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이 높다고 상대를 두려워해서도 안 되지만 명성이 낮다고 상대를 경시해서는 더 더욱 안 된다. 진정한 무도자(武道者)라면 명성의 높고 낮음에 관계없이 상대의 기세와 눈빛을 읽고 상대를 판단해야 한다.
그러니 우리는 앞으로 떨어지지 말고 함께 다닙시다."정각은 머뭇거리는 표정이었다."하지만…… 그때처럼 궂은 일만 시키려고…….""그 일을 아직까지 마음에 두고 있었소? 정 형이 그렇게 옹졸한 생각만 하니까 남들이 정 형을 무시하는 거요."
"그런데…… 귀하가 펼친 무공은…….""복호장 중의 남산박호요."현일립의 얼굴에 의문의 빛이 가득 떠올랐다."그렇지만…… 남산박호는 세 군데밖에는 공격하지 못하는 초식인데…….""강호에서 열여덟 군데의 방위를 동시에 공격할 수 있는 초식은 흔치 않소. 그래서 나는 남산박호를 여섯 번 연거푸 펼쳐냈소."
"이것으로 하겠소."황금왕후는 그가 무엇을 고를까 하고 눈을 빛내고 바라보다가 그가 집어 든 물건을 보자 고운 아미를 살짝 찌푸렸다.조자건이 집어 든 것은 병기고의 신병이 아니라 병기고를 받치는 여덟 개의 버팀목 중 하나였던 것이다. 조자건은 그중 굵기가 어른의 팔뚝만하고 길이가 석 자쯤 되는 것을 골라 손에 쥐고는 담담한 음성으로 말했다."이놈이 제일 마음에 드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