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 넣어 주는 작가의 기법을 생각하고 읽으니 재미가 더 크다. 주인공에게는 감정이입을 통해 극적 재미를 더 하고, 조연에게는 주인공 캐릭터로 발돋움 할 수 있는 잠재력을 발견하며 다음 시리즈를 기대하게 한다. 빌 호지스 시리즈의 서막을 연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캐릭터에 애정을 갖게 되는 모멘텀을 다양하게 설정하여 인물들이 풀어나기는 이야기의 클라이막스를 기대하게 만드는 점인 것 같다. 그리고 긴장감이 고조되는 구간에서 항상 사용하는 교차편집과 다소 자극적인 설정과 위트로 흥미를 더하게 만드는 스티븐킹의 글 솜씨도 이 작품에 큰 매력을 선사한다.특히 외전인 ’홀리‘를 먼저 읽은 바, ‘홀리’의 첫 등장과 빌과의 만남을 목격하는 즐거움이 크다.
운명이 강하게 이끄는 인연을 향해 한걸음씩 내 딛는 주인공 남녀와 이를 지켜보는 후쿠스케 머리의 이야기, 1Q84의 시대와 고양이마을, 두 개의 달이 떠있는 세계를 지배하는 룰…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이야기는 때론 잔인하게 차갑고 때론 애절하게 그립다. 그리고 현실의 분위기는 대부분 전자에 가깝다. 2000페이지에 달하는 러브스토리
제 2권에서는 마음이 먹먹해질 정도의 서로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했다. 다른 작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에서도 엿 보았던 서로 다른 세계에서 더 깊어지는 그리움과도 닮았다. 나이들어가는 육체와 다르게 느리게 철든 남자들이 읽는다면, 어두운 밤 모르는 장소를 헤메이다 멀리 등불 하나를 발견했을 때 마음 한켠이 따스해지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을만 하다. 덧붙임) 번역도 참 잘되었다.
일본어와 한국어의 닮은 점 때문일까, 양윤옥 번역가의 유능한 번역술 때문일까 문장을 읽어 나가는 속도가 남달라 650여 페이지를 금새 읽어냈다. 물론 무라카미의 이야기를 지어내는 실력도 한 몫 했을 터. 아직 소설의 세계관을 정확히 알긴 어렵지만, 작 중 두 사람이 어떻게 만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아니 애초에 만나게 될 세계관인지도 확실히 모르겠다. 빅 브라더의 배경이 되기도 했고 일본 경제의 황금기이기도 했던 1984년의 이야기를 무라카미는 왜 2009년의 소설에서 등장시켰을까? 남은 두 권을 통해 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