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오연호의 덴마크 시리즈 2탄이다. 첫 번째 책이 ‘행복‘을 논했다면 두 번째는 ‘사랑‘이다. 사실 이 책에서 행복과 사랑은 큰 차이가 없다. 표현의 차이일 뿐 그 안에 내포된 의미는 비슷하다. 행복해야 사랑할 수 있으니.오연호는 독자들에게 ‘스스로 선택하는 즐거움‘을 맛보길 권한다. 남이 권하는 삶, 즉 부모, 친척, 선생님, 사회가 권하는 인생은 나의 삶이 아니다. 한 번뿐인 인생을 대신 살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런 의미에서 모범적이라는 단어는 이제 부정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왜 우리는 모범적이어야 할까? 그것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것일까? 그래서 나는 어떠한 좋은 단어로 나를 규정짓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말은 내 귀에 들어와 내가 마치 그런 인생을 살아야 하는 것처럼 파고든다. 그것 자체가 부담이다. 내가 선택하는 삶이 필요한 이유다.또한 저자는 잘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다독인다. 자세히 보면 우리 삶은 실패의 연속이다. 학교 현장은 한 명 빼고는 모두 실패자 같은 곳처럼 보인다. 게다가 그 한 몇조차도 언제 그 자리를 빼앗길지 모르는 불안감에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대체 학교는 왜 그래야만 할까? 실패자에 대한 격려보다 1등에 대한 찬사와 환호만 넘친다. 넓혀도 10%만 남고 90%는 소외된다. 진학 지도도 스카이와 서성한에만 집중되지 않는가. 그래서 저자는 조언한다. ‘ 쉬었다 가도 괜찮아. 다른 길로 가도 괜찮아. 잘하지 않아도 괜찮다.‘라고. 순간 울컥했었다. 나도 잘 듣지 못했던 위로들... 이것을 단지 부모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나 사회 전체가 해야 한다. 그래야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과 실패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그래서 저자는 덴마크의 ‘애스터 스콜레‘를 본떠 ‘꿈틀학교‘를 강화도 골짜기에 만들었다. ‘꿈틀‘이라는 단어가 의미하듯이 내 안에서 꿈틀거리는 움직임을 어려서부터 철저히 소거하지 말고 그 꿈들을 다독여 나가자는 한걸음 쉬어(?)가는 학교다. 쉬어 간다고 해서 그만둔다는 것이 아니라 다른(!) 활동들을 통해 내 꿈(혹은 내 발걸음)을 더 강화해 나가는 일이다. 생각해보라. 자신의 인생을 직접 설계하고 또한 그것을 함께 나누는 일은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인가!이 책을 읽자니 교육자라는 내 직업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만의 교육철학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보게 된다. 교사 초년 시절에는 아무 생각 없이 하루하루를 헉헉거리며 보냈고, 경력 교사 되어서는 지난날의 경험들을 무기 삼아 마음대로 생활해 왔다. 즉 나는 아무런 교육철학 없이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 학생들은 만나온 것이다. 부끄러웠다. 저자의 주장대로 바로 바뀔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나를 되돌아보게 되고 어떻게 학생들을 대해야 할지 고민하게 해준다는 점에서는 상당히 긍정적인 독서였다.<우리도 사랑할 수 있을까>는 현재 학교 선생님들과 함께 읽고 나눌 예정에 있다. 선생님들의 입에서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기대된다. 하루아침에 바뀌게 되길 바라진 않는다. 덴마크처럼 되리라고 생각지도 않는다. 다만 우리네 삶이 더 행복하고 즐거움 가득한 방향으로 나아가길 기대하며 이 책을 읽었다. 그런 의미에서 꿈틀학교를 지지한다. ‘내가 행복하려면 우리가 행복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에 공감한다. 스스로 더불어 즐겁게 사는 나와 우리를 기대한다. 이제 시작이다.
지금 오연호의 <우리도 사랑할 수 있을까>를 읽고 있다. 책장을 넘기다 무릎을 친 시가 나와 옮긴다. 느끼지만 말고 이제 실천해야 할 시점이다. 특히 난...못난이 철학1(서정홍)도둑이나 사기꾼보다수천수만 배 더 나쁜 게 있다면가난한 이들과 땀 흘려 일하고정직하게 살라 가르치지 않고공부 열심히 해서 편안하게 살라고가르치는 것이다. 아이들한테<못난 꿈이 한데 모여>에서 옮김나는 이렇게 배워왔다. 어쩌면 나도 내 아이들을 이렇게 가르쳐 왔을 것이다. 이젠 못난이들의 천국에서 나올 시간이다.
서점에서 만난 법정 스님오늘 하릴없이 서점에 들렀다가 법정 스님을 만났다.내게 신앙의 의미, 글쓰는 법, 삶의 지혜 등을 가르쳐준 그.입적한 후 그의 글을 읽지 못했다.그의 죽음과 함께 글의 영혼도 날아가버린 듯했다.서점에서 그의 사진이 인쇄된 책을 만나니 울컥한다.그는 나의 스승 중 한 분이셨는데...
‘풀꽃‘의 작가로 유명한 나태주 시인의 2015년 작품 모음집이다. 인터넷에 사전 공개한 시들 중 나름 손길을 탄 것들만 모았다고 저자를 밝히고 있다. 정말 그래서일까? 시들이 가슴에 와닿고 나를 움직이지 못하게 한다. 그중 특히 나를 찌른 것은 ‘화살기도‘라는 시다.나태주의 시는 어렵지 않다. 몇 번을 읽어도 이해할 수 없는 언어들이 나열된 시집은 내게 쥐약이다. 벽에 던지고 싶던... 나태주의 시는 내게 읽고 감상할 시간을 준다. 한 페이지를 읽고 책을 덮었다. 그리고 곁에 있는 이들을 돌아보게 한다. 이 인간미 넘치는 시에 감동하다 마음이 먹먹해졌다.30대 초반까지 읽던 시를 어느 순간 접었었다. 전공 분야의 책에 매몰되 시나 소설 따위(?)에 눈길을 줄 수없다고 여겼던 것이다. 나의 오만한 생각이었다. 자주는 아니지만 슬슬 시가 읽힌다. 다행이다. 녹슨 감성에 부드런 기름칠을 할 때가 됐다.
이 책의 부제는 ‘유홍준의 미를 보는 눈 III‘이다. 전작인 <국보순례>와 <명작순례>를 잇는다. 표지와 지면만 보면 전문학술서적일 것 같은 느낌을 주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미술사나 그와 관련된 이야기에 관심 있는 이라면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대중서 서술에 일가견이 있는 저자인지라 독자 편에서도 어려움이 없다. 안목眼目은 사전적 의미로 ‘ 사물의 좋고 나쁨 또는 진위나 가치를 가치를 분별하는 능력‘을 말한다. 저자는 그러한 눈을 가지고 산 전문가들과 그런 눈으로 미술을 향유한 이들을 이 책에서 소개한다. 전자로서는 강세황, 김정희, 최순우 같은 이들을, 후자로는 안평대군, 손재형, 전형필을 예로 들 수 있겠다. 물론 책에는 더 많은 사례들이 나오지만.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로 유명한 저자답게 유홍준의 글에는 재미가 있다. 그의 글이 좋은 것은 모든 내용이 다 읽을만해서라기 보다는 독자의 눈을 끄는 주제를 잘 포착하는 능력이 뛰어난 데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책 역시도 읽노라면 도자기 한 점, 건물 한 채가 저기서 내게 말을 걸어오는 착각에 빠진다. 멀어 보이던 화가들도 어느새 곁에 있는 듯하다. 과거의 미술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눈길을 주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