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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책략 ㅣ 범우문고 229
황준헌 지음, 김승일 옮김 / 범우사 / 2007년 5월
평점 :
수업 진도에 맞춰 책읽기 프로젝트는 여전히 진행중. 아마도 내가 교직에 있는 한 계속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 책 읽기가 힘들어지거나 돈이
아깝다고 느껴지는 어느 순간 그만 둘 수도 있겠지만. 이런 상상이 이어지다보니 과연 퇴직 후에 이런 즐거움을 이어갈 수 있을 지 하는 작은
걱정도 든다. 없는 걱정을 미리 만들어 본다. ㅎㅎ
부끄럽지만 <조선책략>과 '영남만인소'를 이제서야 읽었다. 핵심 내용은 이미 알고 있지만 본문을 제대로 읽는 것은 이번이 처음.
황준헌, 김홍집, 이만손 등의 마음이 전해지는 듯하다. 어디까지가 그들의 본심이고 어디가 정치적 술사인지 아직 나의 수준으로는 명확히 알기
어렵지만 그래도 일반 독자의 입장에서 내용을 정리해 본다.
...
우선 책의 앞부분에는 김홍집과 일본주재 청국외교관과의 필담이 실려 있다. 여기에 <조선책략>의 핵심적인 내용들이 담겨 있다.
신실하고 상대에 대한 깊은 신뢰가 깔려 있는 대화는 지나치게 격식에 치우치고 현실에 맞지 않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겠지만, 내게는 그런 대화의
자세가 참으로 눈물겹다. 형식적이고 정감 없는 대화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좋은 자극이 될만하다. 그런 사람을 만나길 기다리기보다 나 자신부터
그런 시실한 자세를 견지해야겠다. ㅎㅎ
나는 개인적으로 <조선책략>의 의도를 지지한다. 물론 중국인의 입장에서 중국을 위한 정책을 내세운 책이라 비판할 수 있겠으나,
황준헌의 진심도 느껴지고 개화의 길을 걸어야 할 조선에 대한 조언이라고 생각할 여지도 많아 보인다. 조약체결이나 조세(특히 관세) 문제에 대한
자세한 조언에는 당시 조선이 잘 알지 못하던 정보가 담겨 있었다. 어쩌면 중국의 실패에서 배운 것을 조선에 전해주었을지도... 일본에서 배운
바도 컸을 것이다.
다만 왜 황준헌은 미국을 그렇게 과대하게 칭찬했는지 그리고 일본을 과소하게 평가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그는 직업 외교관으로서 나름 국제
정세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가지고 있었으면서도 미국은 서구 세력에 대항하고 아시아 국가들을 옹호한다는 말도 안되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미국
역시 제국주의 국가일 뿐인데도 말이다. 게다가 일본은 재정도 부족하고 군사력도 약하니 조선을 침략할 가능성이 낮으니 속히 그들과 체결된 조약을
이행하고 그들과 가까이 지내라 한다. 여기에 러시아에 대한 평 역시 다소 과장된이 아닌가 싶다. 러시아의 남하가 두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연
그렇게 심각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는 지 의문이 든다.
아울러 이 <조선책략>을 비난하는 '영남만인소'는 작성자의 심정이 느껴지지만 그 속에 들어있는 극강 보수의 답답함만이 느껴질
뿐이었다. 우리 것만이 좋은 것이니 알지 못하는 오랑캐와 교류할 수 없다는. 세상의 변화를 알지 못하고 자신의 것만 고집하는 옹고집쟁이의 한계가
아닐까 싶다.
현재의 한국은 위와 같은 위기를 극복하고 잘 성장해 왔다. 지금은 여기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야 할 상황에 처해 있다.
<조선책략>이 퍼졌던 후기의 조선과 비교해 우리는 우월한 위치에 있는지 자문해보고 싶다. 사대정책은 여전하고 문을 절대로 열어서는
안된다는 주장도 있다. 어느 길이 현명한 길일까? 혼란스럽다. 안타깝고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