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장소를 만나다
이경한 지음 / 푸른길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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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지리를 만나다. 2009」, 「일상에서 장소를 만나다. 2012」, 「자리의 지리학. 2018」 지은이가 같은 책이다.
「일상에서 지리를 만나다. 2009」는 지리교사 모임에 스폰서 참여한 출판사 판매대에서 샀고, 나머지는 박 선생님으로부터 선물로 받은 거다. 80년대 전반에 지리교육을 배운 까닭에 ‘장소’라는 단어는 지리에서 중요한 단어임에도 ‘공간’에 치어 눈에 띄지 않은 단어였다. 아니면 당시에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아 모르고 지나친 것인지도 모른다. 올해에 학창시절에 배운 내용과 요즘 지리학의 간극을 좁혀 보려고 노력하며 렐프의 ‘무장소성’과 ‘장소애’라는 개념을 배운다. 그러니 이 책들은 연결되지 않았던 80년대 전반과 2020년의 중간 어느 지점에 들어온 개념이리라. 좌우지간에......
‘장소’라는 단어로 한 권의 에세이가 나올 수 있음은 놀랍다. 결코 정치학이나, 경제학, 법학을 배운 사람이라면 「일상에서 장소를 만나다. 2012」와 같은 책을 낼 수 없다. 나는 나름 여러 분야의 책을 읽고 나의 관점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지적 호기심을 채우고 성장해가는 일이 독서하는 사람의 일상이라 여기면 책을 본다.
이경한 교수의 책은 ‘장소’라는 단어에서 여러 가지를 지점, 곳을 보는 안목을 가졌기에 나올 수 있었으리라. 나의 지적 호기심이 귀납적이라면 이경한 교수의 안목은 연역적이지 싶다. 일상과 학문(지리학의 주요 개념인 ‘장소감’, 나는 이제 겨우 알게 된)을 연결해 풀어낸 글이다.
책을 읽어가며 몇 가지를 생각하고 메모한다.
하나, ‘가맥’에 대한 궁금함이 풀렸고, ‘몸’을 장소라는 개념으로 풀어낸 일이다.
하나, ‘생활 속에서 만나는 장소’로 구성한 장을 읽을 때 전주에 있는 듯한, 그래서 확인해 보고 싶은 욕구를 느낀다. 가맥, 필리핀 식당, 다리 밑, 이면도로에 있는 다방에 가봐야겠다. 저자의 장소 마케팅이 성공적이라 의미다.
하나, ‘개인의 삶이 묻어나는 장소’에서 ‘몸’과 ‘장소’를 이렇게 풀 수 있구나 생각한다. 테리토리 개념을 사용하지 않고서.
하나, ‘타인과 함께 나누는 장소’에서 공원의 우리 곁에 있기까지를 그림을 매개로 풀어 놓은 글이 좋다. 코로나 19로 마을회관에 나가지 못하는 어머님을 생각한다.
하나, 요즘 지리를 배우는 학생들에게 ‘장소’라는 개념이 쉽겠지만, ‘공간’을 주로 배웠던 기억에 ‘장소’를 이해하는 안목을 키워야지 생각한다.
“천변 산책길에 사람들이 오가면머리에 땅을 박은 꿩마냥, 나만 뒤돌아서서 지나가는 사람을 보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하고 일을 감행한다.(p.54)” 이 문장에서 웃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구나 상을 매달아 놓은 사진까지 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사서 읽어 보세요]
“세월이 흘러도 남자는 남자다(p.81) (중략) ”. “다방은 ‘환대와 기대와 인간적 영접이 있는 친밀성의 장소’이다(p.81)” 같은 생각 같은 느낌이라면 연식이 드러나는 일이다. 다방을 ‘저비용 사회복지시설의 기능을 감당’하는 곳으로 볼 수 있는 곳에 사는 어르신들은 행복한 곳에 사는 거다. 적어도 고독사는 하지 않을 터.
‘장소’와 ‘몸’을 연결한 다음 문장을 뽑아내는 일은 지리학을 배우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몸은 자아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해서 사회에서 만들어지는 사회적 의미를 접하고, 그리고 자아에서 형성된 개인적 의미를 사회와 맞딱뜨리게 하는 일차적 장소(p.106)”
“몸은 배타적 공간이자 장소이기도 하지만, 공유의 장소이기도 하다(p. 111)” 언제 공유의 장소일까 궁금하지 않으시리라 .
귀족 지배 권력의 소산이었던 공원이 쇠라의 <그랑드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를 통해 시민의 터전으로 바뀌었음을 풀어 놓았다.
“시골 마을의 모정과 마을회관은 우리 시대의 희생세대인 노인들이 실존적 존재로서 오늘을 살아가는 장소이다.(p.155)”
“‘같은 장소, 다른 의미’라는 장소 개념을 실제적으로 경험한다(임은지, 2011)“
에세이라면 누군가의 살아온, 살아가는 이야기쯤이 대부분이라는 경험 탓에 높게 치지 않는다. 「일상에서 장소를 만나다. 2012」는 낮게 칠 수 없는 에세이다. 그 까닭은 하나, ‘장소’라는 지리학이란 학문의 주요 개념을 우리 주변에서 언제나 만날 수 있는 일상과 연결했기 때문이다. 학문과 일상의 연결이니 어렵지 않겠냐고 한다면 대답은 ‘전혀 그렇지 않다.’
또 하나는 글을 읽는 일의 목적이 ‘이해와 안목을 키우는 일’이라 볼 때, 이 책을 읽는다면, 늘 마주치던 곳이 새로운 눈으로 보이고, 보이지 않던 것도 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처음에는 저자가 보았던 눈으로 보려고 노력하겠지만, 반복하다보면 자기만의 안목이 생길 일이다.
「일상에서 지리를 만나다. 2009」를 다시 읽고, 「자리의 지리학. 2018」을 만나야 하겠다. 「일상에서 장소를 만나다」는 푸른길에서 2012년에 본문 192쪽 분량으로 내놓았다. 저자는 전주교대 사회교육과 이경한 교수이다.
추기 : 책을 읽고 예자오옌의 <화장실에 관하여>를 긴급 주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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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 투쟁기
김흥식 지음 / 그림씨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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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 투쟁기
2020.12.15.(화)
<책꽂이 투쟁기>가 내 집에 오기까지 경로를 되짚어 본다.
직장이 없이 살기 시작한 지 3년이 지나 아침에 아내가 출근하면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댓꿀쇼를 본다. 뉴스쇼는 어느 한 편에 치우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이고, 댓꿀쇼에 변상욱 대기자와 뉴스톱 대표인 김준일 기자가 출연한다. 변기자의 이야기보따리와 김준일 기자의 팩트 체크에 믿음이 생겨 즐겨 본다. 탐정 손수호 코너의 손 변호사가 가끔씩 책을 추천하는 데 <책꽂이 투쟁기>도 그 중 하나다. 졸저 <독서로 말하라>의 최초 제목이 <◇◇◇의 분투기>이었던 이유도 책을 주문하게 된 까닭이다.

<책꽂이 투쟁기>를 받아본 느낌은 제본이 특별하단 점이다. 실밥이 보이는 제본이라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하다. 하지만 출판사 대표가 낸 책이니 그럴 리가 없지 않겠는가.
책은 인간의 역사요, 독자의 역사다라며 책을 읽고 사고, 출판하는 어려움과 자부심을 드러낸다. 요즘 문고본이 왜 세상에 나오지 않는지 말하며 출판대국 일본의 <이와나마 문고>에 대한 부러움을 감추지 않는다. 저자 김흥식의 책 읽는 이유는 컴퓨터가 있다고 해도 끝없는 지적 호기심을 채워주지 못하며, 인류가 어떻게 무에서 오늘날의 문명을 일구었는가를 알고 싶단다. 명확하게 밝히지 않으나 저자는 ‘서해문집’의 대표로 판단한다. 내가 사 읽은 책을 살펴보니 서해문집에서 내놓은 책 중 좋은 책이 있다. <징비록>, <난중일기>, <간양록>, <고려도경>은 오래된 책방 시리즈 중 일부이고<세상의 모든 지식>, <유라시아 견문 1,2,3>, <리바이어던> 도 재미있거나 유익한 책이다.

번역에 대한 이야기, 전집에 대한 향수(이 부분을 읽으며 이사 올 때 짐을 줄이려 백과사전을 폐기처분한 것이 잘못한 짓이다 생각한다)도 드러낸다.
민음사에서 내놓은 삼국지 <위서>, <오서>, <촉서>를 읽은 것보다 <사기세가>와 <사기 열전>이 재미있었다. 이를 쓰는 까닭은 “<삼국지>를 백번 읽은 사람과 다투지 마라”는 속설이 터무니없다는 저자의 인식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저자의 책꽂이에 LP와 CD도 많은 듯하며, 임방울의 음반을 들어보게 한다. (“판소리가 도대체 왜 200여 년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우리 겨레를 들었다 놨다 했는지. 그리고 그렇게 융성했던 문화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라며......) 저자의 음악에 대한 칭찬은 귀가 없어 공감하지 못해 아쉽다. 하지만, 차분하게 유튜브 영상을 봐야겠다.

출판하는 사람이기에 IMF 경제 위기가 출판 문화계에는 문예의 시대가 가고 경제의 시대를 맞게 했다고 알려 준다. 도쿄 도서전의 쇠락과 베이징 도서전의 발흥, 유럽 서점 탐방기도 소개한다. 번역에 대한 불만과 감사는 독자도 이해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라틴어와 그리스어 원전을 본격적으로 번역한 천병희 교수와 정암학당에 대한 고마움을 드러낸다. <변신이야기>외 천병희 교수가 번역한 책 5권을 장만해 두고 읽었으니 다행이다.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플라톤 전집이 소개되지 않은 나라라 고백한다.

유럽 헌책방에 들러 읽지도 못하는 책을 한보따리씩 사가지고 오는 심정을 밝혀 놓았다. 아! 이런 게 출판인의 마음이구나 하며 알게 되니 안타까움이 솟는다. (p. 184. 서양에서는 이런 책을 이 시대에 이렇게 많이 읽었어요. 게다가 책의 수준을 보십시오. 결국 지금 우리가 경제적으로 세계 몇 대 강국이라고 떠벌린다 해도 그건 말 그대로 경제적인 부문에 국한된 것일 수 있습니다. 저들이 지금 경제적으로 어려울지 모르지만 근대 문명의 전통은 우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앞서 있습니다. 그러니 절대 그들을 우습게보면 안 됩니다. 이제 우리 지갑도 웬만큼 두툼해졌으니 문명의 두께를 키우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말 그대로 벼락부자일 뿐 지성과 품성, 철학과 사고 면에서 지성인이라고 자부하기는 어려울 테니까요.“) <맨큐의 경제학>에서 신자유주의의 본 모습을 우리가 제대로 보고 있는지 아쉬워한다.
깐수로 불렸던 정수일 교수의 책도 비중을 두는 데 그의 책이 좋았으니 저자의 안목을 훔친 듯해 다행이다.

<국부론>과 <자본론>에 대한 시대사적 이해에 공감하며, 나름의 경제사를 <독서로 말하라>에서 정리할 수 있었음에 뿌듯함을. 중국 출판계가 우리나라를 앞선 지는 꽤나 오래되었다는 판단을 하고 있으나 나로서는 알 수 없다. (이렇게 판단한 저자는 “애국의 눈은 시뻘겋게 충혈될 수 있지만 지성의 눈은 어느 순간에도 냉철하다”고)
고전에 대한 표준국어대사전의 정의 보다 저자의 정의가 적확하다. 옮겨 보면 저자는 고전이란 “인간의 보편적 삶과 사상을 다룸으로써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어 삶의 방향과 깊이를 전달해 주는 작품”이라 말한다.

출판인이면서 영화저널을 냈던 경험으로 저자의 영화에 대한 평가에 <국제여단. 아마도 켄 로치의 랜드 앤드 프리덤을 말하는 듯>, <붉은 수수밭>, <뻐꾸기 둥지위로 날아간 새>, <12인의 성난 사람들>을 소개하며,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 작품인 <라쇼몽>, <7인의 사무라이>를 소개한다. 다 보고 감동이 일었던 작품들이다. 장준하의 죽음과 <사상계>에 대한 아쉬움은 경험하지 못한 내용이지만, 사상계의 목차만 봐도 수준이 높았음과 당시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에 대한 부러움이 생긴다. 동시대인에겐 아픔이었겠으나.
<생각의 역사 ⅠⅡ>는 두 권 합하면 2,500쪽이 넘는다지만 사 볼 책 목록에 넣는다. <예술의 역사 ; 경제적 접근>, <미국의 아들>, <니체 극장>도 읽어보고 싶다. 절판됐다면 중고서점이라도 뒤져봐야겠다.
<책꽂이 투쟁기>는 그림씨에서 2019년 9월 초판을 내놓았고 나는 2020년 1월에 내놓은 초판 2쇄, 본문 342쪽 분량을 읽었다. 의미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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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미학 1 : 메이드 인 코리아의 기원
최경원 지음 / 더블북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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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미학 1

2020.12. 8.()

아는 만큼 보인다.”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이고(시안견유시 豕眼見惟豕),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이는 법이지요(불안견불유 佛眼見佛矣)”

선입견을 갖지 말아야하며 여러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는 가르침이지 싶다.

그러니 지적 호기심을 갖고 현상과 사물을 보는 것이야 말로 배우는 사람의 태도여야 해.

자식 둘이 디자인을 공부하고 있으니 낳은 사람으로 디자인이란 단어를 허투루 볼 수 없어.

 

삼성이 디자인에 투자하고, 잡스가 애플은 심플해야 한다에 목숨을 걸다시피 한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보기 좋은 떡이 맛이 좋아서인가?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서 인가?

현대 디자인을 공부한 안목으로 우리 역사에서 만들어 놓은 유물들을 재해석한 책을 보고 있네.

신라나 고려의 유물들이 같은 시대의 중국이나 일본의 유물과 견주어보면 어떻게 평가할까?

우리가 배운 것 중에서 일제 학자들이 내린 평가대로 이해하는 것은 아닐까?

구도, 비례, 대비와 같은 현대적 디자인을 배운 저자의 안목으로 진짜를 보여주고 있어.

 

금동대향로를 백제 조형미의 대서사시라 이름하고, 백제 문화가 소극적이라는 편견을 부서뜨린 유물이라고 평가해. 각 부분이 독자적으로 조형적인 목적과 역할을 지닌다고 해. 그리고 100가지 캐릭터가 100가지 스토리를 담아낸다는 군. 비대칭적이지만 역동적인 구조와 동세로 부분과 전체의 조화, 대우주와 소우주의 어울림이란 단어로 평가하고 있어. 금동대향로를 20쪽으로 풀어 놓으니 안목이 없는 사람도 고개를 끄덕이게 할 수 있지 않을까?

 

깨진 돌로만 보이는 구석기 시대의 주먹도끼를 스위스 군용 칼인 맥가이버 칼과 견주어 설명하며 책이 시작돼. 청동검을 스타일의 시작이래. 은제 허리띠 꾸미개에서 언밸런스한 패션미를 찾아내고, 백제 전돌을 보고 보도블록이 이토록 아름답다니하며 감탄하고 있어. 처음 본 초 심지 가위는 초귀족적 일용품이라고 평가하고 있어.

 

디자인 공부하는 두 녀석에게 언능 읽어보라고 해야 겠지

 

<한류 미학 1>은 더블북에서 지난초가을에 본문 436쪽 분량으로 내놓았는데 그림과 사진을 중심으로 풀어 놓아서 박물관에 가지 않고도 유물에서 디자인을 공부할 수 있다.

 

#한류미학 #최경원 #디자인 #더블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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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레 망다랭 1~2 - 전2권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이송이 옮김 / 현암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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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하는 존재(인간)는 자기 존재에 대한 물음과 자각을 가지고 선택과 결단, 행동의 자유를 가지며, 결과에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Cogito, ergo sum)는 나는 내가 사유하는 동안만 존재한다는 의미로 데카르트 철학의 출발점이다.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즉 어떤 인간의 본질이 무엇이냐 하는 것은 그가 어떻게 살고 있느냐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는 것이 샤르트르 철학이라 알고 있다. 나에게 삶이란 주체성이 없으면 의미를 찾기 어렵다는 판단에 샤르트르의 생각에 가깝게 산다고 여긴다.

 

수 천 만 명이 죽고 다친 2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프랑스, 영국, 독일에 살던 사람들은 어떤 생각과 행동을 했을까? 역사적 사실을 텍스트로만 배운 사람이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파리를 무대로 파리지엥, 우리가 이름이라도 들어 본 카뮈와 샤르트르 등의 지식인들의 생각과 행동을 엿볼 수 있다면 자신의 성장에 발판이 될 수 있을 듯하다.

 

시몬 드 보부아르의 레 망다랭을 읽으면 이해할 수 있다.

책을 통해 피리지엥들은 시대와 국경을 넘어 이상적인 세계를 꿈꾸며 높은 이상을 놓지 않았다. 폐허 속에서도...... 그래서 이미 1978년 번역 출판된 경험을 가진 책이 다시 다른 출판사에서 내놓는 까닭이다. 다른 세대를 사는 독자들에게도 충분한 공감과 꿈을 꾸게 할 수 있기 때문이리라.

 

콩쿠르 상을 받았고, 샤르트르와 계약 결혼을 했었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책을 통해 시몬 드 보부아르가 하려는 이야기다. “그들을 잊도록 하자. 우리끼리 남아 있자. 우리 인생으로만 할 일이 충분히 많아. 죽은 자들이야. 그들에겐 아무런 문제가 없잖아. (중략) 방이 끝나고, 살아있는 우리는 다시 깨어날 것이다. 그러면 그때부터 어떻게 살아야 하지?” (본문 중에서)

본문은 시몬 드 보부아르가 실존이 본질에 앞선다고 믿는 실존주의자임을 알라 한다.

 

앙리, 폴라, 안느, 나딘

시몬 드 보부아르의 레 망다랭은 각 권 600여 쪽 분량으로 현암사에서 지난여름에 내놓았다.

 

#시몬드보부아르 #프랑스소설 #콩쿠르상 #샤르트르 #죽기전에꼭읽어야할책1001 #레망다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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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학의 힘 - 시파워와 랜드파워의 세계사
김동기 지음 / 아카넷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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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학의 힘

2020.12.2.()

지정학(geopolitics)은 지리적인 위치 관계가 정치, 국제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다. 19세기 말 20세기 초에 대영제국의 식민지 건설, 나치의 팽창 전략, 일본의 대한제국 침략과 중국 침략, 냉전 시기 미국의 소련 봉쇄 등에 지정학을 이용했다. 저자 김동기는 법학을 전공하고 국제문제 연구 활동을 병행하며 지정학의 힘을 내놓았다. 서문을 통해 전쟁을 치른 미국과 베트남이 종전 20년이 지나 국교를 정상화하는 상황을 보고 국제정치의 역학 관계에 관심을 두고 책을 내놓았다고 밝힌다. 정치지리학을 공부한 사람이 아니라면 지정학에 대한 이해는 한반도가 대륙과 해양 세력의 각축장이 되었다는 수준에 머물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지정학의 태동과 발전과정을 쉽게 정리해 지정학을 이해하는 기본서로 손색이 없다.

매킨더의 하트랜드 이론과 스파이크먼의 림랜드 이론은 정치지리학 시간에 배운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다. 마한과 하우스호퍼의 지정학 연구는 호기심을 충족시키고, 미국, 러시아, 일본, 중국의 지정학을 이해할 수 있다. 지정학의 덫에 걸린 한반도에서 저자의 의견을 구체화 해보는 상상력을 발휘해 본다.

 

1. 일본, 접신의 지정학 : 이 부분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1인당 국민소득이 일본을 앞질렀으니 이제 우리가 이겼다는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하고 초격차를 내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다. 일본이 20세기에 누렸던 힘을 무시하면 안 된다. 우리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전투화를 버리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동아협동체론과 대동아공영권은 독일지정학의 핵심 개념인 레벤스라움이란 개념을 수용한 것이다. 일본이 전쟁 도발을 정당화하기 위한 슬로건으로 피점령국의 주요 자원과 노동력을 수탈했다. 2013년 코시로 유키코의 책<제국의 쇠퇴 : 1945년 이전 대륙 아시아에 관한 일본의 전략적 사고>2차대전을 일본에 유리하게 마치려고 했던 시도를 추적한 것이다. 일본 정부와 군부는 1944년 후반에 이미 패전이불가피하다고 예측하고 소련은 만주와 한반도에 근거를 확보해 태평양으로 진출하려할 것이며 그렇게 되면 조만간 미국과 충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은 이런 국제정치의 맥락에서 일본의 패전 후 운명을 구상했다. 일본은 당시국제정세를 분석해 미소 관계에 균열이 생기고 있음을 읽고 거기에서 일본이 소생할 기회를 봤다. 그러기 위해서 소련이 동아시아에 진입하여 미국의 단독 승리로 확정되지 않는 시점을 노려 일본이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일본의 항복 전략은 사무라이 전략 문화를 이용해 동아시아에서 미소가 서로 경쟁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서 소련이 진군하기 이전에는 결코 항복하지 않아야 했다.

종전 전략 수립을 담당한 해군 소장 다카기 소기치는 19453월 종전 전략에 관한 중간보고서 초안을 작성했다(P. 229) 미소간의 잠재적 대립을 이용해 소련을 개입시켜 미국의 야심을 견제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아시아 단독 지배를 반대하는 소련을 미국 혼자서 대응할 수 있다고 판단될 때만이 일본의 역할을 미국이 인정할 것이고 이 길만이 일본이 미국의 지원을 받아 다시 아시아에서 지위를 확보할 수 있는 길이라고 다카기는 분석했다. 소련이 동아시아에 참전한 후 최대한 영향력을 확보해야 일본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본은 소련이 한반도에 진입하는 것을 용이하게 하고 미국의 한반도 진입을 저지하는 것이었다. 사실상 소련에게 한반도 진입의 기회를 제공하고 결과적으로 미소가 한반도를 분할 점령하도록 유도하는 것이었다. 한반도 분단 아이디어는 오래된 역사를 갖고 있다. 임진왜란 때도 그랬고, 청일전쟁 시 영국 관료가 일본이 한반도 남부를, 중국이 북부를 점령하고 서울을 중립지대로 하자고 제안했었다. 1896년과 1903년 러시아와 일본은 군사 대립을 피하기 위해 38선을 경계로 한반도 분할을 논의하기도 했다. 결국 일본은 한반도 병력 배치를 조정해 한반도 남쪽을 미국으로부터 방어하는데 집중했다. 1945815일 당시 북한에 11만 명, 남한에 23만 명을 배치하고 제주도에만 6만 명 이상을 배치했다. 그 상황에서 일본군은 중국 대륙에 있던 1백만 명 규모의 병력을 소련 침공에 대항하기 위해 만주로 이동시키지 않았다. 소련은 일본의 이런 태도에 도리어 의아해했다. 당시 일본군은 소련이 1리 전진하면 2리 퇴각하라고 명령했다. 810일과 11일 사이 미국은 부랴부랴 한반도의 38도선 분할안을 제안하고 스탈린이 동의해 한반도가 분할되었다. 일본이 복선을 깔고 소련과 미국이 지정학적으로 타협한 결과다. 원폭 투하는 일본의 항복 선언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 증거로 대본영의 기밀 전쟁일지에는 원폭 투하가 많이 언급되지 않는다. 89일 새벽 소련군의 침공이 시작된 지 30시간 만에 일본은 포츠담 선언을 수락하고 항복한다. 일본 귀족원 의장과 수상을 역임한 고노에 후미나로는 소련 참전은 신이 준 선물로 이제는 전쟁을 마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로써 미국이 일본을 가혹하게 지배할 수 없는 지정학적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저자는 일본은 비록 원폭이 투하되고 전투에서 졌지만 그들이 원하는 전후 동아시아 대립 구도를 만드는 데 성공했음으로 패배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2. 알프레드 마한 : 1890<시파워가 여가에 미친 영향>, <시파워가 프랑스혁명과 제국에 미친 영향>에서 영국이 시파워를 발판 삼아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발돋움하는 과정을 설명했다. 왕성한 독서가였던 마한은 상업적 군사적으로 해양을 지배하는 것, 즉 시파워의 우위와 제해권 장악이 국가 운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하고 연구했다. 해로는 어느 방향으로나 갈수 잇는 교역로가 된다는 점에 주목하고 해군력 강화를 강조했다. 지리적 위치, 천연자원 및 기후 등 물리적 환경, 영토의 크기, 인구, 국민성, 정부의 성격이 시파워를 결정짓는 여섯 가지 요소로 제시했다.

마한은 미국이 해군 기지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료를 공급하고 수리를 할 수 있는 기지 없이는 해군 확대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이는 대니얼 임머바르가 쓴 미국, 제국의 연대기에서 2차 대전 덕분에 2,000여 개의 기지를 확보하고 현재 800여개 해외 기지를 확보하고 있음에서 일치한다) 마한의 책은 식민지 확장과 제국주의 경쟁시대를 맞이해 미국 정계에 움트고 있던 군비 확장론자들에게 강력한 무기가 됐다. 미한의 책은 일본 해군에서도 필독서였다. 1881년 미국 해군의 규모는 브라질, 페루, 이집트만도 못했다. 1907년에는 영국에 이어 2위의 해군 강국이 되었다. 파나마 운하, 하와이 합병, , 필리핀에 해군기지를 건설한 것은 마한의 영향이다. 미국을 세계 대국으로 만든 다섯 명 중 한 명이 마한이라고 미국 내에서 평가된다.

 

3. 영국 핼퍼드 매킨더의 하트랜드 이론 : 1887<지리학의 범위와 방법>, 1902<영국과 영국의 바다>, 1904<역사의 지리적 중심>, 1919<민주적 이상과 현실> 등을 발표했다. 그는 영국의 위상이 대륙의 방대한 자원을 보유한 대국인 러시아와 미국 때문에 위험해지고 있다고 보았다. 1차 대전 후 신 국제 질서를 논의할 때 독일과 러시아의 연합을 막기 위해 동유럽에 독립국을 만들어 완충지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실현된 역사가 되었다. “동유럽을 지배하는 자가 하트랜드를 지배한다. 하트랜드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의 섬을 지배한다. 세계의 섬을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발언은 유명하다. 세계의 섬이란 유라시아를 말한다(아프리카를 포함한다고 하기도 하는데) 매킨더의 이론과 주장은 영국과 미국에서 주목받지 못했고, 1930년대 후반 독일의 하우스호퍼에 의해 재해석 되면서 주목받는다. 독일, 일본, 소련이 유라시아 블록을 만들어 서방측 시파워에 대항하자는 제안이었다. 매킨더의 이론은 냉전이 시작되면서 미국 전략가들에게 소련 봉쇄 전략의 정당성을 제공했다. 석탄과 오일이 고갈되면 사하라 사막에서 태양에너지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과 중국이 동양도 아니고 서양도 아닌 독자적 문명을 구축할 것이라는 예측은 선견적인 통찰이다.

 

4. 하우스호퍼의 레벤스라움 : 하우스호퍼가 일본 체제 중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을 경험하면서 독일지정학의 초석을 놓았다. (매트 매들리의 본성과 양육에서 언급하듯 미국의 우생학이 독일로 전해져 유대인 학살의 이론적 토대가 되듯) 교도소로 주기적 면회를 가 히틀러와 그의 동료들에게 레벤스라움, 하트랜드, 지정학의 개념을 설명한다. 하우스호퍼가 히틀러에게 소개한 책은 라첼의 <정치지리학>이었다. 이는 레벤스라움을 가르치기 위한 것이었다. 라첼은 모든 유기체는 특정 크기의 공간이 필요한데 이를 그 특정 유기체의 레벤스라움이라 불렀다. 인구증가에 따른 토지확보를 위해 해외 식민지를 확보하는 것이 해결책이란 생각이다. 레벤스라움은 생활권이란 개념이다.나치 집권후 하우스호퍼와 독일지정학은 제3제국의 도구가 되었다. 독일지정학자들이 구상한 레벤스라움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스텝이었다. 독일이 소련을 침공했을 때 일본은 우랄산맥의 동쪽 지역에 대한 일본의 지배권을 인정하라고 히틀러에게 요구했다. 결국 히틀러나 나폴레옹에게 가장 매서운 적은 지리였다. 하우스호퍼는 일본이 남쪽으로 진출하라고 조언했다. 만주와 중국을 침략하는 것을 실수로 보았다. 일본이 중국으로 깊이 들어가면 익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5. 스파이크먼의 림랜드 이론 : 예일대 교수였던 스파이크먼은 미국은 전쟁이 끝나면 일본, 독일과 동맹을 결성하고 소련을 견제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참가자들이 귀를 의심했다. 1938<미국정치학리뷰>에 실린 논문 <지리와 외교>에서 인구밀도, 경제구조, 정부형태, 국가 지도자들의 성격과 편견 등과 비교해 지리는 상대적으로 변하지 않는 요소라고 강조했다. 당시 스파이크먼은 50년 쯤 후 미국, 소련, 중국, 인도가 세계 4대 강국이 될 거라고 예측했다. 그는 국토 크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위치라고 말한다. 태평양이 핵심적 무역 통로로 부상할 것이라는 예측도 했다. 독일이 패전해도 소련에 대항할 수 있는 군사력을 이용해야하고, 미국이 일본을 보호해 중국이나 러시아를 견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극히 냉철한 전략적 계산의 결과였다. 1942년의 시점에서 스파이크먼은 일본이 전쟁에 지는 것 뿐만 아니라 미래에 경제 대국이 된 중국이 대국화되고 미국에 위협이 되리란 사실을 정확히 예견했다. “림랜드를 지배하는 자가 유라시아를 지배하고, 유라시아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그의 발언도 유명하다. 또한 에어파위 없이는 시파워가 효율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니 지상의 공군기지가 항공모함보다 낫다고 여겼다. 매킨더가 영국의 위한 대외 전략을 고심한 것처럼 스파이크먼은 미국을 위한 대외 전략을 고심해 성과를 낸 것이다.

- 조지 캐넌(소련 주재 미 임시 대리대사)의 판단 : 경제 문제가 해결괴지 않는 한 소련 체제는 취약할 것이다. 미국의 안보는 적대적 세력이 유라시아 파위 중심을 지배하지 못하게 하는데 달려 있다. 독일의 기술력과 소련의 자원이 결합하는 게 가장 위험한 시나리오다. 일본, 필리핀, 오키나와에 군사기지를 확보하는 것이 미국의 동아시아 안보 목표 달성의 기초다.

- 19509NSC-68은 미국 대외 전략의 중대한 분수령(공산권국가에 대한 포괄적 봉쇄 전략) 한국전쟁은 미국의 군비확장을 급속히 촉진하는 결정적 계기였다.

- 키신저의 지정학 : 미국은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중국이 소련을 견제한다면 미국은 비교적 명예롭게 베트남을 떠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핑퐁외교가 시작된 것이다.

- 브레진스키의 <그랜드 체스판> : 유라시아에 미국의 패권에 도전할 만한 국가나 세력이 출현하지 못하도록 관리하는 것이 미국의 목표여야 한다. 미국이 초강대둑인 시대는 끝났다. 중국이나 러시아 중 하나와 연합해 안정을 구축해야 한다.

 

6. 한반도 지정학의 덫은 글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이라면 읽어야 한다. P289~329까지 저자의 생각을 풀어 놓았다. 독자 생각으로는 남북이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상황이 허락한다면, 현재의 군사력을 게속 유지해야 한다. 내적으로 에너지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K-STAR 사업이 빠른 시간 내에 성공할 수 있어야 한다. 유라시아 대륙과의 연결망을 확보하고 해양 진출을 위한 투자도 확대하는 대외 전략이 병행되어야 할 듯하다. 한국에도 마한이나 매킨더, 스파이크먼과 같은 전략가가 있어야하고 없다면 키워야 한다. 새뮤얼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 폴 케네디의 강대국의 흥망, 이병한의 유라시아 견문 1,2,3 에 못지않은 역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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