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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달팽이 분투기 - 청년 주거권 활동가의 10년 현장 기록
지수 지음 / 교양인 / 2025년 11월
평점 :
#서평단
단언컨대 대한민국 20.30 세대의 가장 큰 불안감은 '집'일것이다.
'그쪽 사정' 들을 헤아릴 줄 모르면 언제든지 쫓겨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청년들은 부당함을 느끼지만 '내가' 돈을 벌고 '내가' 성공해서 안락한 집을 가질 것을 희구한다.
그러나 책의 저자는 반문한다. 애초에 그런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있는것은 아니냐고. 법과 제도 사이의 구멍들이 청년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는 것은 아니냐고.
대학생인 나 역시 늘 비슷한 불안감을 안고 산다. 설레이는 마음으로 대학 입학 후 시작하게 되었던 자취 생활은 상상과는 아주 많이 달랐다. 닭장같은 15개의 단칸 방, 15인분의 식재료들이 썩어가는 냉장고 한칸, 지켜지지 않는 프라이버시. 대학가에 자취방에 대한 로망은 애초에 없었지만, 기본적인 상식을 파괴하는 일들이 반복되며 나는 지쳐갔다.
그저 멀쩡한 곳에 살고 싶다는 마음까지 아껴야 한다는 걸 처음 알았다.(11쪽)
계약 기간이 끝나갈 즈음 나는 이 지옥에서 벗어날 방법을 미친듯이 모색했고, 현제는 청년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을 받아 빌라에 거주중이다. 누구의 도움 없이 홀로 집을 찾고 대출을 받기 위해 뛰는 과정 속에서 나는 극도의 외로움을 느꼈고, 요즘도 매일 인터넷에 올라오는 빌라 전세 사기 뉴스를 보면 여전히 불안하다.
현재 살고 있는 집에서 사기를 당하지 않더라도 나는 언젠가 이 집을 떠나야 하기에, 늘 잠재적 ‘전세 대출 피해자‘ 로서 살 수 밖에 없다.
세입자의 삶은 불안정하니 내 집 마련만이 정답이라는 믿음, 빚을 내서 집을 사고 또 빚을 더 내서 강남 같은 소위 '상급지'로 갈아타야 한다는 믿음만이 우리가 의지 할 유일한 버팀목은 아니어야 하지 않을까? (121쪽)
책을 읽으며 가장 놀랐던 것은, 내가 어느새부터 나의 기본적인 권리를 포기한 채 살고 있었다는 것이다. 나 역시도 ‘깐깐하고 싸가지 없는 젊은 세입자’ 가 되지 않기 위해 질문 하는것을 꺼렸고, ‘서울에서 집 구하는게 원래 그렇지 뭐’ 라는 생각으로 스스로 권리를 져버리고 있었다.
책을 읽으며 수없이 공감했고 깨우쳤으며, 마지막 부록에 실린 ‘민달팽이를 구하는 14가지 질문’을 읽을때는 감동받았다. 우리는 모두 민달팽이니까. 민달팽이들을 향한 저자의 진심 어린 마음이 독자들을고무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