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사자 와니니 6 - 수사자 아산테 창비아동문고 331
이현 지음, 오윤화 그림 / 창비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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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둥둥둥- 북소리가 울리는 것 같다. 북소리는 점차 고조되며 긴장된 분위기를 연출한다. <푸른 사자 와나니> 6편의 도입부를 읽으면서 든 느낌이다. 전편을 읽지 못한 상태에서 보는 데도 순간 몰입이 되며 긴장감에 빠져든다. 수사자 아산테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지 지켜보는 것이 무척이나 흥미진진하다.

아산테와 후루는 이제 막 엄마 사자의 품을 떠난 수사자들이다. 아직 성체라고 보기에 무리가 있는 두 사자가 험악한 야생의 세계에 발을 내딛는 모습이 굉장히 사실적으로 그려진다.


용감하되 무모하지는 마라!


어린 수사자들에게 바깥 세상은 흉흉하기 그지없다. 사람들은 '사자'라 하면 동물의 왕! 모든 동물들이 무서워서 벌벌 떠는 존재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아직 저의 무리를 갖지 못한 수사자 두 마리에게는 버팔로도, 하이에나도 그저 두려운 존재일 뿐이다. 두 수사자는 살아남기 위해 적당히 센 척도 해보고, 눈치껏 몸을 사리기도 한다.

너무나 배가 고픈 나머지 갓 태어난 새끼 누를 노린다거나, 암사자를 얻고 무리를 이루기 위해 아기사자들을 죽이려고도 한다. 언뜻 비겁하고 무정해 보이지만 그 모든 과정들이 아주 설득력있게 그려진다. 그것이 아직은 어린 두 수사자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식이며 야생의 생리인 것이다.

두 사자 중 형인 '아산테'는 용맹하기로 유명한 아산테 아저씨로부터 이름을 물려받았다. 다른 동물들이 듣기만 해도 벌벌 떠는 이름을 물려받은 것은 축복인 동시에 올가미이다. 아마도 아산테가 스스로 제 터전을 가꾸기까지 그럴 것이다. 누군가의 굴레 아래에서 스스로의 능력에 대해 끊임없이 의구심을 갖는다는 것은 얼마나 서글픈가. 나는 이 글을 읽으며 내내 아산테를 응원하고 싶었다.

지는 것은 부끄럽지 않아, 진짜 부끄러운 건 도망치는 거야.

흥미진진한 여정 끝, 두 수사자는 점점 더 늠름하게 변화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엄마 사자가 된 기분으로 두 사자의 여정을 함께 하다 보면 뿌듯한 마음이 들 정도다. 앞으로 이들은 또 어떤 모습으로 성장하게 될지, 다시 와니니 무리를 만나게 될지 몹시도 궁금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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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리추얼 : 음악, 나에게 선물하는 시간
정혜윤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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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의 눈물 버튼은 방탄소년단 정국이 커버한 노래 <그때 헤어지면 돼>다. 희한하게 원곡을 들었을 땐 별 감흥이 없었는데, 정국 커버 버전을 처음 들었을 땐 눈물부터 나더니 수십번 들은 지금까지도 들을 때마다 코끝이 찡해진다.

음악이란 것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사람의 마음을 흔들고 또 보듬어 주는 것일까. 팍팍한 삶에 위로가 되는 음악을 찾는다는 것은 얼마나 기쁜 일인가. 이 책의 제목처럼, 선물같은 시간이 아닐 수 없다.


"내게 리추얼이란, 반복적으로 나 자신에게 선물하는 시간을 의미한다. 의식하고 도입할 수도 있지만, 좋아해서 이미 자연스럽게 하고 있는 무언가가 될 수도 있다. 이를테면, 마음을 차분하게 하기 위해 따뜻한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것. 일주일에 한 번 나를 위한 꽃을 사오는 것. 나를 위한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두고, 상황에 맞는 음악을 듣는 것. 음악을 들으며 글을 쓰는 것."


저자가 말하는 리추얼이 이런 것이라면 나 또한 무의식적으로 나를 위한 리추얼을 가져온 것 같다. 틈날 때마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놓고, 커피 한 잔을 하는 것. 그러고보면 그 사소한 시간들이 여태 나의 긴장을 풀어주고 내 어깨를 다독여 왔는지도 모른다.

저자는 음악과 친해지는 방법으로 '디깅'을 소개한다. 뭔가를 발굴하고 파고든다는 의미의 '디깅'을 음악에 적용한다는 것이다. 소위 말하는 '덕질'을 하듯 능동적으로 취향을 찾으라는 뜻이다.

좋아하는 영화에 나온 음악을 찾아본다거나,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추천음악을 들어보기, 좋아하는 장소에서 나오는 음악 저장해두기 같은 소소한 체크리스트도 공유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20대 때엔 내 취향에 맞는 음악을 적극적으로 찾아듣고 내 마음에 드는 플레이리스트도 따로 만들었었는데, 요즘은 그저 알음알음 알게 된 곡만 찾아듣고 '알고리즘'을 통한 수동적인 탐색에 그치는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나의 정체성, 가치관, 일상에 점점 더 밀접하게 연결되기 시작한다. 파고드는 시간만큼 취향은 내 것이 되고, 더욱 견고해진다."

내 취향을 견고히 다지고 진정한 내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저자의 말처럼 '디깅'을 통한 능동적인 탐색이 필요할 것 같다. 꼭 음악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그리고 아마도 그러한 과정 자체가 나의 마음의 안정과 휴식을 위한 하나의 리추얼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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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아이
안녕달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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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수영장>, <당근유치원>, <할머니의 여름휴가>의 저자 안녕달 님의 신작 <눈아이>가 나왔습니다.
안녕달 님의 작품을 너무나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이 번 <눈아이>가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무척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습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열어 본 <눈아이>는 역시나 저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어요.
안녕달 님의 이야기는 어쩌면 매번 이렇게 사랑스럽고 따뜻한지 :)
한 장 한 장 넘기며 제 얼굴에서도 미소가 떠나지 않았습니다.

새하얀 눈길 위로 아이의 발자국이 소록소록, 소록소록 지나갑니다.
그런데 그 옆으로 뽀득뽀득 뽀득뽀득, 누군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요.
응? 하고 돌아본 그곳엔 눈아이가 있습니다.

뽀득뽀득,
아이는 눈을 뭉쳐 눈아이의 손을 만들어 주고는
슥슥-
얼굴도 그려주어요.

우아우아우아우아우아
생명을 얻어 신이 난 눈아이의 입에서 "우아우아우아" 감탄사가 끊이지 않습니다.

그렇게 태어난 눈아이는 아이와 함께 눈빵도 먹고, 손잡고 토끼를 찾아 다니기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안녕달 님의 작품은 현실과 상상의 경계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아름다움이 배가 되는 것 같아요.

저희 아이는 눈아이가 토끼를 찾아 언덕을 오르는 장면을 무척이나 좋아했어요 :)
눈을 맞으며 점점 커지는 눈아이의 모습이 그럴듯 하면서도 신기했나봅니다.
저 역시 '와, 역시 안녕달!'했던 장면 중에 하나입니다.
어쩜 이리 귀여운 상상력을 가지셨는지.
읽는 내내 저 역시 다시 아이로 돌아가는 느낌이 들었어요.

하지만 언젠가 겨울은 가고, 눈은 녹는 법.
눈아이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걸까요?

동심으로 돌아가 마음껏 기분좋게 웃다가, 괜히 코끝이 찡해지기도 했다가.
가슴이 뭉클해지는 이야기였습니다.

다가오는 겨울,
아이와 함께 이불 속에 폭, 들어가 다시 한 번 읽고 싶은 책, 안녕달의 <눈아이> 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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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의 아이
남상순 지음 / 여섯번째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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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 '아무런 괴로움이나 고통이 없이 안락하게 살 수 있는 즐거운 곳'이란 뜻의 단어입니다. 
하지만 이곳 수영이가 사는 '낙원'은 좀 다릅니다. 바로 삼시 세끼 순대국밥밖에 모르는 아빠가 있는 곳, 순대국밥을 싫어하는 사람은 각광받지 못하며 억지로라도 순대국밥을 먹어야하는 세상입니다.

수영이는 순대국밥을 싫어합니다. 수영이 엄마가 아빠를 떠나 미국으로 가던 날, 순대국밥을 먹고 밤새 설사한 기억이 있기 때문이지요. 그런 아들에게도 아빠는 순대국밥을 강요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최고이며 최선이고 남들도 좋아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조금 지나치다 싶을만큼 순대국밥에 집착하는 아빠에게도 나름의 이유는 있어보였지만, 제눈에 아빠의 고집은 거의 폭력에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이 낙원에 한 여인이 등장합니다. 
아빠의 연인? 아니면 정말 과외교사? 그녀의 정체가 확실하지 않은 가운데 수영이와 아빠, 그녀 '하이힐'은 식사를 하기로 합니다.

그런데 그녀, 아빠에게 거침없이 말합니다. "저 순대국밥 못 먹어요." 그렇게 그날 저녁 약속은 파토가 나고 맙니다.

이 셋의 관계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모두들 순대국밥을 좋아해야만 이 낙원에서 함께 살 수 있는 걸까요?

저는 사실 처음에 이 아빠가 너무너무 싫었습니다. 독단적이고 가부장적인 모습에 질려버렸거든요. 
하지만 불현듯 수영이의 아빠에게서 저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이건 몸에 좋으니까 많이 먹어."
"밥 다 먹어야지 초콜릿 줄 거야."
이렇게 말하는 저는 수영이의 아빠와 얼마나 다른 사람일까요? 흔히 '꼰대'로 치부되는 수영이 아빠의 모습이 과연 저에게는 없는 부분일까요?
문득 저희 아이에게 비친 제 모습은 어떤 것일지 무척 궁금해졌습니다.

소설 <낙원의 아이>는 제가 처음 제목에서 느꼈던 것처럼 마냥 행복한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아이를 그리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낙원'에서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가족이란 무엇인지 한 번쯤 되짚어 보게 해줍니다.

부디 소설 속 수영이가, 그리고 세상 모든 아이들이 진정한 낙원을 찾아나설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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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의 비밀 창비 노랫말 그림책
루시드 폴 지음, 김동수 그림 / 창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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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가수 '루시드폴'의 <문수의 비밀>이란 곡 들어보셨나요?
'문수'는 노랫말 속 반려견의 이름으로, 이 노래는 반려견의 눈으로 쓰여진 아주아주 귀엽고 사랑스러운 노래입니다 :)

[아빠는 나를 너무나 몰라
아빠는 나를 잘 몰라
아빠가 없을 때에는
티비도 보고 있는데
아빠는 내가 그런 줄도 몰라
아빠는 나를 너무나 몰라
난 한글도 읽을 수 있는데]

아빠가 모르는 문수의 비밀들, 정말 귀엽지 않나요? :)

루시드폴은 평소 본인의 반려견인 '보현'이가 음식물을 씹는 소리를 음악으로 만드는 등 반려견을 정말로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온 바 있는데요, 그 따뜻한 마음이 그대로 느껴지는 노래가 <문수의 비밀>인 것 같습니다.

이 아름다운 곡이 김동수 작가의 그림과 만나 멋진 그림책으로 재탄생했어요.
김동수 작가가 그린 문수를 보고 있노라면 그 사랑스러움이 배가 됩니다 :)

김동수 작가님의 <문수의 비밀> 출간 기념 인터뷰를 보니 맑고 깨끗한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 무척 복잡한 과정을 거치셨더라구요. 겉보기엔 그냥 슥슥 그린 것 같았는데 이렇게 많은 노력이 들어갔다니! 정말 놀랐답니다.

저는 사실 반려견을 키워본 적이 없어요. 하지만 이 노래, 이 그림책을 보면 그 애뜻한 마음이 너무나도 여실히 전해져 뭉클한 감동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나의 첫 사랑
아빠는 나의 큰 우주
아빠는 하나뿐인 사랑스런 애인
아빠랑 함께 걸으면 너무 좋아
하지만 여자친구 생길 때까지]

'아빠는 나의 큰 우주'라는 표현에서 반려견들의 마음 또한 전해지는 것 같아요.
'하지만 여자친구 생길 때까지'에서 주는 웃음 코드마저 모두모두 사랑스럽습니다.

반려견, 반려묘를 키우시는 분들은 꼭 한 번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너무나도 따뜻한 기운에 하루를 시작하는 마음이 포근해지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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