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즈음 어느 쾌청한 날 야구를 보러 갔다.방망이가 공에 맞는 상쾌한 소리가 구장에 울린 순간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했다.그렇게 해서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가 탄생했다. 아름다운 2루타가 하루키의 삶을 변화시켰다.이보다 더 소설 같을 수는 없다.
너무 재미있어 단숨에 읽어버렸다. 디저트를 먹는 기분으로...여러 에피소드가 기억나지만 재일 교포 작가 유미리의 기사회생 이야기와 국카스텐 하현우와 문학평론가 신형철에 얽힌 추천사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이렇게 상큼하게 글을 쓸 수도 있구나. 일본 문학 번역가답게 가벼운 위트와 따스한 위로가 적절하게 섞였다. 요 마음산책의 OO직업 시리즈가 은근히 쏠쏠한 재미를 준다.
모든 사람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 시종일관 폭로와 고발로 거듭 놀라움의 연속. 추악한 자본이 전쟁을 일으키고 핵폭발, 핵발전소 건립으로 지구상 인류를 서서히 파멸시켜 가는 이야기...2차 세계 대전의 역사 기술은 핵실험을 가운데에 두고 다시 씌여져야 한다. 맨하튼 프로젝트를 움직이고 원자폭탄으로 천문학적 이익을 거둔 대부호들-록펠러, 모건, 로스차일드 가문을 기억하자.
할 일을 제쳐두고 빠져들게 되는 책. 평소 편집자에 대해서 이토록 무지했구나 반성하게 되는 책. 잘 만들어진 책이 백조라면 편집자는 수면 아래에서 쉼없이 동동 거리는 백조의 발짓과 같은 존재. 우아한 백조를 선보이기 위해 편집자 들의 숨은 노고는 상상을 초월한다. 감사하게 책 한 권을 읽게 하고 별점 하나에도 신경쓰게 만든다. 편집자의 세계를 들여다 보는 재미도 있지만 절판된 책의 복간을 고민하거나 작가와의 밀당, 독자에 대한 서운함 등 출판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엿보는 소소한 재미가 크다. 게다가 책 안썼으면 서운했을 필력을 가진 이은혜 편집자의 중독성 있는 글에 묘하게 빠져든다. 책은 물론 자신의 직업에 대한 숭고한 열정이 한없이 진지하다가도 서늘한 위트가 매력적이다. 부디 2권도 내주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