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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가 THE CONQUEST OF HAPPINESS.

행복을 정복한다니. 정복이란 단어는 피정복민의 불행을 만드는 원인일 수밖에 없는데……. 한 마디로 행복에 정복이란 단어는 그리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버트런드 러셀은 왜 이런 책 제목을 붙였을까? 독자의 판단에 단초를 제공하는 것은 책의 초판이 1930년에 출간됐다는 것이다. 당시 러셀의 조국인 영국은 산업혁명이후 제국주의 국가로 성장해 해가지지 않는 나라라고 평가하던 시기였다. 2백 년 동안 세계 여러 곳을 정복하고 다닌 것이 일상이다 보니 자신감이 넘치던 시기였다. 세계를 정복해 감에 따라 생기는 정복당한 사람들의 불행이나 고통은 강대국의 시혜로 포장되던 시기였기도 하다. 비록 러셀이 대단한 사상가였고, 노벨상을 받았을 지라도 그는 제국주의 국가의 철학자였던 거다. 실제 책을 읽다보면 저자가 백인종으로서 흑인에 대한 인종적 우월감을 드러낸 표현(P.12 아랫부분)을 볼 수 있고, 백인이 보는 야만인의 삶’(P. 61), 을 그대로 적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학자로서 그의 삶에 기초하여 행복에 대해 말한다. ‘자신이 갈망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발견하고 그것을 대부분 손에 넣었으며, 본질적으로 달성될 수 없는 욕구를 깨끗이 단념하는데 성공했으며, 자신에 대한 편견을 줄였기에 해가 거듭될수록 삶을 더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삶에 비추어 행복을 정의하지 않고 1부에서 어두운 인생관이나 세계관, 경쟁, 피로, 권태, 질투, 부질없는 죄의식, 피해망상, 여론의 횡포가 불행의 원인이 라고 결론짓는다. 2부에서 인생에 대해 열의를 갖고 따뜻한 사랑을 주고받으며, 원만한 가정과 헌신할 수 있는 일을 가지고 있는 한, 인간은 누구나 행복해 질 수 있다는 것이다.

 

본문에서 러셀의 표현 몇 가지를 옮겨 본다.

술에 취하는 것은 일시적인 자살이다.

사람들이 생존을 위한 투쟁이라고 말하는 것은 실제로는 성공을 위한 투쟁이다. 성공하기 위해서 다른 요소들을 모두 희생한다면 그 성공은 너무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된다. 건전하고 조용한 기쁨을 삶의 조화로운 이상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자. 사랑의 대지의 생명의 한 부분이다. 그러나 사랑 없는 섹스는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걱정은 그 문제가 대단치 않은 것임을 깨달으면 줄일 수 있다. 내가 최악의 사태를 직시할 때 아무것도 회피하지 않게 되었다면 내 걱정은 말끔히 사라지고, 그 대신 일종의 쾌감이 생긴다. 자신들의 활동에 의해 영향을 받는 개개인들도 자기가 바라는 세상에 대한 나름대로의 가치관을 가질 동등한 권리가 있다. 당신의 인생행로가 무엇이든 간에 당신이 당신을 평가하는 만큼 다른 사람들이 당신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안다 해도, 다른 사람들이 잘못을 저질렀다고 확신하지 마라(공자님 말씀이랑 같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입장에서 인생을 생각하지 남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는다(역지사지의 어려움). 진실이 아무리 불쾌할 지라도 단호하게 진실에 직면하고 진실에 익숙해져서 그 진실을 토대로 당신의 삶을 세워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즐거움은 어느 것이든 존중되어야 한다. 열의를 잃게 되는 주요한 원인은 사랑받지 못한다는 감정이며, 반대로 사랑받고 있다는 감정은 무엇보다도 열의를 촉진시킨다. 실패했을 때 다른 곳에서는 찾을 수 없는 위안과 안정감을 주는 곳이 가족이다. 부모는 처음부터 자녀의 인격을 존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긴 안목으로 보면 일관성 있는 목적은 행복의 가장 본질적인 요소이며,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러한 일관성은 주로 일을 통해서 획득된다.

 

러셀은 철학, 수학, 과학, 역사, 교육, 윤리학, 사회학, 정치학 분야에서 40권이상의 책을 출간했다. 세 번 이혼하고 4번 결혼했다. 행복과 불행을 다 경험한 것이리라.

<행복의 정복>의 문예출판사에서 1973년 초판, 19932, 2015년에 2판 재쇄, 본문 253쪽을 내 내놓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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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80
하인리히 뵐 지음, 김연수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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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6일 오후 11:29 ·

주인공 카타리나 블룸은 경찰서에 전화하여 <차이퉁>지 기자 퇴트게스를 죽인 게 자신이라고 자수한다.

 

카타리나 블룸은 27살의 평범한 가정 관리사다.

불우한 어린 시절과 철없이 했던 결혼과 이혼으로 상처받고 살지만 블로르나 변호사 가정을 관리하며 늘 성실하고 진실한 태도로 주위의 호감을 사던 총명한 여인이다. 왜 그녀는 기자에게 총을 쏘았는가?

그녀는 카니발 기간에 댄스파티에서 만난 루트비히 괴텐에게 끌려 춤을 추고 블룸의 아파트에서 밤을 함께 보낸다. 루트비히 괴텐은 살인범으로 추적당하는 터였다. 바이츠메네 수사관에게 연행된 카타리나 블룸은 괴텐이 살인혐의를 갖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심문과정에서 블룸의 자기표현을 지켜보며 나는 왜 이렇게 하지 못했나! 자괴감이 든다.

여기까지가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닷새 동안 벌어진 소설(이야기 : 저자 하인리히 뷜은 소설이 아니라 이야기라고 주장한다)의 시작이다.

수사가 진행되고 괴텐이 체포된다. 블룸은 괴텐에게 사랑을 느꼈고, 문제가 있더라도 투옥기간 동안 참아내고 함께 가정을 꾸릴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한다.

 

카타리나 블룸은 신문기자를 총으로 쏘고 자수한 까닭은 무엇인가?

치근대던 사업가에게도 다정함을 보이지 않았건만, 성실한 삶을 살아왔건만

<차이퉁> 지 기자가 선정적으로 써놓은 기사는 블룸에게 들 수 없는 무거운 치욕을 안겼다. 이웃들이 블룸을 대하는 태도로부터 받은 치욕스러움을 해명할 길은 없다. 명예로움은 날아가 버렸다.

단 며칠 만에 음탕한 공산주의자라는 비난, 어떤 남자에게도 쉽게 보일 수 있다는 상황에 빠진다. 어머니와 이혼한 전남편으로부터 받은 비난을 받는다. 블로르나 변호사 부부와 몇 몇을 제외한 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자신을 해명할 수 없다는 한계에 부딪친다.

카타리나 블룸은 선정적인 기사를 쓰고 사진을 거재한 기자와 인터뷰를 자청한다. 기자는 인터뷰를 시작하기도 전에 블룸에게 한바탕 진하게 섹스하자는 말을 뱉어 낸다. 블룸은 이를 듣고 참아낼 수 없었다. 핸드백에서 총을 꺼내 방아쇠를 당긴다.

<차이퉁>지가 진실만을 보도했다면 블룸은 기자를 쏘지 않았을 거다.

독자들의 저속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선정적인 언론이 어떻게 한 개인의 명예와 인생을 파괴해 가는지를 보여준다.

 

보수 신문이나 진보신문이나 한쪽 만 보여준다.

정부기관이 제공하는 보도 자료나, 기업이 내놓는 자료는 홍보용이다.

진실이거나 사실만을 보도하는 것만은 아니다.

독자에게 언론을 보는 시각을 바르게 갖는 노력과 비교 관찰이 필요함을 말하고 싶은 것이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짧지만 여운이 길다. 특히, 내 나라에서 그러하다.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는 민음사에서 20085월 초판, 20163얼에 초판 24쇄본이 본문 170쪽으로 내놓은 거다. 짧아서 출장 중에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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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서설 - 아랍, 이슬람, 문명
이븐 할둔 외 지음 / 까치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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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읽어봐야지 벼르던 책이다. 아랍세계, 중동하면 부지불식간에 원유’, ‘테러’, ‘이슬람교’, ‘국제 왕따 이스라엘’(이건 독자 판단)이란 심상이 떠오른다. 미국과 유럽이란 강대국의 입장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는 한국 언론(오바마의 질문권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수준의) 덕분이다. 신앙이 아닌 역사, 문화로써 이슬람은 그 크기와 영향력에 비해 우리는 너무 소홀하게 여긴다. 몇 억 달러 벌어들이는 근로자를 보낸 곳’, 수억 달러의 플랜트 수출 대상지역’, ‘원유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면 관심을 둬야하는 지역이라는 자본의 차원에서만 바라보는 듯하다. 이슬람과 관련된 수권의 책을 보면서 14세기 이슬람 세계의 지성, 이븐 할둔의 <역사사설>을 만나길 기대했다.

 

서문에서 보고하는 사람은 단지 적어서 그대로 전달할 뿐이기 때문에, 은폐된 진리를 가려내기 위해서는 비판적인 통찰력이 필요하며, 이와 같은 비판적 통찰력이 적용되어 진리가 찬란하게 드러나기 위해서는 지식이 요구된다.” 고 하였기에 E. H. 카도 이븐 할둔보다 지성에서 앞섰다고 볼 수 없다. <역사서설>에서 다루는 주요 종족은 아랍인과 베르베르인(야만인이란 의미로 북아프리카 서브의 마그리브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다. 목차를 보면서 추측 했던 오류는 한 권의 책일 거라는 거다. <역사서설>은 서론과 3부로 구성했는데 서론에서는 역사학의 장점과 방법론을 제시하고, 역사가들이 범하는 실수를 예를 들어준다. 1부는 문명과 그 근본적 특징(왕권, 정부, 직업, 생계, 기술, 학문) 및 이를 가능케 하는 원인과 이유를 논한다. 2부는 천지창조에서 오늘(14세기)에 이르기까지의 아랍인들의 역사와 종족과 왕조들을 다루는데 시리아인, 페르시아인, 이스라엘인, 콥트인, 그리스인, 비잔틴인, 투르크 인등 그들과 동시대에 존재했던 여러 민족을 포함한다. 3부는 베르베르족의 기원과 마그리브 왕가와 왕조를 다룬다. 김호동 교수가 옮겨 내가 읽은 번역서 <역사서설>은 이븐 할둔이 말하는 서론과 제1부를 옮긴 것이다. 각주에 따르면 분량 면에서 이븐할둔의 역사서 전체의 약 1/7에 해당한다니(번역서의 본문이 542쪽 분량이다) 전체의 분량은 어마어마한 것이리라. 600년 전에 이렇게 방대한 분량의 역사서를 썼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30년 전에 우리도 인터넷이 세상을 이렇게도 바꿀 줄을 알았겠는가.

이 책의 정식 명칭은 <성찰의 책, 아랍인과 페르시아인과 베르베르인 및 그들과 동시대에 존재했던 탁월한 군주들에 관한 초기 및 그 후대 역사의 집성(集成)>이다.

 

P29~58에 이르는 서론에서 역사학의 미덕, 그 다양한 연구 방법에 대한 평가, 역사학자가 저지르기 쉬운 각종 오류 살펴보기, 그 오류들이 생기는 까닭을 적고 있다. 서론에서 언급한 연대의식은 이븐 할둔의 문명론에서 중요한 개념이다. 그에 의하면 정주 생활을 하는 도시민이 아니라 황야와 초원에서 사는 유목민들이 소유한 것으로, 그들은 강력한 연대의식을 통해서 정복을 완성하고 도시와 국가를 건설하며, 이 도시와 국가를 토대로 문명이 탄생, 발전한다. 그러나 처음에는 강력한 연대의식을 가졌던 그들이 도시생활과 사치에 물들게 되면서 그것을 점차 상실하고, 결국 보다 강력한 연대의식을 지닌 다른 집단이 건설한 국가에 의해서 붕괴되고 만다. 이처럼 이븐 할둔은 연대의식의 성장과 쇠퇴로 국가와 문명의 흥쇠를 설명한다. 19세기 20세기 초 국가 유기체론도 이븐 할둔의 사상 속에 씨앗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

 

1부 제1인간의 문명 일반에서 [인간의 사회조직은 필요불가결하다. 문명이 존재하는 지역은 대양, 하천, 기후대의 영향을 받는다. 공기가 피부색 과 여러 상태에 영향을 미친다. 기후가 인간 성격에 영향을 미친다. 지역 간에 발생하는 식량의 풍족과 결핍이 인간의 신체와 성격에 영향을 미친다. 선천적, 혹은 수행을 통해 초자연적 지각 능력을 지닌 인간들이 있다.]라는 6가지 전제를 제시한다. 이중 3, 4 전제는 과학적인 설득력이 없으나 당시 수준으로는 논리가 성립된 전제다.

2장은 전야민과 도회민, 연대의식에 대한 글이다. 전야민은 오늘날 기준으로 시골 사람들(유목민), 도회민은 도시인을 이른다. 그들의 생활 상태와 전야민이 도회민으로 바뀌는 흥쇠를 다룬다.

3장은 52개의 주제로 나누어 왕조, 왕권, 칼리프위(), 정부 관직 및 이와 관련된 모든 사항들을 적고 있다. 칼리프위에 대한 기록은 접해본 책 중에서 가장 상세하게 기술되어 마호메트 사후, 초기 이슬람교를 이끈 칼리프들의 정신적 순수까지 절감(切感)할 수 있다.

4장에서는 건축학 개론서를 보는 듯하고, 초기 아랍인들의 문화 수준이 비아랍인인 페르시아인보다 낮았음을 밝힌다. 부동산, 물가 등 경제학에 관한 언급도 적지 않은 분량으로 설명한다.

5장에서는 이윤과 기술 등 다양한 생계수단과 이와 관련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기록하고 있다. 32개의 주제는 오늘날 경제학을 다 다루는 듯하다. 이윤, 직업, 대출, 지위와 재산획득, 직업별 수입, 농업과 농민, 상업, 상품의 수송, 매점매석, 물가의 등락, 기술의 발전과 쇠퇴, 농업기술, 건축기술, 목공기술, 직조 및 재봉기술, 조산술, 의술, 서예, 출판기술 등등

6장은 59개 주제로 철학, 종교학, 법학, 사변신학, 수피즘, 꿈의 해석학, 수와 관련된 학문들, 천문학, 논리학, 자연학, 의학, 농학, 형이상학, 마술과 주술의 학문 등 다양한 학문 분야와 교육방법을 다룬다.

 

책의 뒤표지에 적힌 문장을 소개하는 것이 좋겠다.

‘<역사서설>은 아랍 민족들 그리고 그들의 삶과 국가, 문화 특히 그들의 종교인 이슬람교를 총체적으로 고찰한 거대 문명론으로서, 타의 비교를 허용하지 않는 위대한 역사서이다. 그것은 또한 거시적인 주제와 그 주제를 서술하는 방법 그리고 <역사서설>이 가지는 의미와 제기하는 의문이 14세기의 당대를 넘어서서 지금도 현재적인 데에 있다.’

 

아쉬움이 있다면, 이븐할둔이 이슬람교가 오늘날 수니파와 시아파로 대립하게 된 연원을 자세히 밝히지 않은 거다. 당시 종교적인 분위기에서 다루기 힘들었으리라 추측할 뿐이다.

 

역서 <역사서설>은 까치글방에서 김호동 교수가 번역하여 2003년 초판을 내놓았고, 독자는 2016년 초판 3, 575분량을 살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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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란 무엇인가 - 제3판 세상을 움직이는 책 2
E. H. 카 지음, 박종국 옮김 / 육문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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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필수로 수강했던 역사학 개론에 대한 기억은 이제 찾아보지 않는 문서로만 남아있다. E.H. 카가 역사란 현재와 과거의 대화라고 정의했다, 그러나 그것이 무얼 의미하는지 그때도 지금도 의식하지 않고 산다. 요즘을 사는 내게 역사는 고대사를 어떻게 볼 것인가’, ‘일본의 역사왜곡’, ‘중국의 동북공정’, ‘아랍세계에 대한 역사적 무관심’, ‘아프리카에 대한 무지’, ‘가깝게는 극복하지 못한 친일의 역사등등 언론에 비춘 내용 외엔 없다는 것이 되돌아본 현실이다. 역사를 전공하지 않은 채 역사 철학을 마주하는 무리수를 두고 책을 읽는 것은 더 늦기 전에 읽어볼 만한 책이라는 평가 때문이다.

 

<역사란 무엇인가(What is History)>E.H. 카가 19611월부터 3개월간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연속 강연한 내용을 묶은 책이다. 1장 역사가와 그의 사실들, 2장 사회와 개인, 3장 역사와 과학과 도덕, 4장 역사의 인과관계, 5장 진보로서의 역사, 6장 넓어지는 지평선으로 구성하고 장마다 10개 이상의 소주제를 달아 놓았다. 80여개의 소주제를 살펴보면, 강연 내용이 무엇이고, 역사가 어떤 방향성을 갖는가를 대충 짐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무엇을 고민하는가를 엿볼 수 있다. 역사에 무지한 독자의 눈에 띄는 내용을 요약해본다.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은 우리가 처한 시대적 상황을 반영하고,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어떤 관점에서 보고 있는가를 반영한 답을 하게 된다. 역사적 사실이란 어떤 특질에 있어서가 아니라 역사가의 선험적 결정에 좌우된다. 역사가가 그것을 찾아내 줄 때에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역사가는 불가피하게 선택적이다. 역사적 사실로서의 그 지위는 해석의 문제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19세기 역사관은 세계를 평화롭고 자신감 넘치는 눈으로 바라보는 세계관의 산물인 자유방임의 경제 정책과 관계있다. 역사가가 역사를 만든다. 역사가를 먼저 연구해야 역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1장의 결론. ‘역사란, 역사가와 사실들 사이의 상호작용의 부단한 과정이며,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이다.’

 

사회를 떠난 개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역사가를 연구하지 전에 그의 역사적, 사회적 환경을 연구하시오. 역사가는 개인인 동시에 역사와 사회의 아들이다. 따라서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은 이와 같은 이중의 시선으로 역사가를 투시하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 2장의 결론. 역사가와 그의 사실과 상호작용이라는 과정은 추상적인 고립된 개인 사이의 대화가 아니라 현재의 사회와 과거의 사회와의 대화이다.

 

베이컨의 언급. 관습의 완강한 지속력은 혁신과 같이 난폭한 것이다. E.H.카가 공감하는 엥겔스의 글(역사는 모든 여신 가운데서도 가장 잔인한 여신일 것이다. 전쟁에서뿐만 아니라 평화적인경제 발전에서도 이 여신은 시체더미를 넘어서 승리의 전차를 몰고 다닌다. 불행하게도 너무나도 우둔한 우리 남녀들은 견딜 수 없을 정도의 고난에 시달리지 않고서는 진정한 진보를 위한 용기를 불러일으키려고 하지 않는다.)

 

역사의 연구는 원인의 연구이다. 역사가가 원인을 다양화하는 동시에 원인을 단순화해 나가는 작업을 해야 한다. 역사의 해석은 언제나 가치 판단과 떼놓을 수 없는 것이고, 인과관계는 해석에서 떼놓을 수 없는 것이다.

 

역사에서 자유의 진전에 대한 액튼 경의 서술(역사는 획득된 기량이 세대에서 세대로 전승되는 것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진보를 말한다. 변화만 빨랐고 진보는 늦었던 과거 4백 년간에 걸쳐서 자유가 보존되고 지켜지고 넓혀지고 마침내는 이해되기에 이르렀던 것은, 폭력과 끊임없는 악의 지배에 항거하기 위하여 수 없이 취해졌던 약자들의 집단적 노력에 의한 것이다.) 한 집단에게는 몰락의 시대로 보이는 것이 딴 집단에게는 새로운 전진의 시작으로 보이는 일은 흔하게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진보란 모두에게 평등하게 동시적인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또한 그렇게 될 수도 없는 것이다. 우리의 역사관은 우리의 사회관의 반영이다. 역사는 부단한 진보의 과정이다.

 

미국의 독립은 사람들이 의도와 의식을 가지고 자기들을 하나의 국가로 형성하고, 의도와 의식을 가진 사람들을 그러한 국가의 틀 속에 끌어들이려고 하기 시작한 역사상 최초의 사건이다. 어떤 사회에서나 지배 집단은 대중의 여론을 조직하고 통제하기 위해서 크건 작건 간에 강제적 수단을 쓰는 법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다른 방법보다 나쁘다고 생각되는 것은 그것이 이성의 남용이라는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 과정 속에서 발견된 모든 발명, 혁신, 신기술은 어떤 것을 막론하고 긍정적인 면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면을 아울러 지녀왔다는 점이다. 누구건 희생자는 반드시 있었다. 역사상 모든 위대한 발전이 그랬던 것처럼, 발전에는 지불되어야만 할 희생과 손실이 있고 대결되어야만할 위험성이 있다. 1차 대전은 엄밀한 의미에서 유럽이 내란에 불과했다. 이에 비해 1917년 러시아 혁명은 더욱 결정적인 충격을 초래했다.

 

과거 4백 년간 영어 사용 세계의 역사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시기였다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그것을 세계사의 중심부로 취급하고 그 밖의 것은 모두 변두리 부분으로 취급한다는 것은 유감스럽게도 왜곡된 관찰이다. 영어 사용 국가에 사는 우리(저자)들이 이리저리 모여 가지고, 다른 나라와 다른 대륙들의 터무니없는 거동 때문에 우리 문명의 은혜와 축복으로부터 고립되어 나났다는 이야기를 평이한 일상 영어로 지껄여대고 있는 동안에 오히려 세계의 현실적인 움직임에서 고립되고 있는 쪽은 이해력도 없고 성의도 없는 우리 자신이 아닌가 하는 기분에 사로잡히는 때가 있다.(멋진 자기반성이다)

 

독자가 읽은 것은 육문사에서 세상을 움직이는 책이란 테두리에서 201310월 개정 36, 본문 240쪽 분량으로 전역(全譯)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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