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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알고 싶은 유럽 TOP10 -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두 번째 이야기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2
정여울 지음 / 홍익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근 30년을 살면서 올해처럼 많은 여행을 했던적은 없었다. 아직 8월 중순 밖에 안되었지만, 2014년은 (앞으론 어떻게될지 모르므로)현재로선 머리털나고 가장 많은 여행을 다닌 한 해다. 여기저기 참 많이도 싸돌아다녔다. 여행 서적과 여행 에세이를 읽는 것이 즐거워졌고, 그 책들을 읽으며, 또 여행을 다녔고, 여행을 다니면서 경험한 많은 것들을 추억하며 또다른 여행 서적들을 접했다.

살면서 딱 한 번 밖에 해외여행을 해 본 적이 없다. 2006년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내 여권은 먼지쌓인 채 책장에서 잠자고있다. 가깝고도 먼나라 일본으로 짧게 다녀온 것이 고작이다. 여행을 좋아하게되면서부터 국내 위주로 많이다니다보니 국내여행은 어느정도 자신감이 붙었는데, 해외는 아직도 영 자신감이 없다. 경험이 부족하고 용기가 없는 탓이다. 영어 한 마디 못해도 준비만 잘하면 알뜰하고 재미있게 다녀올 수 있는 해외여행지가 많음을 알고있지만 마음 속에서부터 우러나오는 알 수 없는 두려움이 계속 머뭇거리게 만든다.

이번 책 <나만 알고 싶은 유럽 TOP10>은 해외여행 앞에서 머뭇거리던 나를 확실하게 뒤집어놓을만큼 매력적이었다. 책을 읽는 순간부터 책을 덮을 때까지 '유럽가고싶다, 유럽가고싶다'라는 노래를 부르게 만들었다. 유럽이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로망과 여행이라는 테마가 주는 낭만이 합쳐진 유럽여행은 말만 들어도 이렇게 설레인다. 하물며 내가 그곳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면 어떤 기분일지는 도무지 상상이 되지않는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마치 유럽에 와 있는 듯 착각했고, 실제 여행하듯 심장이 뛰고 흥분했다.


꽉 짜인 도시 생활에 길들여져 버린 우리들이 이렇게 ‘여행자의 마음’으로 세상을 살 수 있다면, 서로에게 상처를 덜 주면서 지금보다 훨씬 따뜻한 세상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책의 내용은 단순하다. 책의 제목처럼 <나만 알고 싶은 유럽여행>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이 나오자마자 더 이상 나만 아는 곳은 아니게 될 것 같다. 나만 알고싶다는 것은 반대로 이야기하면 모든 사람들에게 이야기해주고 싶은 곳이라는 뜻도된다. 청개구리 심보가 있는 나는, 하지말라고하면 더 하고싶어지고, 하라고하면 하기 싫어진다. 나만 알고싶다고 하면 호기심이 최고치에 달해 해답을 듣지 않고서는 한시도 참을 수 없다. 그래서였을까. 이 책은 아주 빠르게 읽혔다.

책에는 정말 그림같은 사진들이 포함되어 있는데, 정작 나를 가장 흥분시킨건 사진이 아니라 꼭지별 테마였다. 특별한 하루를 위해 엄선된 곳, 현지인처럼 살아볼 수 있는 곳, 조용한 곳들, 소설과 영화의 주인공이 되어 볼 곳들, 축제, 휴식, 술, 마법같은 풍경, 먹거리, 위대한 예술 등. 대부분의 사람들을 테마 속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구성이 이 책을 빠져들어 읽게만드는 요소였다.

여행하는 나는 평소보다 훨씬 천진난만하다. 세상의 떠들썩한 소리보다는 내 마음의 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게 되고, 복잡한 손익 따위는 계산할 겨를이 없어 저절로 순수해진다.

나도 여행을 가게되면 순수한 어린아이로 되돌아간 듯 하루를 보낸다. 남들 시선 따윈 신경쓰지않고 노래부르고 춤춘다. 옆 방에 묵는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과도 얼마든지 대화를 할 수 있고, 남는 음식이 있다면 그들에게 나눠주기도한다. 도시에선 할 수 없는, 아니 하기 싫어할 그런 일들이다. 그래서 여행지에서의 나와 도시에서의 나는 다른 사람이라는 생각이 많다. 이 책의 작가도 그런가보다. 그래서 공감된다.

이 책은 2014 년 상반기 30만 독자의 사랑을 받은 베스트셀러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의 두 번째 이야기다. 첫 편이 큰 인기를 끌었기 때문에 후속으로 나온 것인데, 나는 첫 편을 읽지 못하고 처음으로 후속을 먼저 읽게된 케이스다. 책이 꽤나 마음에 들어서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첫 편도 읽어볼 생각을 하고있다.

올해는 꼭 해외를 가보자고 다짐하면서 언제까지 기다릴 수 없었기에 해외 항공권을 구했다. 항공권은 지금 내 책상위에서 출발을 기다리고있다. 이제 일정을 잡고 여행코스를 계획해서 떠나기만하면 된다. 그러나 그것조차 쉽지가 않다. 유럽은 나에게 최고로 가고싶지만 최고로 가기 어려운 여행지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다양한 노하우와 경험담을 익히면서 훈련한 결과 어느정도 부담감을 덜 수 있었다. 당장 떠나도 좋을만큼 자신감이 붙은건 아니지만 그전보다는 확실히 대담해지고 용기가 생겼다.

저자의 글을 읽다보면 당장 내일이라도 유럽으로 가야만할 것같은 조바심이 들곤했다. 그곳이 무척 아름다웠기 때문이고, 그곳의 문화를 경험하며 느낄 많은 것들을 상상하면 행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장 떠나지 않고 단지 시원한 방에 누워 이 책을 읽어도 좋았다. 낯 선 풍경을 접하는건 아주 재미있는 공부였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고, 시간은 부족하며, 여행할 곳은 무궁무진하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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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공간들, 되살아나는 꿈들
윤대녕 지음 / 현대문학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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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 사라진 공간들, 되살아나는 꿈들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는 글을 쓴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과거는 한낱 기억에 불과하고, 기억은 감정에 따라 왜곡되고 변한다. 현실 그대로를 반영하지 않는 기억의 특성은 그것을 신뢰해도 좋을지에 대해 의문을 갖게한다. 만약 내가 나를 되돌아보며 솔직담백하게 글을 쓴다면, 그 글은 우울한 분위기일까? 아니면 산뜻하고 경쾌한 분위기일까? 기억을 토대로 한 글은 때론 픽션으로, 때론 논픽션으로 점철되어 100% 믿을수도, 그렇다고 100% 안 믿을수도 없는 묘한 색깔을 가질 것 같다.


이번 책 <사라진 공간들, 되살아나는 꿈들>은 윤대녕 소설가의 회고록에 가까운 에세이집이다. 월간 『현대문학』에 2011년 10월부터 2013년 9월까지 2년 동안 연재했던 글을 모은 것인데, 그 주제가 참 낭만적이다. 어릴적 살았던 집, 동네, 마을, 휴게소, 사람, 음악, 부엌 아궁이, 지금은 고인이 된 누군가와 함께했던 술집, 옛 애인, 공중전화 박스. 사람이 살아가면서 경험하고 체험하는 각종 공간에 추억을 부여했고, 그 추억을 되짚어 다시 경험하는 작가의 글이 너무나도 공감되었다. 마치 내 인생이 그렇듯, 다른 이의 인생이 그렇듯, 이렇게 살고, 저렇게 살아가는 모습들이 정겹게 다가왔다.


장소는 거기 그대로 있되 공간은 사라지거나 변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다. 나 역시 나이를 먹다보니 옛 공간이 사무치게 그리울 때가 많다. 어릴적 부모님과 살았던 집, 함께 뛰어놀던 동네 친구들,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었던 학교 운동장, 놀이터, 살면서 경험했던 많은 공간들. 아주 가끔이지만 그곳이 너무나도 생각날 때면 직접 차를 몰고 찾아가보곤한다. 하지만 너무 늦게 찾아간 탓일까. 많은 곳들이 없어졌고, 변했더라. 이제 그곳은 내 기억 속에만 존재하는 '사라진 공간'이 되었고, 나는 그 '사라진 공간'을 바라보며 '되살아나는 기억'을 애써 끌어올려야했다. 너무 바뀌어버린 공간들 탓에 기억조차 헷갈리는지 이 곳이 그 곳같고 그곳이 이 곳같았다. 그럼에도 몇 곳은 아직 옛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었는데, 그럴때면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행복감에 젖어 한참을 바라보다 집으로 되돌아오곤 했다.


그럼에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휴게소, 공항, 기차역, 버스 터미널 이런 곳들이다. 말하자면 경유하는 공간이 되겠다


과거를 복원하는 일은 저자의 말처럼 아프지만 즐거운 작업임을 깨달았다. 좋아하는 공간을 다시 찾는다는 것. 공간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야말로 기억을 되살리는 방법이 아닐지.


저자의 시선으로 추억 속으로 미친듯이 빨려들어가다가 토지문학관이라는 곳을 알게되었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작가, 소설가, 시인같은 예술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위해 지원하는 곳인데 저자 역시 토지문학관에서 많은 글을 썼다고한다. 나는 그 문장을 읽자마자 마치 자석에 끌리듯 충동적으로 토지문학관으로 달렸다. 급하게 챙긴 노트북, 몇 권의 책, 속 옷과 양말, 바람막이 옷 몇 개가 내가 가진 전부였다. 차로 4시간이 걸렸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그런데 토지문학관에 도착해서 알고봤더니 연초에 미리 신청을 해서 선정이 되어야만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곳이었다. 제대로 조사도 안해보고 즉흥적으로 달려간 탓에 토지문학관과의 인연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대로 되돌아가기는 너무나도 아쉬워서 인근 민박집에서 일주일 정도를 머물면서 이런저런 글을 쓰고 책을 읽었다. 한여름이라는 날씨가 무색하게 날씨는 시원했고, 바람은 차가웠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나는 감정적으로 되살아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온라인 상의 덧 없는 공간들이 허무하게 느껴졌고, 결코 추억이 깃들지 못하는 존재하지 않는 공간은 의미를 잃었다. 카카오톡을 탈퇴해버렸고, 페이스북 계정도 비활성화시켜버렸다. 비로소 나는 조용한 공간들과 함께할 수 있었다.


모든 존재는 시공간時空間의 그물에 갇혀 살아가고 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시간과 공간이 씨줄과 날줄로 겹치는 지점에서 매 순간 삶이 발생하고 또한 연속된다. 이렇듯 시간의 지속에 의해 우리는 삶의 나이를 먹어간다. 한편 공간은 ‘무엇이 존재할 수 있거나 어떤 일이 일어나는 자리’이다. 그런데 허망하게도 과거에 내가(우리가) 존재했던 공간은 세월과 함께 덧없이(영원히) 사라져버리는 것이었다.

지나고 나면 삶은 한갓 꿈으로 변한다고 했던가. 돌아보니 정말이지 모든 게 찰나의 꿈이었던 것 같다. 그러니 나는 그 꿈이라도 한사코 복원하고 싶었던가 보다. 연재를 하는 동안 나는 과거에 내가 머물렀던 곳들을 가끔 찾아가보았다. 짐작했듯 대부분의 공간들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더 이상 자취조차 찾아보기 힘들었다. 다만 그곳에는 마음의 텅 빈 장소場所들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매달 한 편씩 연재를 하면서 나는 무척 행복했던 것 같다. 파편적으로 흩어져 있던 과거의 기억들을 복원하는 글쓰기가 많은 순간 내게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삶을 복원하는 일이었던 것이다. 더불어 삶이 내게 남겨준 것이 무엇인가를 비로소 알게 되었다.


과거의 기억을 복원하는 것이 곧 삶을 복원한다는 메시지가 미치도록 사무친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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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팻 캐바나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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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서평 -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제목이 마음에 들지 않는 책이다. 이번 책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를 잇는 줄리언 반스의 후속작이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를 통해 나는 어느덧 줄리언 반스의 팬이 되었다. 특유의 절제된 문체와 고민거리를 잔뜩 머금은, 마치 '고민 스펀지' 글에서 표현하는 소설적 진행을 통해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책의 원제는 Levels of Life. 삶의 레벨 혹은 삶의 계층을 의미한다. 원제와 어울리도록 이 책은 총 3부(3계층)로 이루어져있다. 하지만 국내판 제목은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다. 같은 작가의 이전 책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와 비슷한 느낌과 공통된 분위기가 있지만 막상 책 내용과의 매칭을 보자면, 음... 글쎄? 나는 책 제목과 책 표지의 아날로그틱한 느낌때문에 슬픈 러브스토리를 이야기하는 책인줄로만 알았다. 실제 책의 뒷면의 간략한 설명 글에서도 사랑의 은유적 표현을 가진 내용인냥 소개되어있어 단단히 착각했다.


이 책은 좀 이상하다. 1부에서는 뜬금없이 열기구에 대한 역사적 사실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위키피디아의에서 '열기구'를 검색한다음 관련 내용을 읽고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덕분에 전혀 관심 밖이던 열기구에 대해 어느정도 공부를 한 기분은 들었지만, 도대체 '열기구'와 '사랑'이 무슨관계인지, 그 이전에 삶의 레벨과 열기구가 도대체 어떤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책 밑줄긋기

"이제껏 하나인 적이 없었던 두 가지를 하나로 합쳐보라. 그러면 세상은 변한다. 사람들이 그 순간을 미처 깨닫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럼에도 세상은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 말이 1부의 성격을 아주 잘 설명해주고 있다고 본다. 이제껏 하나인 적이 없었던 두 가지(열기구와 사랑)을 하나로 합쳤다.


책 밑줄긋기

"이제껏 함께한 적이 없었던 두 사람을 함께하게 해보라. 때로, 새로운 일이 벌어지면서 세상이 변하기도 한다. 나란히 함께 그 최초의 환희에 잠겨 몸이 떠오르는 그 최초의 가공할 감각을 만끽할 때, 그들은 각각의 개체였을 때보다 더 위대하다. 함께할 때 그들은 더 멀리, 그리고 더 선명하게 본다."

2부의 타이틀. 평지에서. 여전히 열기구에 대한 이야기다. 단지 배경이 하늘이 아니라 이제는 땅으로 내려왔다. level이 한 단계 하락한 것이다. 아니, 하늘이 레벨 1이었다면 땅은 레벨 2가 될테니 레벨이 한 단계 올라갔다고 해야할 것 같다. 어쨋든 1부가 역사적 사실만을 나열한 느낌이었다면 2부는 완벽한 한 편의 소설로써 열기구를 표현한다. 베르나르와 버나비의 사랑이야기가 호화롭게 펼쳐진다. 땅 위에서 이루어지는 사랑과 하늘에서의 사랑은, 적어도 이 책에서는 확연하게 다른 느낌이다.


책 밑줄긋기

"내가 살아가는 이유는 감각, 쾌락, 바로 지금 이 순간에 있어요. 난 끊임없이 새로운 감각과 새로운 감정을 찾아 헤매요. 삶이 닳아 없어질 때까지 그렇게 살아갈 거예요. 나의 마음은 어느 누구, 어느 한 사람이 줄 수 있는 것 이상으로 짜릿한 흥분을 원한답니다."

2부는 곧 이어질 3부를 위한 일종의 에피타이저였을지도 모르겠다. 3부에서야말로 본격적인 작가 자신의 사별이야기, 즉 그렇게 끝나지 않을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책 밑줄긋기

"어느 시점에, 머지않아 이런저런 이유로 그들 중 하나가 사라져버린다. 그리고 그렇게 사라진 빈자리는 애초에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의 총합보다 크다. 이는 수학적으로는 가능하지 않은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감정적으로는 가능하다."

2008년 10월 21일 아침, 영국 유수 매체들에 '런던 문단의 별이 지다'라는 부호가 실린다. 그 '별'의 이름은 팻 캐바나. 그녀는 문단의 별이되 작가가 아닌, 문학 에이전트였다. 그녀는 작가를 돕는 뮤즈로서의 역할을 다했다. 그녀의 남편이 바로 이 책의 저자 줄리언 반스다. 반스는 사별에 대해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러다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로 전세계를 향해 이야기하고있다.


"젊은 시절, 세상은 노골적이게도 섹스를 한 사람과 하지 않은 사람으로 나뉜다. 나중에는 사랑을 아는 사람과 알지 못하는 사람으로 나뉜다. 세상은 슬픔을 견뎌낸 사람과 그러지 못한 사람으로 나뉜다. 이런 분류는 절대적인 것이다. 이는 우리가 가로지르는 회귀선이다."


줄리언 반스는 책으로 애도를 표현하는 방식을 취했다. 그렇다면 작가의 말처럼 '애도에 성공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이 질문은 과연 '끝나지 않는 사랑'은 무엇일지 생각해보게한다. 삶의 여러층계에서 이루어지는 사랑과 하늘, 땅, 지하로 이어지는 레벨들. 우리들의 삶과 죽음. 하늘에서 태어나 땅에서 살다가 지하로 내려가는, 역사 전체적으로 볼 때는 매우 짧은 시한부 인생을 이 책은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에세이지만 소설같은, 소설같지만 일기같은, 일기같지만 베드엔딩이 예정된 한 편의 감동적인 멜로 영화같다. 이 책을 덮은 후 나는 다시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를 읽고있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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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라디오] 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서평 - 마술 라디오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구매하다가 우연치않게 2권이 생겨버린 책. 그래서 더 기억에 남을 책 <마술 라디오>. 어느날, 책의 출판사인 '한겨레출판'에서 이상하게 무슨 이벤트에 응모했다가 선정되었다고 말하며 책을 받게되었다. 마침 이 책을 읽고 있던 와중에 알라딘 신간평가단에서도 이번달 리뷰도서로 선정되어버렸다. 그래서 책이 2권이 되었다. 알라딘 신간평가단에서 주는 도서는 '드림'이라는 도장이 찍혀있고, 보통 출판사에서 개인적으로 보내오는 리뷰도서들도 '드림'이나 '증정'따위의 도장이 찍혀있다. 재판매할 생각이 없는 나로서는 있으나마나한 표식이긴 하지만 남들에게 선물할 때엔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래서 나는 이번 책 <마술 라디오>의 원판, 즉 아무런 도장이 없는(한겨레 출판사로부터 받은) 책을 지인에게 선물하기로 마음먹었다.


라디오가 특정 주파수를 통해 무언가를 듣고 생각하고 느끼는 행위라 한다면, 누군가에게 책을 준다는건 일종의 라디오라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책은 2권을 받을 때부터, 책 제목처럼 나에겐 <마술 라디오>가 되었다.


책 밑줄긋기

"사실 내 가슴속에는 라디오 한 대가 있을 수도 있어. 그것은 내가 들은 이야기들로 이뤄진 라디오일 거야. 내 가슴속이 아니라면 어디에도 존재한 적 없는 라디오일 거야.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어쩐지 사람들 가슴속에도 라디오가 한 대씩 들어 있는 것 같단 말이지. 그 라디오는 자신들이 살면서 들은 이야기들, 그런데 잊히지 않는 이야기들, 잘했건 아쉽건 자랑스럽든 후회되든 잊히지 않고 반복적으로 혹은 기습적으로 생각나는 이야기들로 이뤄져 있겠지."


 책은 참 희한하게도 엄청나게 긴 프롤로그로부터 시작한다. 보통 책들은 프롤로그는 간략하고 임팩트있게, 한마디로 독자가 빠르게 읽어보고 책의 전체를 훑어본다음 구매할지 말지를 결정하기 위해 중요한 포인트인데, 거의 모든 내용을 빠짐없이 담고있는 이 책의 프롤로그는 그냥 책 자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길게 이어진다. 저자는 이런 방식을 '형식의 파괴'라 부르지만, 내 눈에 비춰진건 출판사 편집자를 설득한 바로 그 자신감이다.


20년 동안 시사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라디오 PD로 일하며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온 저자는 방송 편집 과정에서 잘려 나간 릴테이프들을 이어 붙인 보물 같은 120분짜리 릴테이프를 되감아 들으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런 저런 소리들. 한숨 소리, 콧물 소리, 기침 소리, 이상하게 꼬인 발음, 얼토당토않은 어리석고 진부한 의견들, 애매하고 불확실한 주장들. 우리들의 일상적인 것들과 '다시 할 수 있는'용기를 품었다고 해석된다. 여러가지 정황상 무언가를 다시 시작하는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라디오 릴테이프에 '실패'한 표본이 저장되었다는건(릴테이프를 잘라내었다는 사실은) 실패를 밑거름삼아 다시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저자는 여기에서 철학적 요소들을 찾는다. 그리고 그 요소들을 이야기한다.


책 밑줄긋기

"나는 그때 네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어. 나는 삶에서 뭘 느끼고 싶어 할까? 내 마음의 주파수가 있을까? 내가 삶에 짓눌리지 않고 추구하는 어떤 멋이란 게 있을까? 그런 게 있다면 나는 무슨 이야기를 하려나? 내 인생의 질문. 그것은 ‘내가 행복해질 수 있을까?’ 그거였어. 나는 행복해지고 싶었지."

책을 읽어나가면서 저자의 인생이 부럽다고 느낀적이 있다. 그것은 라디오 작가로서 원하든 원하지 않든 많은 사람들과 패널로 만나게되고 이야기하게되며, 서로의 정보를 쉽게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 기인했다. 게다가 일반적인 사람이 아니라 라디오에 출연할 정도급의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랬다.


책 밑줄긋기

"살다 보니 알게 된 건 인생에 쓸데없는 것은 없더라는 거예요. 그걸 모아서 선물을 하려고 맘만 먹으면요. 다 소용이 있어요. 돈 없어도 폼 나게 사는 것 어렵지 않아요. 나는 가구들도 직접 만들어요. 거실 탁자, 아내의 서랍장. 다 버려진 나무 주워다가 내가 만들고 칠한 거예요. 이 거실 탁자에서 커피를 마시고 과일을 먹죠. 나한테 가장 소중한 것을 내 손으로 직접 만들 줄 아니까 폼 나게 살아요."

책은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자신의 이야기로 들어갔다가 다시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라디오에서 인생의 정수를 찾는 한 편의 연대기를 보는 것처럼 느껴졌다.


"'슬픈데도 행복하니까 강한 인간이다.' 나는 다시 한 번 노점상 할머니들이 자기 삶을 사랑하는 방식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어. 왜냐하면 '우린 고생스러워도 버티니까, 살아내니까 강한 인간이다'라고 말하지 않았거든. '슬픈데도 행복하니까, 행복할 줄 아니까 강한 인간이다'라고 말했거든. 사실 이 말은 이후로도 내가 슬픔에 빠져들 때 자주 생각나."


책의 부제목은 '오래 걸을 때 나누고 싶은 이야기'다. 반면 오래 걷는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가만히 앉아서 누군가와 치열하게 토론하고싶은 그런 이야기들로 가득차있는 책이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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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 방황]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방황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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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껏 단 한번도 방황해보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환상방황 정유정의 환상방황


사람들이 여행을 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나 역시 어떤 여행은 A를 위해, 어떤 여행을 B를 위해, 어떤 여행을 C를 기대하며 떠나곤했다. 여행은 언제부터 시작되는걸까. '여행가고싶다'는 어설프다. '여행을 가야지!'도 만족스럽지 못하다. '어디를 어떻게 갈까?'부터 진정한 시작이라고 본다.


여행이 주는 묘미 역시 다채롭다. 새로운 것을 접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새로운 것들과 조우하고 호흡하게된다. 길고 긴 거리를 비행기에서, 차에서, 배에서 보내면서도 그곳을 향해 달려간다.


여행지에 도착하고 여행을 마치고 돌아올 때면 약간의 피곤함과 함께 '뭔가를 성취해냈다!'는 성취감이 들때가 있다. 이따금씩은 '아주 즐겁고 유쾌한 시간이었다'처럼 보람됨을 느끼기도한다. 여행은 그 내용에 따라 느껴지는바가 다른, 마치 책 읽기와 비슷한 무언가가 있다.


정확하고 완벽한 여행 계획은 안정감이 있지만 '새로운 것들과의 조우'와는 거리가멀다. 그래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색다른 경험을 기대하긴 힘들다. 요즘 힐링이다 캠핑이다 뭐다해서 주말마다 여행을 떠나는 '여행족'들이 엄청나게 많다. 나 역시 주말마다 여행을 떠나곤 했을 때, 여행지에 있는 수백명의 여행객들을 바라보며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은 잘 짜여진 계획과 정확한 예약, 타이밍으로 마치 기계적인 여행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적어도 내 눈에 그것은 여행이 아니라 그냥 '체험'에 가까웠다.


역마살이 낀 사람처럼 여기저기를 쉴 틈 없이 돌아다니는 타입이 있는가하면 엉덩이 무겁게 한 곳에 정착해서 꾸준히 무언가를 하는 타입이 있다. 나는 후자다. 엉덩이가 무겁지도 못하지만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은 애매한 위치였다. 얼마전까지만해도 나는 여행을 그다지 선호하는 편이 아니었다. 여행지까지 이동하는 시간이 아까웠고, 돈도 아까웠다. 뿐만 아니라 시간을 아껴쓰지 못한다는 느낌이 강해서(여행 계획을 세우고 거기까지 가는 시간대비 실제 여행하는 시간은 아주 짧게 느껴지기 때문에) 여행을 그다지 즐기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이런 사람이 근래들어 여행의 묘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단, 대부분의 계획이 없는, 유명 관광지만 돌아다니는 그런 여행이 아니라 마음내키는대로 근처 아무곳이나 가보는 그런 자유로운 여행에 한해서. 이것은 일종의 '방황 여행'에 가까울 것 같다. 여기저기 '방황'하며 새로운 것들을 접하고 아무런 계획이 없었기에 아무런 기대도 없었지만 뭔가를 느끼거나 무언가를 배우면서 느껴지는 짜릿함이 나를 매료시켰다. 그래서 내가 느끼는 여행의 본질은 방황이고, 방황이야말로 여행이다.

이번 책 <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방황>은 여태껏 단 한번도 방황해보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잘 정리된 '방황기'기 아닐까싶다. <7년의 밤>이라는 히트소설로 수많은 독자(그 독자들에는 나도 포함된다)를 사로잡은 그녀가 평소 생각치도 못했던 여행을 떠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그것도 국내나 가까운 해외가 아니라 히말라야라니...

욕망이라는 엔진이 꺼져버렸다. 책상 위에 쌓아둔 다음 소설 자료와 책, 새 노트가 신기루처럼 비현실적이었다. 누군가 내 상태를 알아차릴까봐. 다시는 글을 쓰지 못하게 될까 봐. 고작 소설 몇 편 쓰고 무너지는구나, 싶어서.
"나 안나푸르나 갈거야."
선택사항이 아니야. 생존의 문제라고.
- 책 프롤로그 중에서


작가가 방황지로 선택했던 것은 히말라야다. 쉽게 갈 수 없는 곳. 그렇기에 더욱 매력적인 곳. 정유정급 소설작가 레벨이 아니라면 생계 걱정에 막상 떠나기가 힘들지도 모를 그런 곳으로 그녀는 향했다.


나는 태어나 한 번도 대한민국을 떠나본 적이 없다. 일이 아니고는 고향이자 주거지인 전라도 땅조차 벗어나보지 않았다. 워낙 골방 체질이기도 했지만 질주하듯 삶을 살아온 탓이 더 컸다.
- 책 프롤로그 중에서


프롤로그의 시작 문구에서 나는 매우 강렬한 동질감을 느꼈다. 물론, 나는 2번 정도 대한민국을 벗어나 본 적이 있긴 하지만.

이 책이 매력적으로 느낀 또 다른 이유는 25쪽 가량되는 뱀처럼 긴 프롤로그에 방황기의 모든 것이 녹아들어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시작에서 출발하게된다. 우리는 여행을 왜 떠나는가? 즉, "어떻게 그 전설의 땅 '히말라야'로 향했을까?"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면 여행기의 대부분의 것들을 알 수 있다. 그녀는 일반 작가 정도가 아니라 대히트작을 보유한 훌륭한 작가가 아니던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 책 중 프롤로그에서 가장 큰 감동과 희열을 경험했다. 반면 본문내용은 그녀의 환상방황기를 에세이형태로 일기처럼 정리해둔 것이라 히말라야에 대해 전혀 정보가 없는, 심지어 지금껏 히말라야를 단 한번도 가보고싶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나에게는 다소 거리감이 있게 다가왔다. 당장 가 볼 수 없기에, 현실적 문제들과 사회적 문제들이 옭아메는 멱살에 저당잡힌 나의 진짜 상황만이 더 괴롭게 다가왔을 뿐이다. 그럼에도 이 책을 모두 읽고 난 후에는 오히려 홀가분함을 느꼈다. 그녀가 환상적인 방황이라 표현하는 여행에서, 전혀 상상하지 않았던 히말라야에서 느끼고 경험했던 일부분이나마 경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비교 자체가 곤란하지만 나와 비슷한 한 명의 사람, 내가 꿈꾸어 마지않는 작가라는 타이틀을 이미 짊어지고 살아가는 사람의 '마침표'가 아닌 '쉼표'같은 휴식기에서, 작가의 말처럼 '세상에 다시 맞설 용기를 얻기 위해 떠나는 신들의 땅'에서, 작가인 그녀가 방황하며 느꼈던 어려움과 즐거운 이야기들에서, 생애최초 해외여행을 했다는 소설가의 첫 에세이 글에서, 나는 표현하기 매우 곤란한 명확하지 않은 어떤 열정과 희망 같은 것들을 많이 배울 수 있었다.



그래서 이 책 <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방황>은 그야말로 여태껏 단 한번도 방황해보지 않은 많은 사람들을 위한 방황 안내서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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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24 12: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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