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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와 나의 사계절 요리학교 - 할머니의 손맛과 손녀의 손길로 완성되는 소박한 채식 밥상
예하.임홍순 지음 / 수오서재 / 2023년 7월
평점 :
할머니의 집, 과일 조각, 꽃잎이 연상되도록 오각형 구멍, 반원 구멍, 네 개의 원형을 겹친 구멍을 낸 겉표지 속으로
풍성하게 차린 식탁의 일부가 드러나는 표지디자인에 첫 번째 박수!
목차는 초등학교 교과서처럼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구성을 취하고 있으며,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을 따로 두고 있다.
대학 대신 자칭 할머니의 요리학교에 입학했다고 밝힌 저자다운 구성으로 보인다.
독자는 책을 읽는 동안 저자와 한 공간에 있는 듯 느끼게 된다.
저자의 옆에서 함께 식재료를 손질하며 저자의 마음속 이야기를 듣는 듯하고 저자가 할머니와 나누는 이야기를 듣는 듯하다.
소개하는 요리처럼 글밥은 단출하고 글맛은 담백하지만 자꾸 생각나는 맛이다.
훌륭한 요리 사진과 그 사진만으로 온전히 담아낼 수 없는 맛을 제대로 전해주는 글솜씨에 두 번째 박수!
학교 급식은 왜 맛이 없을까? 이 책에서 그 답을 찾게 되었다.
식재료가 음식이 되기까지 그 과정 어디에도 먹는 이가 참여하지 않으니 맛이 있을 리 없다.
요리 스승으로 모신 할머니를 저자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보면 더 분명하다.
이 책의 맨 앞에는 다음과 같은 소개의 글이 있다.
“아주아주 먼 훗날에는, 꽃으로 태어나 누군가의 길이 되어 쉼을 선물해야지. 지는 날엔 땅에게 얼굴을 비비며 사랑을 전해야지. 마지막 날엔 자그마한 씨앗이 되어 세상을 여행하고 또 다시 할머니 옆에 자리를 잡아야지.
이건 첫사랑보다 진한, 나의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
저자가 원하는 삶은 할머니의 요리이고 그것은 함께 사는 맛이다.
학교 급식은 조리사의 노동의 결과일뿐 만드는 사람과 먹는 사람의 공동 경험이 없다.
책의 마지막 목차는 겨울방학이다. 저자는 진주시장과 할머니의 이웃들, 할머니의 밭을 소개한다.
저자의 다음 기획은 할머니가 속한 공동체의 삶과 음식에 관한 이야기가 아닐까 짐작해 본다.
이 책은 “건강한 몸으로 잘 지내면서 모든 게 만사형통하기를 기원합니다.
다시 맛나서 즐거운 이야기 합시다. 앞으로 쭉”이라고 적힌 할머니의 손글씨로 끝을 맺는다.
눈여겨보면 ‘다시 맛나서’라고 쓴 것은 의도가 있을 듯하다.
할머니와 진주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맛난 기획을 기대하고 응원하며 마지막 박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