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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조건 - 꽃게잡이 배에서 돼지 농장까지, 대한민국 워킹 푸어 잔혹사
한승태 지음 / 시대의창 / 201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돈 몇 만원으로 인간성의 바닥을 긁지 않아도 되는 환경에서 사는 사람들은 그러한 삶을 사는 사람들의 비루함에 대해, 인색함에 대해, 인간성에 대해 왈가왈부할 자격이 없다.
최소한의 인간다운 품위를 유지할 수 있는 위치에 있으면서 그렇지 못한 환경 속에서 매일 자신의 비루함과 싸워야되는 사람들을 단죄할 수 있을까.
그렇기에 한증막 같은 비닐하우스에서 작가가 언어장애인 주인 아주머니를 조롱할 때 그 비인간적인 행동에 우리는 돌을 던지거나 젊잖은 충고를 할 자격이 없는 것이다. 최소한 그는 부끄러움을 알았다. 그가 목을 매달려고 노끈을 매듭지어 철근에 걸었을 때, 그 자신 머리 하나 들어갈 수 있도록 마치 자신의 인생에 매겨진 점수를 상징하듯 0이라는 수를 연상시키는 동그라미를 봤을 때 나는 그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것을 시도했다고 느꼈다. 노회찬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 너무 슬퍼진다.
그래서 나는 차라리 작가가 돼지에게 말을 걸며 읽어준 시를 떠올린다. 오래전 좋아했던 김종삼의 시.
북치는 소년
내용 없는 아름다움처럼
가난한 아희에게 온
서양 나라에서 온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카드처럼
어린 양들의 등성이에 반짝이는
진눈깨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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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기괴한 우화 같기도 하지만,
돼지 농장의 외로운 일꾼이 순한 돼지들에 둘러싸여
시를 읽어주는 이 광경만은 오래도록 따뜻하게
간직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