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와 원숭이
페터 회 지음 / 까치 / 1999년 1월
평점 :
절판


어떤 때는 소설을 쓰는 사람들의 혼란스러움이 얼마나 무거운 짐이 될까 생각하기도하고, 어떤 때는 그들은 그렇게라도 속내를 들어내고 위안을 받으니 복된 직업을 가졌구나, 생각하기도한다. 읽고난 뒤의 마음에 따라 달리 방향이 정해지는 잡념이지만 글로서 뭔가를 이루려는 진부함이 안스러운 요즘인것은 독자인 나마저도 초라함을 느끼게한다.

여담에 지나지 않지만, 톨스토이의 <안나 까레니나>를 책으로 봤을 때 감흥은 별스럽지는 않았다. 불후의 작품으로 당시의 획기적으로 충격을 주었다고, 전해져 내려오면서 더욱 공고해진 그 작품이 소피마르소가 투입돼 다시 영화화한다는 멋진 포스터를 보았을 때, 10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인 책보다 그 한장의 포스타가 마음을 다시 사로잡았다. 뒤로는 기차가 길게 서 있고, 소피의 아름다운 모습이 클로즈 업되었으며 브론스키역의 배우가 뒷 모습을 한, 안개 낀 정경이었는데, 영상의 힘이란 가공할만한 것임에 틀림없을것이다.

<여자와 원숭이>라는 단순한 제목의 이 소설은 제목만큼 단순치 못하다. 게다가 보통의 원숭이가 아닌 인간보다 더욱 명석한 두뇌를 가진 150킬로의 거대한 원숭이이다. 여주인공과 이 원숭이의 섹스는 역겹지 않아서 좋았다. 짐작하리만큼 인간은 동물보다 낫다고 단언할수 없는 메시지인것이다. 또한 인간이란 편협한 정의-과연 사람의 탈만 썼다고 인간에 포함시킬수 있을것인가-에 대해 숙고할 기회를 새삼가져서 만족스러웠다.

바쁜 도시인들, 그들은 자신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일이 아니면 눈앞에 원숭이가 날아가더라도 무관심하다. 날로 기계가 만물을 지배할것이며 더욱 더 세계는 메말라갈 것이다. 익숙하지만 익숙치 않게 보이려는 작가의 배려 혹은 각도를 달리해서 써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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