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사람 글의 사람
이재영 지음 / 아침의정원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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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만난다. 모르는 사람을 만나는 일은 염려와 기대를 갖게 한다. 알고 있어 익숙한 사람을 만날 때는 정서적 위로와 격려를 나눈다. 모르는 사람을 만날 때는 첫인상에 신경을 쓴다. 책을 통해 만나는 사람은 첫인상에 신경을 쓰지 않고도 만날 수 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지적 호기심을 채울 수 있다. 타인과 어울리기 어려운 코로나 19 상황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고 사람을 만난다. 아무리 유능한 작가라도 책 한 권으로 개인을 온전하게 그릴 수 없다. 그러나 유튜브에서 짧은 강의로 담을 수 없는 글의 질과 양이 책에 있다. 만나본 사람은 이재영 한동대 교수다.

 

저자는 말과 글이 공감의 도구이자 젊음을 유지하는 힘을 갖고 있고, 글은 우리를 영원으로 인도한다고 여긴다. 망언이나 필화로 고생하는 일을 줄일 수 있으리란 기대와 불멸의 글쓰기는 인신공양적이라 생각을 한다고 밝힌다. 프롤로그를 다시 읽어보니 책이 이런 목적을 이루어냈는지 의문이다. 말을 잘했기에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 고통을 줄인 사례와 노트하기의 힘을 알고 업적을 일군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1젊게 오래살기에서 물리적 시간을 의미의 시간으로 바꾸자고 한다. 삶에 의미가 없으면 지루하다. 지루함의 얼음장을 깨는 도끼로 침잠’, ‘몰입을 소개한다.

2말하는 동안 현재에 머문다에서 현재를 어거스틴의 정의(‘말이 시작되어 끝나기까지의 기간 덩어리를 현재‘’라 할 수 있다.’)를 빌어 생각해 보라한다.

3말한다는 것에서 말하기의 4원소와 침묵, 묵언은 어떤 의미인지 자신의 생각을 풀어 놓는다.

4말의 사람에서 히틀러는 언어 조작에 능했고 마르틴 루터는 수사학으로 무장한 논쟁가라 평한다. 우리나라 정치인들 또한 언어조작 수준에서 히틀러 못지않다. 유태인 학살을 최종해결이라 조작한 것처럼 자신들의 이익을 국민의 이익으로 조작하지 않는가. 공자와 베드로, 이건희와 갈릴레오, 쇼펜하우어와 스티브 잡스의 말을 사례로 든다.

6장은 글의 사람이란 제목을 달아 마오쩌둥, 켈빈, 바울, ‘오륜서를 남긴 미야모토 무사시, 다윈과 카프카의 메모와 글들을 조금씩 소개한다.

 

몇 개 조각글을 메모한다.

공감의 결여는 젊음의 상실을 위미하는 다른 말이다. 가슴 설레는 대상이 있는 노인은 청춘이다. 정열과 이상은 청춘을 청춘답게 만든다. 생존이 아닌 실존의 시간을 가늠하는 것은 과연 로서 얼마나 오랜 시간을 점유하는가를 따자 보라. (이 문장에 공감) 옛날이야기가 시간을 초월해 전해지는 것은 이야기에 시대를 초월한 공감의 매력이 있기 때문(나에게 오디세우스가 그러하다) ‘의미를 향한 의지는 생존 필수품이다. 바쁜 일상은 창조력을 고갈 시키나 지루함은 창조력을 충전시킨다.(아직 그러기에는 해야 할 일로 바쁘다)


정신의 바이러스를 퇴치할 백신은 인문학적 성찰이다.

교황 레오 10세의 루터 파문 문서(1520.6.15.)주여 다시 일어서소서.

술이부작에서 공자의 일면을 지식의 편집자로 본다. “다된 일을 이야기하지 말고, 끝난 일을 간하지 말고, 지난 일을 탓하지 말라.” 동학 교세 확장의 힘을 언행의 힘으로 푼다. ‘의 해석 인용은 그럴 듯하다. 경청과 질문이 격과 질을 높인다.(언더스탠딩과 아웃스탠딩) p. 136~144에는 쇼펜하우어의 입을 통해 입씨름하는 방법 십 여 가지를 소개한다. (정치인들이 하는 말을 보면서 대한민국 국민은 다 배웠기에 불필요할 듯)


무사시의 오륜서 : 서문 자신이 없어도 자신의 무술이 전수 될 수 있도록 하겠다.” (무사가 갖출 기초), (전투의 기법), (평정), 바람(자신만의 풍, 브랜드), 비움(소명)

 

말의 사람 글의 사람아침의 정원에서 올해 가을에 본문 278쪽 분량으로 내놓은 에세이다.

 

#아침의정원 #이재영 #말의사람 #글의사람 #말의사람글의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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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잉골드의 인류학 강의 - 왜 그리고 어떻게 인간을 연구하는가
팀 잉골드 지음, 김지윤 옮김 / 프롬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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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잉골드의 인류학 강의

2020.11.23.

인류학이란 단어로 무엇을 떠올릴 수 있는지. 외딴 계곡에서 매머드의 뼈를 골라내거나 아프리카 건조 지역이나 개석된 화산 지역에서 인간의 발자국을 찾아내는 일 뿐이다. 이것도 맞는지 알 수 없을 정도다. 팀 잉골드의 인류학 강의를 읽으면서 종의 기원과 엄복의 천연론이 미친 영향의 크기를 느낀다. 매트 매들리의 본성과 양육을 이 정리한 20세기 우생학의 자기 소멸 과정도 배경에 놓여 있다.

 

인류학의 첫 질문은 인간이란 무엇인가다. 물론 결론을 내지 못한다. 인류학자에게 인간이란 법칙이나 이론으로 풀 수 없는 문제다. ‘참여적 관찰이란 연구 방법과 다른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는 자세가 인류학 공부와 이해의 출발점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사회인류학자인 저자가 과학 공부를 시작했다가 인류학으로 배움과 연구 방향을 바꾼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20세기와 21세기 초 까지 인류학은 진화론의 파도를 타고 흘러왔으나 홀로코스트를 겪으며 심각한 반성(철학도 마찬가지지만)을 해야 했고 구소련의 몰락과 냉전의 해체로부터 구조주의 인류학은 치명상을 받았음을 덤덤하게 밝힌다.

 

내 주변에 인류학을 공부하는 사람은 없다. 대화를 나눌 수도 없는 일이다.

그저 상식 수준에서 인류학이 어떤 흐름을 타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

인간 자체에 관심을 두기도 하고 환경에 주목할 때가 있고, 유전자를 밈으로 풀어낸 디킨스의 관점도 인류학에서 중요한 소재란 걸 배운다.

 

인류학은 서구 학자들이 서양인이 아닌 사람들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식민주의자의 시각이라는 문제와 뗄 수 없다. 오리엔탈리즘을 형성한 바탕에 있는 듯하다.

 

오랜만에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해 준 책이다. 팀 잉골드의 인류학 강의는 포롬북스라는 출판사에서 지난여름에 200여 쪽 분량으로 초판을 내놓았다.

 

#팀잉골드의인류학강의 #프롬북스 #김지윤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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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도의 힘 - 능청 백단들의 감칠맛 나는 인생 이야기
남덕현 지음 / 양철북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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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모더니즘이 별거냐

지난 세기 80년대 초만 해도 포스트모더니즘이란 단어를 쓰기만 해도 달리 보였다.
21세기하고도 20년이 지나고, 지식 정보화 사회란 단어도 낡은 느낌을 주는데 포스트모더니즘을 떠올리니 엇박자다.

서울에 사는 중간층이 쓰는 말이 표준어라고 중학교 입학시험에 나왔다.
사투리는 촌스럽다고 배웠고 그런 줄로 알고 산 기간이 몇 십 년이다.
혜은이의 노랫말 감수광은 사투리랬다.
전라도 사투리 말하기 대회 참가자의 발표를 들어가며 웃었다.
다는 알아들을 수 없었다.

이문구의 「관촌수필」과 「우리 동네」를 읽어가며 동네 어른들의 말투가 떠올랐다.
푹 빠져 들었고, 아이들을 가르칠 때 교재로 쓰기도 했다.
재능이 나에게도 있다면 이어가고 싶다는 욕심까지 낸다.

추석연휴 자락에 남덕현의 「충청도의 힘」을 읽는다.
배꼽 빼가는 이야기다.
‘거기서 거기’에 불과한 사소한 일상이라는 작가의 말은 겸양일 테다.
충청도 보령 사투리라 알아듣기 어려운 사람이 적지 않을 듯하다.

표준어를 써야 한다는 가르침은 나 같은 촌놈에게는 상징적 폭력이었다.
아비투스가 다르니까.
그래서 포스트모더니즘이 별거 아니란 거다.
해체적 읽기는 독자의 몫이다.
말이란 태어나 배운 대로 쓴다.
설익은 생각이니 다듬어야 한다.

‘예의 없는 것들(P.48)’중 일부다.
“솔직한 말루다가 토마토 허믄 뭐여? 달달한 국물아녀? 안 그려? 나같이 늙은것덜은 토마토 껍질이 질겨서 씹는 맛두 벨루여. 알루(고스란히) 설탕물 타 먹기는 허전하니께 토마토 물이래두 우려 단맛에 보태서 먹는 건디. 그걸 그 지랄루다가 한입에 털어 잡숴? 승질 같으믄 숫갈루 마빡을 후려갈겼으믄 속이 션하겄드만! 당최 예의가 읎잔여. 예의가! 그라니께 니는 워디가서 절대루 그라지 마. 사램 그 모양으루 깜보는 거 아녀. 알아먹어? 아, 예의없는 것들 같으니라구.” (이름난 대학 나오구 서울서 한자리헌다구 하는 큰 사위가 하는 짓거리를 보고 아들에게 이르는 말이다)

「충청도의 힘」 p.136~140 ‘나는 누구인가’는 수년 전 배꼽 잡고 웃게한 ‘할머니와 U+ 상담원 간 통화’랑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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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브랜딩 브랜디드
임태수 지음 / 안그라픽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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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란 단어에서 떠올리는 삼성, LG 같은 회사나 핸드폰, 아파트, 자동차, 노트북 이라는 제품이다. 브랜드 전략을 세우고 기획하고 프로젝트를 했던 사람이 회사 이미지나 제품 이미지를 나에게 심어 놓은 거다. 브랜드 기획자는 브랜드 광고라는 과정을 거쳐 우리의 눈과 귀에, 머릿속에다 브랜드의 이미지를 넣는다. 재화와 용역에 따뜻함을 넣기도 하도 부러움을 넣기도 한다. 브랜드는 심미적 소비를 끌어내는 것이고, 이윤을 창출하는 거다. 자본주의 사회니까. 조건에 반응하듯 소비자는 광고를 보고 카드를 긁는다. 많은 사람이 같은 이미지를 떠올리고 좋아하면 브랜드 기획자는 성공적인 업무를 해낸 거다. 이런 일을 하는 전문가가 사람의 브랜딩으로 영역을 넓혀 글을 쓰고 책을 내 놓았다. 회사나 제품을 브랜딩 하듯 사람을 브랜딩 한다면 사람을 인간이 아닌 객체로 본다는 생각을 하면 유쾌하지는 않다. 하지만,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포장하느냐는 통속적인 자기 홍보 전략이 아니다. 브랜드는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 있다는 생각에서 시작해 함께 만들어 가는 일이란다. 보통이 지니는 비범함에 대한 그의 생각을 엿보고 결국 균형 잡힌 나를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말한다. 안그라픽스에서 내놓은 「브랜드 브랜딩 브랜디드」는 본문 223쪽 분량이다. 판형이 작아 지하철 출퇴근이나 점심시간 자투리 시간만이라도 만들면 쉽게 읽을 수 있다. 브랜드 기획자의 생각을 엿보는 일은 유익하다. 쉽게 읽어도 생각하게 한다. #임태수 #브랜드브랜딩브랜디드 #안그라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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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시즘과 싸운 여성들 - 제2차 세계대전의 여성 영웅 이야기 생각하는 돌 23
캐스린 J. 애트우드 지음, 곽명단 옮김 / 돌베개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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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차 대전 중 행정과 경찰업무에 유대인의 도움이 없었더라면(베를린에서 유대인을 최종적으로 처리하던 일은 전적으로 유대인 경찰에 의한 것이었음) 완전한 혼돈상태에 빠졌거나 독일의 인력 공급이 불가능할 정도로 심각한 누수현상이 발생했을 것이다. 자기 민족을 파괴하는데 유대인 지도자들이 한 이러한 역할은 유대인에게 가장 어두운 역사다.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 악의 평범성에 대한 보고서가 밝힌 진실이다.

 

독서 실태 보고서에 따라 판단해 본다. 책을 읽지 않으니 영화라도 끌어들여 이야기 해보자. 밀덕이라면 밴드오브브라더스더퍼시픽을 보지 않았을 리 가 없다. 수많은 전쟁 영화를 섭렵한다 해도 여성이 주인공인 경우를 찾기 어렵다.

캐스린 J. 애트우드를 통해 눈을 뜬다. 2차 세계 대전을 연구한 그에 따르면 역사의 방관자가 되기를 거부하고 양심에 따라 싸운 여성들이 있다. 히틀러를 대상으로. 그녀들은 학생이었고, 살림하는 아낙이거나 미용사요, 간호사였다. 무엇이 그녀의 가슴을 뛰게 했을까?

 

그녀는 영국인이었고, 미국인이었다. 프랑스인, 벨기에인, 네덜란드인, 덴마크인, 폴란드인이었다. 독일인도 있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 2차 세계 대전에서 소련인 25백만 명이 희생됐다. 가장 큰 인명 피해를 입는 나라가 소련이다. 그 중에는 여성도 있을 텐데 다루지 않는다.

파시즘과 싸운 여성들은 처칠이나 패튼 장군이나 드골과 같은 영웅의 이야기가 아니다. 인간의 이야기다.

 

그녀들은 순간마다 선택해야했다. 올바른 선택이었다.

 

요흐티어는 어찌해야 좋을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사실대로 털어 놓고 동지를 구해야 할까? 아니면 모른다고 딱 잡아떼고 그룹과 관련된 모든 사람, 즉 몸을 숨긴 유대인과 저항 활동가 들을 구해야 할까?”(p.140)

나치의 영화배우가 되어달라는 히틀러의 제안에 대한 마를레네의 대답은? ‘그냥 싫다정도가 아니라 절대로 안 한다였다. 아예 쐐기를 박듯 곧바로 독일 시민권을 포기하고 미국 시민이 되었다. (중략) 독일 신문도 미국 신문도 마를레네의 행동을 오해한 모양이었다. 훗날 마를레네는 자신이 그런 선택을 한 동기를 분명하게 설명했다. “나는 독일인으로 태어났고, 언제까지나 독일인으로 남을 것입니다. 히틀러가 정권을 잡았을 때는 국적을 바꿀 수밖에 없었어요. 나는 좋은 미국 시민이 되었지만, 속마음으로는 독일인입니다.”(p.261)

 

저자 캐스린 J. 애트우드는 교육자이자 작가다. 그녀가 처음 출간한 책이 내게로 온거다. 페이스북 친구 신청한다.

 

캐스린 J. 애트우드, 파시즘과 싸운 여성들, 돌베개,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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