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일본사 - 훈련된 외교관의 시각으로 풀어낸 에도시대 이야기
신상목 지음 / 뿌리와이파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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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고 사지 않을 수 없었다. 미운만큼 알아야한다는 생각으로 틈틈이 일본에 관한 책을 읽어왔지만 무엇인가 알지 못하는 것이 있으리란 예감이었다. 예감은 95% 맞았다. 카프카가 책이란 얼음을 깨는 도끼여야 한다는 말이 실감나는, 오랜만에 지적 호기심을 풀어준 책이다. <번역과 일본의 근대>를 통해 메이지 유신이 박차를 가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실측 해안지도를 탁월한 개인의 역량을 알아본 일본막부가 1821년에 완성했다는 사실은 지리전공자인 나에게도 놀라운 소식이다.

 

프롤로그는 책을 집어 들면 읽을 수밖에 없게 썼다.

질문이 잘못된 것이면 올바른 답이 없다며, 근대화 이전에 조선과 일본이 비슷했다는 생각이 착각이란다. 일본이 1986년 메이지 유신 이후 근대화에 성공한 것은 다 아는 일이다. 근대화에 일본은 우등생, 중국은 열등생, 조선은 낙제생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무엇이 차이를 만들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근대화 이전에 일본과 조선이 비슷했을 거라는 생각은 고대 문화를 전해주었다는 문화적 우월감이 연장된 고정관념이란다. 우동가게 주인의 말이 아니라, ‘훈련된 외교관의 시각으로 풀어낸 에도 시대 이야기란 부제를 쓴 까닭이다.

메이지유신 이전의 에도 시대는 역사, 정치, 경제, 과학, 문화 다방면에서 정보의 습득과 실생활에서 응용을 통해 형성된 개방적이고 확장적인 스키마가 근대화 시기 일본 사회의 패러다임 시프트를 쉽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고 말한다.

 

18개의 장중에서 2장과 3장은 도요토미 히데요시로부터 밀려난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황무지와 다름없었던 에도로 영지를 분봉 받고 에도를 100만이 넘는 인구를 수용하는 큰 도시로 만든 과정을 그린다. 참근교대제는 제도로서 우키요에의 확산과 여행에 미친 영향 정도만 아는 수준이었다. 책은 천하보청과 참근교대제를 에도 시대를 이끌어간 막부 권력의 원천으로 파악한다. 재미있다. 4장부터 18장까지는 13개 주제에 따라 내재적인 발전 요인을 찾아내 알려준다. 한발 더 들어가 재미난 이야기를 옮겨본다.

2장에서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황무지, 허허벌판을 영지로 받은 탓에 임진왜란 때 병력차출을 제외 받았고, 구원이 없음으로 조선통신사를 쉽게 받아들였다고 본다. 도쿠가와는 물이 없던 에도에 내륙에서 물을 끌어들이는 치수를 성공적으로 해내고, 간선도로를 구축하여 에도의 토대를 마려난 것으로 평가한다. 여기에는 히데요시 사후 쇼군이 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천하보청의 역무로 다이묘들의 등골을 빼 인프라를 구축했다는 사실을 풀어간다. 천하보청은 쇼군이 다이묘들에게 부과하는 공공사업 역무를 말한다. 성곽 축조, 운하망 건설, 하천 정비 및 농수로 건설, 간선도로 확충 등 인프라 건설에 다이묘는 인력과 자제를 제공해야하는 의무가 있었다. 쇼군은 다이묘에게 세금을 징수할 수는 없었지만 천하보청을 통해 다이묘를 견제한 것이다. “천하보청에 따라 세금 징수가 아니라 결과물의 형태로 의무를 부과했기 때문에 관리비용등 매몰비용이 착복이나 증발 없이 모든 투입이 실물 인프라로 이어졌다천하보청의 역무에 납기를 맞추지 못하거나 부실한 다이묘는 영지를 뺏기거나 황무지로 옮겨가라는 명령을 받아야했으니 최선을 다해 인프라 건설에 참여해야 했다.

저자는 참근교대제를 근대화를 예습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다이묘들은 에도에 번저(번의 업무를 보는 저택으로 번에서 비용 부담)를 두어야 했다. 1년을 단위로 각 번의 번주를 정기적으로 에도에 나와 머물게 하는 일종의 인질제도다. 100명에서 500명 이상의 인원이 수백 킬로미터 거리를 이동해야했는데, 제반 비용을 독자작인 번의 징세권을 갖고 잇던 다이묘들이 전적으로 부담해야 했다. 게다가 에도 체재비를 더하면 참근교대에 소요되는 비용이 다이묘 세수의 절반이 넘는 막대한 액수였다고 한다. 전국 270여 다이묘들이 이동과 에도 체재에 쓴 경비는 부의 환류와 경제 활성화에 직접적이고 확실한 효과를 보였던 것이다. 이에 따른 화폐경제의 확산과 대상인, 서민사회의 성장이 동반된 것이다. 더구나 에도와 지방이 연결된 전국 네트워크가 구축되어 인원, 물자, 정보가 유입되고 분산되는 시스템이 만들어진 것이다. 저자는 참근교대제는 천하보청과 함께 일본 근대화의 길을 닦은 신의 한 수’ ”라고 본다.

 

일본 된장(미소)이 전략물자였고, 센다이 다이묘는 미소의 개발과 대량생산법으로 센다이의 힘을 키웠다. 아직도 400년 된 센다이미소양조소가 도쿄에서 영업을 한단다. 이후 자율적인 미소 공장들 간의 경쟁이 경쟁원리에 대한 이해와 실용주의적 현실감각, 변화에 대한 감수성, 신기술에 대한 수용성차원에서 일본 경제의 경쟁력을 담보하는 사회심리적 토대가 되었다고 본다.

일본에서 여행의 대중화는 서구보다 100년이나 앞서 장기투어, (), 료칸, 유곽 등에 300년이 넘는 축적이 담겨있다고 한다.

17세기 이후 일본의 출판문화는 엄청난 기세(17세기 중반 200여개 출판업자, 18세기 중반 연간 1000여 종 신간)로 성장하여 “19세기에는 모든 국민이 책을 일상생활의 필수품으로 활용하는 출판대국이 된다. 출판혁명의 시작은 17세기말에 <호색일대남>이란 오락소설, 포르노가 히트를 친 것으로 본다. ‘구사조시라는 그림과 텍스트가 결합된 가벼운 읽을거리장르가 유행하고, 18세기 말이면 전업 작가가 등장한다. 19세기 초에는 <경전여사>라는 초급 유교 경전 해설서가 베스트셀러였다고 한다. 에도의 시대는 나아가 판권, 대본업이란 개념이 일상화되는 출판 대국이었다.

교육의 힘도 정리해주는데 각 번 정부가 설치한 250여 개의 번교, 서민교육의 중심인 사설학당 데라코야는 읽고 쓰고, 주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교육의 핵심이었다. 지식인들이 개인적으로 운영한 주쿠()’의 역할도 중요하게 본다. 요시다 쇼인도 주쿠를 통해 후학을 키운 거다.

뉴스와 광고전단의 원형을 요미우리신문과 히키후다에서 찾는다. 요미우리는 세계 최고의 발행부수 기록하고 있는데, 유래는 에도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히키후다는 상점, , 신사, 가부키 극장 등에서 사람을 끌기위해 만들기 시작한 광고지의 효시란다.

일본 최초의 본격 번역서 <해체신서>는 참여자들이 시금을 전폐하다시피 하여 3년만인 1774년 출간된다. 이는 서구의 관념을 자신들의 관념으로 변환하는 번역이란 언어의 통로를 만든 것이다. 하나오카 세이슈란 의사는 세계 최초로 전신마취 외과 수술(유방암 수술)이었다. 가족을 대상으로 마취제를 실험하다 모친이 사망하고 아내의 실명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통선산이란 마취제 개발 덕분이다.

에도 후기 측량가 이노 다다타가는 일본 최초 실측지도를 만든다. 50세 은퇴후 17년간 10차례 측량여행을 통해 자료를 수집하고, 사후 3년 뒤 제자들이 <대일본연해여지전도>를 완성한다. 쉰이 넘어 전일본 해안선 실측이란 도전을 일흔이 넘도록 실천한 것이다.

<난불사서>,<두후하루마>와 같은 사전 편찬과정을 보면 악전고투란 단어로 부족하다. 멘 땅에 헤딩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서구인에 의한 일영사전 출간보다 50여 년이나 앞서 일본인들이 영어를 습득하기 위해 영일사전을 만들었다는 것은 대단히 예외적인 사례란다.

도자기가 문화에서 산업으로 성장해 나간 과정, 에도시대 지식인의 모습에서 시대가 변하면 지식도 변한다는 것을 이끌어 내고, 도올 김용옥이 <논어 한글역주>에서 언급한 일본 유학자 오규 소라이의 도덕과 정치 분리 주장, 이시다 바이간의 상인의 길’, 악화가 양화를 구축했던 막부의 화폐정책 등을 재미있게 풀어간다.

에필로그에 인용한 영국 재야 사학자 헨리 토머스 버클의 문명의 진보를 결정하는 것은 집단 지성의 축적이며, 그 축적은 부의 창출과 분배에 의해 결정된다는 주장을 일본의 좌표로 받아들인 지식인들의 수준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우리 지식인들에게 의문을 가져야 답이 있음을 촉구하면서.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일본사>는 뿌리와 이파리에서 20178월에 초판을 낸 것으로 나는 초판 5쇄를 읽고 배운 거다. 본문 174쪽 분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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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일본사 - 훈련된 외교관의 시각으로 풀어낸 에도시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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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고 사지 않을 수 없었다. 미운만큼 알아야한다는 생각으로 틈틈이 일본에 관한 책을 읽어왔지만 무엇인가 알지 못하는 것이 있으리란 예감이었다. 예감은 95% 맞았다. 카프카가 책이란 얼음을 깨는 도끼여야 한다는 말이 실감나는, 오랜만에 지적 호기심을 풀어준 책이다. <번역과 일본의 근대>를 통해 메이지 유신이 박차를 가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실측 해안지도를 탁월한 개인의 역량을 알아본 일본막부가 1821년에 완성했다는 사실은 지리전공자인 나에게도 놀라운 소식이다.

 

프롤로그는 책을 집어 들면 읽을 수밖에 없게 썼다.

질문이 잘못된 것이면 올바른 답이 없다며, 근대화 이전에 조선과 일본이 비슷했다는 생각이 착각이란다. 일본이 1986년 메이지 유신 이후 근대화에 성공한 것은 다 아는 일이다. 근대화에 일본은 우등생, 중국은 열등생, 조선은 낙제생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무엇이 차이를 만들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근대화 이전에 일본과 조선이 비슷했을 거라는 생각은 고대 문화를 전해주었다는 문화적 우월감이 연장된 고정관념이란다. 우동가게 주인의 말이 아니라, ‘훈련된 외교관의 시각으로 풀어낸 에도 시대 이야기란 부제를 쓴 까닭이다.

메이지유신 이전의 에도 시대는 역사, 정치, 경제, 과학, 문화 다방면에서 정보의 습득과 실생활에서 응용을 통해 형성된 개방적이고 확장적인 스키마가 근대화 시기 일본 사회의 패러다임 시프트를 쉽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고 말한다.

 

18개의 장중에서 2장과 3장은 도요토미 히데요시로부터 밀려난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황무지와 다름없었던 에도로 영지를 분봉 받고 에도를 100만이 넘는 인구를 수용하는 큰 도시로 만든 과정을 그린다. 참근교대제는 제도로서 우키요에의 확산과 여행에 미친 영향 정도만 아는 수준이었다. 책은 천하보청과 참근교대제를 에도 시대를 이끌어간 막부 권력의 원천으로 파악한다. 재미있다. 4장부터 18장까지는 13개 주제에 따라 내재적인 발전 요인을 찾아내 알려준다. 한발 더 들어가 재미난 이야기를 옮겨본다.

2장에서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황무지, 허허벌판을 영지로 받은 탓에 임진왜란 때 병력차출을 제외 받았고, 구원이 없음으로 조선통신사를 쉽게 받아들였다고 본다. 도쿠가와는 물이 없던 에도에 내륙에서 물을 끌어들이는 치수를 성공적으로 해내고, 간선도로를 구축하여 에도의 토대를 마려난 것으로 평가한다. 여기에는 히데요시 사후 쇼군이 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천하보청의 역무로 다이묘들의 등골을 빼 인프라를 구축했다는 사실을 풀어간다. 천하보청은 쇼군이 다이묘들에게 부과하는 공공사업 역무를 말한다. 성곽 축조, 운하망 건설, 하천 정비 및 농수로 건설, 간선도로 확충 등 인프라 건설에 다이묘는 인력과 자제를 제공해야하는 의무가 있었다. 쇼군은 다이묘에게 세금을 징수할 수는 없었지만 천하보청을 통해 다이묘를 견제한 것이다. “천하보청에 따라 세금 징수가 아니라 결과물의 형태로 의무를 부과했기 때문에 관리비용등 매몰비용이 착복이나 증발 없이 모든 투입이 실물 인프라로 이어졌다천하보청의 역무에 납기를 맞추지 못하거나 부실한 다이묘는 영지를 뺏기거나 황무지로 옮겨가라는 명령을 받아야했으니 최선을 다해 인프라 건설에 참여해야 했다.

저자는 참근교대제를 근대화를 예습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다이묘들은 에도에 번저(번의 업무를 보는 저택으로 번에서 비용 부담)를 두어야 했다. 1년을 단위로 각 번의 번주를 정기적으로 에도에 나와 머물게 하는 일종의 인질제도다. 100명에서 500명 이상의 인원이 수백 킬로미터 거리를 이동해야했는데, 제반 비용을 독자작인 번의 징세권을 갖고 잇던 다이묘들이 전적으로 부담해야 했다. 게다가 에도 체재비를 더하면 참근교대에 소요되는 비용이 다이묘 세수의 절반이 넘는 막대한 액수였다고 한다. 전국 270여 다이묘들이 이동과 에도 체재에 쓴 경비는 부의 환류와 경제 활성화에 직접적이고 확실한 효과를 보였던 것이다. 이에 따른 화폐경제의 확산과 대상인, 서민사회의 성장이 동반된 것이다. 더구나 에도와 지방이 연결된 전국 네트워크가 구축되어 인원, 물자, 정보가 유입되고 분산되는 시스템이 만들어진 것이다. 저자는 참근교대제는 천하보청과 함께 일본 근대화의 길을 닦은 신의 한 수’ ”라고 본다.

 

일본 된장(미소)이 전략물자였고, 센다이 다이묘는 미소의 개발과 대량생산법으로 센다이의 힘을 키웠다. 아직도 400년 된 센다이미소양조소가 도쿄에서 영업을 한단다. 이후 자율적인 미소 공장들 간의 경쟁이 경쟁원리에 대한 이해와 실용주의적 현실감각, 변화에 대한 감수성, 신기술에 대한 수용성차원에서 일본 경제의 경쟁력을 담보하는 사회심리적 토대가 되었다고 본다.

일본에서 여행의 대중화는 서구보다 100년이나 앞서 장기투어, (), 료칸, 유곽 등에 300년이 넘는 축적이 담겨있다고 한다.

17세기 이후 일본의 출판문화는 엄청난 기세(17세기 중반 200여개 출판업자, 18세기 중반 연간 1000여 종 신간)로 성장하여 “19세기에는 모든 국민이 책을 일상생활의 필수품으로 활용하는 출판대국이 된다. 출판혁명의 시작은 17세기말에 <호색일대남>이란 오락소설, 포르노가 히트를 친 것으로 본다. ‘구사조시라는 그림과 텍스트가 결합된 가벼운 읽을거리장르가 유행하고, 18세기 말이면 전업 작가가 등장한다. 19세기 초에는 <경전여사>라는 초급 유교 경전 해설서가 베스트셀러였다고 한다. 에도의 시대는 나아가 판권, 대본업이란 개념이 일상화되는 출판 대국이었다.

교육의 힘도 정리해주는데 각 번 정부가 설치한 250여 개의 번교, 서민교육의 중심인 사설학당 데라코야는 읽고 쓰고, 주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교육의 핵심이었다. 지식인들이 개인적으로 운영한 주쿠()’의 역할도 중요하게 본다. 요시다 쇼인도 주쿠를 통해 후학을 키운 거다.

뉴스와 광고전단의 원형을 요미우리신문과 히키후다에서 찾는다. 요미우리는 세계 최고의 발행부수 기록하고 있는데, 유래는 에도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히키후다는 상점, , 신사, 가부키 극장 등에서 사람을 끌기위해 만들기 시작한 광고지의 효시란다.

일본 최초의 본격 번역서 <해체신서>는 참여자들이 시금을 전폐하다시피 하여 3년만인 1774년 출간된다. 이는 서구의 관념을 자신들의 관념으로 변환하는 번역이란 언어의 통로를 만든 것이다. 하나오카 세이슈란 의사는 세계 최초로 전신마취 외과 수술(유방암 수술)이었다. 가족을 대상으로 마취제를 실험하다 모친이 사망하고 아내의 실명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통선산이란 마취제 개발 덕분이다.

에도 후기 측량가 이노 다다타가는 일본 최초 실측지도를 만든다. 50세 은퇴후 17년간 10차례 측량여행을 통해 자료를 수집하고, 사후 3년 뒤 제자들이 <대일본연해여지전도>를 완성한다. 쉰이 넘어 전일본 해안선 실측이란 도전을 일흔이 넘도록 실천한 것이다.

<난불사서>,<두후하루마>와 같은 사전 편찬과정을 보면 악전고투란 단어로 부족하다. 멘 땅에 헤딩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서구인에 의한 일영사전 출간보다 50여 년이나 앞서 일본인들이 영어를 습득하기 위해 영일사전을 만들었다는 것은 대단히 예외적인 사례란다.

도자기가 문화에서 산업으로 성장해 나간 과정, 에도시대 지식인의 모습에서 시대가 변하면 지식도 변한다는 것을 이끌어 내고, 도올 김용옥이 <논어 한글역주>에서 언급한 일본 유학자 오규 소라이의 도덕과 정치 분리 주장, 이시다 바이간의 상인의 길’, 악화가 양화를 구축했던 막부의 화폐정책 등을 재미있게 풀어간다.

에필로그에 인용한 영국 재야 사학자 헨리 토머스 버클의 문명의 진보를 결정하는 것은 집단 지성의 축적이며, 그 축적은 부의 창출과 분배에 의해 결정된다는 주장을 일본의 좌표로 받아들인 지식인들의 수준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우리 지식인들에게 의문을 가져야 답이 있음을 촉구하면서.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일본사>는 뿌리와 이파리에서 20178월에 초판을 낸 것으로 나는 초판 5쇄를 읽고 배운 거다. 본문 174쪽 분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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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 견문 2 - 히말라야에서 지중해까지 유라시아 견문 2
이병한 지음 / 서해문집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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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 견문 히말라야에서 지중해까지

2018.9.26.()

<유라시아 견문 > ‘몽골 로드에서 할랄 스트리트까지를 읽고 <유라시아 견문 > ‘히말라야에서 지중해까지를 사 읽는 일은 자연스러운 선택이다.

본문 605쪽 분량으로 긴 호흡이 필요해 9월초 구입했으나 추석연휴로 미루어 두었다. 밑줄 긋고 지도에서 확인하는 정독은 하루 반이란 시간이 필요했다. 사회학과 역사학을 전공한 저자의 글이지만 격조 높은 여행기다. 여행기라고 하면 저자를 모독하는 것일지 모른다. 요즘 여행기란 것이 먹방과 과시에 치우친 탓이다. 유라시아의 미래를 예측하려는 필사의 노력이 있기에 독자가 쉽게 읽을 수 있는 거다. 일본어, 영어, 중국어, 아랍어를 이해하는 저자가 보고, 듣고, 인터뷰하고, 자료를 찾아 확인하며 풀어둔 글이다. 20세기 제국주의에 희생되었다가 다시 일어서는 동남아시아, 남부아시아, 아랍세계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 미래를 조망한다.

 

마르코폴로의 동방견문록, 박지원의 열하일기, 유길준의 서유견문에 모자람이 없다. 이븐바투타의 여행기에 견줄 만하다. 지리전공자, 세계사를 가르치거나 배우는 사람, 해외 영업을 하는 사람, 21세기 문명의 흐름을 조감하길 원하는 사람이라면 읽을 책 목록에 추가하면 좋겠다.

저자의 글에서 19~20세기 중반까지 영국이 유라시아에 얼마나 못된 짓을 했는지, 그 행태를 보고 배운 미국은 또 얼마나 저급한지를 본다. 이슬람 사회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울라마와의 인터뷰를 통해 국가체제라는 개념이 지닌 병폐와 한계도 본다. 그럼에도 중국의 중흥과 인도와 이슬람 세계의 역할과 부활을 볼 수 있다. 인도의 미래는 G2이며, 이슬람은 21세기 최대종교라며, 이미 다른 백 년의 물결이 유장하다고 한다.

 

<유라시아 견문 > ‘몽골 로드에서 할랄 스트리트까지37개의 테마로 구성됐다. 버마와 미얀마, 인도의 재발견, 구자라트, 힌두뜨와, 글로벌 발리우드, 요가의 재인도화, 인도의 독립 영웅, 찬드라 보스, 펀자브, 카슈미르, 방글라데시, IS, 터키의 신오스만주의, 키프로스, 쿠르디스탄의 꿈, 아라비아의 나세르, B1979년 호메이니의 이란 혁명, 이슬람학, 네오클래식 패션으로서의 히잡, 대안적 진실을 추구하는 알-자지라 등이다. 밑줄 친 내용을 다 옮길 수 없어 기존 지식의 오류를 바로잡는 것, 알지 못했던 것을 중심으로 노트한다.

 

미얀마는 영국과 인도의 중층 식민지였다. 버마라는 이름은 30개가 넘는 다민족, 다인종, 다언어, 다문화, 다종교 국가였던 미얀마의 중심을 양곤에서 만델레이로 옮기며 영국이 붙인 이름이다. 평지의 버마족을 제외한 산간 소수민족이 5천만 인구의 4할이다. 버마식 사회주의는 네윈이 표방한 것이다. 미얀마로 패주한 국민당군에 응전해야 했기에 군부에 힘이 실렸고 자발적 쇄국정책을 편다. 1989년 소수민족의 불만을 누그러뜨리려 미얀마로 수정한다. 냉전기태국은 CIA와 미얀마 소수민족을 무장시켜 미얀마 군정의 전복을 꾀했다가 태국이 민주정권으로 이행하며 미얀마의 자원과 노동력을 활용하려 미얀마 군사정부와 손을 잡는다. 산간 소수민족은 중국과 국경무역 재개로 이득을 취하는 상황이다. 여기까지가 일반적 인식이다.

책은 미얀마의 내전과 분열에 대일본제국도 깊이 관여하고 있음을 밝힌다. 임팔전투는 영국군 50만 일본군 20만이 사생결단을 벌인 전투다. 버마족은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위해 일본을 선택했고, 소수인 카렌족과 카친족은 버마로부터의 독립을 위해 영국에 의지한 꼴이다. 해방이후 버마족, 카렌족, 카친족 모두가 무장상태였다. 이로써 최장기 미얀마 내전이 시작됐다. 미얀마 독립영웅이고 지도자 이었던 아웅산과 네윈은 일본에서 군사 훈련을 받은 사람들이다. 아웅산은 전투 막판에 영국국과 내통해 일본을 향해 총을 쐈다. 영국은 소수민족을 따로 독립시켜 양향력을 행사하려 했으나 아웅산이 버마연방공화국을 만들었으나 세른 두 살의 나이로 암살당한다. 이후 초대 총리 우누는 미얀마를 불교 사회주의 국가로 만들고자 했다. 소련의 위성국이 되기를 거부하고 비동맹 운동의 주역이 되었다. 미얀마에서도 고종의 광무개혁처럼 마지막 황제 민동은 개혁 군주로 대대적 개혁을 실시했으나 영국의 군사력에 굴복한 거다.

 

현재 인도는 13억 인구에 실질 구매력 세계 3위로 세계사의 주역이라는 자의식이 강해지고 있다. 힌두국가라는 정체성도 강화되고 있다. 그 중심에 인도인민당과 민족봉사단이 역할을 한다. 인도에서 2014년 모디 총리의 출범은 오랜 집권세력인 국민회의를 추락시킨 결과다. 모디는 간디-네루 체제를 종식시킨 하층카스트 출신이다. 인도의 정체성이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

구자라트 주는 인도 발전을 이끈다. 네루대학은 인도 좌파의 거점이다. 인도는 종교혁명과 정치혁명을 아우르는 힌두형 문명국가를 만들어 가고 있다. ‘힌두뜨와는 힌두 원리, 힌두이다. 힌두뜨와는 무굴제국이 구현했던 인도-페르시아 문명의 근대화. 뭄바이에서 시작된 영화제작은 발리우드를 인도양 연안국으로 퍼져 글로벌 발라우드로 성장하고 있다. 19세기 유럽에서 북미로 이주해 간 삶보다 남인도에서 동남아로 이주한 인도인들이 더 많다. 인도와 동남아가 긴밀한 까닭이다.

간디와 장제스의 입장차이도 재미있다. 장제스는 간디를 인도 외에는 모른다고 평한다. 인도 독립에 찬드라 보스의 역할을 조명한다. 찬드라 보스는 간디와 달리 무장투쟁으로 영국을 몰아내야한다고 생각했고, 일본 도조 히데키를 만나고 일본군과 한편이 되어 임팔전투에 참여한다. 일본 패전 후 대만에서 만주발 전투기가 이륙했으나 폭발하고 후유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보스의 최후는 인도에서 아직도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2차 대전 종전 후 영국 총리였던 클레컨트 애틀리는 영국이 인도를 포기하는데 는 보스가 조직한 인도국민군의 역할이 컸다고 한다. 실전경험을 가진 250만 인도군이 두려웠던 거다. 1947년 애틀리 총리는 인도/파키스탄 분할 계획을 전격 발표한다. 펀자브에서 약 1천만 명, 인도 파키스탄 전체로는 약 1,500만 명이 이동했다. 20세기 통틀어 최단 기간 최대 인구 교환이다. 다종교, 다문화가 공존하는 펀자브선의 상실이야말로 대영제국이 남아시아에 남기고 간 최대의, 최장의, 최악의 유산이다. 카슈미르도 파키스탄과 인도가 초고밀도 군대로 국경을 관리하는 긴장지역이다.

 

파키스탄을 모델로 삼아 군부가 주도하는 반공주의적 근대화 이론을 정립한 이가 새뮤얼 헌팅턴이다. 냉전기 파키스탄 모델이 한국을 포함한 제3세계로 널리 확산되었다.” 카슈미르와 오키나와는 강대국의 거대 프레임에 가려져 고통이 드러나지 않는 곳이다. 1959년 라싸봉기에도 CIA가 깊이 개입되어 있었다. 중인전쟁에서 마오쩌둥은 물밀 듯 인도를 향해 밀고 내려왔다. 한국전쟁에서 미국에 발목 잡혔던 트라우마가 중국의 일방적 종전 선언으로 중인전쟁을 끝냈다. 갤 브레이스의 인도모델론은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인도를 지원해야 한다는 미국 외교정책이다.

파키스탄의 전환 시대를 연 부토는 중국 없이는 아시아의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는 견해를 개진한다. 1974년 라호를 범이슬람회의에서 기독교, 유대교, 힌두교 문명 모두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슬람 문명만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슬람 사회주의를 추진한다. 1979년 살인혐의로 피소되어 처형당한다. 미국이 보기엔 사회주의자에다가 핵무장 이슬람 국가를 추진하고 있었으니 위험해 보였다는 음모론이 있다. 부토 처형이후 파키스탄은 친미군부가 걸프 만 산유국의 오일 달러를 지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부터가 제거된 후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파키스탄 안보 보고서를 제출하는데, 파키스탄의 군사독재 유지가 오일달러 사수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한 내용이다. <역사의 종언>이란 희대의 논문에서 보듯이 그는 일본계 어용학자다.

 

반기문과 UN 사무총장 경쟁에서 떨어진 인도 샤시 타루트와의 인터뷰중 인도는 남부아시아에서 Neighbor First 정책을 외교 정책의 첫 순위라고 밝힌다. 이슬람 세계 지혜의 집에도 인도의 문물과 학문이 역할을 했음을 말하며 평화 공존이야 말로 인도 문명의 내재적 성격이라고 말한다.

 

칼리프는 영토의 지배자로 그치는 개념이 아니라 전 세계 무슬림 공동체, ‘움마의 정치적 지도자다. 이슬람법에 의하면 대통령이나 총리는 그저 부족장에 그칠 뿐이다. 역사는 시학적 시간이지 수학적 시간이 아니다. 역사 없는 시사와 사론 없는 이론이 오인과 오판을 초래한다.

 

터키 조국 근대화의 요체는 세속주의와 민족주의다. 세속화는 이슬람을 겨냥했고, 민족주의는 오스만 제국을 표적으로 삼았다. 케말 파샤의 정적으로 사이드 누르시는 칼리프 폐지에 결연하게 반대한다. 누르시는 무신론의 공산주의 국가를 끔찍하게 여겼다. 과학과 이성, 이념만으로 출현한 나라가 백 년도 갈 수 없을 것이라 장담했다. 그의 책 <빛의 책>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터키의 궐렌운동은 교육과 언론 사업에 힘을 쏟아 누르시의 가르침을 실천한다. 궐렌운동으로 만들어진 수많은 학교들은 글로벌 움마를 위한 글로벌 학당이 되었다. 누르시는 논리로 설복하기보다는 공명과 공감으로 감득시켰다. 현재 터키의 대통령 에르도안은 집권이래 10년 넘게 재이슬람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기층의 지지가 탄탄하다. 에르도안의 이슬람 민주주의는 약자와 빈자를 먼저 보살피는 것이 이슬람주의 정당으로서 왕도를 실천하는 길이라고 말한다. 이는 이슬람 세계 왕정국가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슬람 민주주의가 다른 백 년의 길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오르한 파묵의 <내 이름은 빨강>을 읽어봐야겠다.

 

키프로스의 분단에도 영국의 개입이 있었다. 1878년 러시아의 남하를 견제하려 진주한 영국군은 러시아의 위협이 사라지면 오스만 제국에 돌려준다고 했으나 그렇지 않았다. 그리스정교를 믿는 남부 키프로스인은 그리스에, 무슬림인 북부 키프로스는 터키에 귀속되길 원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아 이제는 통합을 꿈꾼다.

쿠르디스탄의 꿈은 1916년 영국과 프랑스가 사이크스-피코 협정밀약으로 좌초되었다. 포스트-오스만 공간을 양국이 쪼개어 갖는 분할책이었다. 미일간 카스라-태프트 밀약처럼…….

 

이집트는 영국이 일방적으로 1922년 독립 국가를 선언한다. 영국군대는 주둔하면서. 오스만제국으로부터 독립시켜주고 대영제국의 보호국으로 삼은 거다. 일본이 만주국을 세운 거나 마찬가지다. 나세르는 팔레스타인 전쟁에서 패한 후 자유 장교단을 결성하여 쿠데타를 일으킨다. 영국군 완전철수 후 기념행사에서 총성이 울렸으나 군복을 추스르고 즉석연설로 향후 15년간 이집트를 넘어 아랍세계를 진두지휘하는 카리스마적 리더로 탄생한다. 수에즈운하 국유화, 라디오 방송을 통한 아랍의 단결을 추구한다. 그러나 6일 전쟁에서 패한 충격으로 건강이 악화돼 심장발작으로 급사하니 52세였다.

아랍민족주의에 대한 의견 대립은 아랍 민족주의를 무슬림을 분리시켜 서로 싸우게 만드는 이이제이 책략이라고 성토하는 지점에 이르렀다. 2016년 알-자지라에서 아랍 세계 9개국 대상 여론자사 결과 이슬람법(샤리아)이 국법의 기초가 되어야 한다는 견해에 50~70%가 지지한다. 이는 반수 이상이 재이스람화를 수긍한다는 의미다.

 

1979년 호메이니의 이란 혁명은 미국의 중동정책 근간을 뒤흔든 사건이다. 미국은 을 바꾸어 이라크를 지원하고 이란-이라크 전쟁을 사주한다. 호메이니 장례식에 900만 명이 참배하여 애도를 표했다. 오늘날 이란은 성과 속의 이원집정제 국가다. 호메이니의 일상은 자기수양으로 빛을 발했다. 세상을 바꾸는 첩경은 나를 바꾸는 것이다. 현재 이슬람 세계는 온통 1979년 이란 혁명에서 정치적 영감을 얻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란은 페르시아의 후예로 서와 동쪽을 포용하며 이슬람 세계를 이끌어 가고 있다.

 

유라시아 견문여행 중인 저자는 아랍어 문사철을 소개한다. 문학에는 <천일야화>, 역사라면 이븐할둔의 <역사서설>, 철학은 <코란>을 원전으로 읽으려 노력하고 있단다. 독자는 번역본을 읽은 것에 만족한다. 울라마는 만권의 책을 읽은 사람으로 무슬림사회의 정신을 이끌어간다. 이슬람 시각에서 울라마들이 평가한 20세기는 세속화의 시험이 실패한 세기로 정리된다. 근대 유럽의 법에 의한 지배를 이슬람에서는 소수 사람에 의한 지배로 본다. 대신 이슬람 사회가 법의 지배로 다스려진다는 논리는 수긍할 수 있다. 어려서부터 코란을 배우고 암송하며 매일 매일을 코란일 잊지 않고 사는 삶이야말로 법의 지배라는 논리다. 우리는 법을 교과의 일부로 배울 뿐이다. 유재석이란 개그맨이 헌법을 해석하고 가르치는 수준의 나라다.

 

마키아벨리가 <역사서설>을 읽고 사회과학에 눈을 떴고, <데카메론><신곡>도 안달루시아의 만화작가 이븐 알-아라비의 작품을 모방한 것이며, <로빈슨 크루소>의 원작이 <신드바드의 모험>이다. <돈키호테>조차도 아랍 역사가가 쓴 책이 원작이다. 이는 이베리아에서 무슬림이 쫓겨 난 후 기독교도들이 1499년 안달루시아의 그라나다 광장에서 200만권으로 추산되는 아랍어로 된 책을 태운 이후 필사본을 들고 탈출한 무슬림들이 있었기에 드러난다.

 

저자가 자주 쓰는 하나만 설피 알고, 둘은 모른다. 둘을 겨우 알아도, 열은 미처 모른다.”는 문장이다. 히잡이 여성을 억압하는 상징으로 알고 있었다. 이란, 터키, 인도네시아, 이집트 등에서 히잡 착용은 여성 해방의 상징으로 금지되어 있었다. 국가가 국책으로 히잡을 벗겨낸 것이다. 독재에 맞서 민주화 운동에 투신한 열혈 여성부터 히잡을 다시 쓰기 시작했으니 억압은커녕 저항의 상징이었다. 히잡 패션은 2000년 이후 급성장한 신종산업이다. 히잡착용에 관한 무슬림 여성의 항변은 일리가 있다 답답한 것은 너 같은 엉큼한 수컷일 뿐이다. 흘낏거리는 남성의 끈저끈적한 시선에서 벗어날 수 있다. 유행, 소비주의에 따라가지 않아도 된다. 샴푸, 린스, 컨디셔너를 매일 쓰지 않아도 되고, 염색과 드라이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도 들이지 않아도 된다.” 니캅이 선사하는 해방감은 타인의 시선, 평판에서 완벽하게 차단된다는 것이다.

-자지라 방송을 시청할 수 있다면 제국주의의 프로파간다를 파악할 수 있겠다.

 

저자는 나이 40을 맞으며 선생과 후생의 의미를 짚어보고, 누군가 뒤따라온다는 느낌이 북극의 빙하처럼 송연하고 저릿해 도저히 나태해 질 수 없다는 각오를 다진다. 독자는 무엇 하며 살았는가라는 한탄을 하게한다. 뒷물이 앞물을 밀어내는 일은 섭리다. 나는 뒷물인가 앞물인가? 나이는 앞물에 속하나 앞물의 역할을 한 적도 없거니와 뒷물의 힘도 없구나.

 

오바마 독트린 : ‘중동은 더 이상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지역이 아니다. 동아시아가 가장 중요하다. 중동에 관여를 계속해도 사태가 개선되기 힘들다. 고로 미국은 중동에서 발을 빼야한다는 의미다. 국제주의의 다음 불장난은 중동이 아니라 동아시아일지 모른다.

시비를 가리고 포폄을 주저치 말아야 한다. 자신을 걸고 써야 한다. 자신을 지우고 쓰는 글은 문장이 아니고 데이터다. 인문은 인과 문의 결합 즉 사람의 흔적이다.’는 저자의 글 쓰는 자세다. 대한민국은 스스로의 관점과 언어로 조선을 마감하지 못했다. 백 년간 따라하고 따라갔을 뿐, 독자적인 길을 개척하지 못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북아프리카, 중동, 중앙아시아, 남아시아, 동남아시아를 막론하고 재이슬람화는 21세기의 가장 강력한 현상 가운데 하나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재이슬람화의 물결을 마냥 퇴행이라고 보지 않는 것은 어제와 가은 오늘에 감사해 하지 못하고, 오늘과 같은 내일을 정체된 것으로 여기며, 어제 보다 나은 오늘, 오늘 보다 나은 내일을 보장할 것을 요구하는 근대 정치가 지속되는 한 임박한 파국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 탓이다.

 

<유라시아 견문 > ‘몽골 로드에서 할랄 스트리트까지는 서해묹비에서 20183월 초판 1쇄를 본문 605쪽 분량으로 발행했다. <빛의 책>은 검색해 보니 번역본이 없고 <내 이름은 빨강>은 민음사 모던클래식으로 1, 2권이 판매중이다. 이병한의 <반전의 시대>를 먼저 읽어야 하는지 <유라시아 견문 3>이 나오면 읽고 나서 봐야할지 생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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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에겐 보이지 않아 - 함께하고 싶지만 어쩐지 불편한 심리 탐구
박선화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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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에겐 보이지 않아

2018.9.22.()

딸을 둔 아빠다. 언젠가 나를 떠나 살게 될 딸을 생각한다. 한국사회는 과거보다 현재가 여성에게 나는 세상이듯 앞으로 더 좋아질 거라는 희망을 갖는다. 그러면서도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잘 극복해 나가길 바란다. 그렇게 키우고 싶은 마음만큼 해 줄 수 있는 게 없음도 안타깝다. <남자에겐 보이지 않아>를 사 읽는 까닭의 첫 번째가 딸 준 아빠 마음에 딸을 이해하고 아내를 이해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기 때문이다. 사소한 이유는 책읽기와 영화를 즐기며 페이스북에서 일상을 풀어감에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좋아요를 누른 탓이다. 작가는 꼰대가 되지 않으려고 이 책을 읽는 독자가 있다고 말한다. 비교적 남녀가 평등한 조직인 교직에서 오래 살았다. 직장에서 꼰대라는 평가를 받지 않았다고 자부한다. 딸을 둔 아빠의 마음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지 싶다.

 

<남자에겐 보이지 않아>를 읽으며, 소설가 김형경의 <남자를 위하여>, 기자 유인경의 <내일도 출근하는 딸에게>와 비교하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1, 2장을 읽어가는 내내 50대 남자 독자로서 아주 불편했다. 문장이 길거나 어려워서가 아니다. 잠시 쉬었다 읽어야 했다. 하루를 묶혔다가 이어 읽었다. 남자로서 방어기제가 작동했기 때문이다. ‘작가의 경험은 1990년대 상황이다.’, ‘2018년의 여성성과 남성성은 다르다.’, ‘여러 전제에 동의할 수 없다’, ‘논지 전개가 현실보다는 소설의 등장인물과 영화, 드라마의 등장인물을 통해 뽑아낸 것이 다수다.’ 라는 부동의를 가슴에 담고 읽었다. 독자가 양성평등을 어느 직장보다 존중하는 교직에서 근무했었기에 기업의 직장분위기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답답함이 덜어지더라. 한편으로는 작가가 그렇게 상처 입었음에 안타까움도 생긴다. 세상은 모두 각자의 관점에서 보는 것이 당연하고 그럴 수박에 없지 않은가 생각하며 이어 읽었다.

 

남자는 능력을 발휘할 때 남성으로서의 매력도 함께 커지지만, 여자는 그럴 경우 오히려 여성적매력이 떨어진다는데(p.23)”에 동의할 수 없다. 주변에 일 잘하며 매력이 떨어지지 않은 여자들도 봐왔다. 여자가 일을 못한다고 매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일과 매력은 내겐 다른 범주였다.

비정규직일수록 옷차림이 화려하고 화장도 더 짙었다고 한다.”(p.32)는 남자가 둔감해서 느끼지 못할 수도 있겠으나, 경험하지 못한 일이라 동의하기 어렵다.

남자들은 왜 자신들의 사소한 공적을 그렇게 부풀리면서도 몇 배 더한 노력으로 이룬 여자들의 성과를 인정하는 일에는 그토록 야박하고 옹색하게 구는 것일까?”(p.37) 이 문장도 신규교사나 60대 교사나 서로 선생님이라고 부르고 역할이 정해져 있는 교직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일이다. 작가 인식을 일반화의 오류라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교직사회가 그만큼 성평등이 존중된다는 의미다.

한편으로는 인정받고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너무 튀지 않으려는 양가감정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p.59)는 여성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남자들도 조직에서 자기위치를 잃지 않고 세평을 의식해서 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선생이라도 했어야 했다는 후회를 평생 하셨다고 한다”(p. 68)는 인식은 흔히 했던 말이라 할지라도 이라도라는 표현으로 교직에 근무하는 사람이라면 유쾌하지 않을 것이고, 임용고사 경쟁률을 생각한다면 21세기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어느 학교나 미친 개로 불리는 교사들이 있었다.”(p.139)는 문장은 지나친 일반화다. 없었다고 반박하지 않는 선에서 말을 멈춘다.

많은 여성이 애정관계에서 강렬한 열정을 원하듯이, 많은 남성은 사회 생활에서 무모한 충성심을 보여야 진심이라고 느끼는 것 같다.”(p.107)는 문장은 20~30년 전 직장 생활에서 뽑은 작가의 추측이리라. 이제는 조폭도 이러지 않는다. 다분히 利害를 따지는 직장분위기도 있다.

 

루소가 <에밀>에서 보여준 여자에 대한 인식, 아리스토텔레스의 여성비하, 쇼펜하우어의 막밀, 프로이드의 인식은 현재의 시점에서 가당치 않은 일이다. 그들의 업적에도 불구하고 21세기 한국 남자보다 여성에 대한 인식이 수준 이하였다. 여성 참정권이 부여된 역사를 볼 때 현재 한국사회의 여성성이 폭발적으로 향상되었다는 점을 여성들이 이해하면 남자들이 겪는 불편함도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단체사진을 찍을 때 뒤로가 얼굴 크기를 작게 보이려고 하는 여자들은 나도 이해하지 못한다.

 

남성 중심 사회에서 보는 여성들의 특징과 리더십 세 가지는 남자로서 눈여겨보지 못했던 부분이다. ‘조직에서 여성은 지나치게 관계에 신경 쓴다’, ‘조직내 네트워킹에서 여성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직장에 대한 절박성과 자기 비전에 대한 확고한 방향성이 약하다로 정리하며, ‘엉뚱한 상상은 카프카의 <변신>을 떠올리게 한다.

남자와 여자가 공감능력이 다르다는 무한루프의 딜레마는 자주 아내와 겪는 상황이라 공감한다. “가슴으로 하는 이야기보다 가슴에만 관심이 있다는 별에서 온 종족에게 너무 많은 기대를 하는 것이 비현실적일지도 모르겠다.”(p.124)는 표현은 재미있다. 공감을 논하며 가까운 사람에게 더 쉽게 이입되는 감정이라고 말한다. 가까운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집착이고 애착이 된다며 멀리 있는 사람을 사랑하라는 불교철학을 생각하게 한다. 서양사회가 공감을 학습으로 배우게 한다는데, 역지사지라고 표현할 수 있는 공감을 동양사회에서는 개인에게 맡겨왔다고 본다.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진짜 강자가 된다는 것은 가장 자기 모습에 가까워지는 것이다.”란 인식에 절대 공감한다. 지난 정부의 보건정책 국책연구기관이 발표했다는 대책(인용글 p.193)을 읽으며 놀랠 노자를 만들어야겠단 생각이다. 이렇게 까지 한심할 수 있는가. 가장 답답한 문장이다.

출산 파업 선포라는 단어를 보며 러시아에서 있었다는 여성들의 잠자리 거부운동의 본래 표현이 무엇이었는지 생각하고 검색하다가 시간을 허비한다. “권력의 (도취)경험은 누군가 두개골을 열고 감정이입을 하는 뇌 영역을 끄집어내는 것과 같은”(p. 204) 문장에서 화가 나면 IQ가 반로 떨어진다는 삼당전문가의 이야기를 떠올린다. 평정심의 유지는 보통사람이나 권력자에게 꼭 필요한 것인지라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과 세네카의 인생론과 같은 스토아 철학이 험난한 시대에 주목 받는 것이다.

남자도 기대고 싶다는 부분은 책을 읽으며 스트레스 받을 남자에 대한 배려는 아닐 것이다. 때론 남자도 기대고 싶지만, 남자에게 기대하는 역할, 의무감, 책임감을 생각하며 남자들은 쉽게 기대고 싶다고 말하지 못한다.

 

독서노트가 <남자에겐 보이지 않아>를 비판하는 논조를 감추지 못한 것은 독자의 능력이 모자란 탓이다. 페이스 북에서 일상과 사회 현상에 대한 객관적인 시각으로 많은 남녀 페친에게 사랑 받고 있는 저자에게 바란다. 본문에서 밝혔듯이, 어느 날 누군가와 결혼하는 날이 오면 진심으로 축하를 보내리라.

양성에 관한 보통 시각을 가진 남자라면 <남자를 위하여>를 읽어 여성의 심리를 이해하는데 도움 받고, 딸을 가진 아빠의 입장에서는 <내일도 출근하는 딸에게>, 현재 직장 생활하는 사람이라면 <남자에겐 보이지 않아>를 읽어 양성평등의 문화가 현재보다 미래에 더 나아지기를 바란다. 마초적인 남자라면 다소 불편할 수 있음도 감안하면서.

 

사족이다. 한국사회에서 주로 책을 사보는 사라들은 20~30대 여성이다. 네이버 빅데이터에 따르면, 이 책의 주독자층이 20대 여성이란다. 자자와 독자의 궁합이 잘 어울린다는 거다. 초판이 나오고 한 달 만에 3쇄를 찍었다. 내 졸저가 40~50대 남성이 주독자층인지라 달포가 지나서 2쇄를 찍으니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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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이야기 속 위대한 생각 - 르네상스부터 4차산업혁명 인공지능 시대까지
이수철 지음 / 미디어숲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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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이야기 속 위대한 생각

2018.9.19.()

지난 91일 북토크에서 이수철 박사님이 사인해 준 <사소한 이야기 속 위대한 생각>을 읽는다. 교육정보화에 힘을 보태며 에듀넷을 드나들던 15년 쯤 전에 만난 인연, 왕성한 독서로 지적 자극을 주는 페이스 북 친구다.

KERIS 한석수 원장님의 추천 글에서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최고의 방법은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는 피터의 법칙을 배운다. 21세기가 요구하는 인재를 오디세우스형 인재로 본 시각과 책을 통해 <연금술사>의 산티아고처럼 자아의 신화를 찾으라는 당부는 나에게 하는 말이라고 느낀다.

 

책은 프롤로그에서 에듀클라우드에 한국어, 일본어, 영어로 연재한 칼럼을 묶어낸 것이고 밝힌다.

네 개 PART로 나누어 구성한 책의 PART1미래사회를 들여다본다는 갈래 안에 소통과 연결, 협업을 통한 혁신, 메모 앱 비교, 페이스 북은 정신적 고립에 공감을 유도하는 심리학을 담고 있다고 소개한다. 문자가 아닌 음성과 몸짓으로 사물과 이루어지는 커뮤니케이션, 평생학습, 프랭클린과 같은 인생계획, 자기중심적인 ME 세대와 어울림, 스스로 고용의 기회를 만들어야 함, 클라우드 컴퓨팅, 소셜네트워크 언어의 신중함 등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PART2는 저자가 여행한 나라로부터 배운 점을 소개해 저자의 안목을 알아볼 수 있다. 스위스에서 다양성의 통합을 보았고, 개방성을 네덜란드에서 찾았으며, 독일은 단순과 소박의 가치가 구현되고 있음을 알아 차렸다고 한다. 일본에서 본 것 중 미라이 공업은 당근과 아이디어를 많이 낼 수 있는 환경 만들기에 중점을 두고 있음을, 독일에서 체력향상을 강조하는 짐나지움의 체육시설과 토론 중심 교육, 시민의 용기를 교육 목표를 보았고, 걷기, 디지털 평판도 언급한다.

 

PART3은 일상의 소소한 아이디어를 소개한다. 독자가 자주 들었던 클래식 중 하나가 아이네 크라이네 나흐트 무지크라는 모차르트의 곡임을 확인한다.

 

PART4는 자연이야말로 치유하는 공간이며, 우공이산, 에니 나무를 심는 사람을 소개한다. 영어회화와 한자를 공부한 노하우, 책은 저자의 삶을 담고 있단느 생각, 책 읽는 도구의 진화, 인공 지능을 살펴보며 인공지응 시대에도 지켜져야 할 것이 있다는 저자의 생각을 풀어 놓았다.

에필로그는 책이 저자를 성장시키고 변화 시켰다고 평가한다. 기술, 혁신, 교육, 문화의 바탕엔 언제나 인문학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도 밝히고 있다.

 

대형출판사의 임프린트로 나온 <사소한 이야기 속 위대한 생각>20171111쇄가 나왔고, 본문 218쪽 분량이다. 하드커버로 디자인한 멋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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