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탁이 있습니다."호곤은 얼빠진 눈으로 윤천회를 바라보다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부탁을……?""구덩이를 하나 파 주십시오."윤천회는 복면인들과 괴물들을 슬쩍 돌아본 뒤 덧붙였다."많은 자들이 묻힐 겁니다."
"힘을 내시오, 힘을!"그자의 고통을 지켜보며 윤천회가 해줄 수 있는 것은 그저 이 말뿐이었다.
"그가 왜?"호곤의 비명 같은 물음은 ‘그가 왜 이런 짓을 했을까?’라는 뜻이 아니었다. ‘그라면 절대로 이런 짓은 하지 않는다!’라는 뜻이었다."절대로 그일 리는 없지요!"
‘우연일까? 그럴 리 없지.’
"그래! 이렇게 죽을 놈이 아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