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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멋진 신세계 - 반복되는 억압에서 조선이 찾아 헤맨 유토피아 연대 역사서당 1
김양식 외 지음 / 서해문집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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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번쯤은 이상세계를 꿈 꿔본 적이 있을 것이다. 어린 시절에 상상했던 이상세계와 좀 더 커서 꿈꾼 세계가 다를지언정 이상세계가 현재 우리 삶보다 나은 곳이기를 바라는 마음은 같다. 이런 염원은 과거인들이라고 다를 리 없다. 그들 역시 고단한 삶을 살았고 현실을 넘어서는 이상세계를 꿈궜다. 어쩌면 이것은 연약한 인간의 당연한 바람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적지 않은 이들이 이상세계의 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죽어갔다.

반면 현실 권력자들의 입장에서는 다를 것이다. 그들에게는 지금의 삶이 이상세계일 것이다. 그들 입장에서는 현 상황이 바뀔 이유도 없고 바껴도 안된다. 그래야 지금의 권력과 풍족한 삶을 계속 유지할 테니까. 이런 이들에게 하층민들의 이상세계론은 불온하기 그지 없다. 이것은 현체제를 뒤엎으려는 반역사상이기도 했다. 그러니 정부와 권력층은 이러한 시도를 강하게 억압했고 심지어는 외국군의 힘을 빌려 그들을 눌렀다. 조선 역사상 최고의 왕 중에 하나라 일컬어지는 정조 대에 예언서인 <정감록>에 기반한 역모사건이 많이 발생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를 우리는 깊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조선의 멋진 신세계>는 한반도 역사상 가장 다양한 이상세계를 꿈꾼 조선 후기 사회의 모습을 그렸다. 활빈당, 천주교, 동학, 미륵, 정감록, 정약용 등이 주도하던 신세계를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읽기 쉬운 필체로 써내려 갔다. 일종의 조선판 유토피아 설명서다.

조선 후기 민초들의 억눌린 삶은 더이상 그들을 고분고분하게 살도록 하지 않았다. 당장의 끼니를 걱정하고 내일을 기대할 수 없는 일상은 현재의 권력에 대항하도록 만들었고 이상세계론은 그 사상적, 이론적 기반이 되어 주었다. 여기에는 가난한 하층민만이 아니라 몰락한 양반층도 가담함으로써 전 사회를 혼돈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그럼에도 집권층은 권력 유지에 급급했고 변화를 꾀하지 않았다. 민초들의 저항은 각 단체별로 따로 진행된 듯하지만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서로서로 영향을 주고받은 것은 보인다. 결국 이러한 힘들이 모여 시대 변화의 도도한 흐름을 만들어냈다고 본다.

한편 이 책은 전문가 6명이 함께 만든 책이다보니 서술 방식에 차이를 보인다. 사실 이는 읽는 데 큰 어려움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독자인 내게 약간의 불편을 주었다. 특히 <동학이 꿈꾼 유토피아> 부분은 다소 동학을 찬양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며, <다산이 다스린 사회>부분은 논문투의 필체와 많은 고어의 사용으로 읽기를 방해한다. 이런 점을 감안하고 읽는다면 200여 년 전 고단한 삶을 살아야 했던 이땅의 민초들이 눈에 자연스레 그려질 것이다. 이는 현재 한국과 따로 생각할 수 없는 주제이기도 하다. 과연 우리는 그때보다 나아졌을까 고민해봐야 한다. 이것이 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숙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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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22 22: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knulp 2019-01-23 18:02   좋아요 0 | URL
그가 꿈꾸던 유토피아는 요원한 것 같습니다. 이리도 정쟁이 심한 것을 보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벤투의스케치북 2019-01-23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학을 찬양하는 것이 잘못된 것인가요?

knulp 2019-01-23 18:04   좋아요 0 | URL
ㅎㅎ 당연히 잘못이 없죠. 제 글의 의미는 책의 전체 흐름과 상관없이 한 종교만 강조하는 듯하다라는 겁니다. 좀 생뚱맞다고나 할까요?
 

문학적 감수정이 떨어지는 나는 시와 소설이 주는 감동에 덜 자극 받는다. 비유적, 은유적 설명을 잘 깨닫지 못할 때가 많다. 특히나 철학적 문장이나 깊은 내면의 성찰을 다룬 글들을 접할 때는 여간 곤란한 게 아니다. 몇 번을 반복해서 읽어야 겨우 의미를 깨닫는다. 즉 직설적 설명이 아닌 글에는 공감을 잘 못하는 편이다. 이런 의미에서 사실에 대한 설명조의 글은 내게 축복과 같다. 둘러 말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있는 그대로 말하는 글에서 나는 배우고 깨닫는다. 고치기 힘든 나의 병폐다. 다행히도 이런 나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몇몇 저자들이 있다. 그 중에 한 명이 바로 <상속의 역사>를 쓴 백승종 교수다.

나는 이 글에서 어설픈 책 소개나 부연 설명은 하지 않을 생각이다. 이미 넘쳐나는 서평들이 많은 데 나까지 보태어 홍수를 일으킬 필요는 없어 보인다. 다만 책을 읽으며 든 전체적 소감을 정리하는 것으로 갈음하고자 한다.

먼저 <상속의 역사>는 ‘연결짓기‘의 좋은 사례로 볼 수 있다. 스티브 잡스가 말했듯이 창의성이란 정보의 연결짓기라 할 수 있다. 즉 주변에 많은 정보들을 재구성, 재가공하여 의미 있는 연결짓기를 하면 이전에 없던 전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데,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좋은 사례인 것이다. 내가 본 적 없는 서양의 자료들을 제외하고는, 저자가 제시한 참고문헌을 보면 대체로 알고 있는 책이거나 도서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이다. 저자 백승종은 ‘상속‘이라는 ‘바늘‘을 가지고 ‘헝겊‘과 같은 다양한 자료들을 꿰어 한 권의 책으로 완성한 것이다. 이것은 말이 쉽지 누구나 간단히 뚝딱 해낼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연결짓기는 창의성과 실천력이 뒤따르는 작업이다.

다음으로 <상속의 역사>는 남다른 시각으로 주제에 접근하고 있다. 책의 목차를 살펴보면 저자가 의도하는 바를 어느 정도 알 수 있는 데 백승종 교수는 상속을 단순히 물질적 의미로만 파악하지 않았다. 이 책에서는 상속이라는 제도 뒷면에 가려진 사회의 단면을 여러 층위에서 살피고 있다. 전쟁, 결혼 제도, 신분 제도, 젠더 문제 등. 나는 지금까지 이 주제들은 상속과 결부하여 분절된 각각의 연구 주제로만 인식했지 하나로 묶는 것은 상상하지 못했었다. 평범한 제목의 교양역사서를 비범하게 살려냈다고나 할까? 상속을 다루면서 중세 온난기, 일처다부제, 환관, 대부모 등의 주제가 나올거라고는 생각치 못했다. 내가 이미 상상하고 있는 것들이 나오면 좋은 책이라 하기 힘들겠지만......

마지막으로 이 책이 주는 최고의 장점은 역사를 넓은 관점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상속이라는 주제에 한정되지만 이를 통해 시공을 가로지르는 역사 정보들이 줄줄이 흘러나온다. 이 책은 한국사만으로도 벅찬 현대인들에게 유럽사 외에 중동사, 심지어 인도와 티벳도 다루고 있다. 게다가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충분히 관련 도서나 논문으로 넘어가도록 자극을 준다. 메디치, 환관, 근친혼, 서얼, 고구려의 형사취수제 등은 시중에 관련 자료들이 나와 있기 때문에 상속을 넘어 다른 주제로 갈아타기 쉽다. 이렇게 <상속의 역사>는 강한 지적 자극을 준다.

저자 백승종은 2018년에 사우출판사에서 3권의 책을 냈다. <선비와 함께 춤을>, <신사와 선비>, <상속의 역사>. 전문역사서라기보다 교양지식인들을 위한 차원 있는 저작들이다. 앞으로도 저자의 건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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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서 읽고,
내가 좋아서 쓰는 서평들인데,
알라딘에서 시시때때로 용돈을 준다.
더 열심히 읽고 쓰라는 뜻일테지?
정확히는 한눈 팔기 전에 알라딘에 확실히 붙잡아두려는 전략 아닐까 싶다.
교보에서 넘어온지 얼마나 되었는지 기억도 안난다.
그때 알라딘 열혈 지지자의 소개로 왔었는데,
지금은 그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다.
이젠 완전히 이곳에 정착하여 뿌리 내림. ㅎㅎ
아무튼 기분은 좋다.
쬐끔 비싼 책 한 권 정도 살 수 있으니^^

그나저나 연말연초에 보내주던 선물들 이번에도 주려나 모르겠다^^

땡큐 알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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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5 0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knulp 2018-12-15 00:09   좋아요 0 | URL
그렇죠. 인터넷 쇼핑에서 경험담이 중요하듯이. 공감합니다. 근데 제가 쓴 것들은 주로 철지난 책들에대한 것들이라 별 영향을 못주었을 겁니다.

2018-12-15 06: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knulp 2018-12-15 09:24   좋아요 1 | URL
메일이 와서 알았습니다. 책 한 권 사야죠^^ 감사합니다.

얄라알라 2018-12-15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용돈을 받으셨어요?^^ 이달의 당선작에 뽑히셨나봐요^^ 축하드려요

knulp 2018-12-15 16:0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운이 좋았던게죠.
 
왜 주인공은 모두 길을 떠날까? - 옛이야기 속 집 떠난 소년들이 말하는 나 자신으로 살기 아우름 3
신동흔 지음 / 샘터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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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눈여겨 읽는 책이 동화, 전설, 민담 같은 류들을 재해석한 것들이다. 이야기들을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도 재밌지만 그것을 다르게 읽으면 이전엔 미처 알지 못했던 새로운 것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나처럼 고지식하게 지면에 드러난 바만 취하는 사람은 쉽게 눈치 채지 못지만 곱씹어 읽어 이야기를 내면화한 이들에겐 드러내지 않은 속살이 보이는 것이다. 저자의 그런 능력을 부러워하며 책장을 넘겼다.

왜 주인공들은 길을 떠나야했을까? 어느 지인이 그랬다. 당연하지 않냐고. 그는 그래야만 이야기가 시작된다고 강변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는 너무 단순하고 모범적인 정답이다. 그렇다고 나는 이 주제를 그리 생각해 본 적도 없다. 주인공의 험난한 경험과 그 의미만 눈여겨 보았지 그들의 길떠남은 주목하지 못했다. 이를 저자는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길떠남이란 물리적으로 집 밖을 나서는 일일수도 있지만 이것은 어떤 문제에 봉착했을 때 주저앉지 말고 길을 찾아 움직이라는 것, 이리저리 재거나 눈치를 보지말고 있는 그대로의 자기 삶을 찾아 나서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 예로 백설공주와 바리데기를 들고 있다. 나는 무릎을 쳤다.

백설공주는 위험하고 무서운 숲 속에 버려졌지만 혼자 힘으로 개척해 나갔다. 바리데기 역시 온갖 고난과 역경을 거쳐가며 서천서역국에 도착하여 자신을 버린 부모를 살리기 위한 약수를 떠간다. 자신의 길을 스스로 개척한 그들은 이미 동화 속 어린 공주의 이미지를 벗고 있다. 어떻게 동화와 민담을 이렇게 해석할 수 있을까?

한편 장화와 홍련에 대해서는 큰 비판을 가한다. 그들은 길떠남을 시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모의 품에 안겨 자란 장화와 홍련은 위기에 직면해서도 수동적이었다. 이런 비판은 아버지가 고이고이 키운 여우 누이에게도 적용된다. 아들을 불신한 아버지의 오판과 무한한 딸 사랑은 누이를 구미호처럼 키워낸 것이다. 이점에서 저자는 현대 부모들의 유별난 자식 사랑에도 문제가 있으며 옛이야기가 시사하는 바를 깨닳아야 한다고 말한다. ‘신동흔‘이라는 저자가 크게 눈에 들어온다.

이 책의 주재료는 그림 형제의 동화와 우리나라의 전래 민담 그리고 세계 각지의 전설들이다. 이를 저자가 길떠남이라는 주제에 맞게 재구성하였다. 책은 매우 읽기 쉽고 현대적 재해석이라 할 정도로 이해하기 좋다. 다르지만 비슷한 면을 가진 책이 있다. <백설공주는 왜 자꾸 문을 열어줄까>이다. 이 책 역시도 전래동화에 대한 재해석을 시도한다. 책읽는 재미를 안겨주는 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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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이 함께 성장하는 수업 - 동료 교사의 눈으로 수업을 새로 보다
서동석 외 지음 / 맘에드림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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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는 수업을 통해 평가받는 존재 아닐까 한다. 즉 교사의 본질은 수업을 통해 드러나며 그 본질을 유지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한국적 현실에서 수업만을 준비하며 시간을 투자하기란 쉽지 않다. 해야 할 잡무와 많은 학생들과의 상담이 늘 기다리고 있다. 핑계지만 이런저런 핑계로 수업이 뒷전이 되어 버린 지 오래다. 그만큼 못다한 수업에 대한 갈급함도 크게 남아 있다. 이 책을 읽으며 게을러질대로 게을러진 나를 반성해 본다. 책 내용의 주무대인 서울의 영림중이 어떤 곳인지 나는 전혀 알지 못한다. 다만 그곳의 선생님들은 함께 수업을 준비하고 서로를 도와준다는 사실만큼은 명확하다.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스스로 하고자 하는 의지와 뜻 있는 사람들을 모아 함께 헤쳐 나가려는 마음가짐일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좋은 사례를 배웠다.
      
수업은 학교 교육의 본질이자 교사가 지향해야 할 유일한 지점이다. 물론 상담도 있고 교육행정도 뒤따라야 하지만 그보다 수업은 우선이다. 오늘날 수업은 큰 변화의 물결 앞에 있다. 전통적인 강의식이 여전히 대세지만 여기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증가하는 현실 앞에서 강의식만을 주장하기 힘들다. 따라서 적지 않는 교사들이 이 현실적 문제 앞에서 고민하고 힘들어 한다. 나 역시도 그렇고. 이런 문제에 대답하기 위해 수업 연수도 듣고 관련 책도 읽는 것이다. 지금까지 나는 수업의 주인공이 나라고 생각하며 지내왔다. 이런 사고가 깊어질수록 학생들과의 거리는 멀어지는 듯하다. 나와는 전혀 다른 세대의 학생들을 나의 세대로 강제로 끌고가는 듯한 인상을 받곤 한다. 특히 중학교에서. 이 지점에서 나의 변화를 절감하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 느끼는 것은 혼자도 좋지만 함께 하는 연구가 모두에게 좋다는 점이다. 시행착오 할 수 있는 시간을 줄이고 타인을 통해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문적학습공동체가 활발히 활동하고 있지만 현실적 제약에 어려움이 많다. 게다가 강요에 의한 활동도 무시 못하는 수준이다. 이에 관리자들의 격려와 교사 스스로의 자발적 연구모임이 필요하다. 꼭 금전적 요소가 아니어도 수업 변화를 꾀하는 교사들이 많기에 공간적, 시간적 여건만 주어진다면 많은 교사들이 참여할 것이다. 관리자와 교육청에서는 이점에 주목해주었으면 한다.

교사의 자발적 참여에 의한 수업 연구, 그런 교사들에 의한 교실 변화는 상상만으로도 가슴 벅차다. 2019년에는 교실이 좀 더 열리고 변화가 일어나길 빈다. 물론 그 속에는 나의 적극적 참여가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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