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키메라의 땅 1~2 세트 - 전2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김희진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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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사피엔스들에게 하나의 큰 거울을 들이대는, 하나의 거대한 베르나르 표 풍자극이자 긴-동물농장.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정말 이야기꾼이다. 이게 좋은 의미와 나쁜 의미 둘 다 가지고 있다는 말이 논란이 되겠지만 말이다. 9장의 급발진은 인터스텔라의 딸과의 헤어짐 & 로켓 장면의 점프 컷이 연상된다. 그런데 이건 그저 시작이었고, 웬걸 점프 컷이 점점 강해진다.

이분 소설은 변한 게 하나도 없다.(이것도 둘 다) 5명 중에 4명은 생물학자인데, 나머지 사람들에게 화합물 G T A C는 왜 설명하는 것이며, 친한 친구가 후원자이자 장관이고, 윤리적 배경은 하나도 없고, 전개를 위한 현실 감각 제로에 언밸런스 사건들의 연속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르나르의 글은 다음 장이 궁금해서 조금 더 읽어볼까 하는 마력도 있다. 심심해질 때가 되면 백과사전으로 쉬어가는 페이지도 덤으로 준다. (어렸을 땐, 베르나르의 백과사전이 참 신기했는데 이번엔 아는 이야기들이 꽤 된다. 나이를 먹었단 소리다.) 문학 작품이라 보단, 마지막에 중대한 비밀이 숨겨져있는 잘게 쪼갠 티비 시리즈와 같은 것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초기 명작, 개미 & 타나토노트 이후의 작품들은 그냥 고만고만한 넷플릭스 일회용 영화 같은 느낌이 강하다. 책 소개를 할 때 웬만하면 이제는 좋은 소리만 하고 싶은데, 한마디는 해야겠다. 위대한 첫 소설 개미는 수많은 수정을 거쳐 탄생한 작품으로 알고 있다. 그게 참 아쉽다. 이 소설은 설정 위에 스토리가 덮여있는 게 아니라, 설정이 스토리를 찢어버리고 튀어나온다. 그래도 현실을 투영하는 주제의식은 참 예리하게 잘 다룬다. 인류의 역사를 그려내는 솜씨도 참 탁월하다는 생각이 든다.

타나토노트까지는 정말 좋아했었는데, 아버지들의 아버지였나. 그다음부턴 기억도 나질 않는다. 천사들의.. 그때부터 그만두었는데, 내가 왜 이 책을 읽고 있지? 이 캐릭터들이 ‘그냥’ 하는 행위들의 묘사를 내가 왜 읽고 있는 거지 하는 그 마음, 여전하다. 열린책은 빨리 타나토노트 리커버나 소장판부터 내놓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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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에게 운명과 자유 의지는 공존해. -409p 가제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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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프롬 어스 각본집
서민아 역자, 제롬 빅스비 원작, 리처드 솅크먼 각색 / 필로소픽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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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청각을 배제하고 글을 읽을 때는 스토리가 가지고 있는 무게가 더욱 깊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이미지가 가진 미적 감각은 논외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단어 문장 하나하나가 가진 힘이 더욱더 크게 다가온다.

오래 살았다고 천재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 아무리 많은 지식을 가지고도 현재를 뛰어넘을 순 없다는 것. 옛날 지식은 그 시대에 머문다는 것. 대중은 원하는 것은 알아서 만들고 숭배하는 것.

내가 누군가인 건, 타인 즉 집단 지성에 의해 구분된다. 단 한마디도 어긋나지 않고 논리적인 견해를 견지하는 법칙은 그 시대에선 항상 견고하고, 앞으로도 깨질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얼른 원작을 읽어보고 싶다. 휠씬 더 멋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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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패배자 - 한 권으로 읽는 인간 패배의 역사, 20주년 기념 개정판
볼프 슈나이더 지음, 박종대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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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이 계속 생각났다. 공식적으로 평등한 세상에선 신분의 자유는 무한에 가깝지만, 비공식적으론 평등해 보이는 세상이다.

승리자란 무엇이고 패배자란 무엇인가. 점점 형이상학에 관심이 많아진다. 이젠 어떤 형상을 정의하는 게 인생의 의무처럼 느껴진다. 어떤 물음은 또다시 질문을 남긴다. 질문은 계속되면 그 마지막 질문은 무엇일까.

구분한다는 것은 타인의 시선에 비추어 객관적으로 명한다는 것일까? 객관적 의견이란 게 존재하길 하는 걸까? 승리 패배 이 단어를 언제 사용해야 되는 것인가? 승리한 직후? 아니면 두 번 승리한 후에? 10년 뒤에? 아님 눈을 감기 전에?

왜 이 책을 이제 보았지라는 이 신선한 충격은 참 오래간만의 동질감이다. 아무도 인정해 주지 못한 지나간 모든 것들에게 전하고 싶은 패배담이다. 위대한 패배자 말고 아무도 모르는 패배자도 좀 넣어주지 너무한다.

——
오늘날에는 대개 한 사람의 승리자만 있고 나머지는 대부분 패배자다. -18p

그러나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은 어쩌면 다른 패배자들에 비해서는 훨씬 나은 운명일지 모른다. 어쨌든 그들의 이름만큼은 기억되고 있으니까. -36p

사실 큰소리치거나 거들먹거리지 않으면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하지만 거들먹거리지 않으면 패하더라도 웃음거리가 되지는 않는다. -44p

승리자들에게는 박수갈채를 보낼 필요가 없다. 그들은 상으로 충분한 보상을 받은 사람들이니까. -36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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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디지털 학교생활 - 현직 교사가 알려주는 진짜 디지털 교육 이야기
이민정 외 지음 / 문학세계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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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구성이 알차다. 현장의 언어로 쓰인 목소리는 책에 온전히 몰입하게 도와준다. 그 뒤에 따라오는 현황 및 실무자의 의견은 현장에서 얻은 고민들을 녹여낸 노하우로 좋은 질문으로 이어진다. 특히 10장 태블릿과 절친의 내용이 흥미롭다. 어디까지 스마트 기기를 허용해야 될지, 어떻게 문제 접근을 해야 될지 고민하는 부분이 크게 와닿는다. 유해한 게임과 영상들을 어떻게 긍정적인 관심으로 흘러가게 해줄 수 있을까?

먼저 성인들의 모습을 보자. 휴대폰을 놓고 살 수가 없다. 이런 모습에서 아이들에게 큰 소리를 칠 수가 있는가. 나도 반성하게 된다. 게임과 모니터에만 의존하던 시간이 이제는 숏폼과 sns로 옮겨졌는데, 인내심이 부족한 아이들에겐 얼마나 위험한 중독성을 보이겠는가. 그런 아이들을 보고 당당하게 훈육할 수 있을까? 아이들은 죄가 없다. 어른들이 감당하고 반성하고 책임져야 될 일이다. 맞다. 좋은 질문을 할 줄 알아야 좋은 해답을 얻을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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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 마음이음 클래식 1
파울라 로페스 오르타스 지음, 호세 루이스 사소 그림, 김정하 옮김 / 마음이음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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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를 완독한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진정한 벽돌책이라 서가에 데코로 사용되고 있다. 청소년들을 위한 책이라고 하지만, 저놈의 벽돌을 테코로만 사용할 순 없으니 이렇게 축약본을 읽고 도전해 봐도 좋지 않을까? 맛보기로 음미하고 본게임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읽으면서 아 이건 이랬지 원작은 이렇게 표현되어 있네 이렇게 요약했네라고 오래간만에 반가운 친구를 만나는 것처럼 버텨가며 완독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좋아하는 영화의 원작 소설을 읽는 재미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겠다. 아이들에겐 재미있는 돈키호테 읽어봤다고 자랑거리를 성인들에겐 거대한 벽돌을 정복할 기회를 준다.

풍자극으로 다들 알고 있겠지만, 이 웃기면서 동시에 슬픈 이야기는 그 당시에도 사람들은 현실도피 대리만족을 몸소 실천했었다는 사실을 되새김하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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