게 되었다. ‘전설의 고향‘에서나 나왔을 법한 무덤을 파서 시신의 뇌수를 꺼내는 행위나 남장 여성의 등장으로 인한 소동, 키스 절취 사건 등은 읽는 내내 강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특히나 조선 시대에 존재했던 남색은 이성애 외에 남성 간 동성애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다는 증거가 된다. 분명 아내가 있음에도 남자를 필요로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 분야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나로서는 이 책은 호기심 덩어리였다.

한편 이 책을 통해 일제의 식민지 사회정책도 조금 읽힌다. 가령 영화 <감각의 제국>의 실제 사건으로 유명한 1936년의 ‘아베 사다‘사건을 보자. 이는 31세의 아베 사다라는 여성이 사도마조히즘 성행위 중 애인이 사망하자 애인의 성기를 잘라 현장에서 도망친 사건이다. 일본에서의 정보에 목말라 있던 조선에서는 본국의 각종 사건 사고를 국내 신문에 바로 실었다. 하지만 이 아베 사다 사건은 전해지지 못했다. 이는 식민지 당국의 검열 때문으로 이해된다. 일본은 미성숙한 조선을 일본보다 한 단계 아래로 보고 관리해야 할 대상으로 여겼던 것이다. 성병 관리 및 위생박람회 정책에서도 본국은 민간이 담당했지만 조선에서는 경무국이 담당할 정도였다. 심지어 경찰은 가두에서 키쓰하는 것은 절대 불가를 외치며 연인들을 구속시켰다. 따라서 당대에 자유연애란 실현하기 힘든 이상에 가까웠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럼에도 이 책의 단점도 눈에 띈다. 첫째는 젊은 학자여서 그런지 전문 용어의 사용이 많다. 읽는 이에 따라서는 쉬 진도 나가기 어렵게 만든다. 이는 문장까지 어렵게 만들어 가독성이 떨어지게 만든다. 둘째, 퀴어들을 다루지만 남성보다 여성을 압도적이 많이 언급하고 있다. 물론 남성 중심 사회에 이상한(?) 여성을 다루는 기사들이 더 많기도 했겠지만 책 전체로 보면 남성 문제는 소략하다. 셋째, 페미니즘적 시각이 다분한 저자의 글이어서 그런지 책 전반적으로 1920~30년대를 그런 시각으로 보고 판단하고 있다. 즉 현대인의 눈으로 과거 사회를 평가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나와 다른 이들을 이해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호기심을 넘어 한 시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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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9-08-08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원래 논문 형식으로 나왔고, 저자가 일반 독자를 위한 책을 처음 쓴 거라서 이해하기 힘든 용어가 눈에 많이 띄였을 것입니다.

knulp 2019-08-08 20:51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해당 분야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한 저자가 그렇지 못한 독자을 위한 배려가 조금 적었다고 봅니다. 그래도 읽어볼만 했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