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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서 자유로워지는 시간 - 일생에 한 번 돈 걱정 없는 시스템 만들기
고득성 지음 / 다산북스 / 2016년 1월
평점 :
요즘 우리 부부의 대화는 예비 엄마, 아빠 답게 임신, 출산, 태교, 육아에 대한 얘기뿐이다. 와이프는 배가 조금씩 불러오는 걸 몸소 느끼면서 나름대로 태교에 신경쓰기 시작했다. 기분 좋은 말과 평소 듣지 않던 클래식도 찾아서 듣고, 무엇보다 스트레스가 아이에게 치명적이다기에 와이프 스트레스의 근원인 나 역시도 스트레스를 주지 않기 위해 최대한 노력중이다. 그런데 가끔씩 우리 부부 대화에 '돈'이 끼어들때가 있다. 돈이란 놈이 끼어드는 날이면 좋았던 기분도 걱정과 고민으로 끝난다. 산부인과로 검진을 받으러 가는 이날도 여지없이 우리 부부 대화에 돈이란 놈이 눈치 없이 끼어든다.
'산후조리원이 2주에 200만원인데 이게 제일 싼거래. 그리고 출산 도우미 역시 2주에 200만원 정야한다나? 특히 우리는 쌍둥이라 추가비용이 발생하고...'
'쳇! 뭐가 그렇게 비싸! 월급 통채로 나가면 우리 뭐 먹고 살아?'
쌍둥이기에 곱절로 돈이 들거란 예상은 했었지만 2주에 몇백만원이 순식간에 나간다는 말에 애써 '어떻게든 되겠지'라며 웃어넘기고자 했던 나의 말투에는 짜증이 묻어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와이프에게 스트레스를 안주기 위해서는 (내가 스트레스의 근원이기에) 입을 닫는 수밖에 없었다. 산부인과로 가는 우리 부부는 돈이 끼어드는 순간 말이 없어졌다.
아이들이 우리에게 와 준것은 분명히 감사히 일이며, 행복한 일임에는 틀림없다. 그것도 한번에 2명의 아이들이라면 행복 역시 2배가 되리라.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지금도 여전히 믿고 있다. 하지만 돈이라는 현실에 부딪치면 행복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듯 하다. 특히, 아직 우리 부부에게는 빚도 있었기에 돈에 관해서는 쉽사리 걱정을 떨칠수가 없다. 이런 걱정까지 행복이라 여겨야 하는 것일까? 어떻게 돈으로부터 자유로워질수 있을까?
'돈이 부족해서 곤궁에 처할수록 우리 삶에서 돈이 차지하는 영향력은 점점 커져만 간다네. 원하지 않았어도 돈의 노예가 되는 삶을 선택한 셈이지.' (p 20)
돈이 없으면 불행해질까? 진짜 자신이 원하지 않았는대도 불구하고 나도 모르게 돈에 끌려다닐 수 밖에 없는 건가? 이에 대한 답은 우리 어머니를 생각하면 맞는 말인 것 같다. 우리 어머니는 한 평생을 돈과 씨름하듯 살아오신 분이다. 모든 생각들의 세포는 돈으로 엮여있다. 가족과 오랜만에 외식을 하자고 해도, 여행을 가자고 해도 외출 자체를 돈으로 생각하시는 분이기에 우리 가족은 남들 하는 외식 한번을 제대로 한적이 없었다. 심지어 아버지가 명절에 어른들께 과일이라도 사들고 가자고 해도 가면 많다며 지갑을 닫아버리신다. 말만 하면 엄마 입에서 먼저 튀어나오는게 돈이란 녀석이었기에 난 돈의 노예로 살지 말아야지 다짐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하지만 결국 엄마가 돈에 대해서 집착하신 이유는 우리 때문이었다.
다행히 지금은 행복하다고 말씀하신다. 돈이 많아져서 그런 것은 결코 아니다. 자신이 한 평생 돈 때문에 살아온 나날들이, 자신의 인생이 후회스럽기에 그렇게 살지 않기도 마음먹으셨단다. 이제는 자기 자신을 위해서 살고 싶다고... 두 자식 모두 결혼시키고서 찾은 여유이기에 자식으로서 죄송스러웠다. 결국에는 우리 때문에 돈이 필요하셨고, 그래서 돈과 싸워오신 것이 아닌가...
자식에 대한 경제교육에 대해서도 재미있고 유익한 글들이 많다.
'게으름의 유혹에 잠겨버린 자녀는 '내 것'과 '네 것'을 구분하지 못하고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의 재산이 자기 재산인 줄 착각하면서 부모의 집과 차, 돈을 자기 것마냥 굴곤 한다. 급기야 자기를 도와주지 못하는 부모의 심정을 이해하기는커녕 원망하고 불평하며, 심하면 패악을 부리면서 주변의 눈쌀을 찌푸리게 한다.(...) 어려서부터 부모의 재산은 부모의 것이지 자녀의 것이 아님을 정확하게 가르쳐야 한다. 부모의 소유물을 정확히 구분하듯, 자녀의 소유물 또한 마찬가지다. 자녀의 소유물은 분명히 인정해주고, 갖고 싶은 것이 있으면 자녀 스스로 노력해서 성취해나가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제대로 교육 시켜줘야겠다. 이 집은 내 집이고, 이 차도 내 차고, 이 tv도 내 꺼다. 그러니깐 아빠부터 먼저 보고 싶은 걸 볼 권리가 있다. 그다음은 너다. 대신 절대로 세벳돈은 뺏지 말아야겠다. 우리 엄마도 명절날 귀성길의 차 안에서 내 세벳돈을 반강제적으로 뺏곤 했다. 그럴 때마다 '내 돈인데 엄마가 왜 뺏어?'라며 따질 때도 있었지만 내 기억에는 항상 빼앗겼던 것 같다. 그래! 세벳돈은 뺏지 말자.
'홈쇼핑, 인터넷 광고, 할부 신용카드, 마이너스 대출은 미성숙한 지출 습관을 부추기고 미래 소득까지 끌어당겨 당신을 돈(빚)의 노예로 만든다. (...) 미디어는 지금 경제적 형편에 상관없이 '멋진 옷과 명품 브랜드, 자동차, 스마트폰, 웰빙 제품을 소유해야 당신의 삶이 행복해진다'라며 자극적인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내보낸다. (p. 39)
대출 광고가 판을 친다. 전화 한통화면 돈을 입금해 준다니... TV 속 대출 광고를 보고 있으면 이유 없이 그냥 돈을 준다는 말로 들이는 듯 착각에 빠질 때가 있다. 그리고 라디오 속 주식 광고를 들을 때면 누구나 부자가 쉽게 될 수 있다는 듯이 말한다. 무엇보다 어이없는 건 마지막 나오는 대사다. '과도한 빚 고통의 시작입니다.' 난 래퍼인 줄 알았다. 이 얘기만 집어넣으면 누군가 자신의 광고로 인해 빚을 진한들 법적으로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것인가? 참으로 무책임하면서 비인간적이다.
세상이 점점 유혹 덩어리로 변해가고 있는 듯하다. TV를 켜도 라디오를 들어도 인터넷을 봐도 대출, 주식, 부동산 등 전부 돈을 쓰라며 유혹하는 광고들 뿐이다. 세상에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이란 것은 없다는 것을 모두들 알면서도 많은 이들은 악마의 속삭임에 파우스트에게 자신의 영혼을 넘기듯 자신이 이제까지 고생하며 번 돈을 아무렇지도 않게 넘기고 있다. 요즘같이 모바일 기기와 인터넷이 발전된 시기에 내 돈을 누군가에게 넘기는 방법이 무척 간단해진 시대에는 돈을 잃은 찰라의 순간마저 너무나 쉽고 빠르다.
돈을 모으기 위해서는 원하는 것과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구분을 해야한다. want와 need는 무엇인가를 소유한다는 의미에서 같은 단어인 듯 보이지만 엄연히 틀린 의미의 단어다.
최근 회사 동료들이 줄줄이 차를 바꿨다. 연말에 회사에서 나온 보너스 때문인지, 아니면 작년 연말에 할인을 많이 해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모두들 새차로 바꾸고 나니 나 역시 묶혀두었던 차에 대한 욕망이 스물스물 올라오기 시작했다. 더욱이 여름이면 2명의 식구가 더 늘어나니 지금 차는 좀 좁을 것 같다는 타당한(?) 이유를 애써 찾고보니 더 사고 싶어졌다. 그래서 운전할 때면 와이프에게 차 얘기를 일부러 늘어놓곤 하지만 내 자신이 우리 형편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스스로 입을 다문다.
솔직히 지금 차로도 충분히 4식구를 태우고 다닐 수 있다. (카시트 때문에 조금은 비좁을 수 있지만) 그리고 구입한지도 5년 밖에 안되었었기에 아직 바꿀 시기도 아닐 뿐더러 사고난 적도, 고장난 적도 없는 아주 멀쩡한 차다. 그런데 왜 바꾸고 싶어했을까? 아마도 주변에서 하나, 둘 바꾸다 보니 충동적으로 새차를 사고 싶었던 것 같다. 즉, 난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단지 원하기만 했을 뿐이다.
남들이 가지고 있는 것은 나 역시 가지고 싶다. 홈쇼핑에서 '매진 임박'이란 단어를 보면 왠지 전화해서 구매를 해야할 것만 같은 충동을 자주 느낀다. 충동을 나름 이성적으로 판단한다며 필요한 물건이라 자기 합리화 시키는 날이면 그 충동은 구매로 어진다. 하지만 물건을 받고 나면 내가 생각했던 필요한 위치에 그 물건이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난 그냥 원했던 거다.
목적 없이 원하기만 하는 경우에는 금방 싫증나기 쉽다. 그리고 싫증난 물건은 쓰레기가 되버리고 만다. 아무리 비싸도 사용하지 않으면 쓰레기나 나름없기에 대부분 사람들의 집에는 쓰레기가 있다고 봐야 하는 건가? 반대로 싸구려라도 필요한 물건이면 그 물건의 가치는 비싼 쓰레기와 비교할 수 없이 크다고 봐야하는 거겠지?
물건을 돈으로 바꿔 생각하면 돈을 그냥 모으기만 하는 사람과 돈을 모으는 목적, 필요가 뚜렷한 사람 사람간의 돈의 가치는 무척이나 다를 것이다. 목적없이 돈을 모으기만 하는 사람에게는 재벌들에게 돈이 단지 숫자에 불과하듯 (약간은 다를 수 있겠지만) 이들에게도 숫자에 불과하지 않을까? 그냥 통장 잔고에 있는 숫자만 좋아할 뿐, 그 돈으로 무언가를 사기 전까지는 돈의 가치는 제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은 그냥 통장 속 숫자를 원하는 것 뿐이다. '0'이 계속 늘어나는 재미로 행복을 느낄 수 있겠지만, 잠깐의 기쁨일 뿐 행복의 여운은 길지 않다. 특히, 로또 1등 당첨자들이 모두 파산하는 경우를 봤을 때, 목적없는 돈은 유혹에 의해 쉽게 잃어버리게 된다.
반대로, 필요에 의해서, 자기 가족을 위해서든, 자신이 하고 싶은 것, 사고 싶은 것을 위해 돈을 모으는 사람에게 돈의 가치는 분명히 틀릴 것이다. 돈이 이들에게 미래가 될 수 있으며, 가족의 행복이 될 수 있는 가치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돈을 모으는 이유에 대해서 목적을 분명하게 찾아야 한다.
책이 반쯤 넘어가면 무언가 금융 상품을 파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재테크는 노후를 위해서 꼭 필요한 준비이긴 하지만, 인생과 돈의 관계를 해결해줄 것같이 꾸며진, 철학적 느낌을 주는 책 제목과는 다소 상반된 내용이라서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뭐, 그래도 돈에 관해서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기에 고마운 책이기도 하다.
내 생각을 정리하자면, 돈이 풍족하진 않더라도 남들처럼 여유있게 살진 못하더라도 어느 정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는 있어야 행복할 수 있다 생각한다. 우리 와이프 출산하고 산후조리원 보내고 도우미 정도는 부를 수 있을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대신, 필요한 것들만 사고 욕심을 버리고 지금 이대로만 열심히 일하면서 살면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