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글 잘 쓰는 한겨레 기자님의 책. 책 정보를 찾다가 관심이 생기면 저자의 다른 책과 그 출판사의 다른 책을 타고타고타고타고.. 찾아보는 걸 좋아한다. 덕분에 기자님이 한겨레 출신이라는 걸 알게 됐다. 《본 헌터》 받아보기를 기다리며 밀리의 서재에서 《베트남 전쟁 1968년 2월 12일》을 먼저 읽기 시작했다. 무거운 주제를 덜 무겁게 쓸 줄 아는 능력이 있는 저자다.이 책은 충남 아산의 유해 발굴 현장과 관련된 사람들의 여러 시점을 오가며 각 챕터가 진행되는 독특한 형식의 글을 담고 있다. 사실 이미 해골이 된 자의 말이니 정확히 말하면 ‘사람’의 시점은 아니다. 간혹 은비녀와 태아도 말을 한다. 한겨레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주 2회 연재했던 기록도 볼 수 있다.(간혹 ‘이새끼는 누구야’ 싶은 사람들이 등장하는데, 인터넷 연재글에서 성이 붙은 온전한 이름을 알 수 있다. ^^…)첫 이야기는 쭈그려 앉아 발견된 뼈 A4-5가 하는 말로부터 시작된다. A라는 이름이 붙은 네 번째 구역에서 다섯 번째로 발견된 유해라는 의미이다. 옷도 없고 표정도 없고 민증도 없는 뼈로부터 대체 무엇을 알아낼 수 있을까?두 번째로, 국내 최초로 뼈에 대해 공부한 체질인류학자 선주라는 사람이 등장한다. 선주는 두희와 만난 지 일주일 되던 날, 핑크빛 장미와 함께 프로포즈하여 결혼하고 미국으로 떠난다. 이후 계속해서 충남 아산 현장의 이야기와 선주의 이야기가 번갈아 서술된다. 선주는 버클리 대학에서 뼈해부학에 대해 공부한 후, 한국으로 돌아와 교수 생활을 하며 한국의 구석기 시대 연구, 육군유해발굴단 등 다양한 현장에 참여한다. 앞에서도 은은하게 느껴지던 선주의 정확한 정체는 243쪽에서 밝혀진다.처음에는 챕터마다 달라지는 화자와 다정한 이름 부르기에 얼떨떨해하며 읽기 시작했다. 충남 아산의 한 마을에서 발견된 뼈가 들려주는 정보를 이야기의 형태로 재구성하여 생생하게 전달한다. 6.25 전쟁 기간 동안 보복성 민간인 학살이 충남 아산에서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다양한 곳에서 수 천 명이 영문도 모른 채 죽었지만 대대적으로 오랫동안 이슈가 된 기억은 없다. 아마 아직 73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 경찰과 군인에게 화살이 돌아가면 곤란해지기 때문일 것이다. 아직 가해자의 죄책감이 덜어지지 못해 나설 용기가 없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더 늦어지면, 이젠 잊혀져버리지 않을까? 모두가 잊어버리기 전에 <본 헌터>가 한 줄기 기억의 끈을 엮어준 것 같다.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