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노희경 지음 / 김영사on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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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가벼이 읽을 수 있는 수필이다. 드라마 작가의 독특한 글쓰기를 만날 수 있다. 특히 저자의 솔직함이 내게 큰 공감을 주었다. 인생의 곡절이 없는 사람과 어찌 인생을 논할 수 있겠는가! 노희경 참 좋은 ...작가다. 하지만 고백하건대, 지금까지 난 노희경의 드라마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래도 드라마 작가로서의 노희경은 특별한 존재라고 내 머리에 박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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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인들의 사랑 - 그 용기와 열정의 흔적을 찾아서, 문학 이야기 지식전람회 2
최정선 지음 / 프로네시스(웅진)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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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삼국유사>에 실린 신라인들의 사랑이야기 그리고 저자의 해석. 문자 그대로의 해석보다 그 뒷면에 실린 속살을 들여다보는 게 재밌기에 선택한 책. 하지만 솔직히 기대이하였다. 내용이나 수준이 뒤쳐진다기보다 내가 기대했던 것이 아니어서 아쉽다는 것이다. 게다가 저자의 친절하지만 과분한 해석으로 어딘지모르게 과잉된 느낌이라 그저 열심히 읽기만 했다. 그래서 해석보다 사랑이야기의 원전을 읽어야겠다는 다짐만 하게 됐다. 어쩌면 당연하기 않을까 싶다. 고대인들의 사랑에 관계되는 문서가 거의 없으니 말이다. 게다가 <삼국유사>는 짧은 설화적 수준이니. 입맛만 다시다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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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하지 않은 손님, 전염병의 진화 - 의학 이야기 지식전람회 19
최석민 지음 / 프로네시스(웅진)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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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총,균,쇠>를 이은 2탄이었다. 이 책으로 인해 병원균 혹은 전염병에 대한 관심이 많던 차에 서점에서 우연히 눈에 띄어 충동 구매했다. 충동 구매한 책들은 대체로 실패작이었는데 이번에는 나름 전문적 소양을 기를 수 있어 의미 있는 독서 활동이 되었다. 너무 깊이 있는 부분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설명에 좌절하기는 했지만 저자가 무엇을 전달하려 했는지 느낄 수 있어 만족했다.

 

  전염병은 대체로 인류의 출현, 더 구체적으로 말해 인간이 정주 생활을 하면서 나타나기 시작한다. 인간이 정착하면서 동시에 동물을 가축화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동물(특히 소나 돼지)의 병원균들이 돌연변이를 일으켜 인간에게 옮게 된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아는 많은 전염병들이 나타나게 된다. 천연두, 홍역, 콜레라 등. 이들은 원래 동물의 질병이었으나 인간에게 전염된 이후로는 그 동물들은 이 병에 걸리지 않게 되었다.

 

  문제는 인간이 도시를 만들어 대규모 집단생활을 하면서부터다. 이로인해 병원균들의 서식환경은 매우 좋아지게 된다. 게다가 농경생활과 가축화까지 이어지면서 전염병은 더욱 심화된다. 콜레라, 티푸스, 천연두, 페스트 등이 갑자기 등장하기도 했고, 말라리아처럼 천천히 나타나 오랜 기간 사회를 위협에 빠트리는 경우도 있었다. 이들 전염병들은 역사에 등장하여 큰 영향을 끼쳤고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그 길을 인도했다. 로마의 멸망, 나폴레옹의 러시아 침략 실패, 서양 중세의 붕괴 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던 것이다.

 

  인류의 발전은 전염병들에게도 기회를 주었다. 즉 교통의 발달은 전염병의 전파에 지대한 공헌을 하게 되었다. 이것은 지난 2000년대 초 사스의 발병과 그 전파에서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중국 남부에서 출발한 사스는 홍콩을 경유해 전 세계에 퍼졌고 수 백 명의 피해자를 남겼다. 아시아 교통의 허브였던 홍콩이 전염병의 전파에 공헌을 했다.

 

  또한 인간의 탐욕도 새로운 전염병의 확대에 기여했다. 무분별한 산림 벌채, 식탐, 실종된 기업 윤리 등으로 동물들의 서식 환경이 줄어들고 인간들에게 의해 남획되면서 그들의 질병이 인간에게 전해진 것이다. 즉 사스, 광우병, 조류독감, 에이즈 등이 바로 여기에 해당된다. 이 질병들은 동물들이 인간에게 전해준 것이 아니라 인간 스스로 이 질병들을 초대한 것이다. 소를 빨리 키우기 위해, 사향 고양이를 먹기 위해, 가금류들을 집단 사육하면서, 유인원들을 함부로 대하면서...

 

  전염병들은 위에서 밝혔던이 인류와 출현과 그 궤를 같이 하고 있다. 따라서 쉽게 그들을 물리치거나 박멸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들과 우리는 함께 가야 할 동반자일지 모른다. 그렇기에 우리는 더더욱 과욕을 부려서는 안된다. 20세기에 초래된 질병은 결국 인간의 욕심이 부른 것이기에 말이다.

 

  책을 읽자니 주위 환경에 부쩍 신경이 쓰인다. 중국이나 아프리카 여행도 부담스럽다. ㅎㅎ 그런데 갈 수는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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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균 쇠 (무선 제작) - 무기.병균.금속은 인류의 운명을 어떻게 바꿨는가, 개정증보판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사상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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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랄까... 구매한지 2년이 넘어서야 읽게 된 이 책은 쉽게 손이 가질 않았다. 7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에다 다루는 내용과 범위가 일반 학술 서적의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어서 책을 펼치는 것만으로도 부담스러웠다. 그리하여 오랜 시간 집에서 장식용으로만 쓰였다. 물론 중간중간 시도는 했었다. 하지만 얼마 못가 내려놓고야 말았다. 그러니 이 책을 읽은 것만으로도 뿌듯해진다. ㅍㅎㅎ

 

<,,>는 거시적 입장에서 인류의 역사와 문화를 관조하는 느낌을 갖게 한다. 저자가 딱 세 가지 주제, 즉 총, , 쇠만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것들을 중심으로 현재의 인류가 어떻게 형성되어 왔는지를 각종 학문적 근거를 바탕으로 추론해내고 있다. 독자의 입장에서 보면 재레드의 추론 능력은 탁월함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있다. 언어학, 고고학, 역사학, 인류학, 생리학 등 그가 넘나드는 영역은 개인이 혼자하기에는 벅찬 것들이지만, 그는 마치 지구를 자기네 집 앞마당 다루듯 가볍게 한다. 개별 학문 영역에 매몰되어 타학문을 경원시하는 한국의 학문 풍토에서는 나오기 힘든 인물이다.

 

재레드는 이론적 측면에서는 흔히 말하는 환경결정론적 판단을 내린다. 그렇다고 그의 업적 전부를 환경결정론이라고 하기에는 섣부른 느낌이 있지만, 아무튼 그는 환경이 인류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음을 주장한다. 인류는 각자가 처한 환경에 적응하고 발전하는 과정에서 타 지역과는 다른 생활 습관과 사고를 가지게 되었고 이것이 유전에도 그 흔적을 남겼다. 이런 결과로 구세계(유라시아와 북아프리카)와 신세계(아메리카, 사하라 이남, 오세아니아)는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되었다. 여기에 총과 균과 쇠가 결정적으로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그의 주장에는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정말이지 한국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근거와 이론들이 나오니 그의 재주는 당해낼 자가 없어 보인다. 어쩌면 반론을 펼칠 수 없는 독자의 한계에서 나오는 착각일지 모르겠지만.

 

재래드는 지구가 동서축(유라시아)와 남북축(아메리카, 사라하 이남)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이중 동서축에 있는 지역이 발전했으며 남북축은 발전에 장애가 많았다고 주장한다. 비슷한 위도와 환경에 있던 국가와 민족들은 서로 경쟁하고 생존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부단한 발전을 이루었지만 남북축에 있던 국가와 민족은 그러지 못했다. 즉 남북축에 있는 지역은 위도와 환경이 서로 달라 문화의 전파에 어려움이 많았다. 아메리카를 예로 들자면 파나마 지역의 좁은 협곡, 멕시코의 사막 등에 가로막혀 잉카, 아즈텍, 마야 등의 문명은 서로 교류하지 않았다. 게다가 대형 동물마저 없어서 문물의 교류에는 장애가 많았다. 오죽했으면 말을 탄 백인(스페인의 침략자)을 신이라고 착각했겠는가. 이런 환경에서 신세계는 구세계와 접촉하면서 그들이 가지고 온 병균들에 의해 완전히 몰락하고 만다. 물론 여기에 총과 쇠의 역할도 있었지만. 신세계의 환경이 구세계와 같은 병원균들을 만들지 못한 탓이다. 문자와 철의 사용도 늦었고.

사하라 남부와 오세아니아 지역의 문화도 그들만의 독특한 환경에서 나왔다. 대형 동물이 없고, 갖혀 살아온 이 지역민들은 서구의 침략 앞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많다. 이것은 서구 근대인들이 말하는 인종적 편견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처한 환경에 적응한 결과라고 재레드는 주장한다. 나는 그의 주장에 절대적으로 동의한다. 이미 흘러간 주장인 듯 하지만 여전히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인종주의를 그를 단호히 거부하는 것이다.

 

독자로서 나는 고대한다. 한국에서도 재레드 다이아몬드와 같은 학자이자 저술가가 나오기를. 수많은 이론과 지식을 전해주지만 그의 책은 전혀 어렵지 않다. 오히려 소설만큼이 술술 익힌다. 이 책은 호기심만 있으면 그 두께에 상관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왜 많은 곳에 이 책을 권장도서로 추천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읽지 않은 이라면 도전해보시라!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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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장화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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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읽는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이다. 나는 그녀의 담백한 글쓰기를 좋아했다. 비록 그녀가 그린 일본의 일상 풍경이 우리와 같다고는 할 수 없지만, 사람살이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그럭저럭 읽을만한 주제들을 잘 선정해 책을 쓴 것 같다. 그녀의 소설에 평범한 주인공들은 없었다. 적어도 내가 느끼기에. 어쩌면 그래서 내게 더 잘 읽혔는지 모르겠다.

 

  이 책은 10년차 부부의 일상을 그린다. 그것도 아이가 없는 부부다. 언뜻 보기에도 아이 없는 10년의 부부 생활을 무료하고 심지어 지친듯한 기색까지 보인다. 시부모를 비롯해 주위 사람들에게 친절한 여주인공 히와코. 무심하고 주위와 단절된 듯한 그녀의 남편 쇼조. 이들 부부는 언뜬 행복한 가족으로 보이지만(그렇다고 큰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런 삶에 조금은 지친 히와코는 생각한다. "소죠가 곁에 없을 때 더 그립다"고. 이 말은 결국 곁에 있으면 그다지 그립지 않다는 뜻이 된다.

 

 아이 없는 결혼 10년 차의 모습은 무료하고 답답하기 조차하다. 책 내용도 그렇지만 독자로서도 어느 정도 상상이 되는 부분이었다. 이 책은 부부의 생활을 그린 것이지 불륜을 묘사한 것이 아니어서 에로스적 사랑이나 격정적 멜로같은 내용은 없다. 10년차 부부의 일상과 정신을 그리고 있어서인지 에쿠니 특유의 담백하고 깔끔한 글쓰기는 나타나지만 내용상으로는 그저 덤덤히 읽히는 수준이 되고 말았다. <냉정과 열정사이>, <도쿄타워>, <웨하스 의자> 등을 상상하면 낙담할 수도 있겠다.

 

 부부의 생활은 많은 부분에서 겉돈다. 히와코는 아내로서 충실하지만 쇼조는 무심한 성격 그대로 일관한다. 이 둘은 물과 기름처럼 잘 섞이진 않지만 서로에 대한 작은 관심이라는 끈은 놓지 않고 산다. 그래서일까? 히와코는 헤어지는 상상만하지 실천에 옮길 생각은 없다. 오히려 쇼조의 무심한 성격에 긍정적인 점을 찾고 늘 웃어준다. 쇼조 역시 그녀의 생활에 우호적이고 늘 배려한다. 이는 아이가 있는 부부일지라고 경험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오히려 이보다 못한 부부도 많으니 말이다.

 

  이 소설이 내게 무어라 말하는 바는 적었다. 내용상으로는 그간 읽었던 에쿠니의 소설 중 제일 밋밋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주제가 주제였던만큼 '부부란 무엇인가?'하는 자문을 하게 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었다. 서로 살을 맞대며 사는, 두 아이를 기르며 사는, 정신적.종교적으로 의지하며 사는, 첫사랑은 식었어도 서로의 존재 자체에 만족하며 사는 우리 부부는 잘 살고 있는지 되묻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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