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고 깊은 바다로.....

슬픈 열대
해원 지음 / CABINET(캐비넷) / 2017년 7월

깊고 깊은 바다로.....

  [슬픈열대](해원 장편소설/CABINET 펴냄)는 전직 북한 특수요원 순이의 슬프디 슬픈 이야기이다. ‘전직 북한 특수요원 순이, 한 소녀를 위해 마약 카르테 전쟁에 뛰어들다.’ 이 소개글을 보고 무슨 이야기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첩보물? 마약전쟁? 표지에 바다 속을 부유하고 있는 한 여자! 강렬했다. 도대체 어떤 내용일까 하는 궁금증이 든다. 첫 장을 편 순간 마지막까지 책을 덮을 수가 없었다. 순이...... 그녀의 삶이, 그녀의 미래가 너무나 궁금했다. 그리고 책을 다 읽은 순간, 깊고 깊은 긴 여운이 나를, 나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여기 한 여자가 있다. 오직 조국을 위해 산 여자. 그리고, 그 삶에 회의를 느낀 한 여자의 아픔이 이 책에 절절히 표현된다. 여자는 어느 날 작은 소녀를 만난다. 그리고  순이는 그 소녀를 위해 모든 것을 건다. 그냥 자기 삶을 조용히 살 수 있었을 텐데.  왜그리 소녀에게 최선을 다한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소녀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그리고 자신의 동생들의 모습을 본 것은 아닐까싶다. 아니면  임무 중 죽은 소녀들에 대한 죄책감이었을까?  최선을 다해 리타를 보살피는 그녀의 모습은 처절하기까지 하고 눈물겨웠다.

 한국소설에서 보기 힘든, 마약과 북한첩보원의 삶! 특이한 소재는 이 책에 커다란 매력이다. 작가의 공부와 내공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그리고 주인공 뿐 아니라, 등장인물 한명 한명이 살아있다. 오랜만에 읽은 소설다운 소설이다. 줄거리, 등장인물, 배경이 완벽하게 조화되어 있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 정말 한편의 영화를 본 느낌이다.  만약,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된다면 정말 재미있지 않을까싶다.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나리

                     어디로 가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나리

                          헤어진 모습 이대로

 이 구절로 순이와의 만남을 끝내려 한다.

 가슴먹먹한 그녀와의 만남을 기억하며.....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나리
어디로 가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나리
헤어진 모습 이대로

절망독서

절망 독서 - 마음이 바닥에 떨어질 때, 곁에 다가온 문장들
가시라기 히로키 지음, 이지수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7년 6월

절망이라는 바다, 그 속에서의 견딤... 

절망독서(가시라기히로키 지음 / 이지수 옮김 / 다산초당 펴냄)는 절망을 극복의 대상으로만 보는 우리에게 ‘절망의 기간’을 잘 보내는 방법을 제시해 주는 책이다.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지금 나에게 꼭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항상 절망이라는 단어는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작가는 나의 그 생각에 하나의 답을 주었다. 절망은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기다려주고 견뎌야한다는 것이다.

“ 슬플 때는 솔직하고 철저하게 슬퍼하는 편이 좋습니다. 주위 사람들이 아무리 ‘그렇게 슬퍼하고만 있으면 안돼’라고 말해도, 성이 찰 때까지 슬퍼하는 편이 좋습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머리에 한줄기 빛이 지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는 절망의 순간을 극복하고, 그 슬픔에서 벗어나려고만 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 절망의 순간, 그리고 아픔의 순간을 충분히 슬퍼해야한다. 어설프게 극복했다고 생각한 순간, 다시금 그 절망들이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항상 괜찮다고 괜찮다고 나에게 했던 말이 결코 치유가 아닌 상처를 덧나게 하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다른 사람의 기분과는 상관없이 자신은 자신대로 독립된 감정을 유지할 수 있는 경향을 ‘자립적 사고’라 합니다. 이렇게 자립적 사고를 할 수 있으면서 다른 사람에게 공감도 할 수 있는 것이 건강한 정신을 가진 사람입니다.” 그 구절을 읽으면서 나는 얼마나 자립적인 사고를 하고 있는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결론은 ‘그렇지 않다’이다. 나는 그동안 얼마나 종속적 사고를 하면 내 자신을 괴롭히고 있었는가를 깨닫게 되었다. 다른 이의 감정에 휘둘려 나에게 스스로 슬픔을 안겨준 나의 모습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절망하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낙천성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낙천성은 인간의 어두운 면까지 구석구석 눈길을 주면서도 여전히 긍정적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라고 한다. 이 낙천성은 우리가 절망에 빠졌을　때 우리에게 주는 동아줄이 아닌가 싶다.

“일단 품어버린 꿈을 어떻게 끝내면 좋을지 모르겠어 ”

영화 속 미치요의 말이다. 이 말처럼 우리는 우리의 잃어버린, 또는 이루지 못한 꿈을 생각하며 괴로워하고 있다. 그리고 절망에 빠진다.

그 절망에 주는 한마디......

“우리 모두 시간은 흘러갑니다, 지금도 흘러가고 있습니다. 행복도 절망도 그래도 멈춰 있는 일은 없습니다. ”

이 책은 우리에게 절망을 극복하는 법을 가르쳐주진 않는다. 절망을 극복하는 법을 배우고 싶은 사람에게는 약간의 실망을 줄 것이다. 그러나 극복하려고 이겨내려고 부단히 노력했던 우리에게 조금은 쉬라고, 조금은 천천히 가라는 위로의 책이다. 공감의 책이다. 절망의 순간에서 정말 슬퍼하라고 작가는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슬플 때 슬픈 노래를 듣는 것처럼

         절망의 시기에는 절망의 책을...

우리 모두 시간은 흘러갑니다, 지금도 흘러가고 있습니다. 행복도 절망도 그래도 멈춰 있는 일은 없습니다. "

멋진 언니들의 선물~ 걸스 인 도쿄!!

걸스 인 도쿄 - 그녀들이 도쿄를 즐기는 방법
이호진 외 지음 / 세나북스 / 2017년 5월

멋진 언니들의 선물~ 걸스 인 도쿄!!

Girls 걸스 in 도쿄 TOKYO (그녀들이 도쿄를 즐기는 방법/세나북스 펴냄)은 멋진 언니들의 도쿄 여행기라고 부를 수 있는 책이다. 표지부터 너무나 멋스러운 이 책은 보는 순간 도쿄와 사랑에 빠지는 느낌을 갖게 한다. 한명의 작가가 쓴 도쿄 여행기가 아닌, 14명의 각기 다른 경험과 생각을 가진 멋진 언니들의 도쿄 여행기이다. 처음 이 책을 무심코 읽다가 다시 앞 목차에 포스트잍을 붙이고 책을 읽게 되었다. 주제별로 정리가 잘 되어 있어 도쿄에 대한 느낌을 차분히 정리하게 해준다.

이 책의 순서가 그냥 쭉 배열한 게 아니고, 6개의 주제를 가진 순서라는 것을 알게 된다.

Part1 The feeling of Tokyo

Part2 I like Tokyo

part3 Culture in Tokyo

part4 Walk Walk Walk

part5 Fun in tokyo

part6 Travel in Tokyo

의 순서로 짜여져 있다. 각각의 주제별로 도쿄를 소개하고 있어서 식상하지 않고 다양성을 느낄 수 있게 한다. 단순한 여행지를 소개하는 책이 아니라, 정말로 일본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의 글임을 알 수 있다. 일반적인 여행지가 아니라, 일본의 진정한 모습을 보게 해주는 책이다.

이 책을 읽고 평소 일본에 대해 가지고 있던 나의 환상은 더욱더 증가 되었다. 어느새 가보지 않았지만, 사진들을 통해 나의 마음은 일본에 가있는 듯 하다. 단순한 일본 여행지만 나열되어 있는 것이 아닌 일본의 문화와 사상이 들어있는 책이다. 특히 여름축제 마쓰리에 대해 알게 되어 정말로 참여하고픈 마음이 들게 한다. 이 책 한권을 통해 환상으로만 존재하던 도쿄가 어느새 내 마음속에 들어왔다. 기필코! 반드시! 도쿄에 가보고자 하는 결의에 불타게 만들었다. 진정한 도쿄를 느끼고, 도쿄 여행을 준비하고 있는 멋진 언니들에게~이 책은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도쿄를 사랑하거나, 도쿄를 알고 싶거나, 도쿄를 여행하려는 아름다운 여성들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

우리의 남극 탐험기

우리의 남극 탐험기
김근우 지음 / 나무옆의자 / 2017년 7월

'나를 찾아가는 남극으로의 여행'

‘우리의 남극 탐험기’( 김근우 장편소설/ 나무옆의자 펴냄 )는 ‘나’라는 32세의 한국인 무명작가와 ‘어니스트 섀클턴 박사’의 남극 탐험기를 바탕으로 쓴 책이다. 처음 김근우라는 작가의 이름을 보며 낯설지 않음을 느꼈다. 작가 소개의 글에서 우리나라 판타지 소설의 시작을 연 ‘바람의 마도사’의 저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람의 마도사’는 나에게 처음으로 판타지라는 장르를 접하게 해준 책이다. 그래서 더더욱 이 책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시원한 남극 탐험을 상상하며 이 책을 읽는다면 조금은 실망할 수 있다. 책 중반기까지 남극 탐험을 떠나는 내용이 아닌 '나와 섀클턴 박사'의 개인사가 번갈아 가며 나오는 구조이다.

'나와 섀클턴 박사'의 물음에서 나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람들이 의미 없이 던진 한마디 말에 많은 뜻이 담겨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특히 나에게 의미 있게 다가온 구절은 ‘좋아하지 않는 일을 잘 할 수 있고, 좋아하는 일은 또 잘하지 못할 수도 있지.’ 이다. 좋아하지만 결코 할 수 없는 일, 그리고 좋아하지 않지만 생계나 기타 등등의 상황으로 해야만 하는 일들이 생각이 났다. 그리고, 지금 내가 하는 일은 내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인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김근우라는 작가는 글을 참 편하게 쓰는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큰 사건이나 엄청난 절정이나 위기가 없다. 그러나 잔잔하면서도 편안한 문체는 책을 펴는 순간 독자를 책의 세계에 빠져들게 한다. 독자를 집중하게 만드는 힘!! 이 책의 큰 장점이다. 그리고 가끔씩 던지는 ‘나와 섀들턴 박사’의 질문을 통해 나 자신의 삶을 다시 한번 뒤돌아 보게 한다.

『이길 수 있다면 싸울 필요도 없지만 이길 수 없다면 싸워야 하는 거야. 성공할 수 있다면 도전할 필요도 없지만 성공 할 수 없다면 도전해야 한다. 넌 어차피 실패하고 패배할 거야. 결코 이길 수 없어. 그러니까 맞서 싸워. 이길 수 없다면 싸울 필요도 없지만 이길 수 없다면 싸워야 하는 거야.』 이 글은 책 곳곳에 '나와 섀들턴 박사'가 자주하는 말이다. 이 글을 통해 어쩌면 작가는  힘든 삶을 사는 우리에게 용기를 주고자 하는것 같다. 무더위가 시작 된 여름!! 이 한권의 책을 통해 시원함과 그리고 나에 삶에 대한 질문을 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이길 수 있다면 싸울 필요도 없지만 이길 수 없다면 싸워야 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