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의 사랑법
박상영 지음 / 창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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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혐오를 해 본 사람이라면 그리고 노오력으로 그 혐오에서 벗어나 조그마한 행복의 실마리라도 찾은 경험이 있는 사람은 깊이 공감할 것이다. 타인에게 나의 달의 뒷면 같은 어두운 부분을 보여줌으로써 간신히 그러쥔 행복을 놓칠까 두려움에 가장 깊숙한 곳에 혐오의 언어를 숨겨두고 절대 꺼내지 않으리라 다짐한 적이 있지 않은가.

그러나 박상영 작가는 감정의 가장 추악하고 혐오스러운 부분을 가시화한다. 그의 글을 읽으면 최은영 작가의 정확하지만 따뜻한 시선에 받는 위로와는 결이 조금 다른 위로랄까, 그 누구에게도 드러내지 못할 내 추악하고 찌질한 내면의 괴물을 알아주는 느낌. 그의 글을 읽을 때마다 나는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그는 끝없는 자기 혐오의 언어를 가감없이 솔직하게, 젊은 우리의 언어로 풀어낸다. 내가 차마 할 수 없는 이야기들 혹은 목구멍 속에 끈덕진 가래처럼 달라붙어 있었던 하고 싶은 줄도 몰랐던 이야기들을 대신 내뱉는다. 두 번째 소설집 <대도시의 사랑법>에서 그가 또 어떤 내가 기대하지 않았던 무언가를 알려줄지, 내 내밀한 속내를 드러내게 만들지 기대된다.


- 지은이 가라사대 그 남자는 생식기가 크다 뿐이지 인생에 도움 될 게 하나 없어 보이는 관상이므로 얼른 정리하는 게 신상에 이로울 것이다, 하니 재희는 앞으로 어떤 남자를 만나든 나에게 일단 검사부터 받겠다며, 광신도 같은 표정으로 내 손을 잡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불쌍한 재희의 영혼을 끌어안았다. 불행히도 내 영적 재능은 틀리는 법이 없었다.(p.25)
- 그 시절 우리는 서로를 통해 삶의 여러 이면들을 배웠다. 이를테면 재희는 나를 통해서 게이로 사는 건 때론 참으로 좆같다는 것을 배웠고, 나는 재희를 통해 여자로 사는 것도 만만찮게 거지 같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p.43)
- 모든 아름다움이라고 명명되는 시절이 찰나에 불과하다는 것을 가르쳐준 재희는, 이제 이곳에 없다.(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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