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안의 오리엔탈리즘 - '인도'라는 이름의 거울
이옥순 지음 / 푸른역사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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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0여 년 만에 다시 읽었다. 오리엔탈리즘에 대해 다시 공부하고 있는 요즘 이 책이 나를 다시 읽어달라고 소리치는 것 같았다. 한국인의 입장에서 그리고 인도에 7년 이상 거주하며 현지인들과 직접 부딪히며 공부한 전문가의 입장에서 영국이 만들고 우리가 받들인 곡해된 오리엔탈리즘에 도전한다. 여기서는 동양 전체보다 인도에 국한하여 논의된다.

영국은 인도를 지배하며 인도의 정체된 사회와 역사를 강조한다. 이는 비위생적 현실과 미개한 수준과 맞물려 인도와 인도인을 차별하는 근거로 삼는다. 이는 제국 일본이 조선의 식민지화를 합리화하는 근거로도 이용하는 논리이기도 하다. 문제는 2세기에 걸쳐 만든 영국식 오리엔탈리즘은 인도의 탈식민 이후 우리에게 그대로 전해진다. 가난하고 후진적 인도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건강한 걸까? 류시화의 신비적 인도관은 괜찮을까? 이렇게 이 책은 영국은 물론 우리의 오리엔탈리즘도 문제삼는다.

내가 알고 있는 인도에 관한 지식들이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 아니라 영국에 의해 만들어진, 그리고 우리는 이 지식을 마치 진실인양 받들고 있다. 이것이 우리의 지식 수준이요, 우리가 그러처럼 닮고 싶어하는 서양(특히 영굴)의 맨얼굴이다.

이 책 참 좋다. 내가 참 좋아하는 형태의 글쓰기와 내용이다. 한국 역사학계에서 비주류일지 모르는 그녀가 참 존경경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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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불복종
헨리 데이빗 소로우 지음, 강승영 옮김 / 이레 / 199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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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린 시절 나는 애국자가 될 거라고 다짐했었다. 정부란 항상 좋은 일을 하는 곳이고 우리 모두는 정부의 지시대로 살아야 한다고 착각했었다. 그리하여 초딩 때는 투명망토를 입고 북한에 잠입해 김일성을 처단하리라는 다짐도 했었다. 착각도 이만저만하게 한 것도 아니었다. ㅎㅎ

그러던 내게 변화의 바람이 분 것은 서른이 다 되어서였다. 대학원에서 `민족주의`라는 것을 주제로 논문을 쓰면서 민족주의의 기원과 의미를 공부하게 되었고, 이것을 잣대로 한국의 현실을 관찰하게 되었다. 민족주의 자체에 긍정이나 부정을 담지 않고 나름 객관적 시각으로 보려했으나 연구를 하면 할수록 민족주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해졌고 이를 통해 한국 현대사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이것은 곧 내가 지금까지 긍정적으로 보아온 정부관에 변화가 생김을 의미하는 순간이었다. 한국이라는 나라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를 신뢰하기 힘들 게 되었다는 것이다. 왜일까? 결국 정부가 도덕적이지 못했고 자신의 잘못을 개인에게 뒤집어 씌우거나 부당한 짓거리를 해왔기 때문이다. 이런 정부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을까? 가량 명바기 정권의 4대강 사업이나 자원외교와 같은 것을.

나는 이런 상황이 깊어질수록 냉소적이고 외면해버리는 성격이었다. 그런데 소로우는 그것 가지고는 부족한 모양이었다. 머리가 아닌 행동으로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한다. 미국 정부가 노예제도를 인정하고 멕시코와 전쟁을 벌이자 그는 당시 시민의 의무였던 인두세 납부를 6년 간 거부하고 결국 유치장에 갇히게 된다. 이는 거의 적극적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주는 대목이다. 내가 머리와 입으로만 비판하며 소극적 자세를 견지할 때 그는 감옥에 들어갈 준비까지 하며 온몸으로 부당한 권력에 저항한 셈이다. 이런 그의 사상은 저 멀리 인도의 간디에게까지 전해져서 `비폭력, 불복종운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소심한 나는 늘 걱정한다. 내가 이런 말을 해도 되는지 하는... 그러니 행동으로는 전혀 옮기지 못한다. 몰래 할지언정.

그런데 이런 행동파 소로우가 실은 21세기형 환경운동가였다. 그의 이 책 대부분은 사실 환경과 자연에 대한 예찬 뿐이다. 책의 앞부분에만 정부 비판론을 펼칠 뿐 나머지는 자연 사랑, 특히 10월의 단풍과 사과 나무에 대한. 그의 진정한 모습은 어느 하나로 판단하기 어려울 듯하다. 자연을 사랑하지만 부당한 권력에는 당당히 맞설 것을 주장하는 시민운동가로 정의할 수 있으려나?

적어도 앞부분 `시민의 불복종`은 읽어보길 권한다. 나머지 수필 부분은 여유를 가지고 읽어도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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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6-02-10 23: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얼마전 손석희 앵커의 브리핑이 생각나네요..

국민교육헌장. 애국가 완창. 태극기 게양 이런게 아니라 그저 말없이 헌법이 정한 국민의 4대의무를 다하는 것 아니었던가
군대에 가고 세금 꼬박꼬박 내고, 교육을 받고, 지금 이 시간에도 열심히 일하는 우리들이야 말로 진정한 애국자가 아니던가

나와같다면 2016-02-10 23: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각종 해괴한 질병으로 군 면제를 받고 자녀 병역논란에 진땀을 흘리고 체납된 세금쯤이야 부랴부랴 몰아서 내면 되고, 위장전입과 부동산 투기쯤은 필수과목이 되어버린 어떤 분들이야말로 그 애국이란 단어. 입에 올리면 안 되는 것은 아닐지

knulp 2016-02-11 17: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무척이나 공감하며 봤습니다. 어쩌면 구구절절이 맞는 말만하는지. 존경하고 신뢰하는 언론인 1등이 괜히 되는게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어디서 감히 지들이 애국을 말하는지 ㅎㅎ
 
총 균 쇠 (무선 제작) - 무기.병균.금속은 인류의 운명을 어떻게 바꿨는가, 개정증보판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사상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뭐랄까... 구매한지 2년이 넘어서야 읽게 된 이 책은 쉽게 손이 가질 않았다. 7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에다 다루는 내용과 범위가 일반 학술 서적의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어서 책을 펼치는 것만으로도 부담스러웠다. 그리하여 오랜 시간 집에서 장식용으로만 쓰였다. 물론 중간중간 시도는 했었다. 하지만 얼마 못가 내려놓고야 말았다. 그러니 이 책을 읽은 것만으로도 뿌듯해진다. ㅍㅎㅎ

<총,균,쇠>는 거시적 입장에서 인류의 역사와 문화를 관조하는 느낌을 갖게 한다. 저자가 딱 세 가지 주제, 즉 총, 균,쇠만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것들을 중심으로 현재의 인류가 어떻게 형성되어 왔는지를 각종 학문적 근거를 바탕으로 추론해내고 있다. 독자의 입장에서 보면 재레드의 추론 능력은 탁월함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있다. 언어학, 고고학, 역사학, 인류학, 생리학 등 그가 넘나드는 영역은 개인이 혼자하기에는 벅찬 것들이지만, 그는 마치 지구를 자기네 집 앞마당 다루듯 가볍게 한다. 개별 학문 영역에 매몰되어 타학문을 경원시하는 한국의 학문 풍토에서는 나오기 힘든 인물이다.

재레드는 이론적 측면에서는 흔히 말하는 환경결정론적 판단을 내린다. 그렇다고 그의 업적 전부를 환경결정론이라고 하기에는 섣부른 느낌이 있지만, 아무튼 그는 환경이 인류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음을 주장한다. 인류는 각자가 처한 환경에 적응하고 발전하는 과정에서 타 지역과는 다른 생활 습관과 사고를 가지게 되었고 이것이 유전에도 그 흔적을 남겼다. 이런 결과로 구세계(유라시아와 북아프리카)와 신세계(아메리카, 사하라 이남, 오세아니아)는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되었다. 여기에 총과 균과 쇠가 결정적으로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그의 주장에는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정말이지 한국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근거와 이론들이 나오니 그의 재주는 당해낼 자가 없어 보인다. 어쩌면 반론을 펼칠 수 없는 독자의 한계에서 나오는 착각일지 모르겠지만.

재래드는 지구가 동서축(유라시아)와 남북축(아메리카, 사라하 이남)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이중 동서축에 있는 지역이 발전했으며 남북축은 발전에 장애가 많았다고 주장한다. 비슷한 위도와 환경에 있던 국가와 민족들은 서로 경쟁하고 생존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부단한 발전을 이루었지만 남북축에 있던 국가와 민족은 그러지 못했다. 즉 남북축에 있는 지역은 위도와 환경이 서로 달라 문화의 전파에 어려움이 많았다. 아메리카를 예로 들자면 파나마 지역의 좁은 협곡, 멕시코의 사막 등에 가로막혀 잉카, 아즈텍,마야 등의 문명은 서로 교류하지 않았다. 게다가 대형 동물마저 없어서 문물의 교류에는 장애가 많았다. 오죽했으면 말을 탄 백인(스페인의 침략자)을 신이라고 착각했겠는가.이런 환경에서 신세계는 구세계와 접촉하면서 그들이 가지고 온 병균들에 의해 완전히 몰락하고 만다. 물론 여기에 총과 쇠의 역할도 있었지만. 신세계의 환경이 구세계와 같은 병원균들을 만들지 못한 탓이다. 문자와 철의 사용도 늦었고.

사하라 남부와 오세아니아 지역의 문화도 그들만의 독특한 환경에서 나왔다. 대형 동물이 없고, 갖혀 살아온 이 지역민들은 서구의 침략 앞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많다. 이것은 서구 근대인들이 말하는 인종적 편견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처한 환경에 적응한 결과라고 재레드는 주장한다.나는 그의 주장에 절대적으로 동의한다. 이미 흘러간 주장인 듯 하지만 여전히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인종주의를 그를 단호히 거부하는 것이다.

독자로서 나는 고대한다. 한국에서도 재레드 다이아몬드와 같은 학자이자 저술가가 나오기를. 수많은 이론과 지식을 전해주지만 그의 책은 전혀 어렵지 않다. 오히려 소설만큼이 술술 익힌다. 이 책은 호기심만 있으면 그 두께에 상관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왜 많은 곳에 이 책을 권장도서로 추천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읽지 않은 이라면 도전해보시라!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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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2-10 08: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 사놓고 ..처음 쓰윽 훝어보고 아직 정독은 못한 책입니다.ㅎㅎㅎㅎ네 책장에 꼽혀 있으면 언젠가는 읽게 될 거같은 예감이 드는 책이었어요...^^..

knulp 2016-02-10 18:26   좋아요 1 | URL
마치 소설을 읽듯 읽었늡니다. 그리곤 저자의 놀라운 식견에 무릎을 쳤습니다. 정말 좋은 책입니다.

오거서 2016-02-10 09: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니 저는 사놓고도 쓰윽 훑어보기만 했을 뿐 책 두께에 질려 감히 다시 읽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어요. ^^;

knulp 2016-02-10 18:27   좋아요 1 | URL
두껍지만 내용은 정말 쉬웠습니다. 언제든 다시 도전하세요. 늦게 읽으신 걸 후회하실겁니다.

yamoo 2016-02-16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서재에 이 책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보인 지인의 글이 있습니다. 제가 가져와서 게시했어요. 이 책을 읽으셨으니 재밌게 읽으실 수 있을 거 같아요. 한마디로 이 책의 저자가 병신같은 논증을 보여주고 있다는 건데, 읽으시면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습니다.

knulp 2016-02-16 17:14   좋아요 0 | URL
기대되는데요. 바로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어디쯤 있나요? 전 못찾겠네요...

2016-02-16 2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knulp 2016-02-16 21:46   좋아요 0 | URL
감솨합니다. ㅋㅋ
 
백설공주는 왜 자꾸 문을 열어 줄까 - 동화로 만나는 사회학
박현희 지음 / 뜨인돌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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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 권유도 있었었지만 사실 그보다 제목에 반해 산 책이다. 백설공주는 난장이들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왜 자꾸 위험하게도 낯선 타인에게 문을 열어주었을까? 호기심과 의심 많은 저자는 `외로움`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가족 없이 깊은 산속에 아무도 없이 하루종일 있는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힘들다. 그렇기에 위험을 무릎쓰고 자꾸만 문을 열어주게 되는 것이다.

우리의 현실은 어떨까 우선 저자는 자신의 출산, 육아 경험을 통해 이 문제를 진단한다. 아이를 키우며 우울증 비슷한 증상을 겪지 않은 엄마들은 없으리라. 이런 엄마들에게는 말벗이 필요한데 육아휴직을 한 직장맘들에게는 참 힘든 일이다. 이웃들과 교류가 드문 아파트라면 더욱 심할 것이다. 이때 엄마를 위로해주는 구원자가 등장한다. 아이들 책을 안내-판매하는 이들이다. 그들의 위로에 마음의 문을 열면서 전문가인 그들의 권유에 따라 내 아이 바로키우기 프로젝트에 본인도 모르게 가담하게 된다. 집에 널려 있는 장식용 전집들이 대표적 사례다. 우리집 책장에 꽃혀 있는 책들도 그렇게 사들였다. 요즘엔 심지어 테블릿PC도 준다. 요컨대 외로움에 지친 백설공주의 문열기와 현대인의 소비심리는 닮았다. 이것은 만남-관계-회복의 순으로 이어지는 인간 관계로만 해결될 수 있다. 외로움이 있는 곳에는 늘 소비가 뒤따른다.

이 책은 위처럼 익히 알려진 동화를 통해 인간, 특히 중등 학생들의 심리와 사회 문제를 고찰한다. 저자의 일상과 생활 고민들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책의 부제가 `동화로 만나는 사회학`인데 쉽고 재밌다.

요즘 (전래)동화를 재해석하는 식의 책읽기가 유행인 듯하다. 일종의 창의적 독서인 셈이다. 정답이 정해진 독서가 아닌 읽는 이가 새로운 해석을 창조해내는 것이다. 이를 통해 독서는 한층 풍성해질 것이다. 양치기 소년이 왜 거짓말을 했는지, 피노키오가 인간이 되어서도 행복해했을까 궁금하지 않은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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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6-02-06 01: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knulp님 , 좋은밤 되세요.
설연휴도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knulp 2016-02-06 01: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헉! 여지껏 안주무셨네요. ㅎㅎ 서니데이님도 즐건 시간 보내세요.

[그장소] 2016-02-06 05: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백설이 그럴걸요~ 아니 누가 꼬리 안잘랐어? 마지막
들어오는 사람 문닫기!잊었어?!
하고 돌아 보면....뙇~~~!!!!
내가 누구~~~~~(파도타기~~앞에서 와~~!!)
그렇지~마녀~!!그럼 어째야 해? (관객들 이구동성~~
문 에 끼워서 닫아...줘요!)
ㅋㅋㅋ
백설 새침하게..봐...내가 열어준거...아니..아니..아니고~~!친절은 기본이에요!^^

knulp 2016-02-06 08:38   좋아요 2 | URL
ㅎㅎ 이 해석도 재밌네요. 저는 보이는대로만 이해하는 얕는 사람이라 아쉽네요.

[그장소] 2016-02-07 14:43   좋아요 2 | URL
얕은 ㅡ이라니요~!!
있는데로만 보는 눈이 더 정확하고 필요할때가 많아요. 우리 사는데는 왜곡이 많아서..
어쩜 ㅡ그 왜곡들 때문에 좀더 단순한 것들을 잊는지도 모르죠. 중요한 덕목아니겠나..그대로 보는것은 ..
그런생각이 듭니다.
저야 덤벙덤벙 농담이나 하지만요~^^

knulp 2016-02-07 16:07   좋아요 2 | URL
ㅍㅎ 그런가요? 그럼 계속 얕은 지식을 살려가야겠네요. 설연휴 잘 보내세요. 좀 춥네요^^

[그장소] 2016-02-07 16:44   좋아요 2 | URL
얕은 ~짙은 ~얕게 보되 짙게 보시면 되죠.
그러고 계신듯 합니다.^^
오늘은 날이 좀 따순 편인것 같아요.어제보단..
그래도 움직거릴만 하네요.
따듯한 음식 드세요~^^

knulp 2016-02-07 17:24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스웨덴 모델, 독점자본과 복지국가의 공존 SERI 연구에세이 87
김인춘 지음 / 삼성경제연구소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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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난다면 어디에서 태어나고 싶냐?˝ 어린 시절 친구들과 한 번쯤은 해봤음직한 이야기 주제이다. 그 시절엔 주로 강대국들이 인기였다. 간혹 애국심 강한(?) 녀석들이 우리나라라고 하기도 했지만. 그러다 성인이 되어서는 태어나고 싶은 나라의 기준이 달라졌다. 사회가 안정되고 복지가 잘 되어 있는 나라로. 대표적인 나라가 바로 스웨덴, 덴마크 같은 나라들이다. 북유럽 국가들은 모두 해당된다고 해도 무방하다. 이유는 간단하지 않는가. 위에서 언급했듯이 사회가 안정되 있고 복지제도가 잘 갖추어져 있으니 인간답게 살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스웨덴이 어떻게 세계적 복지국가가 되었는지 설명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명확한 사실은 그들이 하루아침에 복지국가를 건설한 것이 아니며 20세기 초부터 정부, 기업 그리고 노동자(시민)들이 협력하고 연대하여 지금의 업적을 이루었다는 사실이다. 국민은 정부를 신뢰하고 노사간 협력은 우수했다. 만족스런 복지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국민들은 기꺼이 고세금을 감내했다. 정부는 재정적 안정을 바탕으로 복지 정책을 추진해 나갔다. 너무나 모범적인 이야기처럼 보인다. 하지마 세상 어디에서 쉽게 이루어지 것은 없지 않은가. 스웨덴 역시 오랜 기간 시행착오를 겪어야만 했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알게 되는 흥미있는 사실은 스웨덴이 (한국에서는 인정하지 않는) 독점자본을 인정한다는 사실이다. 쉽게 말해 경쟁력 있는 우수한 기업(보통 대기업)을 집중 지원해 그 기업의 성장을 돕고 국제경쟁력을 높인다. 이를 통해 경제 성장이 일어나고 고용은 증대되는 것이다. 반면 경쟁에서 밀린 기업은 도태되지만 노동자들은 복지시스템에 의해 기존 급여의 80%정도에 이르는 실업급여를 받고 재고용을 위한 직업교육까지 무상으로 지원받는다. 정부와 기업과 노동자가 다함께 성장하기 위해 독점자본을 인정한다는 논리다. 단순한 이야기 같지만 이 안에는 복잡한 정치논리와 국민적 합의가 녹아 있다. 한국에서는 쉽지 않지만 스웨덴은 해낸 역사적 사실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내 이목을 끈 주제는 신뢰와 조정과 연대이다. 정부(정치인 포함)-기업가-노동자자는 별개의 조직이 아니라 상호신뢰와 연대 하에 사회적 문제를 조정하하여 목표한 바를 이끌어 낸다. 여기에 수반되는 문제는, 물론 쉽지 않고 반발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이 기꺼이 수용하되 변화가 필요할 때는 선거를 통해 자신들의 의지를 피력한다. 부러운 대목이다. 한가지 더 추구한다면 복지란 경제적 성장과 함께한다는 사실이다. 성장과 분배는 함께한다는 지적이다. 성장이나 분배만 주장하는 것은 하나의 다리로 서서 뒤뚱거리는 바보에 불과하다.

스웨덴 모델을 한국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서로 다른 역사의 길을 걸어왔고 처한 상황도 많이 다르다. 하지만 본보기로써는 좋은 참고가 될만하다. 특히 위에서 언급한 신뢰-연대-조정은 더욱 그렇다. 사실 복지문제에 대한 한국사회의 대응은 늦은감이 있다. 경제규모를 말할 때는 세계 몇 위를 논하지만 정작 복지문제는 성장이 더 필요하다는 주장만 봐도 그렇다. 성정과 분배라는 양 다리로 서 있는 복지를 위해 한국 사회 전체가 노력하고 양보해야 할 것이다.

더 하고픈 말은 많지마 맹목적 스웨덴 찬양론이 될까 지양한다. 이것은 하나의 모델에 불과하고 사례일 뿐이니까. 중요한 것은 한국식 모델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제 출발이다. 재밌는 책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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