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제국과 고려 - 쿠빌라이 정권의 탄생과 고려의 정치적 위상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한국학모노그래프 47
김호동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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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후 12~13세기 전 세계를 호령하던 몽골제국. 그들은 항복하지 않고 끝까지 싸운 국가는 가차없이 처리해 버린 반면 항복하여 귀부해온 국가에 대해서는 국가의 존립은 물론 왕실 존재도 인정해 주었다. 그 당시 한반도에 있던 고려는 어땠을까?

잘 알고 있듯이 고려는 강화도 천도 이후 30년 넘게 몽골에 저항하였다. 무신정권이 무너진 후에야 왕(고종)은 태자를 쿠빌라이에게 보내 항복 의사를 피력하였다. 원칙적으로라면 고려는 국가와 왕실의 보존이 불가능했으리라. 하지만 의외로 쿠빌라이는 고려를 예외로 인정해 왕실의 보존은 물론 심지어 부마로 삼기도 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 책은 이 물음에 답을 준다. 역사 해석을 자신(자국)의 시야에만 한정한다면 매우 좁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몽골과 같은 대제국의 경우 역사적 상황은 복잡하고 다층적일 수밖에 없다. 이런 조건을 저자는 상당히 다양한 사료를 통해 확인한다. 한국, 중국, 일본, 터키, 독일 등의 사료를 통해 쿠빌라이의 집권 과정을 조사했다. 조금 큰 문고본 수준의 책을 저자가 얼마나 공들여 작업했는지 참고문헌과 각주만으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고려가 항복을 구하기 위해 태자를 중국에 보냈을 때 쿠빌라이는 다른 형제 아릭 부케와 대칸의 지위를 놓고 한판 대결을 펼치던 상황이었다. 결코 그에게 유리하지 못했던 위험한 상황이었다. 특히나 남송과 고려가 손잡았을 시 그에게는 더 힘든 국제 환경이 조성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쿠빌라이는 다른 점령국에 비해 고려에 유리한 항복 조건들을 수용해주었다. 게다가 자신의 딸까지 고려 태자와 결혼시키면서. 물론 쿠빌라이 사후 고려는 극심한 간섭을 받기는 하지만, 쿠빌라이의 예를 들며 외교적 노력을 통해 위기 상황을 극복해 나갔다.

그런데 이 책은 위의 설명같이 그리 만만한 책이 아니다. 일단 나(혹은 우리)는 몽골사에 무지하다. 칭기스칸과 쿠빌라이칸을 제외하는 아는 인물로 거의 없다. 이런 현실 위에 학술적 내용이 가득한 책을 차분히 읽어내기란 그리 녹록치 않았다. 게다가 도서명이 <몽골제국와 고려>지만 실제 내용은 부제인 ‘쿠빌라이 정권의 탄생과 고려의 정치적 위상‘이어서 어딘지 모르게 속고 산 느낌이 강했다. 전제 몽골시대가 아니라 쿠빌라이 시대에 한정되어 있기에 더욱 그랬다.

반면 고려사에 깊은 관심이 있는 이라면 이 책을 권한다. 몽골이 어떤 나라였는지 한국 사학자의 시각으로 바라본 점이 끌렸다. 과연 한국 전체에 몽골사를 전공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가야사 전공자가 20명 정도라고 했는데. 이제 역사 공부의 시야를 더 넓혀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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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 잊혀진 이름 빛나는 유산 - 가야사 연속강좌
가야사정책연구위원회 엮음 / 혜안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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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에서처럼 가야는 상대적으로 한국고대사에서 잊혀진 이름이다. 그럼에도 당당하게 한자리 차지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이 책은 가야사 전문가들이 그 이유를 설명해 준다.

김부식이 삼국 중심으로 고대사를 재편하면서 가야와 발해가 소외되고 우리의 고대사는 왜곡되어 버렸다. 가야는 기원전 2세기 말부터 대가야 멸망(562년)까지 약 700여년 가까이 지속된 나라이다. 고려나 조선보다도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남긴 문헌이 없고 후대 역시도 불친절하여 제대로 된 기록을 남겨주지 않았다. 이것이 왜소해져 버린 가야사의 핵심적 이유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가야사를 가야인들의 눈으로 보지 않고, 신라나 백제의 시각으로 인식하거나 한일관계사의 일환으로 보면서 가야는 주체적 역사가 아닌 주변 강대국에 부속된 역사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이것은 역시 역사를 연구하는 사람들 모두의 책임일 것이다.

이 책에서는 가야사 개관(김태식), 가야 신화(백승충), 가야 토기(박천수), 가야의 철(송계현), 임나일본부 문제(이영식), 가야 고분(홍보식), 우륵과 가야금(권주현), 신라에서 빛난 가야인(주보돈) 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즉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 나름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쉽게 풀어 쓴 책인 것이다. 그럼에도 토기와 같은 것은 제법 전문적이어서 대강 읽고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전반적으로는 친절한 글쓰기를 한 탓에 술술 읽힌다. 역사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라면 무난히 읽을 수 있으리라. 다소 전문적인 용어들이 나오지만 그것이 독서를 방해할 정도는 아니다.

사실 각 주제별로 단행본이 몇 권씩 나와 있을 정도로 연구가 진척되어 있다. 그러나 삼국에 비해 가야사 연구는 위에서 밝힌 바처럼 사료의 부족으로 더 이상의 진척을 기대하기 힘든 상태이다. 과거 일본 연구자들이 임나일본부설 등을 주장하며 제국 일본에 부역하는 자세를 보였으나 지금은 많이 극복된 상태이며 주체적 가야사에 대한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 그것도 약 20여 명 정도의 연구자들이. 그 소수의 연구자들이 일반인의 이해를 돕기 위해 펴낸 책이 바로 이 책인 것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가야사를 언급하며 가야산 연구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역사학자들은 정치인들의 역사 개입을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국정 역사교과서 문제로 인한 트라우마가 큰 탓도 있다. 모쪼록 이 책이 가야사 이해에 대한 작은 소임을 다 할 수 있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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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월요일 밤에 다큐 영화인 ‘노무현입니다‘를 아내와 봤다. 준비물이라던 손수건을 손에 꼭 쥐고서. 다행히 그렇게까지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그것은 이 영화가 그의 죽음에 중점을 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영화는 지지율 2%의 그가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는 과정을 극적으로 담고 있다. 물론 후반부에 그의 죽음을 다루기는 하지만, 그것이 영화 전체에 흐르는 인간 노무현의 극적 등장을 압도하지는 못한다.

자발적 지지자들의 헌신과 새로운 사회에 대한 갈망이 노무현과 만나 2002년에 그 꽃을 피웠다. 그 시대를 살아간 나로서는 그와의 만남 자체로 반갑고 고마웠다. 그렇게 영화는 눈물을 쥐어짜기보다는 내게 잔잔하며 깊은 감동을 주었다.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내가 지지했던 인물이 알고 있던 사실과 어긋나지 않았고 또한 내가 희망했던 인물에 부합해서. 그래서일까? 영화 속 환호와 박수 장면에 나도 계속 따라하려고 했다. 좋았다.

그런데 이 다큐 영화를 노무현 반대자들도 볼까? 이 생각에 미치니 갑자기 엉뚱한 상상을 하게 되었다. 일본군 위안부를 인정하지 않는 일본 우익들이 위안부 다큐를 볼까? 하는. 인간 노무현의 속살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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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7-06-10 01: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지지율 2%의 꼴찌 후보 노무현이 우리에게 대통령으로 올 수 있었던 것이 기적이고 축복이였다고 생각했습니다

knulp 2017-06-10 01:57   좋아요 3 | URL
저도 같은 마음으로 영화를 봤습니다.

징가 2017-06-10 07: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대를 앞서간 노무현 대통령이 그립습니다.

knulp 2017-06-10 08:45   좋아요 1 | URL
늘 그립죠. 역사에서 재평가 될 날을 기다립니다.

dys1211 2017-06-10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은 그 분 생각에 즐거웠다 슬펐다 합니다.

knulp 2017-06-10 17:29   좋아요 1 | URL
동감입니다. 그분의 삶이 우릴 웃겼다 울렸다 하죠.^^
 
책과 세계 살림지식총서 85
강유원 지음 / 살림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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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고본에 처음으로 부여하는 별 다섯개인 듯하다. 그만큼 내용이 알차고 좋은 정보가 있다. 독자에게 책을 읽는 방법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읽으면 좋을지 자신만의 방법을 통해 그 길을 안내해준다. 그런데 아쉽게 그 수준이 높고 흉내내기 만만치 않다.

이 책은 서양 고전에 대한 서평집이다. 보통 접하게 되는 서평들은 책 내용을 요약하고 서평자 나름의 평을 덕붙이는 게 일반적이라면 저자 강유원은 궤가 다르다. 즉 텍스트 자체에 머무르지 않고 그러한 텍스트가 나오게 된 맥락, 즉 컨텍스트에 주목하여 해당 고전이 출간된 배경과 당시의 의미 그리고 그것이 후대에 미친 영향까지 절적히 설명해준다. 얇은 문고본이어서 상세한 설명이 소략한 흠이 있지만 설명의 수준에 대체로 만족한다.

그래서일까? 이 책을 읽으면 나는 왜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나 반성하게 된다. 단순히 텍스트에만 몰입해 그 책이 가지는 역사적, 문화적, 사회적 의미를 간과해버린 것이다. 이런 의미를 깨닫게 된다면 이 고전들이 분절적 의미를 지니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영향아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 준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결국 고전이 당시 사회에 대한 치열한 분석임을 넘어 새로운 사회의 발전 방향까지 일러주는 역할을 수행함을 일러준다. 그래서 고전, 고전하는 것이다.

그런데 고전을 읽으면 고전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위에서 말했다시피 당시 사회에 대한 역사적 배경 없이 그 고전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독서도 힘든데 역사 공부까지 하라고? ㅎㅎ 고전은 피곤하다.

좋은 문고본을 읽었다. 그래고 고전에 대한 도전 의지를 다시금 불태우게 되었다. 이 책은 이것만으로도 자신의 소임을 다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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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10 09: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knulp 2017-06-10 10:13   좋아요 1 | URL
제가 더 감사하네요. 즐거이 읽으시길 빕니다.
 
심연 : 나를 깨우는 짧고 깊은 생각
배철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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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0대에겐 추천하지 않는 책이다. 이해가 쉽지 않을 테니. 30대에게는 자유로운 선택권을 주고 싶다. 다만 40대 이상에게는 강추한다. 열정이 조금씩 사그러지는 이들에게 이 책은 좋은 길잡이가 될만하다.

대학 종교학과 저자인 그답게 다양한 종교의 경전들이 이 책에 소개된다. 경전 속 인간의 구체적 삶들이 현재를 갈아가는 우리들에게 제시되는 것이다. 내가 믿는 종교는 당연하지만 타종교 역시 큰 거부감 없이 이해될만하다. 저자의 필력을 넘어 그가 종교학자로서 여러 종교들을 잘 융화하여 어우러지게 다듬은 듯하다. 그래서 글이 잘 읽힌다.

저자는 고독, 관조, 자각, 용기라는 큰 주제를 중심으로 글을 쓴다. 이 주제들의 주체는 개인이다. 관성적이고 타성에 젖은 그저그런 일상을 극복하고 인생의 주체로서 어떻게 살면 좋을지 강하지 않고 부드럽게 이야기해 준다. 그래서 먼저 개인은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고독). 인내와 침묵을 바탕으로 동굴을 벗어나려고 도전해야 한다. 둘째 그 고독 가운데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발견할 필요가 있다(관조). 불완전하고 오만한 자신과 단절하고 내면의 소리를 찾아 묵상하고 관찰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셋째, 이때 비로서 찾아오는 깨달음의 순간이 있다(자각). 가면을 벗고 진부한 나를 극복하여 자립하는 삶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다운 삶을 향한 힘찬 걸음을 해야 한다(용기). 우리에게 주어진 몫을 향해 열정과 믿음을 가지고 나가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공감을 갖고 책을 대하니 술술 읽히고 가슴에 와닿는다. 그러자니 자연 현재의 나를 되돌아보고 지금 무언가 결단을 내려야 할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지금의 나는 지나치게 현실에 안주하고 있지는 않은지? 앞으로 한참이 남은 나의 미래를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생각치 않을 수 없다. 즉 이 책은 해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나를 결심케 하고 무언가 하도록 추동케 한다. 저자는 사회가 바라는 나, 부모가 바라는 나가 아니라 자신을 관찰하고 내면의 소리에 귀기울인 결과로써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주체가 된 개인의 삶이 완성적 삶 아닐까?

내면의 소리는 종교적으로 말하면 신의 속삭임일 수도 있고 개인이 자신을 오랜 시간 되돌아본 결과일 수도 있다. 그저 노력만 열심히 하는 피동적인 삶이 아니다. 이 책은 그런 깨달음을 준다. 그래서인지 청년들보다 중년들에게 어울리는 책일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시든 불을 살려내라고 저자가 소리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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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nsun09 2017-06-01 22: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지금까지 주체적인 삶을 살아오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요즘 그게 아닌 주어진 제 앞의 시간들에 그저 맞추고 있다는 생각을 강하게 합니다. 님 글을 읽으니 내면의 목소리에 제대로 귀기울이지 않았다는 자각을 해봅니다.
나이듦이 주는 안정이 아닌 또다른 불안이 중년에 있다니 참^^난감해지네요.
덕분에 다시금 나를 되돌아 보게 됩니다.
잘 읽었습니다

knulp 2017-06-01 23:43   좋아요 1 | URL
부족한 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 역시 현재의 상황에 안주하는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어찌 보연 너무 빨리 인생의 닻을 내려버린 것은 아닌지 반성이 되었습니다. 책을 읽으며 무언가 새로운 준비를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답니다.ㅎㅎ

나와같다면 2017-06-01 22: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세상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
이 세상의 냄새가
들어오지 않는
은밀한 골방을
그대는 가졌는가?

- 함석현 <그대는 골방을 가졌는가> 중에서

knulp 2017-06-01 23:44   좋아요 1 | URL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네요.

cyrus 2017-06-02 0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30대인데, 고독을 지향하기로 선택했습니다. ^^

knulp 2017-06-02 09:15   좋아요 0 | URL
저는 40대인지라 용기를 내기로 했습니다. 현실에 넘 안주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