숱한 사람들 속을 헤집고 나왔어도 가랑비메이커 단상집 2
가랑비메이커 지음 / 문장과장면들 / 201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평소 산문집을 읽는 편은 아니지만, 나이가 들면서 삶의 여러 생각들과 상념들이 자리잡힐 떼,한번씩 읽으면 뭔가 새로운 깨달음을 주곤 해서, 한 번 읽게 되면, 여러 번 곱씹으며 읽곤 한다

 

이 번 책도, 제목 뿐만 아니라, 표지 그림을 보면서, 요즘의 감성을 반영하는 듯한 느낌에 선택해서 서평을 신청하게 되었다. 산문집이 여러 번 곱씹어 읽게 되는 이유가, 내가 어떠한 상황과 현실 속에 있는지에 따라, 시의 전반적인 주제와 내용이 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내가 읽으면 삶의 애증이나 고통에 대한 내용의 시였다면, 옆 방 사춘기의 아이들에게는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고뇌의 내용이 될 수도 있고, 또한 20대의 청춘들에게는 사랑의 달콤함에 대한 내용이 될 수도 있다.

 

<본문>의 '식은 계절에서' 에서는 나의 20대의 사랑이 생각났다. 차가운게 아니라 나는 식었다는 그 말에.. 상대방과 나의 감정의 차이에서 느껴지는 씁쓸함이 흡사 20대 서로의 감정이 달라졌음을 느끼게 된 그 상황.. 그 때의 서로의 문자들이 생각이 났다. 당신은 몰랐겠지만. 아니 알면서도 모른 척 했을까? 그토록 뜨거웠던 내가 식어가게 된 건 무엇때문이었을지.. 그리고 내가 식었다며 모른척 지나쳤던 그 때의 뒷모습이 이 시를 통해 떠올려졌다. 참으로 애석한 일이 아닐 수 없었지만.. 과거는 과거일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를 키우면서, 처음이라는 설레임은 가슴 속에 쉬이 잊혀지지 않을 소중한 감정인 것 같다. 첫 걸음마, 첫 돌, 첫 입학 등등 여러 상황이 존재하겠지만. 뭔가 아이가 자립해나갈 10대 이후의 모습들을 지켜보면 참 마음이 아프면서도, 뭔가 뭉클하기도 하고, 빛이 나는 순간들이 아닐까 싶다.

작가는 이런 상황에서의 처음을 이야기 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시의 구절을 곰곰히 생각하면서 읽었을 때, 나의 10대 불완전했을 때의 부모님의 따스한 눈빛이 떠올랐다. 온전하고, 완벽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처음의 발걸음과 도전을 지켜보면서, 더디고 어설프지만, 홀로서기하는 존재를 바라볼때의 마음.. 차마 헤아릴 수 없는 그 마음이 생각이 났다. 또한 나도 미래의 우리 아이들이 홀로서기를 할 때, 외로움 속에서 그 차가운 손을 붙잡아 줄 수 있는 따스함과 한없는 포용력을 길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더운 여름철, 긴 장마 속에서 이 책을 읽을 수 있어서 좋은 기회였고, 다시 곱씹어 읽어 볼 좋은 산문책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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