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 끄기의 기술 -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만 남기는 힘
마크 맨슨 지음, 한재호 옮김 / 갤리온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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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참 가볍다. 신경 쓰지 말라는 말은 보통 외부로 향한 표현이다. 내 맘대로 할 테니 간섭하지 말라는 뜻도 포함한다. 거기에 기술이 필요하다고? 철 지난 베스트셀러다. 선생님이 내게 책을 사주고 싶어 하시기에 서점에 들러 고른 책이다.

하루에 해야 할 일이 서너 개씩 기다리고 있을 때 스트레스도 받지만, 해치우고 나서 느낀 성취감이 기분 좋다. 덕분에 워커홀릭으로 살았다. 두 해째 출퇴근하지 않는다. 시간이 많이 남을 것 같지만, 사실은 한가하진 않다. 나를 돌아볼 기회가 있어도 앞만 보며 판단했었다. <신경 끄기의 기술>은 다른 관점에서 삶을 보는 기회를 경험하라 한다. 여러 가지 복잡한 일과 상황에서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하려 하지 마라.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만 남기라는 거다. SIMPLE 한 삶! 그런 거다.

편집자가 저자의 글에서 요점이다 싶은 문장에 적색으로 표시해 두어 밑줄 치며 읽는 수고를 덜었다. 물론, 편집자의 생각과 독자의 받아들이는 것이 달라 밑줄을 긋기도 했다. 나보다는 매일 학교에서 벌어지는 사건에 걱정으로 출근하는 아내가 읽으면 좋겠다. <신경 끄기의 기술>은 내부를 향한 조언이다.

 

저자 마크 맨슨에 빙의해서 읽은 글을 옮겨 본다.

프롤로그 : 가장 중요한 것만 남기고 모두 지워버려다. 그러기 위해서는 포기할 것을 골라야 한다. 기회비용을 고려하면서. 고통이 따르겠지만 고통을 극복하는 유일한 길은 고통을 견디는 법을 배우는 것. 어떻게 포기할 것인가를 가르쳐 주겠다.

1: 애쓰지 마, 노력하지 마, 신경쓰지 마 - 긍정의 힘을 강조하는 자기계발은 부족한 것에 초점을 맞추고 끝없이 신경 쓰게 한다. 불안이란 지옥의 무한궤도에 타라 한다. 가치 있는 것을 얻으려면, 부정적 경험을 극복해야 한다. 신경을 끈다는 것은 무심함이 아니라 다름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중요한 것에 신경 써라. 그래야 자유로워진다.

2: 해피엔딩이란 동화에 나오는 거야 - 행복은 문제를 먹고 자란다. 인생의 진정한 의미와 성취감은 자신만의 투쟁을 선택해 감내함으로써 얻어라. 부정적 경험에 적극 대처하라. 성공을 결정하는 질문은 나는 어떤 고통을 견딜 수 있는가. 인생에서 문제는 바뀌거나 나아질 뿐이지 계속된다. “당신이 결혼하는 사람이 당신과 싸울 사람이다. 당신이 선택하는 직업이 당신에게 스트레스를 줄 직업이다. 어떤 일이건 희생이 따르는 법이다.”

3: 왜 너만 특별하다고 생각해? - ‘모두가 위대한 사람이 될 수 있다라는 건 헛소리다. 70~80년대 자존감 높이기가 심리학에서 맹위를 떨친 결과다. 성공하는 인생에 역경과 실패가 도움이 되며 심지어 필수적이다.

4: ‘고통을 피하는 법은 없어 - 운동을 즐기는 사람은 멋진 몸을 갖고 워커홀릭은 초고속 승진하며 고된 연습을 견딘 아티스트는 무대에서 빛을 발한다. 당신이 선택한 고통이 당신을 만든다.

* 저자가 말하는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5가지 가치는 강한 책임감, 믿음을 맹신하지 않는 것, 실패, 거절, 죽음을 인식하는 것이다.

5: 선택을 했으면 책임도 져야지 - 인생에서 나를 움직이는 것은 강요된 압박이 아니라 자발적 선택이어야 한다. 삶에 더 큰 책임감을 느낄수록, 삶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항상 경험을 책임지며 살아가야 한다. 그것이 내 잘못으로 생긴 일이 아닐지라도, 이것이 삶의 일부다. 잘못은 과거고 책임은 현재다. 살아가며 상처를 받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각자의 상황을 각자가 책임져야 한다.

6: 넌 틀렸어, 물론 나도 틀렸고 - 확실한 건, 확실한 게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 하나뿐이다. 매일 매일 덜 틀린 사람이면 된다.

7: 실패했다고 괴로워하지 마 - 잃을 게 없다면 두려울 게 없다. 견딜 수 있는 고통을 선택하라, 그리고 견뎌라.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자신이 선택한 고통을 견디는 법이다. 공포와 불안과 슬픔이라는 고통은 정신 건강에 해롭기만 한 것이 아니라 정신적 성장에 필수적이다. 정신적 고통을 겪어야 정신력, 자존감, 공감 능력이 강해져서 더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 자극-동기-행동의 순서는 정해져 있지 않다. (자극받을 때까지, 동기가 생길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그냥 해라.)

8: 거절은 인생의 기술이야 - 완전한 자유 그 자체는 아무 의미도 없다. 무엇을 거부할지 선택해라. 그것이 나다. 하나의 가치를 선택하려면 나머지 가치를 거부해야 한다. 무엇을 거부하느냐가 우리를 규정한다.

9: 결국 우린 다 죽어 - 죽음을 생각하면 하지 못하고, 미룰 일이 없다.

 

<신경 끄기의 기술>은 갤리온에서 201710월 초판을 내놓았고, 내가 읽은 것은 2018715, 본문 235쪽 분량이다. 말이 쉽고, 논리를 갖춘 글이 아니라서 중고등학교 문제 학생들에게 읽어보게 하면 좋겠다. 방황하는 학생들에게 추천! 자신의 생에 갈피 잡지 못하는 어른에게도. 주체적인 삶을 산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읽지 않고 다른 일에 힘쓰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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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자 : 공자를 딛고 일어선 천민 사상가
임건순 지음 / 시대의창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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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백가라면 공자, 맹자라는 유가, 상앙과 한비자라는 법가, 노자, 장자의 도가사상, 묵자의 겸애설이란 구분은 할 수 있다. 관심의 방향은 유가 사상이었다. 모임에서 격려하며 배우는 것도 사서 중 하나고 제대로 익히지 못한지라 묵자에 대해 알려고 하지 않았다.

불시에 찾아온 행운이랄까? 준비되지 않았지만, ‘공자를 딛고 일어선 천민 사상가라는 카피에 끌려 읽었다. 아는 것이 없으니 메마른 밭에 물 스미듯 한다. 관자에서 복지라는 키워드를 찾은 것처럼 묵자에서 복지, 분배라는 경제 키워드를 만난다.

 

묵자의 10론을 이해하려 하였고,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어떤 문제의식을 느끼게 하는가 생각한다. 분량은 560쪽이나 저자의 사설(강의하는 듯)이 길어 실제 본론은 1/2이다. 1/2중에서도 사설이 많다. 사설을 길게 늘어놓은 까닭이 나처럼 묵자를 생소하게 대하는 독자를 위한 배려라고 여긴다. 20개 장으로 구성한 묵자11장까지가 묵자 이해를 위한 준비 과정으로 저자가 준비한 내용이다.

 

새로 알게 된 사실, 기억하고 싶은 내용과 문장을 옮겨 본다.

소파 방정환 선생은 천도교 3대 지도자 손병희의 사위로 천도교(동학)의 가르침을 받았다.

묵자는 일하는 자들의 권리와 그들이 누려야 할 기초적인 생활 보장에 관심이 많았던 사상가다. 세인의 관심을 받은 것은 청말 필원과 손이양이라는 학자가 묵자원문에 주석을 달고 정리 하면서부터란다.

고전이란 마르지 않는 샘물이며 인간과 세상, 사회를 이해하고 보는 시야를 넓혀주고 지평을 새롭게 열어주어야 한다. 고전이 이 땅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가진 문제의식에 답을 줄 여지가 없다면 무가치하다. 고전이 현실에서 외면받는 까닭은 고전 자체가 죽은 책이거나, 우리가 명확한 문제의식이 없거나, 고전의 길잡이가 없어서일 수 있다.

 

묵자의 사상은 그가 살았던 역사적 현실과 배경이 만든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묵자는 공자 사상에 천 번째로 반응하고 반대한 사상가다. 묵자와 공자는 같은 노나라 사람이다. 묵자는 공자 사상의 약점과 한계를 극복 내지 보완하려는 문제의식이 상당했다. 묵자(墨者)들 무리를 구성했던 사람 중 상당수는 무인들이었다. 춘추전국시대가 끝나고 전제 왕권이 들어서면서 탄압을 피해 흩어진 묵자 무리가 협객의 시초가 되었다는 말이 있고, ‘강호江湖라는 말을 처음 쓴 것은 장자인데 그 강호를 연 것이 묵자 무리였다.

춘추전국시대의 스타에는 관중(, 제나라 재상), 상앙(, 진나라 재상), 오기(, 초나라 재상), 범려(, 월나라, 제나라 재상)가 있다. 묵자의 사상은 다른 사상의 자양분이 되었다. 묵자 사상의 몰락에는 하층민의 입장을 대변하는 사상이었다는 점이 원인이다.

 

묵자 사상의 중심은 겸애다. 통치시스템, 국가 시스템, 사회 시스템을 통해서 모든 인민이 최소한의 안정성을 누리도록 보장하는 것이 겸애다. 묵가에서 겸애를 말할 때 교상리交相利를 이야기한다. 서로 이롭게 하는 관계 맺기란 뜻이다. 묵자는 백성의 고통을 세 가지로 보았다. 삼환으로 추운 자 입지 못하고, 일한 자 쉬지 못하고, 배고픈 자 먹지 못한다.’ 이를 해결하려는 문제의식에서 묵자의 사유는 시작한다. 는 유학에서 백안시하거나 경계해온 가치다. 묵자는 義 利也는 리. 의로움이란 이익과 함께 가는 것이다. 이익은 공유되는 이익, 분배되고 나누어지는 이익을 말한다. 사회 구성원이 생산하는 이익과 생산물이 독점되고 낭비되어 불평등, 불균등하게 분배되고, 생산에 기여한 정도에 따라 나누어지지 못하는 것을 직접 겨누었다. 묵자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것은 에 기초한 이익, ‘가 전제된 이익, 그것을 확대 보장하는 겸애다.

 

유가를 공격한 묵자 사상을 이야기하는 것은 불온시하였다. 묵자 무리는 대체로 육체노동에 종사했던 하층민 내지 피지배층, 천인 계층이었다는 데 견해가 일치한다. 특히 무기를 만들고 성을 쌓고 지키는 무인들이었음에도 동의한다. 묵자는 사람들 모두가 자신의 몫을 가지고 있다고 하고 그것을 전제하고 사상을 편다. 이는 이슬람의 분배에 관한 입장과 일치한다.(이슬람에서는 가진 자의 몫 중에는 못 가진 자의 몫도 있음을 전제한다)

저자는 법가와 노자를 쌍둥이로 보고 병가사상에서 싹이 튼 것으로 본다.(병법의 기본은 숨기고, 내 상황을 위장하여 상대에게 허실을 보이지 않는 것이다. 노자와 법가 모두 위장과 은폐를 강조한다)사실 손자병법과 강태공의 육도삼략은 공자가 주목받기 전에 등장한 것이다. 병가는 사실상 중국의 첫 번째 사상으로 오늘날에도 중국을 이해하려면 반드시 배워야 한단다.

 

맹자온 세상에 묵자의 사상을 따르는 무리가 가득하다.”

춘추전국 시대 철학사의 흐름은 공자-묵자-상앙-맹자(장자)순이다.

춘추시대는 공자가 지은 역사책 춘추에서, 전국시대는 전한 시대 사람인 유향이 쓴 전국책에서 이름이 기원했다. 묵자가 등장한 시기는 전국시대에 접어든 시기로 춘추시대와는 다른 배경과 시대정신을 가진 시기였다. 철기가 도입, 정착된 시기로 생산력의 발전이 전쟁의 격화를 가져왔다. 춘추시대는 지배층이 주가 된 전차전, 전국시대는 대규모 보병전 양상을 띄었다. 씨족공동체가 무너지고 새로운 통치 질서가 태동하던 시기다. 보편적 맥락에서 인간에 대한 논의와 사유가 시작되었다. 묵자가 전개한 반전운동과 비공운동은 전국시대의 산물이다. 묵자는 표준과 기준의 통일을 중시했다.

 

묵자가 본 인간의 모습은 노동하는 존재, 자기 몫을 지닌 존재, 욕망하고 계산하는 존재, 분업하고 협력하는 존재. 묵자 집단의 제자 교육 시스템을 보면 제자 각자의 특기와 적성에 맞게 분류하고 과목을 달리해서 육성했다. 책과 문헌을 정리하는 설서說書, 수공업 기능과 군사 기술, 성곽방어에 임하는 종사從事, 유세와 설득 담당 담변談辯이 과목이다. 묵자는 성악설의 입장에서 사상을 펼친다.

 

묵자가 말하는 천지天志는 하층민의 의지가 투영된 것이다. 천지의 핵심은 겸애다. 통치 권력이 분배하는 기본적인 물질적 혜택의 범위를 늘려보자는 하느님의 뜻이니, 그 겸애를 실현하는 통치 시스템을 만들어보려는 것이다.

 

맹자와 순자 모두 묵자가 지적한 공자 사상의 약점과 한계를 직시했다.

묵자 10: 겸애兼愛, 비명非命, 비공非攻, 상현尙賢, 상동尙同, 천지天志, 명귀明鬼, 절용節用, 절장節葬, 비악非樂.

사관학교 사기라는 말에 담긴 에는 무사의 의미를 가진다. 화와 동은 대립적 저이 노선의 양 축이다. 전자가 유가라면 후자가 법가와 묵가다.

저자의 각주(유교가 전근대사회의 모든 억압과 모순과 직결되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전근대 어느 사회든 하층민의 삶은 고달팠다. 유교가 헤게모니를 잡은 까닭을 생각해 보자. 많은 사람을 설득할 수 있는 기제, 곧 지배층과 하층민, 왕을 두루 설득할 수 있는 뭔가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데 유교에다 억압과 착취, 식민지배, 분단, 모든 걸 다 뒤집어씌우는 건 옳지 않다.) 유가는 로컬, 묵가는 전체를 보는 사고 단위, 정치 단위를 상정하고 있다. 공자는 , 묵자는 을 소통 수단으로 삼는다. 묵자 사상의 독보적인 면은 서양 철학과 유사하게 논증, 정의, 분명한 시비 가리기와 논쟁에 이기기 위한 기술을 탐구하고 방법을 제시한 것이다.

진나라 법률인 30은 국가행정 영역을 다룬다. (p.233~234) 법률을 살펴보면 가혹한 형벌을 떠올리는 것은 왜곡된 이미지일 수 있다. 진나라 통일 전의 법을 만들고 정비한 사람은 상앙이고, 한비자의 통치 철학과 사상은 통일 제국 완성기에 영향을 주었다. 묵자의 무리들이 상앙을 도와 법과 제도를 정비한다. 분서갱유의 분서에는 진시황의 폭정보다 함양을 초토화한 항우의 잘못이 크다. 坑儒보다는 坑墨이 더 정확하다고 본다.

 

묵자 사상의 비조로 공자의 제자인 자로를 상정한다. 논어를 읽을 때의 자로와는 전혀 다른 시각에서 자로를 평가한다.(재아와 삼년상, 자공과 곡삭례, 번지의 농사 짓는 법 등에서 공자와 제자간의 이견을 볼 수 있다.)

七患(p.321) 병리 현상과 모순에 먼저 주목하고 거론한다. 빵 자체를 키우는 건 묵자의 관심사가 아니다. 분배되고 공유되는 이익의 최대화가 묵자의 중심 생각이다.

상현편의 요지는 현명하고 유능한 이를 등용해 잘 모시고 대접한다. 겸애를 구현하기 위한 국가 운영의 틀은 다른 말로 의. 는 이로움을 주는 것이고 의를 통해서야만 인민들이 이로움을 얻을 수 있다.

그 묵자의 유명한 변 (한 사람을 죽이면 그것을 불의라고, 반드시 한 번 죽을죄가 있다 한다. - 중략 - 남의 나라를 공격하는 데 대해서는 잘못돈 것을 줄 모르고, 그를 좇아 칭송하면서 의롭다고 말한다. p. 423)을 읽으며 전쟁은 사기다를 떠올린다. 지배층의 사치와 초호화 장례 문제, 음악 탐닉 문화에 초점을 두고 주장을 편다.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것은 겸이고, 하느님의 뜻에 반하는 것은 별이다. 겸의 도는 의정義政이며, 별의 도는 역정力政이다. 그런데 의정이란 어떻게 하는 것인가? 큰 나라가 작은 나라를 공경하지 않고, 강한 자는 약한 자를 업신여기지 않으며, 다수가 소수를 해치지 않고, 끼 많은 자가 어리석은 자를 속이지 않으며, 귀한 자는 천한 자에게 함부로 대하지 않고, 부유한 자는 가난한 자를 멸시하지 않으며, 젊은 사람이 노인의 것을 빼앗지 않는 것이다. 그리하면 천하의 여러 나라가 물, , 독약과 무기로써 서로를 해치는 일이 없어진다.”(p. 527)

 

저자는 학교 교육이 왜 노동자의 삶과 가져야 할 의식이나 정신을 말해주지 않았는지 묻는다. “노동하는 자의 권리와 존엄을 말한 묵자 사상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문제의식을 느껴야 한다는 저자의 의식이 귀하다. 사설을 대폭 줄여서 에센스만 뽑아 다시 내놓으면 좋겠다. 핵심내용을 정리하기가 어렵다. 묵자2013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다. 시대의 창에서 20137월에 초판을 본문 560쪽 분량으로 내놓았고, 나는 201521쇄를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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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 불확실한 삶을 돌파하는 50가지 생각 도구
야마구치 슈 지음, 김윤경 옮김 / 다산초당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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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을 논하면 지적이고 있어 보이고 현학적인 태도에서도 주눅이 든 때가 있었다. 평교사로 근무할 때다. 학교장의 경영 의지를 학교 교육목표에 넣어야 하는데 알아서 해봐!’라는 말에 교육철학도 없는 관리자라고 평했다. 세월은 흘렀다. “자신의 교육 철학을 조직에 요구하는 것은 폭력과 다르지 않다.

철학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많이 알거나 내공이 쌓여 달라진 것이 아니다. 서가에 꽂아 둔 책 중에 문학만큼 종류가 많지만, 사회학(삐에르 부르디외의 구별 짓기’, 알렉시스 토크빌의 미국의 민주주의’, 에리히 프롬의 건전한 사회소유냐 존재냐’,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 책에서 만나는 철학이 많더라.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부터 중세, 근대, 현대의 서양 철학과 제자백가의 글들을 읽지만, 독자는 아직 초심자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년 내에 읽은 사이토 다카시의 <철학 읽는 힘>은 서양 철학사를 쉽게 풀어주어 맥락을 잡는 데 도움을 받았다. 알랭드 보통의 <위대한 사상가>에서 현재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사상가를 만날 수 있었다. 야마구치 슈의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를 읽으며, 철학의 실용성을 배운다. 여기서 속상한 것은 한국이 철학 교수들은 사이토 다카시나 야마구치 슈와 같이 철학에 접근하고 쉬운 책으로 내놓지 않는가다. 못하는 것인가? 나는 질투한다.

 

교양 없는 전문가보다 위험한 존재는 없다며 우리는 왜 철학을 배워야만 하는가? 묻고 다음과 같이 답한다. 상황을 정확하게 통찰하고, 비판적 사고의 핵심을 배우고, 어젠다를 정하며, 같은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다고. 프롤로그를 통해 아베는 철학이 없으니 1930년대의 영광을 그리고 있는 것이리라. 하여 더 위험한 존재다. 일본에게.

 

1부 무기가 되는 철학

목차가 시간 축을 따르지 않고 유용성에 기준을 두고 철학 이외의 영역도 함께 다루기에 기존 철학 입문서와 다르다. 독자들이 왜 철학 앞에서 좌절하는가를 물음의 종류 WhatHow", "배움의 종류 프로세스아웃풋으로 정리한다. 하우와 프로세스에 주목한 저자에 공감한다.

 

2

1사람에 관한 핵심 콘셉트

프리드리히 니체의 르상티망(ressentiment)으로 타인의 시기심을 관찰하면 비즈니스의 기회가 보인다.’고 말한다. 인식 능력과 판단 능력이 르상티망에 의해 왜곡될 가능성을 지적한다. 르상티망에 사로잡히면, 원인이 된 가치 기준에 예속, 복종(: 명품 구매)하거나, 원인이 된 가치판단(초기 로마의 유대인, 학교의 교포들)을 뒤바꾼다. 내가 무엇인가를 원할 때, 그 욕구가 진짜 내 순수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인가? 르상티망에 의한 것인가 구별하자.

 

카를 구스타프 융의 페르소나(persona) : 직장 생활 하면서 페르소나를 잘 관리하라. 그리하여 자신의 모습을 보호하라. 포커판에서 포커페이스처럼......

 

에드워드 데시의 예고된 대가 : ‘성과급으로 혁신을 유도할 수 없다.’ 대가를 예고하면 이미 재미를 느껴 몰입해 있는 활동에 대한 자발적 동기가 저하된다. 당근과 채찍은 효과가 없다. 도전이 허용되는 풍토가 필요하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 : 타인을 설득해 행동을 바꾸려거든 로고스, 에토스, 파토스가 필요하다. 설득보다 이해, 이해보다 공감이다. 과도한 사용은 레토릭이 될 수도 있지.

 

존 로크의 타블라 라사 : ‘타고난 능력이란 없다. 경험을 통해 인간은 무엇이든 될 수 있다.’ 매트 리들리의 <본성과 양육>을 읽어 균형 잡으라.

 

에리히 프롬의 자유로부터의 도피 : ‘자유는 견디기 어려운 고독과 통렬한 책임을 동반한다.’ 비싼 대가를 치르고 얻은 자유를 내던지고 전체주의를 택한다. 프롬은 하층 및 중산층에서 나치즘을 반기며 맞이한 이들이 자유의 무게에서 벗어나 의존과 종속을 추구한 권위주의적 성격이라 본다. 자유로워지는 것은 개인의 자아와 교양의 강도에 달려있다.

 

스키너의 대가 : ‘인간은 불확실한 것에 매력을 느끼는 본성을 가졌다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불확실한 것은 두려운 것이다.

 

장 폴 샤르트르의 앙가주망 : 주체적으로 관계된 일에 참여해라. 자신의 행동과 세계에 참여하라.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 : 악의가 없어도 누구나 악인이 될 수 있다. 學而不思則罔. 스스로 생각하기를 포기하면 누구나 이이히만 처럼 돌 수 있다.

 

매슬로우의 자아실현적 인간 : 자아실현을 이룬 사람일수록 인맥이 넓지 않다. 장자 왈 군자의 교제는 물과 같이 담백하여 영원히 변함이 없고, 소인배의 교제는 단 술과 같아 오래가지 못한다.” 이상적인 인간관계는 무엇이고, 나는 어쩌란 말인가?

 

리언 페스팅어의 인지부조화 : 사람들은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기꺼이 생각을 바꾼다.(: 중공군의 미군포로 세뇌법) 인간은 합리적인 생물이 아니라 합리화를 도모하는 생물이다.

 

스탠리 밀그램의 권위에의 복종 : 개인의 양심은 아무런 힘이 없다. ‘아이히만 실험결과 인간은 권위에 놀랄 정도로 취약한 본성을 지니고 있지만, 한편으로 권위에 대항하는 약간의 반대 의견이나 양심과 자제심을 부추기면 자신의 인간성에 근거해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몰입 : 몰입할 때 일에서 만족감을 느끼고, 가진 능력을 최대한 발휘한다. 실제 많은 사람, 많은 시간을 무기력의 영역에서 살아가고 있다. 행복한 몰입의 영역에 도달하려면 걱정이나 불안의 영역을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 공감한다.

 

2조직에 관한 핵심 콘셉트

왜 이 조직은 바뀌지 않을까?

마키아벨리의 마키아벨리즘 : “어떠한 수단과 비도덕적 행위라도 결과적으로 국가의 이익을 증진한다면 그것은 허용된다.” 마키아벨리의 주장은 국가 존망의 갈림길에서 요구되는 지도자의 자질과 행동방향에 관한 것이다. 꼴통들은 현재 우리에게도 똑같이 적용하려 한다. “리더는 때때로 고독하고, 암흑의 책임을 떠안는 일이다.”

 

존 스튜어트 밀의 악마의 대변인 : 다수파를 향해 의도적으로 비판하고 반론을 제기하는 역할을 맡겨라.(: 쿠바사태에서 악마의 대변인이 제대로 기능했다.) 아무리 지적 수준이 높아도 동질성이 높은 사람들이 모이면 의사 결정의 질이 현저히 저하된다.

 

쿠르트 레빈의 변화과정 : 혁신은 새로운 시도가 아닌 과거와의 작별에서 시작된다. 구본형의 <익숙한 것과의 결별>, <낯선 곳에서의 아침>을 떠올린다.

 

막스 베버 : 권위를 만드는 세 가지 요소는 역사적 정당성, 카리스마, 합법성이다.

 

에마뉘엘 레비나스의 타자의 얼굴 : “타자(소통이 안 되는 사람, 이해할 수 없는 사람)는 깨달음의 계기다.” 他山之石. 관점이 다른 타자를 배움과 깨달음의 계기로 삼는다면, IQ 80의 차이를 만든다.

 

로버트 킹 머튼의 마태 효과 :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고 부유한 사람은 더 부유해진다. 4월생이 성적도 좋고 스포츠도 잘한다.(일본) 꽉 찬 나이가 좋다는 거지. 초기 실적의 차이를 그다지 의식하지 말고 조금 더 여유롭고 긴 안목으로 사람의 가능성과 성장을 내다보라.

 

반복적 죄수의 딜레마 결과 : 먼저 배신하지 않고 협조한다. 상대가 배신하면 자신도 배신한다. 상대가 협조로 돌아오면, 이쪽도 협조로 돌아서는 포용성을 갖고 있다.

 

헤리르트 호프스테더의 권력 거리 : 부조종사가 조종타를 잡았을 때보다 기장이 조종타를 잡았을 때 추락 사고가 많다. 조직에서 의사 결정의 질을 높이려면 구성원간의 의견 표명이 자유롭고 마찰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부하 직원이 그건 말도 안 됩니다.”라고 반론할 수 있어야 한다. 약한 입장에 잇는 사람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표명해야 지술 혁신이 가속된다. 내가 경험한바, 상급자가 화를 내더라.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의 반취약성(anti fragile) : 안정이 계속될수록 리스크는 쌓인다. 외부 혼란이나 압력에 오히려 성과가 상승한다. 스트레스가 적은 상황일수록 시스템은 취약해짐으로 언제나 무너지지 않을 정도의 스트레스를 일정하게 가해야 한다. 그 실패가 학습을 독려하고 조직의 창조성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3사회에 관한 핵심 콘셉트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카를 마르크스의 소외 : 자본주의하에서 전개되는 노동과 자본의 분리, 분업에 의한 노동의 시스템화가 인간을 소외시킨다.

 

토머스 홉스의 리바이어던 : 규칙을 깼을 때 벌칙이 가해지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의 안전과 자유를 보장하는 유일한 방법은 개개인의 자유와 안전을 박탈할 수 있는 거대한 권위체를 두고 그 권력으로 사회를 통제하는 것이다.” ‘거대한 권력에 지배된 질서 있는 사회자유롭지만 무질서한 사회어느 쪽이 바람직한가?(청교도 혁명 당시의 상황에서 도출)

 

장 자크 루소의 일반의지는 집합적인 의사 결정이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면 그 집단 속에 있는 가장 현명한 사람의 판단보다 질 높은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다는 것.

 

찰스 다윈의 자연도태 : 돌연변이가 발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돌연변이/유전/자연 선택. 자연도태란 개념은 세계나 사호의 성립과 변화를 이해하는 데 유용한 도구지

 

에밀 뒤르켐의 아노미 : ‘사회의 규제와 규칙이 느슨해져도 개인이 반드시 자유로와지는 것은 아니며 도리어 불안정한 상태에 빠진다.’ 에리히 프롬의 자유로의 도피와 유사한 맥락으로 본다. 스스로 아노미 상태를 이겨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저자의 제안 : 가족 회복, 횡적 커뮤니티는 이해가 가지만, 소셜미디어는 접수 곤란)

 

마르셀 보스의 증여 : 증여를 의무(증여할 의무/받을 의무/답례 의무)로 보는 모스의 견해는 등가 교환을 원칙으로 하는 경제학 개념으로 풀 수 없다. 모스가 증여에 주목한 것은 유럽 사회가 증여라는 관습을 잃어버렸기에 경제 시스템에서 인간성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비판한다.

 

시몬 드 보부아르의 제2의 성 : “여성은 여성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성으로 만들어지는 것너무 유명한 말이라. 성 편견에 대한 무자각이 여성의 사회 진출을 막는 최대의 장벽이다.

 

질 들뢰즈의 파라노이아와 스키조프레니아 : 일관성 있고 알기 쉬운 인격과 인생을 사는 정주형 삶과 침몰하는 배에서 탈출할 수 있는 용기와 강인함을 갖고 도망치는 삶을 견준다. 전자를 강요하는 시대에서도 후자 같은 삶이 필요하다는.

 

세르주 모스코비치의 격차 : 공평한 사회일수록 차별에 의한 상처가 깊다. 격차나 차별로 인한 질투의 감정은 사회 조직의 동질성이 높아질수록 오히려 구성원에게 상처를 준다. 알렉시스 토크빌도 같은 생각(모든 것이 평준화될 때 인간은 최소의 불평등에 상처받는다. 평등이 커지면 커질수록 항상 평등의 욕구가 더욱 크고 끊임없이 계속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미국의 민주주의-)

 

미셸 푸코의 패놉티콘 : 감시당하고 있다는 심리적 압박에서는 혁신을 기대할 수 없다.

 

장 보드리아르의 차이적 소비 : 사람들은 필요해서가 아니라 다르게 보이기 위해 돈을 쓴다. 이는 삐에르 부르디외의 <구별 짓기>와 같은 맥락이다. 그래서 파리의 패션이 세계 패션을 이끌어 가는가?

 

멜린 러너의 공정한 세상 가설 : 보이지 않는 노력도 언젠가는 보상받는다는 거짓말이다. 공정한 세상 가설을 믿어 인생을 망칠 수도 있다. 무의식중에 노력 원리주의‘1만 시간의 법칙을 따른다. 세상은 절대 공정하지 않다. 공정한 세상을 목표로 싸워가는 것이 우리의 책무고 의무다.

 

4사고에 관한 핵심 콘셉트

어떻게 사고의 함정에 빠지지 않을 수 있을까?

소크라테스의 무지의 지 :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 배움에 대한 욕구와 필요성이 생긴다. 알게 되면 두근거린다. 안다는 것은 자신이 그렇게 변하는 것이다.

 

프랜시스 베이컨의 우상 : 종족의 우상(착각), 동굴의 우상(독선), 시장의 우상(거짓), 극장의 우상(무비판에 따른 편견)이 오해를 일으키니 네 가지를 제거하고 진리에 다다르고 본연의 모습을 보라.

 

르네 데카르트의 코기토 : 아웃 풋으로서는 의미 있는 것이 없다. 포로세스로서의 배움에 의미를 찾으라.

 

게오르크 헤겔의 변증법 : 진보는 나선형 발전으로 이루어진다. 테제/안티테제/진테제

 

페르디낭 소쉬르의 시니피앙과 시피니에 : 사고의 폭을 넓고 싶다면 어휘력을 길러라. 독서. 소쉬르가 말한 개념은 쉽게 와 닿지 않는다.

 

에드문트 후설의 에포케 : 때로는 판단을 보류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에포케는 타자 이해의 어려움을 깨닫고, 대화할 수 있는 여지가 넓어진다.

 

칼 포퍼의 반증가능성 : 과학적인 것이 꼭 옳은 것은 아니다.

 

레비스트로스의 브리꼴라주는 정의하기 어렵더라. 무엇에 도움이 될지 잘 모르지만, 무엇인가 도움이 될 것 같은. 애매한 예감.

 

토머스 쿤의 패러다임 전환 : 조급해하지 마라. 세상은 그렇게 갑자기 바뀌지 않는다. ‘새로운 과학적 진리는 반대자가 멸종하고 새로운 세대가 성장하여 그들에게는 당연하게 여겨질 때 비로소 승리한다.’ 남북통일도 그렇겠지. 시간 축을 길게 잡아 봐야 한다.

 

자크 데리다의 탈 구축(deconstruction) : 이항의 대립구조를 무너뜨린다. 레비스트로스가 샤르트르를 뭉겐 논리다.

 

엘런 케이의 미래 예측 : 미래를 예측하는 최선의 방법은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다.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는 다산초당에서 20191월 초판을 내놓았고, 내가 읽은 것은 초판 11(2)로 본문 335쪽 분량이다. 강의하는 사람이나 조직의 관리자라면 읽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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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 끄기의 기술 -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만 남기는 힘
마크 맨슨 지음, 한재호 옮김 / 갤리온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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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참 가볍다. 신경 쓰지 말라는 말은 보통 외부로 향한 표현이다. 내 맘대로 할 테니 간섭하지 말라는 뜻도 포함한다. 거기에 기술이 필요하다고? 철 지난 베스트셀러다. 선생님이 내게 책을 사주고 싶어 하시기에 서점에 들러 고른 책이다.

하루에 해야 할 일이 서너 개씩 기다리고 있을 때 스트레스도 받지만, 해치우고 나서 느낀 성취감이 기분 좋다. 덕분에 워커홀릭으로 살았다. 두 해째 출퇴근하지 않는다. 시간이 많이 남을 것 같지만, 사실은 한가하진 않다. 나를 돌아볼 기회가 있어도 앞만 보며 판단했었다. <신경 끄기의 기술>은 다른 관점에서 삶을 보는 기회를 경험하라 한다. 여러 가지 복잡한 일과 상황에서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하려 하지 마라.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만 남기라는 거다. SIMPLE 한 삶! 그런 거다.

편집자가 저자의 글에서 요점이다 싶은 문장에 적색으로 표시해 두어 밑줄 치며 읽는 수고를 덜었다. 물론, 편집자의 생각과 독자의 받아들이는 것이 달라 밑줄을 긋기도 했다. 나보다는 매일 학교에서 벌어지는 사건에 걱정으로 출근하는 아내가 읽으면 좋겠다. <신경 끄기의 기술>은 내부를 향한 조언이다.

 

저자 마크 맨슨에 빙의해서 읽은 글을 옮겨 본다.

프롤로그 : 가장 중요한 것만 남기고 모두 지워버려다. 그러기 위해서는 포기할 것을 골라야 한다. 기회비용을 고려하면서. 고통이 따르겠지만 고통을 극복하는 유일한 길은 고통을 견디는 법을 배우는 것. 어떻게 포기할 것인가를 가르쳐 주겠다.

1: 애쓰지 마, 노력하지 마, 신경쓰지 마 - 긍정의 힘을 강조하는 자기계발은 부족한 것에 초점을 맞추고 끝없이 신경 쓰게 한다. 불안이란 지옥의 무한궤도에 타라 한다. 가치 있는 것을 얻으려면, 부정적 경험을 극복해야 한다. 신경을 끈다는 것은 무심함이 아니라 다름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중요한 것에 신경 써라. 그래야 자유로워진다.

2: 해피엔딩이란 동화에 나오는 거야 - 행복은 문제를 먹고 자란다. 인생의 진정한 의미와 성취감은 자신만의 투쟁을 선택해 감내함으로써 얻어라. 부정적 경험에 적극 대처하라. 성공을 결정하는 질문은 나는 어떤 고통을 견딜 수 있는가. 인생에서 문제는 바뀌거나 나아질 뿐이지 계속된다. “당신이 결혼하는 사람이 당신과 싸울 사람이다. 당신이 선택하는 직업이 당신에게 스트레스를 줄 직업이다. 어떤 일이건 희생이 따르는 법이다.”

3: 왜 너만 특별하다고 생각해? - ‘모두가 위대한 사람이 될 수 있다라는 건 헛소리다. 70~80년대 자존감 높이기가 심리학에서 맹위를 떨친 결과다. 성공하는 인생에 역경과 실패가 도움이 되며 심지어 필수적이다.

4: ‘고통을 피하는 법은 없어 - 운동을 즐기는 사람은 멋진 몸을 갖고 워커홀릭은 초고속 승진하며 고된 연습을 견딘 아티스트는 무대에서 빛을 발한다. 당신이 선택한 고통이 당신을 만든다.

* 저자가 말하는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5가지 가치는 강한 책임감, 믿음을 맹신하지 않는 것, 실패, 거절, 죽음을 인식하는 것이다.

5: 선택을 했으면 책임도 져야지 - 인생에서 나를 움직이는 것은 강요된 압박이 아니라 자발적 선택이어야 한다. 삶에 더 큰 책임감을 느낄수록, 삶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항상 경험을 책임지며 살아가야 한다. 그것이 내 잘못으로 생긴 일이 아닐지라도, 이것이 삶의 일부다. 잘못은 과거고 책임은 현재다. 살아가며 상처를 받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각자의 상황을 각자가 책임져야 한다.

6: 넌 틀렸어, 물론 나도 틀렸고 - 확실한 건, 확실한 게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 하나뿐이다. 매일 매일 덜 틀린 사람이면 된다.

7: 실패했다고 괴로워하지 마 - 잃을 게 없다면 두려울 게 없다. 견딜 수 있는 고통을 선택하라, 그리고 견뎌라.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자신이 선택한 고통을 견디는 법이다. 공포와 불안과 슬픔이라는 고통은 정신 건강에 해롭기만 한 것이 아니라 정신적 성장에 필수적이다. 정신적 고통을 겪어야 정신력, 자존감, 공감 능력이 강해져서 더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 자극-동기-행동의 순서는 정해져 있지 않다. (자극받을 때까지, 동기가 생길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그냥 해라.)

8: 거절은 인생의 기술이야 - 완전한 자유 그 자체는 아무 의미도 없다. 무엇을 거부할지 선택해라. 그것이 나다. 하나의 가치를 선택하려면 나머지 가치를 거부해야 한다. 무엇을 거부하느냐가 우리를 규정한다.

9: 결국 우린 다 죽어 - 죽음을 생각하면 하지 못하고, 미룰 일이 없다.

 

<신경 끄기의 기술>은 갤리온에서 201710월 초판을 내놓았고, 내가 읽은 것은 2018715, 본문 235쪽 분량이다. 말이 쉽고, 논리를 갖춘 글이 아니라서 중고등학교 문제 학생들에게 읽어보게 하면 좋겠다. 방황하는 학생들에게 추천! 자신의 생에 갈피 잡지 못하는 어른에게도. 주체적인 삶을 산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읽지 않고 다른 일에 힘쓰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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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라도 사람이다 - 논픽션 전라도 1000년
정남구 지음 / 라의눈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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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가을 무렵 책이 나올 때부터 사보자 했던 책이다.

내 삶의 터전이 충청도 공주다. 삼남길에 있어 춘향전의 주인공 춘향이 사랑하던 이몽룡이 과거 급제후 고향으로 돌아가던 길목이다. 이순신 장군이 백의종군하러 전라도로 내려가던 길목이기도 하다. 물리적인 거리가 소백산맥 너머보다 가깝고, 차를 갈아타지 않고도 갈 수 있는 곳이라서 인지거리도 멀지 않다. 어떤 지방에 대한 불쾌한 기억은 없다. 멍청도, 뺀질이, 감자바위, 문둥이, 개땅쇠가 비하하는 단어란 정도만 인식하고 산다.

안암동에서 최영준 교수가 강의 시간에 문둥이의 어원이 文登이로 보이며, 이는 과거 급제를 통해 중앙 권력에 들어가려는 성향을 품은 말이고, 개땅쇠란 開土者(는 놈, ), 이는 해안 저습지 간척을 통해 땅을 얻고 살아가려던 성향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말씀을 하셨던 기억이 있다. <영남대로><홍천강변에서 주경야독 20>을 내놓은 존경하는 분이다.

 

들어가는 글에서 그렇다. 전라도는 천대받은 땅이다. 차별받은 사람들의 땅이다. 그래야할 이유는 없었다. 전혀 없었다. 그러나 지금도 나는 전라도 사람이라고 말하기 어려워하는 이들이 많다. (중략) 하지만, 빼앗은 자들은 상대를 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양심을 달래고 편한 잠을 잘 수 있을 테니까. 전라도에는 빼앗아갈 것이 너무 많았다. 전라도가 폄훼를 당한 진짜 이유가 이것이다.”라고 전라도 사람의 아픔을 적어두었다.

독자로서 해 줄 수 있는 위로는 나는 차별하지 않습니다. 속상해 하지 마세요.” 그리고 산업화가 가져온 환경오염의 폐해가 다른 지방보다 적고, 언젠가 신문 기사와 통계는 산업화된 지역보다 효와 가족 유대가 강한 성향이 남아있다는 부러운 내용이 있었음을 말 해 줄 수밖에 없다.”

저자는 논리적으로 글을 써서 왜 차별하고 있는가를 소리치지 않고, “전라도 사람들도 우리랑 똑같구만이라고 생각해 주길 기대한다.

독자로 나는 그래요. 언제 어디서나 권력을 쥔 기득권자들의 근거 없는 부정적 인식이 폭력으로 나타난 것일 뿐 입니다. 헬기에서 광주 시민에게 기총소사를 명령한 놈들이 사람이 아니지요.”고 말할 수 있다.

 

저자는 각 장마다 66, 40, 49, 40, 75, 58, 57, 60 합계 445개 각주를 달아 근거를 밝히거나 보충 설명한다. 미처 알지 못했다거나 기억하고 싶은 것을 옮겨둔다.

1장 코 없는 사람 :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때 전라도 상황을 중심으로 왜의 침입과 패주과정을 설명한다. 선조의 무능함과 논공행상에 대한 평에서 명의 지원만 강조하고 조선 내의 관군과 의병에 대해서 저평가하는 모습은 이미 알려진 일이다. 진주성이 포위된 날 한산도로 진영을 옮긴 이순신의 湖南國家之保障 若無湖南 是無國家라 쓰고 호남을 지킨 상황도 마찬가지다. 호남의 곡창을 지킬 수 있었기에 왜의 공격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2장 불이문(不二門) : 조선 초기 보우 스님의 역할과 전횡과 유학자의 연기설 비판, 왜의 침입에 승려들의 역할이 적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초의선사, 진묵대사의 이야기는 양념이다.

3장 신선 : 허균과 전라도의 인연, 여러 선사들의 이야기다.

4장 땅 : “곡식이 익지 않은 것을 기라 하고, 채소가 익지 않은 것은 근이라 한다.” 백제 시대의 기근, 조선조 정전법(자 모양으로 땅을 구등분, 유교에서 이상으로 삼은 토지제도), 벽골제, 눌제, 활등제 등 전라북도 저수 시설의 규모와 세금, 소출을 역사 자료를 갖고 소개한다. 유형원의 <반계수록>은 부안에서 살면서 지은 것이라.

5장 선비 : 조선조 전라도 선비들의 이야기로 저자는 이인좌의 난(1728, 무신난)’이 호남 사족들이 권력의 중심부에서 완전히 밀려난 시기로 파악한다. “이후 권력은 조선이 일본에 합병될 때까지 기호 노론 세력이 거의 독점하다시피 했다.”(p.265)

영조 때 고창사람 황윤석(1729~1791)53년간 일기를 썼다. “집권 사대부들은 호남의 고을 수령으로 부임하는 이들에게 호남의 풍속에 대한 부정적 정보를 주입했고서울에서 편견과 차별을 마주했다고 기록하고 있다한다. 역적은 한성에서 많이 나왔고, 이인좌의 난만 하여도 삼남에서 일어났고, 끝까지 저항한 곳이 영남인 것으로 보아 권력자들이 전라도를 반역의 기운 있다고 한 것은 호남인을 등용하지 않는 핑계거리라고 적었다. 독자가 판단하기에 선비장은 책의 핵심이다.

6장 혁명 : 삼정의 문란, 18세기 조선을 대하는 일본의 태도 변화(조선 군인과 일본 군인의 비교와 조선 왕이 일본의 노비가 될테니 살여달라고 애걸하는 장면이 포함된 극장 공연, 신공황후의 삼한 정벌 극 공연 등), 전봉준과 보국안민을 기치로 일어난 동학농민혁명을 이야기한다.

7장 개벽 : 강증산, 차경석, 박중빈 등이 만들고 이끌어간 신흥 종교에 대한 이야기다. 차경석은 고려 광종과 조선 세조, 대한제국 고종만이 지냈던 고천제를 지냈다. 이는 일제 초기 새로운 세상을 갈망하고 핍박받던 사람들에 대한 부응이었다. 강증산은 해원상생을 목적으로 했다. 강증산의 후계자 차경석이 이끈 보천교는 한 때 신도가 수백만이었다는데 본소(경복궁 근정전에 버금 가는 규모로 대들보를 만주에서 3년에 걸쳐 가져옴)가 정읍에 있었다. 흔적이 남아있는지 가봐야겠다. 보천교도들이 독립군과 임시정부에 자금을 대주었다는 사실은 학교에서 배울 수 없다. 친일세력(시국대동단)으로 평가 받았고, 일제에 의해 세가 급격히 약화된 보천교 정보는 인터넷에서 조작으로 떠다니던 정보로 들던 바이다. 1920년대 개벽은 천도교 잡지였고, 이에 대응하려고 보천교는 보광을 창간했다. 김규식, 여운형이 모스크바 세계약소민족회의에 참석하고, 김좌진 장군이 무장하고, 조만식 선생의 독립운동 자금을 구하는 데는 보천교가 지원했다. 이시기 원불교가 만들어졌다

8장 밥 : 장성의 하서 김인후가 정조 대에 문묘에 배향되었으니 호남의 대표 유학자다. 1900년대 초 호남의 지주들이 토지를 확대한 과정을 다룬다. 개항이후 일본인들이 전라도에 들어와 토지를 사들여 대농장을 경영했던 사레들도 제시한다. 논문을 쓰며 봤던 불이흥업을 만든 일본인이 후지이 간타로다. 암태도 소작 쟁의와 해방후 미군정, 대한민국의 토지 개혁을 파악할 수 있다.

 

책 뒤표지 전라도에는 빼앗아 갈 것이 너무 많았다!‘는 잘 뽑은 카피다.

<나는 전라도 사람이다>는 한겨레신문 정남구 기자가 쓰고 20181015일 라의눈에서 본문 470쪽 분량으로 내놓았다. 논리는 딱 떨어지지 않지만, 저자의 의도를 이해한다면 전라도를 이해하는 책이라는 가치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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