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탄소 사회의 종말 - 인권의 눈으로 기후위기와 팬데믹을 읽다
조효제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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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기후성추행 연관성

한국에서 기상변화가 강력 5대 범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조사한 연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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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기상변화란 날씨, 기온, 강수량, 풍속, 습도와 같은 요인의 변화를 뜻하고, 강력 5대 범죄는 살인, 강도, 강간, 절도, 폭력을 말한다. 조사 결과, 기온 상승과 습도 증가가 강력범죄와 상관관계를 이루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평균기온이 범죄 발생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으며, 다음으로 불쾌지수, 구름의 양, 습도, 강수량의 차례로 범죄에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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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성범죄에 미치는 영향을 공격성 이론을 중심으로 조사한 사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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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결과에 따르면 강간 사건은 날씨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강제 추행 사건의 경우 최고기온의 상승과 사건 발생이 정비례 관계로 드러났다. 외출 수준을 통제해도 이 점은 변하지 않았다. 이 결과는 기온 상승으로 야외 활동이 늘어나 범행 기회가 많아져 강제 추행이 발생한 것이 아니라, 기온 상승으로 공격성이 높아진 피의자의 ‘선택적 행동’ 때문에 강제 추행 사건이 증가했다고 볼 수 있다.
날씨와 가정폭력 간의 연관성을 밝힌 연구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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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신고 사건과 날씨 요인의 관계를 공격성 이론과 일상활동 이론을 활용하여 분석한 조사였는데, 날씨 요인 중 상대습도가 가정폭력 발생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확인되었다.
기후변화의 장기적 추세와 범죄와의 관계를 조사하려면 적어도 20~30년 이상의 시계열 분석이 필요하다. 장기 데이터에 따른 연구에서도 기후변화가 범죄 증가에 미치는 영향이 확실하다는 보고가 많다. 미국에서 1979~2016년의 범죄 기록을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겨울에 특히 추운 북동부와 중서부 지방에서 이상고온현상이 발생하면 범죄율이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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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범죄: 일상활동 이론

날씨, 기상, 기후가 범죄에 미치는 영향을 범죄학에서는 ‘일상활동 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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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로 설명하곤 한다. 예를 들어 기온이 올라 사람들이 야간에 활동을 많이 하게 되면 범죄율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기후 악화로 작황이 나빠지면 식품비가 앙등하고,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에너지 전환으로 인해 연료비가 상승할 수도 있다. 이런 경제적 곤란으로 저소득층, 서민들의 일상적 어려움이 가중되면 대인관계에서 마찰이 발생할 확률이 올라간다. 가정 내 불화와 폭력이 늘어날 개연성도 커진다.
개인과 집단의 심리에 초점을 맞춘 ‘공격성 이론’도 있다. 날씨와 기후의 변화가 사람들의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주면서 갈등을 증가시킨다는 학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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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특히 기온 상승은 개인의 정신적 평형과 안정을 깨고 폭력성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 덥고 불쾌한 상태에서는 사람의 각성상태에 악영향이 오고, 주의집중도와 자기조절 능력이 떨어지기 쉽다. 부정적이고 적대적 사고가 늘어나며, 인지기능이 저하되고, 비폭력적이고 이성적으로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줄어드는 경향도 나타난다.
또 기온 상승은 집단 간 폭력의 증가로 이어지기도 한다. 기후변화로 개인의 공격성이 늘면 자기 주변의 변화를 위협 요인으로 인식하기 쉽다. 사회 구성원들 사이의 경쟁이 심해지고 사회제도를 신뢰하지 못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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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기후갈등 다르푸르 및 시리아

기후위기가 분쟁과 갈등을 부추긴다는 사실은 이제 상식으로 자리 잡았다. 이때 분쟁은 반드시 전통적인 국가 간 전쟁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국내 갈등이 장기간 지속되어 국제관계에 불안이 조성되기도 하고, 국내 갈등이 국제분쟁으로 비화하거나 양자가 얽혀서 복잡하게 전개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유엔 세계식량계획은 ‘역사상 최초의 기후갈등’이 수단 다르푸르에서 발생했다고 확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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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석에 따르면 다르푸르 사태는 환경 요인과 정치 요인이 결합되어 무장 충돌로 이어진 분쟁이었다.
다르푸르는 북부의 삭막한 사막부터 남부의 아열대 환경이 공존하는 지역이다. 2003년 전쟁이 벌어져 30만 명 이상의 사상자를 내기 오래전부터 이미 수단 북부 사헬 지역에서는 사하라사막이 1년에 1마일씩 남하하고 있었고 연강수량이 15~30퍼센트나 줄어든 상태였다. 2007년 반기문 당시 유엔 사무총장이 다르푸르 사태를 기후변화와 관련하여 설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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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무장 충돌이 일어난 이래 인도적 위기와 대규모 난민이 발생했던 시리아도 유사한 경우다. 이미 몇 해 전부터 기온 상승으로 극심한 가뭄이 들어 농사와 목축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게 되어 150만 명 이상의 농민이 도시로 몰려들었고, 그로 인해 빚어진 사회적 긴장과 갈등으로 내전이 폭발해 수십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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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정의로운 전환 예산 확보

2020년 1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유럽 그린딜 투자계획 및 정의로운 전환 메커니즘」을 발표했다. 녹색 경제로 전환할 때 가장 큰 피해를 볼 사람들, 사업체들, 지역들을 돕기 위해 "연대와 공정함의 약속으로서" 2021~2027년에 적어도 1천억 유로에 달하는 재정 및 기술 지원을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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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정의로운 전환을 이끌어야 할 궁극적 책임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 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지속가능 경제로 전환할 때 일자리 창출, 일자리 대체, 일자리 손실, 그리고 일자리 변형 등 네 가지 형태로 고용변화가 나타난다. 이때 정부는 각종 정책 지렛대를 활용하여 바람직한 고용 형태를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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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투자자들도 투자활동에 사회적 차원을 포함시켜 정의로운 전환에 공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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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소송. 네덜란드

2019년 말 네덜란드에서도 중요한 기후소송 결과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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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은 네덜란드의 환경단체인 위르헨다재단을 비롯한 900명의 원고인단이 네덜란드 국가를 상대로 지구고온화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가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제기한 소송이었다. 이 소송에서 하급심, 상급심, 대법원까지 세 번 모두 정부가 패하는 결과가 나왔다. 대법원은 네덜란드 정부가 국제사회에 약속한 대로 2020년 말까지 1990년 기준에 비교해 온실가스 25퍼센트를 감축하지 않으면 「유럽인권협정ECHR」의 생명권 조항 등을 위배하는 것이고, 정부가 기후변화 적응 정책을 잘 시행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감축 정책을 시행하지 않는 핑계가 되지 못한다고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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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르헨다 소송은 특히 1심 하급법원에서 제시한 판결 기준이 주목을 받았다. 이에 따르면 유럽연합의 온실가스 감축목표, ‘치명적 과실’ 방지 원칙, 「기후변화협약」의 공평-사전예방-지속가능 원칙 등에 비추어 보아도 네덜란드 국가가 환경을 위한 주의의무를 다할 책임이 인정된다고 했다. 기후변화와 관련해 기존 국내법의 의무 사항이 아닌 원칙을 근거로 자국 정부에 온실가스 감축을 명령한 세계 최초의 판례가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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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르헨다 결정이 나온 후 유엔 인권최고대표 미셸 바첼레트Michelle Bachelet는 판결을 환영하면서 기후변화로 침해되는 인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더욱 많은 기후소송이 뒤따르기를 기대한다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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