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은 어디까지 설명할 수 있는가 - 현대 물리학의 존재론적 질문들에 대한 도발적인 답변
자비네 호젠펠더 지음, 배지은 옮김 / 해나무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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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른다
모른다
모른다고!
신화를 숭배하는 한심한 인간들과
합법적인 사기꾼들의 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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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상대성이론에 대해 확실하게 인지했었던 사건이 있다. 대학 시절 담당 교수님과 함께 나 포함 이삼십 명의 학생들이 도쿄 디자이너스 위크 전시회에 참가했었던 적이 있었는데, 나리타행 비행기 창가 쪽 두 자리. 내 옆자리에 교수님과 합석을 하게 되었을 때다.

같은 김 씨라서 그런가 왜 하필 교수님과 같이 앉게 되었는지, 동기들과 후배들은 더 멀리 가고 싶다고 들뜬 마음들이었지만 나에겐 두 번 경유해서 가는 미국행 출장보다 휠씬 더 긴 시간을 아찔하게 느꼈었다. 이게 바로 안티 로또구나. 이게 바로 상대성이론이구나 하고 아주 강렬한 기억이 내 머릿속에 아직도 생생하게 각인되어 있다.

맞다 시간은 서로 다르게 흐른다. 나의 추억이 상대성이론을 과학적으로 증명해 주는 예시는 절대 아니겠지만, 최소한 나에겐 완벽한 설명으로 이해되고 남아있다.

우주는 지금도 팽창하고 있다. 빛보다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기 때문에(맞나?) 우주의 끝을 우린 볼 수가 없다. 양자역학도 그렇다. 정지된 이미지를 ‘본’다면 그건 과거의 일이고, 지금 ‘현재’ 위치를 알 수가 없다. 언제나 우린 과거만 바라보는 것이다.

과학과 종교는 그 뿌리가 같다는 저자 말대로 인류는 무지함에 불안하고 의지할 곳이 필요하다. 이십일 세기는 과학이 종교의 자리를 확실히 대체했다고 생각한다. 인류가 지나온 길을 보면 전율이 흐른다. 그러나 영겁의 시간을 따진다면 이 정도는 필연이라고 생각되는데, 나만 그런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어느 책 저자가 말한 대로,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아는 것도(말이 이상하다) 정말 대단한 거라는 이야기처럼, 앞으로 모르는 것들을 하나씩 알게 되겠지만 모든 것을 아는 날이 진정 올까? 말에 어폐가 있다. 모든 것이 무엇인가? 지식의 끝이란 게 애당초 존재하기는 한 것일까. 나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래서 불가지론자가 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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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즈, 세상은 크기로 만들어졌다 - 세상 모든 것의 성장과 한계, 변화에 대한 새로운 통찰
바츨라프 스밀 지음, 이한음 옮김 / 김영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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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정량화 표준화 가치 대비 등등 구분하고 나누고 크기에 집착하는 것은 필연적인 것 같다. 키 크면 좋고 재산도 많으면 좋고 집도 크면 좋고 명예도 많으면 좋고 차도 가방 비싸면 더 좋다.

내가 접할 수 있는 사이즈에 관련된 모든 자료들을 압축해놓은 것 같은 이 어마어마한 자료들을 보고 있노라면, 대학 논문집을 보고 있는 듯한 기시감이 느껴지고, 공부 정말 많이 하셨구나라고 부럽기도 하다. 얼마나 공부를 했으면 이렇게 술술 연구한 것을 이렇게 건조하게 풀어낼까.

사이즈로 세상을 들여다보는 이 자료집은 그 거대한 만큼이나 책 읽는 재미는 없다. 스케일, 세상의 법칙 같은 류를 사랑한다면 무조건 읽기를 권한다. 정보 전달용으론 최고다. 하지만 좋은 내용과 좋은 책이란 건 전혀 다른 별개의 문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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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추천 도서
마크 뷰캐넌의 ‘우발과 패턴’
더글러스 엠린의 ‘동물의 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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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 잘 쓰는 디자이너 - 디자이너에게 영감을 주는 배색·디자인 아이디어 800가지
고바야시 레나 지음, 강아윤 감수 / 이지스퍼블리싱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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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시작하는 디자이너들에게 쉽지만 긴가민가한 전문용어들을 알려주어서 좋고, 코드까지 친절하게 표시해 바로 작업에 적용시킬 수 있게 배려한 좋은 자료집.

널린 게 자료들이라고 하지만, 직접 검색해서 적용하고 간격 레이아웃 자간 컬러 배치 등등 시안이 반이라면 나머지 미세한 수정에 걸리는 시간이 전부다. 제안은 여기저기 많지만 직접 시안에 적용한 프리뷰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자료들은 분명 작업시간을 줄여주는 고마운 노하우이자 소스이다.

모니터 화면과 실제 인쇄물과의 괴리감이 정말 심한데, 그런 노하우도 알려주었으면 더욱 좋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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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의 과학 - 세상을 움직이는 인간 행동의 법칙
피터 H. 킴 지음, 강유리 옮김 / 심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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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람을 사귀는 일에 영 꽝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상처받지 않으려는 생각에 좀 더 깊은 관계는 부담스럽고 타인의 요청은 안 주고 안 받기를 몸소 실천하며 살았다.

그러다 인맥관리라는 것에(혐오하는 단어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필요함을 느끼고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일도 여러 번 한 것 같다. 그러나 길게 이어지지 못한 건, 나의 이기심이 주된 이유이겠지만 혼자 있는 게 너무 편하다는 것이고 혼자 있으면 외롭다는 것이다. 하지만 외로운 것보다 혼자 있는 것이 더 좋기에 이렇게 살고 있다. 새로운 사람을 사귀기 어려운 것은 대인관계 불안이 기본으로 깔려있고.. 사실 나는 사람을 잘 싫어한다. 좋은 관계가 이어진다면 그 사람의 싫은 점을 보고 그냥 그 인간이 싫어져 버리는 것이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모르겠다. 방어기제가 발동해 관계 파탄이 두려워, 나의 머리가 선제적으로 그 사람을 혐오하게 만드는 것인지도.

신뢰의 쌓는 일은 너무 힘들고 고통스럽다. 맞다. 도피하는 것이다. 이렇게 또 독서를 핑계로 내 이야기만 하고 있다.

책 이야기를 하자면, 흥미로운 사례들로 신뢰에 해석하지만 ‘유명인’들에게 일어난 대중의 시선을 풀이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기꾼들이 가장 좋아하는 먹이들은 추종자들. 가볍게 읽기에는 조금 늘어지고, 깊게 읽기에는 너무 당연한 소리만 하는 것 같다. 신뢰의 과학이 ‘사기꾼을 파악하기’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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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는 어떻게 인생의 답을 찾는가 - 인생이라는 게임에서 원하는 것을 얻는 삶의 기술
카우식 바수 지음, 최은아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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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는 어떻게 인생의 답을 찾는가_Reason to be Happy (카우식 바수, 2024)

경제학자가 갑자기 무슨 철학을 이야기하는지라고 의문이 들 수 있겠지만, 저자는 철학은 삶의 방식이라고 단언한다. 삶의 방식이라. 정말 멋진 말 같다. 철학은 어렵다고 이야기하는데, 인생이 어떻게 쉽겠는가. 한 가지 흠이라면 제목이다. 경제학자란 단어가 이 책을 집기 어렵게 만든다. 그런 의미에서 부제목이 휠씬 마음에 든다. 내용은 보다 휠씬 포괄적이고 심층적이며, 친근하다. 6장부터의 갸우뚱한 내용과 마지막 장에서의 급한 마무리가 아쉽지만, 자기계발서에도 등급이 심하게 존재한다.

개똥철학이라는 말이 있다. 진지한 척 혼자 똥폼 잡고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지껄인다는 웃긴 단어다. 이 단어를 써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나는 어릴 적 대학교에 철학과가 있다는 사실에 놀랐던 적이 있다. 철학을 공부한다고? 어디에 써먹는 거지? 사실 지금도 잘 모르겠지만 철학이 정말 중요하다는 사실이 이제야 조금 내 마음에 와닿는 것 같다.

사람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그런데 잘못된 앎으로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지도 알겠다. 잘못 아는 만큼 잘못 본다. 유연하고 끊임없이 물음을 구하는 사고방식은 우리를 이 고통스러운 세상에서 구원해 줄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 책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생각하고 추론할 것인지, 추론이 어떤 것인지 정직한 삶에 도움을 주는 훌륭한 ‘삶‘ 서적이다. 마무리가 좀 뜬금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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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리 인간이라는 존재는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문제로 불안해하며 고민하는 데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쓴다. -37p

논리를 감정적인 문제에 적용할 때 추론 능력은 흔들린다. -54p

피타고라스의 정리에 대해 들은 후 그 이론이 옳은지 확인하겠다고 피타고라스가 어느 정당 소속인지 알고 싶어 하는 사회는 불행한 운명을 맞을 수 밖에 없다. -59p

열등감은 어떤 한 가지 재능이 특별하거나 필수적이라고 생각하는 함정에 빠질 때 생긴다. -127p

하지만 내가 틀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항상 열어둔다. 이런 태도가 바로 회의론의 핵심이다. -137p

지지 자체가 창조된 목표, 최종 목적이 되고, 지지를 촉구하는 당의 성명서나 이념은 잊고 만다. •••불운한 사람들이 그렇게 새롭게 창조된 목표를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최종 승자는 정치인이다. -166p

이웃집보다 더 잘사는 것, 오늘날 같은 인터넷 시대에는 SNS 친구보다 잘사는 게 중요해진다. -26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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