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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버블 붕괴 - 마침내 거품이 터지고 전대미문의 위기가 시작된다
사와카미 아쓰토.구사카리 다카히로 지음, 구수진 옮김, 정철진 감수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1년 10월
평점 :
품절
한국의 개인 투자자들에게도 유명한 ‘불항에도 승리하는 사와카미 투자법’ 으로 유명한 일본 사와카미 투자신탁의 대표인 사와카미 아쓰토의 신작이다.
팬데믹으로 인한 주식 시장의 급락 이후 단 기간의 회복을 넘어 급등세를 보여온 주식 시장의 분위기를 타고, 주식 시장에 긍정적인 메시지들로 가득찬 책들과 방송 매체들이 서점가 및 유튜브/블로그를 도배하고 있다.
필자 역시 지난 1여년간 주식시장의 상승 기류에 편승하여 괜찮은 수익을 보이고 있으나, ‘과연 이렇게 끝도 없이 올라가는(특히 미국 주식) 요즘의 주식시장이 정상적인걸까?’ 하는 자문자답을 하는 찰나에 ‘금융 버블 붕괴’라는 필자 개인적인 요즘의 고민을 그대로 반영하는 책 제목에 이끌려 단숨에 읽었다.
저자는 팬데믹으로 인해 세계 각국에서 역사적인 속도와 규모로 금융완화 정책을 시행하고 있고, 이로 인해 금융 버블 상태가 심각해졌고, 버블의 역사(튤립 버블, 미시시피 버블, 남해 버블 등)를 소개하며 버블은 반드시 무너진다고 주장한다.
시장의 중요한 몇가지 기능이 경시되고 있다고 역설하는데, 대략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1. 가격 변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는 기능
수요가 크면 가격은 점점 높아지고,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면 ‘이 정도 가격이면 팔아도 되겠다’라는 매도 의향이 동시에 높아지며 처음에는 강했던 매수 에너지가 매도 에너지에 따라 잡히고, 매수와 매도 에너지가 팽팽해지는 지점에서 매매가 성립된다. 수익을 기대하며 가격이 조금 더 오르면 팔려고 신이 나 있었는데 훨씬 앞서서 누군가가 매도를 쏟아내고, 그것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매도에 나서게 된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매수 에너지는 이미 사라지고 자신은 원하던 가격에 팔기는커녕 시장에 혼자 남겨지고 만다. 이 처럼 수요와 공급의 힘 관계가 지극히 공개적이고 투명하고 공정하게 조절된다.
2. 가격 발견 기능
수요와 공급이 자동으로 조절되고 양쪽의 균형점에서 가격이 결정됨으로써 많은 사람이 납득하는 객관성이 높아 결정된 가격에 자의성 등이 작용할 여지가 없어진다. 그런데, 인위적이거나 정치적인 압력이 끼어들면 시장의 가격 발견 기능은 제 몫을 해내지 못한다. 하지만, 기반을 지속적으로 넓혀 가고 있는 인덱스펀드나 ETF가 주가 형성을 짓밟을 정도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고, 최근 인덱스와 그 선물 거래 매매액은 미국, 일본 모두 80~85%에 이른다고 한다. 인덱스나 ETF를 끌어올리기 위해 가격 영향력이 센 개별 기업의 주식을 사들이며 운용 성적을 높이기 위해 기를 쓰는 기관투자자가 머니게임을 주도하고 있다. 기관투자자는 각 기업의 업적 동향보다 인덱스, ETF가격 변동에 영향을 줄 것 같은 거시적 지표나 정치 동향을 주시하며 파워 게임을 선도함으로써 시장의 가격 형성을 교란하고 있다.
3. 시장의 경고 기능
수요와 공급 가운데 어느 한쪽의 힘이 훨씬 강해서 가격이 한 방향으로 기울어졌을 때 제동을 걸어 경제 합리성으로의 회귀를 촉구한다.
시장으로부터 맞대응 식의 보복을 당한다는 말은 인기나 정치적인 압력으로 지나치게 경제 합리성을 무너뜨리면 어딘가에서 심한 보복을 당한다는 교훈이다.
인위적인 무언가의 압력으로 가격을 억지로 끌어올리는 것은 가능하지만 주가를 올리기 위한 매수가 진행되는 동안 그 반동으로 매도 에너지가 점점 축척되어 한 trigger를 기점으로 쌓여 있던 매도 에너지가 한순간에 폭발하여 시장은 단번에 무너져 내린다.
강력한 버블 붕괴든 통상적인 불황이든 부적격한 기업과 금융 기관을 정리하고 도태시킴으로써 시장 참가자의 신진대사를 촉진하는 기능을 각국 정부의 기업/금융기관 구제 정책 및 장기간의 저금리로 경제에 활력이 없어지고, 신진대사 촉진이 아닌 오히려 ‘동맥경화(필자가 임의 비유함)’에 걸려있다.
기업 구제 정책, 제로 금리(저금리) 정책에 이어, 급증하고 있는 국채 발행과 국채의 화폐화가 강력한 인플레이션을 불러 일으킨다고 경고한다. 마지막으로, 버블은 반드시 무너지는 시점이 오고, 이를 대비해서 장기투자를 지금이라도 시작해야 되고, 가치투자는 죽지 않았음을 주장한다. 버블은 꺼지더라도 실물 경제는 돌아갈 것이고, 버블 증시에서 상승이 강했던 종목은 그만큼 하락도 깊은데 반해, 시장의 관심이 적었던 종목은 매도세도 강하지 않고, 가격 방어도 잘 될 것이기에 장기투자자는 이를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의 아쉬운점
최근 유동성이 넘쳐나고, 금융 장세가 이어졌던 것은 주식 시장 참여자라면 누구나 들어 봤고, 알고 있는 사실일 것이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 근거를 바탕으로 한 논리 전개는 좋았으나, 동일한 언급이 다소 반복되는 느낌으로 인해 일부 구간에서는 집중력이 떨어짐을 느꼈다. 또한, 버블은 반드시 꺼진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최근의 시장 상황을 분석하여 어떤 부분이 trigger가 될지,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제시가 없는 점이 설득력을 반감되게 하는 요소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에 환희가 넘치는 요즘에 걱정어린 시선으로 현재 상황을 짚어주는 값진 책이라는 생각이 들고, 이에 일독의 가치는 충분하다 생각한다.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증정 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