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의 도시
폴 오스터 지음, 윤희기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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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상 새로운 책을 보면 유혹을 떨치기가 꽤 힘든 법이다. 특히 양장본으로 깜찍하게 포장된 책을 볼때면. 보기 좋은 떡이 맛있다고, 역시 눈으로 보여지는 것은 어찌할 수 없을만큼 때로 강렬히 다가온다. 기왕 폴 오스터의 소설을 보아온 터라 초기작이지만 읽기로 했다. 그리고 음, 이왕의 것보다 특히 빼어나다거나 너무 못하다거나하는 소감이 아니어서 당한한 일인지도 모를 일.

물론 꼭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작가의 초기작들을 보면 비관적인 경우가 많았던듯하다. 글쓰기의 시작은 아마는 고통의 극복, 슬픔의 자위등이 흔한 동기가 되지 않을까. 폴 오스터의 경우가 크게 다르지 않은데, 뉴욕삼부작, 이나 스퀴즈플레이 같은 소설을 보면 암울한 분위기의 자리가 넓고, 동행과 같은 비교적 근작은 화해의 기미가 농후하다. 이것은 여러가지로 설명될 수 있을것이다. 다른 소설보다 집중하게하는 무엇은 조금 떨어져보이고, 타작들만큼의 많은 메타포, 그러나 다소 산만하지 않았던가 싶다. 그리고 열린책들, 의 상술도 살짝 엿보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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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 시그마 북스 023 시그마 북스 23
제임스 M. 케인 지음 / 시공사 / 199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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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에 흥미가 있다. 코난 도일은 물론 크리스티와 엘러리 퀸으로 대표되는 본격물, 그러나 하드보일드에 더욱 높은 점수를 주는 쪽이다. 추리소설을 굳이 장르로 나누는데 혹자는 펄프, 라고 말한적이 있다. 이것은 어쨌거나 순문학의 테두리밖의 존재라는 말일테다. 개인적으로 하드보일드만큼은 단호히 펄프에 머무른다고 말할수 없다는 생각.

정착하지 못하는 남자. 집시의 피가 흐르는. 불륜의 대상인 그녀는 라틴계의 피가 흐르고 있다. 둘의 사랑이란 정열적이고, 수반되어 지는것은 광기의 결과. 이 어처구니없는 연인들은 달콤한 사랑속에서 지옥을 보고말았다. 지옥을 경험한 자가 감히 천국으로 회귀하려드는것은 일종의 금지된 일. 마음의 지옥. 그리고 남겨진 남자의 독백. 나의 마음속에 역시 두 가지 판이한 생각이 자리하고 있다는. 옆 방의 죄인처럼 나역시 스스로 그녀를 죽였을지 모른다는 결말. 기여 포스트맨은 두 번 벨을 울린다. 이유없는 요행이란 있을수 없는 우리네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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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바이, 미스터 칩스 영한대역문고 8
제임스 힐튼 지음, 시사영어사 편집부 엮음 / 와이비엠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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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서 이 책을 선물비슷하게 받게 되었을 때, 어이가 없는 심경이었다. 영어공부를 하라고. 석연찮은 마음에 책장 빈공간에 처박아 두었는데, 우연하게 페이지를 넘기다 다 읽어버리고 말았다. 분량이 적기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이렇게 아무런 기대감없이 잔잔한 소설을 보는 것은 행운이랄수 있을테다. 개인적으로 소설을 대할때면, 어쩔수 없이 생겨가는 기대감에 나 자신 가슴마저 설레이게 되는데, 그럴때면 의례히 기대치만큼 감동을 주는 것은 드물었다.

한 사람이 태어나서 하나의 직업을 평생토록 만족하고 그것에 소위 넋을 들이려는것은 쉽잖은 일일것이다. 여기 주인공 칩스는 소중한 것을 아는 사람이고, 소중한 것이란 크지 않는 무엇임을 알고 있는 인물이다. 어렵지 않는 이것이 우리에겐 큰 난제로 와 있는, 이 시대. 괴괴한 욕망앞에서 잔잔한 소곡이 우뢰와 같은 힘을 발휘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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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하는 요리사
뤽 랑 지음, 용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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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말의 현상이랄까, 황당한 사건으로 시작되는 소설이 결말에 반전을 더하여 무엇인가를 생각케하는. 이런 소설들이 인기라면 인기다. 여기에서도 그런 황당스러운 사건에 걸맞는 괴짜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는 요리사. 신과 가장 닮은 직업이란 소설가라고 누군가 얘기했던가. 그러나 요리사도 빠지지 않는다. 자신이 만드는 작품, 그것은 그에게 있어 신성한 것이다.

셰익스피어를 즐겨 읽으면서, 정원을 가꾸는것이 취미인 이 사람은 전형적인 영국인처럼 보인다. 겉으로 보아서 그가 살인을 할만한 인물인가, 하는 의문까지 제가케 만드는 이 사람의 능수능란할만큼의 뻔뻔스러움에 소설보기가 재미있게 느껴졌다. 그러나 무엇보다 재미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 그것이 바로 우리가 원하는 소설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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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미친 짓이다 - 2000 제24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이만교 지음 / 민음사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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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지극한 어른이 말하는, 세상 참, 많이 변했구나. 아니면, 세상 참 무섭게 변하는구나, 라는 말은 퍽 어울리는 구석이 있다. 때로 젊은이 스스로도 세계의 변화가 하도 빨라서 몸서리 칠 정도일 때가 있으니까. 급변하는 세계, 이제 결혼이란 미친짓이 되어버린 세계, 그곳에 내가 살고 있는 현실을 찾아서.

작가도 말했듯이 문학의 무거움과 고리타분함이 문학을 망치고 있다, 라는 메세지를 '나'의 시니컬함으로 주장하고 있는듯한, 그러나 시종 주인공의 냉소는 독자에게마저 전염되어 독자와 주인공사이의 이상한 괴리를 낳아버렸다. 소설이 독자와 친해지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재미있는 문체인가. 적시적재의 분위기일까. 인물이 살아나야하지 않을까. 그리고 살아난 인물이 매력을 풍겨내야하지 않을까한다. 그 매력이란 독자가 느끼기에 공감을 줄수 있는 무엇이어도 괜찮을테고, 개성으로 통칭되는 성격으로 나타날수 있으리라. 옆길로 세어버렸는데, 책을 읽고 복잡하게 되어버린 심경이다. 불가함으로서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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