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유탄지가 소봉에게 암수를 썼음에도 소봉이 죽이지 않는 것을 보고 기분이 좋지 않아 말을 타고 돌아가는 도중 일부러 뒤로 멀찌감치 떨어져 시종에게 유탄지를 잡아오되 소 대왕에게는 절대 알리지 말라고 분부했다.
그 책은 바닥에 떨어져 펼쳐진 그대로 있었고 그는 참을 수 없는 가려움에 바닥을 떼굴떼굴 구르며 마구 비비고 부딪쳐댔다. 잠시 후 바닥에 엎드린 채 숨을 헐떡거리며 눈물과 콧물, 침 할 것 없이 물이란 물이 철가면의 입 구멍 틈 사이로 마구 흘러나와 바닥에 떨어져 있던 경서를 적셨다. 혼미한 정신 속에서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책장 위는 이미 침과 눈물, 콧물로 범벅이 돼버렸다. 무의식중에 힐끗 쳐다보니 책장 위의 구불구불한 문자 사이에 뜻밖에도 한 줄의 한자漢字가 나타났다.
서북쪽에서 풍악 소리가 은은하게 울리며 사람들 한 무리가 걸어오는데 풍악 소리 속에는 종소리와 북소리가 조화롭게 섞여 매우 듣기가 좋았다. 유탄지가 생각했다. ‘무슨 혼례 행렬인가?’ 풍악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면서 10장 밖에 이르러 멈추자 몇 사람이 동시에 외쳤다. "성수노선께서 중원에 친히 행차하셨으니 개방의 제자들은 속히 무릎을 꿇고 맞이하라!"
이것이 바로 그가 수십 년 동안 명성을 떨치게 한 화공대법이었다. 이 일장에 제대로 맞은 사람은 극독이 묻거나 아니면 경맥에 손상을 입어 내력을 펼칠 수 없게 되고 마치 내력을 모두 뺏긴 것처럼 지배되고 만다.
"소스님께서는 걸음걸이가 매우 씩씩하고 힘찬 것을 보니 무공을 할 줄 아는 것 같구려. 스님에 대한 호칭을 어찌해야 하며 어느 보찰寶刹에 출가하셨는지 가르침을 내려주시오." 승려는 물 사발을 항아리 뚜껑 위에 올려놓고 살짝 몸을 굽히며 답했다. "소승은 허죽虛竹이라고 하며 소림사에 출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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