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 비겁한 승리
김연수 지음 / 앨피 / 201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18.6.30.()

강만길의 <분단시대의 역사역식>59권의 단행본과 강석화의 <조선후기 함경도와 북방영토의식>44편의 논문, <경국대전>26개의 자료를 바탕으로 임진왜란을 새롭게 해석한 책이다. 책을 읽는 내내 선조의 비겁과 무능, 일본의 교활함, 명나라 신종황제가 제발 자강하려고 애쓰라며 조선을 보는 태도를 보면 속이 터진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으로 황폐화된 조선 강토에서 죽어간 민중과 살았어도 살아있는 게 아닌 삶이 보인다. 의병활동과 이순신, 김덕령을 폄하하고 죽이는 선조의 태도에서 어떤 철학이 선조에게 있었는지 답답하며, 지도자의 리더십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생각하게 한다. 전쟁을 대하는 16세기 말 조선과 일본, 명나라, 여진의 시각을 보며 현재의 국제정세와 비교해 본다. 저자 김연수가 왜 제목을 <임진왜란 비겁한 승리>로 지었는지 수긍할 수 있다.

 

임진년 왜의 침입을 대한 선조의 생각들은 <선조실록><선조수정실록>에서 볼 수 있다. 왜가 침입할 것임을 알고 있었다는 근거가 여러 사료에 남아있다. 그럼에도 조정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대대로 번봉을 지켜 조공을 착실히 바쳐 왔으며 제후의 법도를 어기기 않았기 때문에 중국이 우리나라 대하기를 내복內服처럼 여겼으며 알려 줄 일이 있으면 반드시 먼저 알려 주었고 어려움이 있으면 서로 도와주는 등 마치 한집 식구나 부자와 같은 친분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귀국도 일찍이 들어서 알고 있는 터이고 천하가 모두 아는 사실입니다”[선조수정실록 2451]

전쟁 전 사신으로 조선에 와 있던 일본 승려 현소를 통해 보낸 공식 문서 내용이다. 조선이 명의 속국이니 명이 지켜줄 거라는……. 명나라를 치겠다는 의도를 가진 왜가 이 문서를 보고 얼마나 헛웃음을 쳤을까? 미국이 우리를 지켜주고 있고 그럴 것이라고 믿고 TV에 나와 공공연하게 이를 언급하며 사드 등 전략무기에 믿음을 가진 정치인들이 떠오른다.

 

충주에서 패전 보고가 이르자, 임금이 대신과 대간을 불러들여 파천에 대해 발의 하였다” [선조실록] 25428

왜가 부산에 침입해 보름이 지난 후에 선조의 반응이다. 대신들이 파천을 청하기를 기다리다 지친 선조가 스스로 입을 열어 도망가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이승만이 한강다리를 폭파하고 대전으로 도망간 것과 다르지 않다.

 

“7년 동난 행한 모든 일이 움츠려 구차하게 보전하려는 계책뿐이었고, 쇄신 분발하여 적을 섬멸하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의리를 진작시키지 않았으니, 지금 비록 남쪽으로 내려가겠다는 하교가 있지만, 신은 믿어지지 않는다” [선조실록]31117

이는 의주로 도망가고 요동으로 도망가려 했으며, 조명 연합군이 한양 도성을 수복하고 조정 신료들이 한양으로 들어가자는 청을 6개월 동안 미루던 선조가 전쟁이 끝날 무렵에 경상도 남동 해안에 웅크리고 있는 왜군을 몰아내는데 임금이 내려가 독전하겠다는 선조의 말을 듣고 사관이 기록한 내용이다.

 

이외에도 <선조실록><선조수정실록>153건 사료에서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대하는 임금과 조정 대신들의 시각을 드러낸다. 정말 다행인 것은 사관들이 임금과 대신 간에 주고받은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적어 두었다는 것이다. 조선왕조실록의 가치를 높이 평가해야하는 이유를 누구나 알 수 있다.

 

다음은 조정 대신들의 시각을 실록에서 찾아본다. <선조수정실록> 2431일자다. 먼저 통신사로 다녀온 부사 김성일은 정사 황윤길이 필시 병화가 있을 것이다.”란 말에 그러한 정상은 발견하지 못하였는데 윤길이 장황하게 아뢰어 인심이 동요되게 하니 사의에 매우 어긋납니다라고 말한다.

한양 도성을 버리고 개성으로 출발하는 날 선조의 의중을 알아차린 도승지 이항복의 말이다. 의주에 머물만합니다. 만약 형세와 힘이 궁하여 팔도가 모두 함락된다면 바로 명나라에 가서 호소할 수 있습니다.”

이몽학의 난에 연관된 것으로 사태를 오판한 조정은 의병장 김덕령을 체포하고 처분을 논할 때, “국가가 차츰 편안해지는데 장수 하나쯤 무슨 대수입니까. 즉시 처형하여 후환을 없애야 합니다라고 말한다. 이순신 장군의 若無湖南 是無國家와 어찌 이렇게 대비될 수 있는지…….

한편 조선에 군사를 보낸 명나라의 시각은 사료에 어떻게 기록돼 있는지 살펴본다.

황제는 조선 국왕에게 칙유하노라. 그대의 나라는 대대로 동번을 지켜오면서 본디 공순함을 다하였고 (중략) 국왕은 서쪽 해변으로 피난하여 초야에 파천해 있다고 하였다. (중략) 지금 특별히 행인사행인 설번을 보내어 국왕에게 이르노라. 그대는 마땅히 조종이 전해 준 기업임을 생각하여야 할 것인바 어찌 차마 하루아침에 가벼이 버릴 수가 있단 말인가. 급히 치욕을 씻고 흉적을 제거하여 힘써 광복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선조실록] 2592

정유재란이 일어나자 자강책을 강구하지 않았던 조선이 명에게 다시 원병을 청한다. 이에 명나라가 조선에 보낸 비난이다.

어찌하여 몇 해 동안이나 휴식하면서도 군사훈련을 시키지 않고 스스로 와신상담을 잊고 왜군이 다시 쳐들어오게 되자, 전과 같이 또 장황하게 글을 바쳐 천조의 구원을 바라느냐. ...... 짐이 약소를 측은히 여기는 인과 어려움을 구해 주는 의로써 다시 군대를 보내고자 한다. ...... 짐은 구원병을 보내는 것을 어렵게 여기지 않고 만리 먼 길을 달려가 도와주는데 너희들은 사직을 지키는 의리에 소홀해서 한 가지 계책도 세우지 않았다. ...... 너희 마음이 너무 어두워 가련할 뿐이다.[선조실록] 301024

쪽팔릴 뿐이다. 주은래나 시진핑이 이런 역사적 사실과 모를 리 없고, 한반도를 대하는 태도에 영향을 주지 않았을 리가 없다.

 

동인 세력의 리더로 왜의 침입에 전쟁준비를 하자고 못하고 수수방관했지만, 유성룡이 <징비록>을 남겼음과 강항이 <간양록>을 남긴 것 말고는 온통 부끄러운 일 뿐이다. 충무공이 없었다면…….

 

역사에서 조선은 왜의 침입을 알지 못했다고 가르쳤다. 최소한 알고 있었다고 가르치려면 어떤 준비를 했는가를 말해야했기 때문이리라.

- “나는 이 적들을 한없이 우려했다.”<선조실록> 2552일자 기록을 보면 선조는 왜가 침략할 것임을 알고 있었다. 대비하지 않은 것이다.

- 조선은 정보를 얻을 곳이 없어 조선에 와 있던 왜 사신 현소로부터 내년에 길을 빌어 상국(중국)을 침범할 것이다는 확언으로 조정은 의논에 들어간다.

- 중국은 일본이 조선을 거쳐 중국을 침략할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한 상태였다. 전쟁 8개월 전에 류큐는 일본이 중국을 침략할 것이라는 사실을 명에 통보했다. 일본에 머물던 중국 상인 진신과 허의후 등도 일본이 중국ㅇㄹ 침략할 것이며 조선이 일본군의 향도가 될 것이라는 정보를 중국 조정에 전달했다.

- 관동별곡으로 국어 교과서에 실렸던 정철은 정여립 역모 사건을 기획하여 동인을 상대로 원한을 갚는 소인배인 듯하다

 

<임진왜란 비겁한 승리>는 앨피에서 20135월 초판을 내놨다. 본문 395쪽 분량이다. 사료를 토대로 한 글이지만 읽기 쉽게 썼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라시아 견문 1 - 몽골 로드에서 할랄 스트리트까지 유라시아 견문 1
이병한 지음 / 서해문집 / 201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유라시아 견문 1>
책을 덮고 생각한다. 적지 않은 분량인데 쉽게,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일까. 두 가지다. 하나는 전공인 지리학인지라 유라시아를 다루는 내용의 공간을 따라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유라시아 지도가 머리 속에 있으니 저자가 하는 이야기는 자석에 쇳가루가 달라붙듯이 쩍쩍 달라붙은 탓이다. 다른 하나는 학창시절 배웠던 이후의 유라시아 현대의 모습을 과거와 적절하게 버무려 던져주기 때문이다. 책과 뉴스를 통해 20세기 후반과 21세기 초의 유라시아 변화 모습과 방향을 지켜보았지만 단편적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그 빈자리를 채워준다.
덤으로 미국 패권주의를 벗어나고 있고, 중국이 새로운 모습으로 유라시아의 주역으로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강조한다. 저자가 좌파적 시각이라고 고백하듯 유라시아에서 미국을 걷어내고 각 지역의 부흥을 위한 노력도 보여 준다. 地誌 중에서 아시아지지를 공부한 느낌이다. 저자는 현대사를 연구하는 역사학자지만 역사의 이해에 지리가 절실함을 아는 사람이다. 이런 까닭으로 세계사, 좁혀도 중국사와 아랍세계사를 소홀하게 다룬 사람이나 지리 감각을 키워가는 사람에게는 헷갈리거나 복잡다단하다는 느낌을 가질 수도 있으리라 염려한다. 고등학교 지도책을 옆에 펴두고 책의 내용을 따라가며 확인한다면 이해를 도울 듯하다.
오랜만에 수없이 밑줄 치며 읽은 책이라서 독서노트를 쓰려면 한나절은 걸릴 듯하다. 어떤 기준으로 노트를 적어 볼까 생각하다가 우선 밑줄 친 내용을 다시 보며 워드작업을 한 후에 기준을 세워 다시 정리하기로 한다.
프롤로그 : 겐요샤(1881년 설립된 일본의 극우단체)가 쑨원과 신해혁명을 지원한 저의는 청제국의 몰락에 있었다. 2014년 <몽夢, 대아시아>를 창간한 뜻도 중국몽에 맞선 대항담론이다. 반중연합에 기초한 대 아시아 구상은 몽상이자 망상이다. 일본의 한계다. 저자는 서구의 지정학적 가치체계를 내던진다. 유럽과 아시아에서 근대와 전근대의 분단을 잇고 유라시아적 맥락에서 동서고금을 재인식함으로써 유럽의 자만과 아시아의 불만을 해소하는 대동 세계를 모색한다.
연행록과 견문록 : 박지원의 열하일기, 박규수(박지원의 손자이자 유길준의 스승), 유길준의 서유견문에서 혈연과 학연을 통해 흐르는 문류를 소개한다. <서유견문>이 서구 문명을 문명의 정점으로 보지 않고 앞으로 서구의 처지가 어찌될지 알 수 없다는 단서를 달았다 한다. 이런 태도는 得中의 태도, 동과서, 고와 금에서 중용을 지키는 자세라고 본다. 이런 시각에서 책이 전개될 것임을 알아채야 한다. 캉유웨이, 량수밍, 타고르, 간디, 자말 알딘 알아프가니도 헛개화가 아닌 眞개화를 궁리했다.
21세기 중화망 : 태국 국경 치앙라이의 마에살롱은 버마에서 쫓겨난 국민당 잔군 4천 명이 1982년까지 본토 수복을 꾀하던 곳이다. 현재는 중국 윈난성과 태국을 잇는 고속철도가 통과하는 관광지로 개발되었다.
방콕의 춘절 :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군 폭격기의 80%가 방콘 돈므앙 공항에서 출격할 정도로 미군이 많이 주둔하던 곳이다. 미군 철수후 전쟁기의 유산이 관광업 부흥의 견인차가 된다. 중화 세계의 외부인 방콕에 광동성 출신 화교가 많아 춘절이면중국 관광객이 넘쳐난다. 신동방무역 시대 : 중국이 주도하나 창설국의 GDP에 기초해 지분을 할당하고 미국처럼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에 영국, 독일도 참여한다. 실크로드이후 신동방무역시대를 여는 기초 작업이다.
우크라이나, 신냉전과 탈냉전 :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에 몬센토, 듀퐁과 같은 생명공학 기업이 밀려와 ‘세계화의 덫’에 걸려들었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은 주민들의 ‘민주적인 의사결정’인데, 서방의 프로파간다에 의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에는 독일 패망후 나치를 추종하던 무리들을 보호한 미국의 손길이 닿아 있다. 미국은 유럽, 러시아, 중국을 나누고 쪼개려 한다. 동유럽에서 독일과 프랑스는 미국이 울타리를 벗어나 러시아와 협력을 강화한다. 푸틴은 리스본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유라시아 고속철을 건설하자고 제안한 상태다.
인도양에 부는 바람 : 중국은 스리랑카, 몰디브, 세이셸, 모리시어스에 관심과 투자를 쏟아 바닷길을 활성화하려 한다. 인도는 면화길에 투자한다. 뭄바이에서 이란의 반다르아스를 거쳐 카스피해를 지나 러시아의 아스트라한 항까지 물류망을 구축하고, 이란의 차바하르항에서 아프가니스탄을 거쳐 터키까지 연결을 꾀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미얀마의 시트웨항 건설, 아세안 고속도로까지 인도의 입김을 불어 넣고 있다. 중국이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내놓은 지 1년 후 인도는 몬순 프로제트로 계절풍에 기댄 고전적 교역망을 재건하여 인도양 세계 복원을 꿈꾼다. 오늘의 G2는 미국과 중국이나 내일의 G2는 중국과 인도일 것이다.
반둥, 위대한 유산 : 혁명과 정치는 영감을 불어 넣는 예술이라는 ‘교도 민주주의’는 수카르노의 지론이었다. 반둥선언의 ‘평화공존 5원칙’에는 저우언라이의 求同存異가 담겨 있다. 문명화를 강요하고 근대화를 이식하고 민주화를 선동한 20세기 지배 이념과는 다른 것이었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4대 인구대국, 세계 최대 이슬람 국, 아세안의 대표국이며 반둥이라는 시대정신을 담지한 소프트파워 강국이다.
적도의 대국, 인도네시아 : 인도네시아는 만달라 국가(동남아 특유의 국가 성격으로 영토성에 기반을 둔 중앙집권형국가가 아니고, 왕조 개념도 없었다. 명료한 국경 없이 느슨하게 연계되는 지역)만이 존재하다가 20세기 중반에야 국가로 성립한다. 미국, 중국, 일본, 인도의 균형자 역할을 하려한다. 미동맹을 고수하고 아세안의 심화에 힘을 쏟는다. 이슬람회의기구를 토대로 이슬람 부흥에도 역점을 두며, “미래는 적도에 있다”고 선언한다.
반동의 축, 미일 동맹 : 일본은 미국의 속국이란 것이 저자의 입장이다. 1952년 출발한 샌프란시스코 체제는 동아시아 분열의 화근이다. 미일동맹 강화는 일본의 미래를 위해서 독배라고 본다. 일본에 유학했던 저자는 일본의 핵심 권력은 자민당 막후의 고위 관료들이라고 한다. 이들의 국가 전략은 일본을 미국과 일체화한다는 단순한 전략이다. 저자는 오늘날의 길항을 미국과 중국간 패권경쟁으로 보지 않고 패도를 부리는 세력과 왕도를 소망하는 세력의 일합으로 본다. 조선의 식민지 전락과 남북분단, 한국전쟁이라는 백년 고통의 뿌리에 미일동맹이 있음을 기억하자고 한다. 미국은 여전히 세계를 나누고 쪼개느라 여념 없다며 일본은 그 반동적 책략을 거드는 아사아의 주구로 평가한다.
파키스탄, 일대와 일로사이 : 미국은 파키스탄에 총을 주고 중국은 돈을 준다고 본다. 중국은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에 적극 투자한다. 신장에서 파키스탄의 과다르항까지 도로, 철도, 송유관, 광케이블을 깔고 있다. 과다르-카슈가르 철도, 카라코룸 고속도로, 파키스탄 화력, 수력발전소를 지어 파키스탄 전력 공급량을 두 배로 튀겨줄 계획이 진행 중이다. 핵무기 기술도 전해주었다. 경제회랑이 완성되는 2030년이면 중화세계와 이슬람 세계가 신장을 통해 직통하게 된다. 신장은 황해보다 아라비아 해가 가깝다.
붉은 광장, 기억의 전쟁 : 저자는 2차 세계대전하면 노르망디 상륙작전과 원폭투하를 떠올리게 하는 기억의 왜곡과 조작을 지적한다. 미국의 양심적 지식인들은 스탈린그라드 전투와 독일과 소련의 정예 150만 명이 결전을 벌인 쿠르스크 전투(1943)를 꼽는다. 스탈린이 히틀러를 이겨 연합국이 승리할 수 있었다는 시각이다. 소련 2700만, 중국 2000만, 미국 40만, 프랑스 60만, 영국 45만 독일 700만, 일본 300만 명의 인적피해를 토대로 소련과 중국이 동과 서에서 나치즘과 파시즘을 격퇴한 ‘유라시아 전쟁’이었다고 본다. 러시아와 몽골에서 ‘한힌골 전투’, 일본에서 ‘노몬한 사건’이라 불리는 전투에서 러일전쟁에서 승리했던 일본은 러시아의 육군과 공군 합동작전에 궤멸된다. 이 전투를 승리로 이끈 주코프 장군은 이후 모스크바, 스탈린그라드, 쿠르스크에서 연전연승하고 베를린도 함락시켰다. 맥아더는 비할게 아니라는 게 저자의 시각이다. 2차 대전은 세계 공황의 후폭풍으로 보고 책임을 독일과 일본에게만 떠넘기는 자본주의 국가가 근원적 화근이란다. 1/2차 세계 대전은 유럽인의 관점이고 태평양 전쟁은 미국식 독법이라는 논지다. 다분히 젊은 시절 좌파 시각을 가졌었음을 드러낸다. 하지만 미국식 교육을 받아 왜곡된 동북아사를 기억하는 독자에게는 새로운 관점임이 틀림없다. 수많은 전쟁영화가 왜곡을 이끌었다.
유라시아의 축도, 몽골 : 만몽연합으로 출발한 청나라가 분리 통치함에 따라 라마불교와 몽골어로 300년을 존속했던 몽골은 20세기에 들어서 중국의 근대화(유교교육 강요, 한자 쓰기, 한족과 통혼)로부터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공산주의를 수용하고 소련의 속국이 된다. 소련의 위성국으로 남기 위해 ‘초이발산’은 대숙청과 라마불교를 탄압한다. 1990년대 소련군 철수이후 중국과 관계를 정상화하며, 징키스칸이 복권되고 민주화(탈동구화, 몽골화)한다. 두 개의 몽골, 제국의 유산 : 청나라는 몽골을 외몽골과 내몽골로 분리 통치하며 내/외몽골간 접촉을 방해했다. 동시에 몽골 왕실과 귀족 라마승에게는 높은 지위를 보장하는 회유책을 구사했다. 힘센 나라가 약한 나라를 통치하는 수법은 고금이 같다.
‘붉은 라오스’의 탄생, 그 후 : 책을 통해서 베트남을 다시 보게 된다. 동남아시아의 공산주의 확산에는 중국보다 베트남이 주역이었다. 베트남 전쟁에서 승리한 호찌민은 캄보디아를 10년간 점령하고, 중국과 국경 전쟁을 벌였다. 전통적으로 시암과 월남에 이중 조공하며 균형을 취하던 라오스를 공산국가로 탄생시켰다. 베트남 혁명가들은 라오스 공산혁명을 위해 라오스어와 산간 소수민족의 언어까지 배웠다. 어학교재 출판, 특수학교 설립 등으로 전국 고산지대까지 라오스어를 보급한 것은 베트남 혁명가들 덕분이라고 한다. 1970년대 이후 베트남은 라오스와 캄보디아를 거느렸다. 마치 소련이 동유럽 국가를 위성국으로 만든 것처럼. 베트남의 공산화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동남아 국가들이 합심하여 ‘아세안’을 조직한 것이다. 1980년대 동남아는 베트남(인도차이나연방) vs 아세안간 대립구도 였다. 1990년대 동유럽의 탈냉전과 동시에 라오스와 캄보디아는 속국의 지위에서 벗어난다. 현재 라오스는 미얀마,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 중국과 국경이 닿는 내륙국으로 동남아 교통망의 허브로 변화중이다. # 청말 사상가 장빙린의 생각 : 몽골, 신장, 티베트, 만주는 독립시켜도 무방하나 유교 문명을 공유한 조선, 월남, 류큐를 편입시켜 대중국을 이루자.
북경, 제국의 터전 : 중국사에서 선비족이 세운 북위의 역할에 주목한다. 유목민족이었음에도 한나라 문명을 수용하고, 불교를 수용하며 중앙집권적 관료제, 균전제를 도입했다. 북위 장수가 만든 수, 당도 북위 정책을 이어가 夷가 華가 되는 변화과정을 겪었다. 시진핑의 ‘중국몽’도 탈아입구하지 않고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고금 합작 프로젝트라고 본다. 북위와 시진핑의 중국을 華/夷의 변증법으로 해석한 것이다.
몽골의 후신 : 서쪽 오스만 제국의 술탄은 이슬람의 칼리프, 유목민의 대칸, 동로마 제국 후계자의 황제라는 중층적 보편성을 실현한 제국으로 600년을 통치했다. 청나라에서 만리장성 북쪽, 감숙성, 사천성 서쪽은 라마불교와 일체화된 몽골 기원의 유목적 전통이 이어졌다. 만리장성 이남에는 유교사상과 화이질서가 온존했다. 저자는 일본의 위치와 역할에 새로운 관점을 소개한다. 한자권에 속하나 중화세계에 정식 포함되지도 않았고, 유목 문명과도 무연한 국외자로 천황과 무사정권이 19세기 까지 존속하는 예외성을 가진다. 한중일을 동아시아로 묶는 발상은 20세기에 들어서 생긴 것이며, 근대화의 선봉에 섰던 일본은 중화 세계와 대치하고 있다고 본다. 19세기말 이래 중국과 일본의 갈등을 대륙과 해양이라는 지정학적 갈등보다 몽골 세계제국이 구축했던 보편성의 안과 밖, 유라시아의 내부와 외부가 길항한다는 시각을 소개한다. 서역과 서부는 20세기 국가의 변경에서 21세기 제국의 관문으로 바뀌고 있으며, 일대 일로의 출발점이자 유라시아 네트워크의 허브가 되고 있다고 전망한다.
‘인의예지’의 공화국 : 저자 관점에서 해방이후 남(부국)과 북(강병)을 판단하고 사람이야말로 동방형 민주국가의 출발점이라고 말하며 동학운동의 의미를 재평가하자고 한다. 아시아의 하늘을 잇다 : 에어아시아(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의 가루다와 라이온에어 덕분에 쿠알라룸푸르, 자카르타, 방콕, 싱가포르가 저가항공사의 허브공항이 되었고 인도의 항공수요 증가 등은 21세기 하늘길을 새롭게 만들어가고 있다.
다시 쓰는 ‘천하’의 지정학 : 파키스탄은 이란과 중국, 이슬람 세계와 중화 제국을 연결하는 관문국가가 되어 가는 데 지구본을 보면 정말 그렇다. 상하이협력기구는 중국, 러시아, 중앙아시아의 4개 스탄, 카프카즈의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파키스탄, 네팔, 인도를 회원국으로 하고 몽골, 벨라루스, 이란, 아프가니스탄을 옵서버로 터키, 캄보디아를 대화파트너로 하는 하이어라키를 두고 유라시아를 품어간다. 영, 미의 200여년 대외 전략과 다른 지정학적 반전을 시도한다. 우리나라는 미국의 눈치를 보느라.
캄보디아, 속국의 민주화 : 론놀은 방공주의자라기보다 반베트남주의자였고, 시아누크는 중립노선을 추구하다 축출된 것이다. 킬링필드 당시 교사의 80%, 의사의 95%를 죽였는데, 외국물 먹고 온 친베트남파에 대한 강박적 두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당시 인구 1/4이 줄었는데, 1970년대 전체에 걸쳐 일어난 일이고 미국의 폭격으로 사망한 인원과 베트남이나 태국으로 파난 간 사람을 합한 숫자란다. 폴 포트의 ‘적색 킬링필드’만 부각하고, 미국의 전쟁범죄, ‘백색 킬링필드’는 철저하게 가려졌다고 저자는 판단한다. 크메르 루즈가 1979년 전복되고 베트남군이 10년간 캄보디아를 점령 지배하는 동안에 폴 포트는 태국 국경에 근거지를 두고 ‘천년 외세’인 베트남에 저항했지만 기억하지 않는다고 한다. 1989년 베트남군이 철수하고 30년간 훈센이 독재를 하는데는 베트남과 미국의 공모가 있다고 본다.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저자의 시각에서 어용학자다. 캄보디아 야당의 구호는 독재타도가 아니라 反훈센, 反베트남이란다.
실학자들의 나라, 싱가포르 : 한국에 소개된 해외 사상가의 편중을 아세안, 인도양 세계, 이슬람 세계, 북아시아로 옮겨 현해탄과 태평양으로 기울어진 지식 균형추를 유라시아로 삼아 지적 재균형을 이루고 싶다고 말한다. 인도계 싱가포르 대학 교수인 키쇼어 마부바니와의 대화에서 싱가포르 성공요인을 실력주의, 실용주의, 청렴이란 원리로 설명한다. 부럽다. 싱가포르가 우려하는 것은 북극항로가 열리는 것과 허브국가로서 피할 수 없는 전염병에 취약함이다. 정부와 시장의 미묘한 균형, 영토의 절반을 자연 상태로 둔 리콴유의 선견지명, 자동차 없는 미래도시를 기획하는 현재를 알 수 있다.
지구적 근대, 지속 가능한 미래 : 저자와 프라센지트 두아라 싱가포르대 아시아 연구소장과의 대화에서 ‘서구적 근대’에 대한 회의 속에서 환경을 고려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논한다. 이슬람 경제의 메카, 말레이시아 : 말레이시아는 1997년 IMF 사태에 맞서 ‘아시아적 가치’(고정환율제와 자본 통제 ; IMF의 처방과 정반대로 응수)라는 방법으로 극복한다. 공산주의와 자본주의가 아닌 제3의 길인 ‘이슬람 경제’로 발전중이다.
말레이사아의 할라 스트리트를 가다 : “은행 이자는 간통보다 36배 나쁘다” 이슬람 금융은 리스크를 공유하는 강점을 갖고 있다. 할랄산업 : 할랄은 이슬람 율법에 따라 허용 된 것, 하람은 이슬람 율법이 금지하는 것이다. 1994년 말레이시아 정부가 할랄인증제를 도입한 이후 소비의 할랄화, 할랄의 세계화가 진행되고 있다. 유럽까지 진출한 할랄 산업은 윤리적 소비라는 최신 트렌드와 부합하며, 무슬림의 인구 비중과 종교적 열정을 생각하면 영향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필리핀의 슬픈 민주주의 : 피플 파워와 가문정치가 필리핀을 혼란케 한다. 스페인 통치 300년 미국 통치 100년은 오늘날의 필리핀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고 본다. 60여 개의 집안 재력이 1억 국민경제의 절반을 차지한다. 1946년 독립이후에도 미국에 대한 문화적, 정신적 식민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혁명과 중흥 : 지리와 천시도 역사의 주체라며 <제국의 폐허에서>란 책을 사게 만든다. 타고르가 서구의 민주화란 부자가 빈자에게 강제로 먹이는 아편이라고 했다네. 학창시절 배운 타고르는 고마운 시인이었는데. 일본의 조선 땅에서 벌어진 러일전쟁에서 일본을 응원했으니.
대동, 그 거룩한 계보 : 캉유웨이와 大同書, 박은식과 대동교, 1946년 ‘민족대동회’(무상분배, 8시간 노동과 최저 임금제, 사회보장제 도입등 사회주의 친화적), 미군정이 ‘자유민주’를 이식하려던 국대안과 성균관 복권을 통한 大學의 재건을 꾀한 대동회, 임시정부내 박은식과 이승만(위임통치청원론)의 비교를 다룬다.
시안의 미래는 장안이다 : 저자와 ‘실크로드 경제벨트’ 발전 연구원과의 대화다. 열차 ‘장안호’는 시안에서 출발해 우루무치, 카자흐스탄을 거려 로테르담까지 11일간 달린다. 현재 일 주일에 세 번 운행한다는데, 시베리아 횡단열차도 좋고, 이 열차도 꼭 타보고 싶다.
서유기, 구도와 득도의 길 : 투루판을 중심으로 현장의 <대당서역기>를 풀어가며 원숭이인 손오공과 <라마야나>의 하누만이 닮았다고 상기시킨다. 서구의 선교가 정복과 전복으로 일관된 서사를 갖지만 현장의 길의 구도와 득도였다고 견준다. 대장정, 중국의 길 : 마오쩌뚱이 광동에서 옌안까지 치러낸 대장정에 견주어 장졔스의 국민당군이 충칭에서 윈난, 버마로드를 따라 후퇴하던 과정을 소개한다. 중일전쟁을 ‘항일 반파시스 전쟁’이라 명명하는 중국이 특정 국가가 아닌 제국주의 전체주의에 저항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으로 평가하며 21세기 책임대국의 길을 모색하길 기대한다.
서부로 오라 ! : 시안에서 우루무치까지 버스로 꼬박 하루(24시간) 걸린다. 19세기 말부터 힘의 공백에 따라 이슬람, 소련, 청나라, 1950년 인민해방군 진입으로 변화한 중국 서부 지역 역사를 서술한다. 우루무치를 중심으로 서부 대개발이 이슬람권과 연계하여 진행되고 있다. 온난화로 만년설이 녹고 빠른 개발로 생존이 토대가 잠식되고 있음을 ‘천지는 어질지 않다’고 표현한다.
‘일대일로’의 사상 : 저자와 칭화대 국정연구원장으로 일대일로의 밑그림을 그린 후안강과의 대화가 주 내용이다. 후안강은 시장과 국가의 조화를 강조한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시장 경제를 중국의 독자적 체제로 본다. 미국의 세계전략을 미국의 안전보장 강화로 평가하며, 중국의 일대일로는 중국의 발전을 전 세계와 융화하는 지리혁명이라고 홍보한다. 미국식 생활방식이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자각에서 홍색 중국을 녹색 중국으로 바꾸어 나가려고 한단다.
동서고금의 교차로, 카슈가르(각양각색) : 우루무치에 한족과 위그르족이 반반인데 카슈가르는 90%가 위그르족이다. 불교와 이슬람 문명이 공존한다. 청나라 말기 학자 공자진(1792~1841)은 신장에 성을 설치하고 영국과 러시아에 맞서려면 ‘서역’을 서해에 연결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서해란 인도양이다. 1821년 그의 혜안이 카슈가르에서 파키스탄 과다르항까지 철도, 도로, 고속철, 파이프라인, 광케이블이 연결되는 2030년이면 실현된다.
제국의 남문, 쿤밍 : 昆明天天是春天 쿤밍은 날마다 봄날, 해발고도가 높은 곳에 위치한 곤명을 저자는 ‘날씨는 백점이고 경치는 만점’이라고 평한다. 고속도로 20개 노선이 건설중(2015년)이고, 고속철도 12개 노선을 건설중인 인구 800만의 곤명은 중국의 남문역할을 톡톡하게 하게 될 것이다. 성 단위에서 BCIM회랑(방글라데시, 중국, 인도, 미얀마) 연결과 메콩강 경제권 협력 프로그램(GMS)을 주체적으로 이끌어 간다. 윈난은 이슬람 세계와 중화 세계의 역사가 포개져 있는 곳이다.
윈난에서 이슬람적 중국을 만난다 : 윈난의 중국화는 최신의 현상이다. 과거는 불교문명권의 영향아래 있었다. 몽골의 침입이후 중국에 편입되었고 중앙아시아의 무슬림 인구가 대거 유입되었고 중일전쟁을 거치면서 중국화가 본격 시작 되었다. 1253년 쿠빌라이 칸이 윈난에 있던 대리국을 복속시켰다. 우즈베키스탄 부하라 출신 오마르는 바그다드를 잘 다스려 1270년에 윈난성 통치를 맡는다. 청말 혼란기에 윈난의 무슬림들이 ‘回民起義’ 이름 아래 독립왕국을 선포하나 16년 만에 무너진다. 윈난은 항일의 생명선인 버마로드의 출발점이다. 저자는 중국을 이해하려면 유불도외에도 서역의 이슬람 문명도 가볍게 볼 수 없다고 제안한다.
중국과 중동의 상호진화 : 중국에 경제위기가 온다는 30연간의 예측은 돌림노래일 뿐이라는데, 중국 주식시장에서 외국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이 5%도 안 된다니 그럴듯하다. 중국 중산층만 6억이란다. 2016년 중국이 주도하고 57개국이 창립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아세안경제공동체(AEC)는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을 것이다. 2016년 벌크선 운임지수에 따르면 태평양과 대서양을 오갔던 선박 운항 숫자는 급격히 줄고 유럽과 아시아가 가까워짐으로 인도양만 분주하다.
왜 왕도정치인가? : 저자와 중국의 신유학자 장칭과의 대화다. 서구식 민주정치의 문제점을 설파하는데 끄덕이게 된다. 세속화된 사회와 민의의 독재를 우려하며 제기한 의회삼원제라는 재미있고 독특한 발상을 소개한다. 정교 분리는 신화라며 왕도정치를 꿈꾸는 유학자의 모습을 본다.
중국 모델, 정치적 실력주의 : 대니엘 A. 벨과 저자의 대화에서 민주주의가 가장 덜 나쁜 제도라는 것에 의문을 제기한다. 특히 현재 선거제의 결과가 부실하다. 정치인의 자질, 정치 수준이 점점 더 떨어진다는 점에 주목한다. 더구나 민주주의 선거가 미디어화, 시장화되고 있음을 비판하며 연구통계에 따르면 유권자의 표심은 거의 변하지 않는다고 한다. 선거제 민주주의가 덜 부패하는가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정치적 실력주의를 주장하며 리콴유가 가졌다가 사라진 ‘질적투표’, 즉 자녀 양육을 책임진 40~50대에게 가산표를 주자는 제안을 소개한다.
<유라시아 견문 Ⅰ>은 서해문집에서 초판을 2016년 9월에 내놓았고 2권이 2018년 2월에 나왔다. 본문 557쪽 분량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 권으로 읽는 디지털 혁명 4.0 - 꼭 알아야 할 디지털 변혁 이슈 16가지를
조원경 지음 / 로크미디어 / 2018년 2월
평점 :
품절


<클라우스 슈밥의 4차산업혁명>을 사서 읽는 다는 것이 <한 권으로 읽는 디지털 혁명 4.0>을 읽게 됐다.

 

컨텐츠는 SOULMATE라고 정하고 알파벳 철자 순에 따라 8개의 장으로 구성한다. ‘S의 시대에서 싱귤레러티(singulaity)와 쉐어링(sharing)에 대하여 인공지능은 인간의 온기를 대체할 수 없다. 클라우드 서비스가 산업분야에서 가공할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O의 딜레마에서는 풍요(Opulence)로와 졌지만 슈퍼 리치들이 독점하는 세상이 아름다운가 의문을 제기한다. 로봇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타당한가, 부당한가를 언급하며 기술발전이 가져오는 논란을 꺼낸다. 직업(Occupation)에서 기술 발전에 따른 직업의 소멸과 생성을 예측한다. 인간에게 어려운 것은 컴퓨터에게 쉽고, 인간에게 쉬운 것은 컴퓨터에게 어렵다는 모라벡의 역설을 설명한다.

‘U의 연결에서 사물 인터넷의 진보로 유비쿼터스(Ubipuitous)세상은 가깝게 다가와있다. 도시화(Urbanization)에서 스마트시티의 출현을 그린다.

‘L의 신뢰에서는 거래장부(Ledger)과 유동성(Liquidity)으로 나누어 블록체인의 보안 기술과 가상화폐 논쟁을 다룬다.

‘M의 가치에서 마케팅은 소비자의 요구를 예측하는 인공지능이 변화를 이끄는 사례를 아마존 마케팅으로 설명한다. 이동성(Mobility)에서는 우버로 함께하는 가치를 논하며 빛과 그림자를 보여 준다.

‘A의 세상에서 가상현실과 증강 현실을 비교한다. 분석(Analysis)에서 빅데이터가 부의 원천이 됨을 말한다.

‘T의 공간에서 교통과 변형(Transformation)을 다룬다. 자율주행자에 대한 전망하고 3D프린터의 가능성을 언급한다.

‘E의 성공에서 진화(Evolution)와 생태계(Ecosystem)를 다루며 드론과 기술 진보를 소개한다. 생태계는 디지털 생태계를 설명하며 중국의 텐센트를 소개한다.

 

SOULMATE로 풀어 놓은 디지털 혁명은 독자의 후기처럼 일반적인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하다. 밑줄 칠 내용이 많지 않다. 그저 그런, 그래서 분량은 352쪽이나 독자에게 무엇을 남겨주지 못한다. 많은 시간을 이야기 나눴지만 중언부언하여 알맹이가 없는 대화를 했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저자가 국내최고의 실물경제전문가라는데...... <클라우스 슈밥의 4차산업혁명>을 주문해야겠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리랑 (리커버 특별판) - 조선인 혁명가 김산의 불꽃 같은 삶
님 웨일즈.김산 지음, 송영인 옮김 / 동녘 / 2005년 8월
평점 :
품절


SONG OF ARIRAN

2018.6.14.()

<경성트로이카>, <약산 김원봉 평전>, <코레예바의 눈물>과 같은 책을 읽을 때면 긴장한다. 손에 땀을 쥐는 혁명가의 삶을 따라다녀야 하는 탓이다. 이제는 이데올로기를 넘어 일제로부터 나라를 되찾겠다는 한 뜻으로 몸과 마음을 바친 이들을 배우고 가르쳐야한다. <남부군>, <녹슬은 해방구>도 이념 대결로 아팠던 허구의 경험이다.

 

<Song of ariran : The Life Story og a Korean Rebel, by Kim San and Nym Wales>을 읽으며 이제는 독자의 피가 식었음을 느낀다.

1920년대, 1930년대 일제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 지식인들은 공산주의, 사회주의, 무정부주의, 자본주의, 테러리즘 등 자신이 판단하여 옳다고 생각하는 사상을 선택했다. 현재 기준으로 목숨을 바친 독립운동가, 혁명가들을 판단하는 것이 언제까지나 정당한 것인가.

휴전선으로 분단된 현재 우리는 섬과 다름없는 세상을 산다. 이에 비해 김산의 활동영역은 베이징, 도쿄, 상하이, 광저우, 옌안을 넘나든다. 조선과 중국, 일본을 왕래했으니 21세기 보통사람들의 활동범위보다 넓은 공간을 무대로 움직였다. 중국어, 일본어를 배우고 사용하는 것이 현대인보다 못하지 않다. 그만큼 국제적이었다.

 

김산이 어떤 활동을 했는지를 여기에 옮길 필요는 없다.

해설을 쓴 남캘리포니아 대학 조지 토튼 교수의 글에 따르면, <Song of ariran>전혀 가공되지 않은 순수한 인간 드라마. 바로 이것이 이 책의 본질이다. 이 책은, 삶의 의미를 자신에게 되묻고 도덕적 질서가 퇴락한 사회에서 정의를 바로세우고자 하는 인류의 갈망을 지닌 한 혁명가가 느끼고 경험한 그대로의 내면 세계를 통해, 중국혁명과 조선독립운동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또한, 1960년대 일본에 사는 대다수 한국인 사이에서 널리 읽혔고, 일본의 젊은이들과 나이 든 사람들의 한국인에 대한 편견, 즉 일본이 한국을 식민지로 삼은 때부터 전해 내려 온 편견을 깨뜨리는 데 단행본으로서는 다른 어떤 책보다도 많은 기여를 했을 것이라고 한다. 일본 최대 출판사인 이와나미에서 이 책이 고전이 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1987년 새로운 번역본을 출간했다고 한다.

 

<Song of ariran>은 미국(1941), 일본, 중국에서 출판되었고, 한국에서는 1984년이 되어야 번역본이 세상에 나온다.

추천사는 리영희 교수가 썼다. 1960년대 일본어판 <아리랑>은 자신의 세상을 보는 눈을 갖게 하였으며, 박정희 치하에서 눈을 피해 돌려 가며 읽어야했고, 박경리 선생을 마지막으로 책 주인에게 되돌아왔다고 고백한다.

 

사족 : 키가 크고 잘생긴 남자는 가만히 있어도 여성이 따라 온다. 국적불문이다.

 

<Song of ariran> 도서출판 동녘에서 19843월 초판, 20179월 개정325, 독자가 읽은 특별한정판은 20182월에 1쇄를 펴낸 것이다. 30여 년간 총 83번이나 인쇄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선을 넘어 생각한다 - 남과 북을 갈라놓는 12가지 편견에 관하여
박한식.강국진 지음 / 부키 / 201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18.5.25()

지난 밤 11시를 넘길 때 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상을 할 수 없단다. 안타까운 마음에 잠을 들 수 없었다. 한반도와 미국, 중국이라는 국제정세가 훈풍을 타다가 멈칫한다.

<선을 넘어 생각한다>는 반 백년을 미국 조오지아 대학 교수로 있던 박한식과 서울신문 강국진 기자의 문답을 엮었다. 선은 서로에 남한과 북한, 북한과 미국사이에 쌓인 불신이라는 메타포다. 카프카는 독서란 얼음을 깨는 도끼여야 한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냉전과 남한의 정치적 레토릭에 잠겨 살아왔던 의식이 깨진다. 다양한 관점을 가질 수 있는 것이 독서의 효과라면, 이 한 권의 책이 주는 관점은 새롭다. 그만큼 우리(자칭 보수는 물론 진보라는 사람까지도)가 한반도에 매몰돼 있음을 방증한다.

 

줄친 분량이 많아 다 옮길 수 없어 책의 편제를 따라 최소한만 옮겨 본다.

부제가 남과 북을 갈라놓는 12가지 편견에 대하여.

강국진 기자가 남한에 사는 사람으로 느끼고 인식하는 범위 내에서 질문하고, 박한 식 교수는 경험과 연구에 따라 굳어진 편견을 깨라고 조언한다.

질문 목록은 12가지 주제다. ‘북한은 과연 붕괴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아니오라 답하고 이유를 설명한다. 집단결정체제, 국가의 정통성, 기득권층 차원에서 설명한다. 민중봉기나 쿠데타가 일어나지 않는 이유를 세 가지로 이유를 들어준다. 북한이 곧 붕괴할 것이라는 생각은 우물안 개구리식사고방식이며, 북한 붕괴의 결말을 독일이라기보다 시리아에 더 가까울 것이라고 우려한다. 압박과 인내는 북한이 중국에 종속되게 하는 결과일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북한은 통제되는 시장을 갖고 있다며 자본주의 시장과의 차이를 설명한다.

미치광이 혼자 북한을 지배하는 것 아닌가에 대한 답변에서 포악한 독재자라는 프레임은 프로파간다일 뿐이란다. 김정은의 목표는 덩샤오핑이라며, 조선노동당의 운영방식을 알려 준다. 장성택 처형도 그가 개인주의를 추구한 결과로 해석한다.

선군정치가 군부독재와 같은 것이 아닌가에 답하며 군이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군인들에게 배우자’, ‘군대가 인민들의 생활을 도우라고 하는 방식으로 이해해야한다고 한다. 이는 마오쩌뚱이 옌안장정 과정에서 보여주었던 백성과 군대의 협력을 모티브로 한다. 북한 가정에서 수도꼭지가 고장 나면 군부대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한 사례를 소개한다.

북한 인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답변에서 탈북자의 증언, 어디까지 믿을 것인가라는 주제에서 4가지 과장과 위증 사례를 제시한다. 북한정보의 신빙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정치적 이익을 위해 이용하는 행태에 안타까워한다.

북한은 외국인 억류로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라는 질문에 북한이 돈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과를 요구하며 체면을 세우는 일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한다. 돈을 요구하며 흥정하기 위해 외국인을 억류하는 것은 북한 체제의 취약점을 드러내는 것이기에 북한이 그렇게 어리석지 않다. 그런 식으로 북한을 대하기 때문에 북한과 대화가 되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대북 지원이 핵 개발을 도왔나라는 질문에 그간 대북 지원내역을 뜯어보고, 현금지원은 전혀 없었으며 식량차관(유상), 적십자를 통한 쌀, 의약품 등의 무상지원, 민간차원의 농업개발 위주의 지원, 국제사회가 보건의료, 식량위주의 지원이 전부라고 판단한다. 이는 국회예산정책처, 통일부 통일백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북한농업동향보고서 등 공식자료에 근거한 판단이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기다리는 것도 전략은 전략이 아니라 기다리는 것 말고는 전략이 없다는 말이 더 맞다고 평가한다.

중국과 북한, 혈맹과 밀당사이는 김명호 교수의 <중국인 이야기 1, 2, 3>권의 내용과 같다.

진보와 보수를 넘어서 보는 남북관계에 대한 질문에 대북정책의 역사를 노태우-김대중-노무현의 길과 김영삼-이명박-박근혜의 길로 나눈다. 영화 <대부>의 명대사 결코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하겠다를 들어가며 우리가 주도하며 제안으로 변화를 이끌어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작전권도 없는 군대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우스울 뿐이라는 주장에 격하게 공감한다.

북한의 비핵화 현실적으로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자국의 안보가 보장되지 않는 한 핵 개발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 답한다. 다만, 그간 북한과 미국이 여러 차례 비핵화를 위한 대화가 진행되었지만 미국이 틀어버린 역사를 기술하고 있다.

마오쩌뚱의 핵에 대한 관점과 김일성과의 대화를 소개한다.

1964년 중국이 핵실험에 성공했을 당시 마오쩌뚱은 어차피 써 먹지 못할 물건이다. 미국이나 소련이 우리가 핵보유국이라는 것만 인정하면 된다라 했다. 1975년 김일성에게는 석유와 원자탄이 제일 중요하다. 그것 두 개만 있으면 어디 가도 큰 소리 칠 수 있다. 그것이 없으면 아무리 잘난 척해도 국제사회에서 알아주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한다.(p.212) 진단이 잘못되면 엉뚱한 처방만 남발해 병이 깊어진다며 제대로 보자고 한다. 북한의 비핵화는 어렵지만 길은 있다며 똑같은 행동을 되풀이 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한다면 바보라는 아인슈타인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분단의 비극, 안보의 함정에서 안보 접근법과 평화 접근법을 견주며 접근 방식의 변화를 요구한다. 미국 군산복합체의 입장이 변수라는 지적도 잊지 않는다.

통일은 곧 손해라는 생각에 대하여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통일비용보다 통일 편익이 크다. 개성공단의 중요성과 발전적 개성공단, 나진특별시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다.

남북이 하나가 되는 길은 저 멀리에 있지 않다에서는 동질성 추구보다는 이질성을 포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관점을 가지라고 일깨운다.

 

<선을 넘어 생각한다>는 도서출판 부키에서 2018.4.13. 초판을 내놓았고 내가 읽은 것은 5.18 초판 3, 본문 320쪽 분량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