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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뚱이의 시골생활 1 : 나의 고향 ㅣ 짱뚱이의 시골생활 1
오진희 지음, 신영식 그림 / 파랑새 / 2023년 10월
평점 :


짱뚱이의 시골생활은 7~80년대 시골 배경의 만화책이지만 지금 읽어도 재미있을만큼 재미가 있다.
아이들이 킥킥대며 읽는 '놓지마 시리즈'와 비교해서 뒤지지 않을정도로~!
여느집 못지 않게 게임 좋아하는 초4 아들이 "엄마 이거 재밌다~", "엄마 이거 진짜 재밌어~" 라면서 책읽으라고 하면 집어드는 책 이었다.
아들이 먼저 1권을 차지해서 1권을 다 읽고 2권을 볼때서야 나도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두둥...
나는 왜 눈물이 나는 것일까...?
ㅠㅠ
읽을 수록 눈물이 차올랐다...
너무 그립고, 그립고, 그리운 시골생활...
다시는 아이들이 겪지 못할 자연스러움.. 시골의 풍성함...
할머니 집 앞에 있는 논 두렁을 넘어질세라 지나다니다 우렁이가 슬금 슬금 기어가는 걸 쪼그리고 앉아 관찰하던 일..
할머니 집에서 집에 가려면 마을버스 다니는쪽으로 한참을 걸어나와
먼지 폴폴날리는 버스정류장에서 엄마랑 동생이랑 손가락 장난하면서 버스오기만을 기다리던 일..
할머니집 앞 작은 개울에서 사촌동생이랑 동네 친구들이랑 하루해가 가도록 신나게 놀던 일..
어른돼서 보니 물 깊이는 종아리까지 밖에 안되고 폭도 어른이 크게 뛰면 건널만한 좁은 개울에서
나뭇잎 띄워 보내고, 종이배 띄워서 신나게 떠내려 가는걸 보는게 얼마나 재밌고 재밌었던지...
할머니 집 광에 가면 늙은 호박, 말린 옥수수 들이 쌓여있고 호박씨 까서 간식으로 먹던일..
여름밤 밖에 나가서 하늘을 보면 북두칠성 쯤이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지..
짱뚱이 이야기를 읽으면 읽을수록 잊고 살았던 따스한 기억들이 봉인해제되서 마구마구 떠오르며
행복함과 슬픔이 동시에 밀려왔다.
돌아갈 수 없는 시절, 돌아갈 수 없는 환경이란 생각에..
물놀이하려면 워터파크나 수영장 가야하고, 과학관, 미술관, 놀이터, 놀이공원, 키즈카페 처럼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곳에서 노는 아이들..
숲 탐색하려면 숲체험 선생님과 함께 해야하고,
즉각적이고 자극적인 폰에 시선을 두길 원하는 아이들..
맘 먹고 나가지 않으면 흙한번 밟기 힘든 아이들을 생각하니 갑자기 답답함이 확 밀려왔다.
부족했지만 '자연'스럽게 자연의 일부로 살던 때에는 지금처럼 흉악하고 끔찍한 일은 상상도 할 수 없었겠지..
짱뚱이 시리즈를 읽다보면 숨통이 확 트인다.
책을 읽으며 따스한 햇살, 들풀향기, 흙냄새, 풀냄새가 느껴지는듯 하다.
아이가 책일 읽다 "엄마 멱감는다는게 뭐야?"하고 묻는다.
그 소리가 어찌나 반갑던지 이게 세대를 이어준다고 하는건가 ㅎㅎ
짱뚱이의 시골생활 시리즈를 이렇게 다시 세상에 내어주셔서 감사하다.
장담하건데 지금 읽어도 재미있기에 다시 펴낼 수 있으셨을 듯 하다.
"얘들아~ 코딩 책, 한자 책, 수학 책, 과학 책, 역사 책들도 재밌지만 짱뚱이의 시골생활 읽어보지 않을래?"
저녁먹기전 엄마의 밥짓는 냄새가 나고, 할머니네 마당 돌 위에 앉아 오후 햇살을 받으며 땅, 하늘, 풀, 나무, 꽃들을 보며 평안했던 기억이, 느낌이 떠오르는 책 이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