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어떻게 주사파가 되었는가 - 한 NL 운동가의 회고와 성찰
이명준 지음 / 바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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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내의 종북 논란과, 통합진보당 부정 경선 논란, 내란음모사건과 정당 해산까지 한때 진보정당으로서 큰 기대를 모았던 민노당-통진당이 추락하게 된 가장 큰 원인에는 '종북' 세력이라 불리는 NL, 그 중에서도 주사파가 있다. 사상의 자유를 인정하는 관점에서 보더라도 폭압적인 북한 체제와 김씨 왕조를 옹호, 찬양하는 주사파의 존재는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이 책은 90년대 중반 서울 소재 대학에서 NL 운동권으로 활동했던 저자가 당시의 경험을 토대로 하여 쓴 논픽션이다. 평이한 문장으로 알기 쉽게 쓰여 있어 이해 불가능한 괴물로 그려지던 NL 주사파의 실체를 이해하는 좋은 교재다.


저자가 대학을 다닌 90년대는 민주화가 정착해 가는 과정에서 학생운동이 점차 쇠퇴해 가는 기미를 보였지만, 한총련을 중심으로 하여 학생운동의 조직과 운영 등이 체계화되던 시기였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NL이 학생운동의 다수파가 되고 한총련을 비롯한 학생운동 조직들을 장악하게 되었다고 한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한국 좌파는 민족해방을 중심에 둔 NL과 민중민주를 중심에 둔 PD로 양분되는데, 학생운동에 있어서는 NL이 다수파였다고 한다. 민족해방을 중심에 둔 NL은 반미와 통일을 운동의 핵심적인 테제로 내세운다. NL 중에서도 주사파와 비주사파가 있지만, NL의 상층부로 갈 수록 주사파가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을 비주사파 NL 역시 알고 있고, 그런 의미에서는 NL 주사파와 비주사파를 구분하는 의미는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신입생은 본인의 정치의식에 따라 NL과 PD 중 정파를 정하는 것이 아니라 선배와의 관계에 따라 정해진다고 한다. 이 책의 제목은 "왜"가 아니라 "어떻게"를 묻고 있는데 본인의 주체적 선택에 따른 것이 아니라 주변 상황에 따라 주사파가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NL이 다수파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신입생 역시 자연스럽게 NL에 감화되는 경우가 많고, 결과적으로 학생운동 전체를 NL 세력이 좌지우지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조직의 문화에서 두 정파는 차이가 나는데 NL이 집단주의적이고 행동을 강조하는 반면, PD는 개인주의적이고 현학적이라고 한다. NL은 특히 품성, 예의, 의리 등을 강조하기 때문에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게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러한 부분은 일반적으로 유포되는 NL, PD에 대한 인상과도 일치한다. 그렇지만 학생운동의 현장에서 활동하는 개개인에 초점을 두고 대학생활과 운동의 양면을 생생하게 묘사한 점은 이 책만의 장점이다. 

저자는 학생운동 경험을 통해 NL에 대한 몇 가지 비판과 반성을 제시한다. 하나는 북한에 대한 다분히 비현실적인 인식이고, 또 하나는 조직 내의 비판이나 자성 자체를 금지하는 독선이다. 주체사상이나 조직 상부의 규칙을 절대시하며 그에 대한 다른 의견을 억압하는 모습은 NL이 내세우는 민주나 자주와 같은 가치와 정면에서 배치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PD나 다른 정파들에 대한 배타적 태도와 정파 갈등으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학생운동의 다양성을 없애고 쇠퇴로 이어진 원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경직된 조직 문화 또한 저자가 비판하는 대목이다. 상당히 흥미롭기도 하고 수긍이 가는 고찰이다. 좋든 싫든 한때 운동권의 주축을 담당했던 NL을 이해하기에 좋은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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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자본 (양장)
토마 피케티 지음, 장경덕 외 옮김, 이강국 감수 / 글항아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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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프랑스 경제학자의 <21세기 자본>이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에서 베스트셀러가 되며 화제가 되었다. 그런데 <21세기 자본>은 읽기가 쉬운 책이 아니다. 수식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이른바 일반교양서보다는 전문적이고, 무엇보다 분량의 압박이 심상치 않다. 본문만 700페이지에 주석이 100페이지, 도합 800페이지의 압박이 어마어마하다. 편한 기분으로 며칠만에 손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님은 분명하다. 그래서인지 외국에서 나온 뉴스에 따르면 이 책을 구매한 독자 중 처음부터 끝까지 완독을 한 사람은 2.4%에 지나지 않고, 대부분의 독자는 머리말을 겨우 읽었을 뿐이라고 한다. 여기서 두 가지 궁금증이 든다.


1. 이 책이 이렇게 두꺼워야 할 이유가 있는가?
2. 이 책의 두께에도 불구하고 전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먼저 첫 번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책 내용을 요약해 보도록 하자. 이 책의 저자는 18세기 이후 유럽과 북미에서의 불평등에 관한 방대한 자료를 분석하고 있다. 20세기 초까지 극심한 수준이었던 불평등은 대공황과 두 차례의 세계대전, 전후의 경제 성장을 통해 축소되었지만, 1980년대 이후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신자유주의가 도입되면서 다시 극대화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불평등은 노동소득과 자본소득에서 나타나지만, 특히 자본소득의 불평등이 심각하다. 역사적으로 자본수익률이 항상 경제성장률보다 높기 때문에 상속 등을 통해 자본이 자본을 낳는 이상, 이러한 불평등은 20세기 초 수준까지 확대될 우려가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누진적 소득세, 글로벌 자산세, 조세회피처 단속이 필요하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대강 요약하자면 위와 같은 내용이지만, 300여년 간의 각국 통계자료 등을 인용하면서 논지를 전개하고 있기 때문에 책의 두께는 두꺼워질 수밖에 없다. 물론 저자가 쓸데없는 내용을 넣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까지 두꺼운 책이어야 할 이유는 있는가라는 의문은 책을 완독한 다음에도 남는다. 경제학을 공부한 사람에게는 책의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중요한 부분이었겠지만, 일반 대중들에게는 오히려 산만하게 느껴졌다. 차라리 800페이지를 그대로 실은 풀버전과 별개로 요약본을 따로 출판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책의 만화로 해설한 책도 팔리고 있는데 경제학 전공자가 아니라면 만화를 읽는 편이 나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책의 판매에는 두께가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두 번째 질문에 대한 해답 역시 책의 분량에서 찾을 수 있을지 않을까? 만약 이 책이 2,300페이지 분량이었다 하더라도 베스트셀러가 되었을까? 그저 그런 경제학 서적 중 하나로 취급받고 말았을 지도 모른다. 책의 어마어마한 두께'에도 불구하고' 베스트셀러가 된 것이 아니라 어마어마한 두께 '때문에'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맑스의 <자본>을 연상시키는 제목과 함께 800페이지라는 두께가 독자의 지적 허영심을 자극하기에 안성맞춤이었던 것이 아닐까?

한국에서는 <21세기 자본>이 번역되기도 전에 <21세기 자본 바로 읽기>라는 비판서적이 먼저 출판되었다. 이 책이 미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책이 번역되기 전부터 책에 관한 논의가 활발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21세기 자본>이 한국에서 흥행에 성공한 배경에는 미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사실이 있음이 분명하다. 베스트셀러는 많이 팔리기 때문에 더더욱 많이 팔리게 되는 빈익빈 부익부가 작동한다고 할 수 있다.

<21세기 자본>이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는 텍스트와 컨텍스트 양쪽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양극화가 심각해지면서 불평등에 대한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다는 진단은 타당하다. 동시에 <21세기 자본>이라는 도발적 제목과 800페이지나 되는 두께가 텍스트 외적으로 언론 매체를 매개로 하여 독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음은 분명하다.

이 책을 완독한 사람이 2.4%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사실 800페이지나 되는 책을 모두 다 읽어야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대개 책의 핵심이 되는 내용은 서론에 나오기 마련이므로 구매자 중에서 대부분의 사람이 서론만 읽었다는 사실은 타당한 판단일 지도 모른다. 책의 여러 효용들 중 <21세기 자본>이 지적 허세를 충족시키는 용도로 사용된다면 그 또한 나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역시 책을 산 이상은 완독에 도전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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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율표
프리모 레비 지음, 이현경 옮김 / 돌베개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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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프리모 레비는 1919년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태어나 토리노대학 화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했다. 평범한 화학자로서의 삶을 살 수 있었을 지도 몰랐던 그는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시대적 비극에 휘말리게 된다. 그는 유대인이었고, 1930년대 이탈리아는 파시즘과 세계대전으로 나아갔기 때문이다. 인종법으로 인해 유대인으로서 차별을 겪던 그는 직장도 구하지 못한 채 실의에 빠져 있었다. 1943년 무솔리니 정권이 무너지자 프리모 레비는 파시즘에 반대하는 게릴라에 참가한다. 그러나 이윽고 독일군이 이탈리아로 진주하고 레비는 체포되어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10개월을 보내게 된다. 전쟁이 끝난 후,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의 일을 기록한 수기 <이것이 인간인가>가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그는 작가가 된다.

<주기율표>는 프리모 레비가 어린 시절부터 전쟁이 끝난 후까지 자신의 반생을 회고한 자전적 소설이다. 책 제목이 <주기율표>인 이유는 아르곤, 수소, 탄소, 인, 우라늄, 티타늄, 금 등 원소의 이름이 챕터의 제목이기 때문이다. 언뜻 생각하기에 화학책에나 나오는 원소들과 실제 삶 사이에 무슨 상관이 있을까 싶지만, 화학자 프리모 레비는 원소들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예를 들어 아연을 사용한 실험에서 저자는 다음과 같은 통찰을 얻게 된다.

여기서 우리는 서로 충돌하는 두 가지 철학적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다. 악에서 지켜주는 보호막 같은 순수함에 대한 찬미와, 변화를 일으켜서 생명력을 불어넣어주는 불순함에 대한 찬미가 그 둘이다. 나는 메스꺼울 정도로 도덕주의적인 첫째 것을 버리고, 내 마음에 드는 둘째 것에 대해 생각하느라 꾸물거리고 있었다. 바퀴가 돌아가고 삶을 이루기 위해서는 불순물이, 불순물 중의 불순물이 필요하다. (중략) 불일치, 다양성, 소금과 겨자가 있어야 한다. 파시즘은 이런 것들을 원하지 않을 뿐 아니라 금하기까지 한다. (중략) 얼룩 하나 없는 미덕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51)

아연 실험에서 파시즘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는 대목이 비약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이 책에서 원소들은 삶의 은유로서 기능한다. 당연하지만 세계는 순수한 원소로 이뤄져 있지 않다. 비활성기체, 금속, 비금속, 준금속, 할로젠 등 다양한 성질을 가진 120여개의 원소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결합하면서 조화롭게 이 세계를 구성하고 있다. 이것이 화학자 프리모 레비가 세계를 보는 방식이다.

물질을 정복한다는 것은 그것을 이해한다는 것이며, 물질을 이해하는 것은 우주와 우리 자신을 이해하는 데 필요하다. 따라서 우리가 요 몇 주 동안 힘들게 풀이법을 배워온 멘델레예프의 주기율표는 한 편의 시이며, 우리가 중고등학교에서 소화해온 그 어떤 시보다도 고귀하고 경건하다. (64)

화학적으로 보았을 때, 우리가 사는 지구는 주기율표에 나오는 120여개의 원소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만약 그렇다면 우리의 삶 또한 주기율표의 원소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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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꼭 결혼하고 싶습니다 온우주 단편선 1
곽재식 지음 / 온우주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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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식 작가의 <최후의 결말의 마지막 끝>이라는 단편집을 읽고 푹 빠졌던 적이 있다. <당신과 꼭 결혼하고 싶습니다> 역시 곽재식 작가의 단편들을 모은 단편집인데, 그래서인지 훈훈한 사랑 이야기들을 농축해 담았던 <최후의 결말의 마지막 끝>과 비슷한 분위기였다.


수록된 다섯 편의 단편소설 중 <다슬기와 달팽이>를 제외하면 남자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연애소설이다. 1인칭 화자가 되는 주인공은 그야말로 평범한 남자이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매력적인 여자의 마음을 얻어 연애에 성공한다. 그런데 그 시점에서 어떤 위기가 닥쳐오고 남자 주인공이 그 위기를 극복해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내용이 단편집에 나오는 공통적인 패턴이다. <달과 육백만 달러>에서 주인공은 종적을 감춰버린 옛 연인을 찾아나서고, <왕>에서는 옛 애인과 재회하기로 약속했던 장소인 남산 자물쇠 탑이 벨기에 왕의 방문으로 폐쇄될 위기에 처하자 벨기에 왕을 찾아 탄원을 하기 위해 나선다. <최악의 레이싱>은 자전거를 못 탄다는 사실을 숨기고 썸녀와 자전거 데이트를 하자는 약속을 해 버린 주인공이 자전거 타는 법을 배우고, <당신과 꼭 결혼하고 싶습니다>에서 주인공은 백두산 화산 분화로 인해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편이 없어진 와중에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영국, 터키, 몽골, 북한을 거쳐 지구 일주를 하게 된다. 네 소설의 주인공들은 모두 1인칭 서술에 적합한 유머 능력을 구사한다는 점을 제외하면 딱히 별 볼 일 없는 남성들이지만 순애보만으로 자신의 앞에 닥친 위기를 극복하는 모습은 훈훈하게 다가오며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어째서인지 막연히 저자를 SF 소설 작가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 보니 이른바 SF로 분류될 만한 소설은 아닌 것 같다.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땅에 발을 붙이고 있다. 주인공들이 자연과학을 전공하고 단편집을 통틀어 우주로 날아가는 등장인물이 한 명 있기는 하지만, 그러한 내용이 소설의 핵심을 이루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땅 위에서 평범한 문제들을 고민하며 바득바득 기는 사람들이 주인공이다. SF가 아니라 일반적인 연애소설로 보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현실과 동떨어진 판타지적 요소를 찾자면 남자 주인공들이 평범하기 짝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계기 없이 매력적인 여성들과 연애에 성공한다는 점이 아닐런지...

저자 특유의 능청스럽고 유머러스한 문체가 빛나는 작품들이지만, 국제결혼이 중요한 소재로 나온다. <왕>에서 주인공은 인도 여성과 결혼하고, <당신과 꼭 결혼하고 싶습니다>에서 주인공은 방글라데시 여성과 결혼한다. 단편집에서 유일하게 연애소설이 아닌 <다슬기와 달팽이>는 국제결혼의 주제가 전면에 드러난 소설이다. 여기서는 다슬기와 달팽이가 등장하는 베트남 설화와 다문화 가정의 1인칭 주인공의 이야기가 중첩적으로 드러난다. 1인칭 주인공은 선생님의 편견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되지만, 설화 속의 다슬기와 달팽이가 그러했듯이 언젠가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받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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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자기계발 연대기 - 인문학으로 자기계발서 읽기
이원석 지음 / 필로소픽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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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자기계발 연대기>는 일세를 풍미한 자기계발서 14권을 비판적으로 해부하는 책이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자기계발서는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익숙한 것과의 결별>, <공병호의 자기경영노트>, <아침형 인간>,<보보스>, <시크릿>, <인생 수업>, <긍정의 힘>,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리딩으로 리드하라>,<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혁명>,<미움받을 용기>다. 누구나 이름을 한 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는 베스트셀러다. 이 목록을 보며 자기계발서는 뭇 지식인들로부터 조롱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의 출판업계를 지탱하는 중요한 축이라는 사실을 새삼 실감한다.

이러한 자기계발서의 유행은 한국, 미국, 일본에 특징적인 현상이며 유럽에서는 보기 드물다고 저자는 말한다. 한국에서도 자기계발서가 유행한 것은 90년대 IMF 이후 양극화가 심화되고 경쟁에 내몰리면서부터다. 책에도 나오는 농담이지만, 부자되는 법을 읽고 부자가 되는 사람은 책 저자 밖에 없다고 한다. 수많은 자기계발서가 베스트셀러가 되었지만 그 책들을 읽고 부자가 되었다는, 혹은 성공했다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자기계발서에 나오는 내용은 과학적으로, 통계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저자의 개인적 주장이 많다. <대한민국 자기계발 연대기>는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 로버트 기요사키가 사실은 책을 쓰기 전에 사업으로 성공한 적이 없다거나 <아침형 인간>의 독자가 회사원이 아니라 경영자나 학부모였다는 사실 등을 지적한다.

이 책의 저자는 자기계발서가 사회구조적 문제를 개인의 노력이나 열정의 문제로 환원시킴으로써 신자유주의의 이데올로기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거듭 지적하고 있다. 현실과는 다른 허황된 내용으로 때로는 독자들을 위로하고, 때로는 독자들에게 잘못된 믿음을 심고, 때로는 독자들을 질타하는 자기계발서는 작지 않은 부작용과 해악을 낳고 있는 것이다. 꾸준히 비판을 받으면서도 자기계발서는 개신교, 뉴에이지, 인문학, 심리학, 힐링 산업 등과 결합하면서 그 형태를 바꿔가며 살아남고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베스트셀러는 시대상과 사회상의 반영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기계발서의 문제는 그 책을 쓰고, 팔고, 읽는 사람들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그 책이 읽힐 수밖에 없게 만드는 사회의 문제이기도 하다. 양극화로 인해 끝없는 경쟁으로 내몰리는 사람들의 불안을 파고 들어 책을 파는 얄팍한 상술이라는 비판은 쉽지만, 그러한 비판을 넘어서 더이상 자기계발서가 필요하지 않은 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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