닿음 Touch
양세은(Zipcy)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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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생각해 볼 필요도 없었다. 책에 대한 많은 정보도 필요없었다. 이 책을 선택해야 하는 구실 같은 건, 그저 표지에 있던 한 장의 그림 그거면 충분했다. 사실 나는 글 취향은 좀 까다로운 편이라, 재고 따지고 살펴보고 나서도 마음에 드는 문장을 한 문장도 발견하지 못하는 책도 존재한다. 그에 반해 그림은 조금 덜 까다롭다. 나름대로 예쁘고 좋고의 기준이 있긴 하지만 글만큼은 아니란 소리다. 그렇다해도 그림 취향 쪽도 그리 눈이 낮은 게 아니었는데, <닿음>은 진짜 한 눈에 반했다. 인스타그램에서 그렇게나 핫하다던데 나는 왜 몰랐던가! 같은 생각을 할 정도로.

살면서 '닿다'를 이렇게나 오래 생각해본 적이 있나 싶다. 일상 속에서 즐겨 쓰던 단어인데 계속 곱씹다보니 낯설게까지 느껴지기도 한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필연적으로 무언가와 닿는다. 사람과도 동물과도 물건과도. 항상 무언가와 닿아 있는데 인식을 못할 때가 많다. 늘상 닿아 있으니까. 음악을 계속 듣는 나는 이어폰과 오래 닿아 있고, 손엔 많은 시간 키보드와 핸드폰이 닿아있다. 대체로 무생물이 닿아 있어서일까. 사랑하는 사람과 닿는다는 건 좀 더 특별한 느낌을 준다. 따뜻한 온기를 전해받는 것부터 시작해서 많은 것들이. <닿음>은 그런 온기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특별한 닿음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닿음>은 he story, her story 두 가지의 시선이 존재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보는 여자와 남자의 시선. 그래서 <닿음>의 part.1에서는 하나의 장면을 두 개의 시선으로 연달아 보여준다. 예를 들면 '너의 팔'이라는 주제에서 남자는 '네가 만져주면 나도 몰랐던 곳들의 감각이 깨어나는 것 같아.'라고 이야기하고, 여자는 '꼬옥 끌어안은 너의 팔이 참 따뜻하고 듬직해서 문득 이 팔에 가득 안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라고 이야기한다. 비슷한 상황에서의 다른 생각. 남녀 서로의 입장을 모르고 있던 건 아니지만, 그림과 함께 이야기를 보다보면 좀 더 마음이 가는 느낌이다. 

"<닿음>은 연인과 살이 맞닿는 순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직접 그린 이의 설명이니 당연한 얘기겠지만, <닿음>은 에필로그 속 작가가 정의한 이 한 문장으로 설명 가능하다. 그러나 이런 설명 같은 건 필요 없다. 그냥 보면 단번에 사로잡힐 것이다. 서로가 사랑스러워 죽겠다며 눈에서 꿀을 뚝뚝 흘리는 남녀 주인공을 보고 있노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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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사랑이 남았으니까 - 처음과 끝의 계절이 모두 지나도
동그라미(김동현)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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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10도까지 떨어지는 극단적인 추위가 몰려온 12월. 뜨끈한 전기장판 위에서 이불을 돌돌 말고 읽기 좋은 책은, 아무래도 따뜻했던 어떤 날을 떠올리게 해주는 달달한 책이 아닐까. 그래서 <아직 사랑이 남았으니까>란 제목을 가진 책을 선택했다. 아직 사랑이 남아 있다는 이야기는 여전히 사랑을 하고 있다는 얘기 같아서 제목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왜인지 표지가 달달함과는 거리가 있는 느낌이었지만, 선택을 바꾸진 않았다. (선택할 당시만 해도 작가가 어떤 성향인지 잘 몰랐거든.) 차가운 바람과 함께 책이 도착했고, 둘러보려 책을 펼친 내가 처음 맞닥뜨린 건 작가의 말 속 첫 단어 '미련'이었다.

어라? 라는 생각이 들어 얼른 동그라미라는 작가를 검색했다. 동그라미를 검색하니 '동그라미 글귀'가 첫번째 연관 검색어로 뜬다. 연관 검색어인 '동그라미 글귀'를 눌러봤다. 수많은 블로그가 주르륵 뜬다. 사람들은 대체로 작가의 글에 공감, 상처, 위로, 감성 등의 단어들을 붙였다. 내 예상은 오늘도 보기 좋게 빗나갔다. 아, 이 작가는 위로 전문이었구나. 처음 계획을 조금 수정한다. 뜨끈한 전기장판 위에서 이불을 돌돌 말고 읽기 좋은 책은, 누군가를 혹은 나를 위로하기 위한 글일지도 모르겠다. 손이 닿는 곳에 귤도 가져다 놓고 본격적으로 책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특이하게도 이 책엔 마침표가 많이 없다. 정말 많이 없다. 처음엔 뭔가 잘못된 건줄 알았다. 있어야 할 것이 없어서. 물론 책을 읽어나가는 데 문제는 없었다. 조금 낯설긴 하지만 한글을 주언어로 쓰고 있다면 마침표 없이 글이 주욱 적혀 있다해서 의미가 달라질리 없으니까. (띄어쓰기를 잘못한 게 아니고서야.) 적게는 1~2개, 많게는 15개까지 마침표가 존재하지 않는 글들이 이어진다. 한 호흡이 너무 길어 글을 조금 천천히 읽게 되지만, 이도 점차 익숙해졌다. 책을 다 읽고 작가의 말로 다시 돌아가고서야 알았다. "이 책 속 모든 문장에 마침표를 찍게 될 어느 날까지 사랑하고 아파하려 합니다."
처음 작가의 말을 읽을 때만 해도 이 문장을 그저 작가의 글로만 생각했는데. 책을 다 읽고 나니 이 문장은 그냥 적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마침표는 끝맺음이다. '모든 문장에 마침표를 찍는다'는 건 아마도 완전한 끝맺음. 더이상의 사랑은 없다 확신하고 완전한 정착을 이루기 전까지는 계속 사랑하려 한다는 일종의 다짐이자 선언이다. 아프더라도 그 아픔을 온전히 겪어내면서 말이다.

반점은 찍었지만, 온점은 어디다 두어야 할지 모르겠다
문장이 완성되려면 아직 더 많은 종이가 필요하다.(91쪽)
마침표의 다른 말이 온점이다. 본문 속에서 작가의 말과 비슷한 문장을 찾았다.
(작가의 속 뜻이 내 예상과 비슷한 느낌을 받아 조금은 뿌듯하다.)


의미를 찾아서가 아니라 의미를 부여해서라도.
의미가 없더라도 그 자체만으로. (24쪽)

낮과 밤, 공허와 우울의 경계는 한순간에 허물어진다. (90쪽)
손만 뻗으면 닿을 것 같았는데 닿지 않는다 지나치게 고요했던 탓일까 조금만 훌쩍여도 내 세상은 전부 소란스럽다. (90쪽)

어떤 우울은 너무 가벼워서
나도 모르게 행복이라 착각하게, 사랑하게 돼. (215쪽)


<아직 사랑이 남았으니까>는 처음 예상대로 일상 속 위로는 아니었다. 제목에 '사랑'이 괜히 들어간 게 아니었다. 여기에 적힌 글들은 누군가에게 보내는 절절한 편지였고, 온전히 아픔을 겪어내며 적어낸 문장들이었다. 물론 부치지 못하고 서랍 속에 잠든 기억이고, 가 닿지 못하는 한숨들이긴 하지만. 너를 그리워하다 이별의 화살을 나에게 돌려버리는 아픈 나날들, 그 속에서 온마음을 다해 아파하는 화자를 보고 있노라면 달디 단 귤이 달지 않았다. 한없이 아래로 아래로 추락만 하던 화자는 책의 마지막 장에서 최저점에 발을 딛는다. '어쩌자고 당신을 사랑해서 어쩌자고 이렇게 많은 문장을 지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그만 잘가라고. 이 책 속 모든 이야기가 너였으며, 내가 너를 이렇게나 많이 사랑했노라고. 책 속에 적힌 수많은 아픔들과 그 아픔들이 지났을 시간들. "시간이라는 약이 언젠간 진통제가 되어 무뎌지게 해줄 때가 있겠죠 그때까진 잊을 수 없다는 건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그냥 받아들이고 충분히 그리워하고 아파합시다 그리고 때가 되면 잊어도 봅시다. (237쪽)" 책 어딘가에 적어뒀던 다른이에게 다짐처럼 던지는 이 문장들이 결국 혼자 되뇌는 다짐이었다. 

어떻게 이별했는지보다는 이별후 맞닥뜨리게 되는 감정들을 가감없이 풀어낸 책. 최저점에 닿기까지의 지난한 마음들을 기록한 책. 문장으로 만들어진 아우성들이 여기저기 가득 들어찬 책. 이만큼 했으면 됐다라며 자신의 사랑에 납득할 수 있게끔 성실히 아파한 책. <아직 사랑이 남았으니까>는 아무래도 푸릇하게 사랑을 시작한 연인들보다는 이별의 상처에 아파하고 있는 이들에게 추천하는 게 맞는 것 같다. 누군가의 최저점에서 동질감을 찾을 수 있을테니까. 책 속 화자는 이제 최저점에 서 있다. 최고점으로 언제 올라간다 장담할 수 없지만, 다시 시작점에 서게 됐으니 준비는 이미 충분하다. 이제는 그만 아파했으면 좋겠으니 새로운 시작을 조용히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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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날씨 - 이 정도는 알아야 하는
반기성 지음 / 꿈결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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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품절


알람소리에 힘겹게 몸을 일으켜 눈도 제대로 못 뜬 채 TV를 켠다. 아침뉴스를 진행하는 앵커들의 말소리를 한귀로 흘려버리며 한쪽 구석에 계속 깜빡이는 온도와 날씨모양 아이콘을 확인한다.(전 지역의 날씨가 번갈아가면서 등장하기에 눈을 제대로 안 뜬 상태에서 확인하면 깜빡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오늘은 비가 오네, 오늘은 미세먼지가 심하네, 아 오늘은 덥겠다, 뭐 벌써부터 영하야? 눈오는데 미끄럽겠다, 샤워를 하러 들어가기 전 정신을 깨우면서 오늘의 날씨를 생각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오늘은 뭐 입고 가지? 우산을 들고 가야 하나 놓고 가나, 마스크를 챙겨갈까? 귀찮은데 그냥 나갈까? 이런 생각들로 이어진다.

내 아침 시간은 거의 이렇다. 날씨와 기온을 확인하고 핸드폰 날씨 어플에서 초미세먼지 예보까지 확인한다. 비가 온다는 이야기가 있으면 잊어먹기 전에 우산부터 가방 옆에 가져다 놓고, 온도에 맞춰 오늘 입을 옷들을 대충 꺼내 침대 위에 올려놓는다. 하루의 시작이 '날씨'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도 나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집 밖으로 나서기 전 나에게 가장 필요한 정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이렇게나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데도 날씨에 대해 무언가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나도 예보는 열심히 들여다보지만 정작 날씨에 대해 뭔가를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었다. 시중에 날씨 관련 교양책을 본 적도 없는 느낌이다. 그래서 <최소한의 날씨>라는 책을 봤을 때 망설임없이 선택했다. 전문가처럼 많이 알고 싶어서가 아니라 얼만큼의 지식 정도는 갖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서다.

<최소한의 날씨>의 저자는 들어가는 글에서 이렇게 밝힌다. "기상예보관이 되기 위해서는 대기과학 외에도 수학, 물리학, 역학, 전자공학 등 다양한 과학을 공부하기 때문에 외국에서는 최고의 과학자를 기상학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나도 이 글을 읽으면서 새삼 깨달았다.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부분이지만, 날씨도 과학이라는 사실을. 그러고 보니 고등학교 지구과학 시간에 배운 기억이 났다. 대기권과 대류권과 성층권과 열권과 수증기와 공기와 푄바람과 기타 등등. <최소한의 날씨>의 첫번째 파트는 방금 전에 언급했던 지구과학 교과서적 모멘트가 등장한다. 예전에 읽었던 교과서보다 더 쉬운 언어로 쓰여 있는 느낌이다. (이런 저런 이야기들도 함께 실려 있어 가볍게 읽을 수 있게끔 만든 저자의 노력이 돋보인다.) 앞으로 풀어나갈 이야기들의 기본을 다져두는 부분인지라, 대충 읽고 넘어간다면 뒤쪽을 읽을 때 자주 앞으로 되돌아와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런 상황을 만들기 싫다면 '날씨과학의 비밀'이라 이름 붙여진 첫번째 파트는 빠짐없이 읽고 넘어가는 편이 좋겠다.

두번째 파트부터는 본격적인 날씨 이야기가 시작된다. 우리나라의 기후 특징이나 지구 온난화 같이 현재 지구의 기후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고, 그런 변화가 계속된다면 발생할 수 있는 일들을 과거의 사례들과 함께 설명해놓았다.(물론 현재 진행형인 이야기들도 하고 있다.) 또한 과거 기후로 인해 발생한 전염병의 이야기도 담고 있어 기후 변화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이 얼만큼인지 피부로 닿을만큼은 아니지만 확 체감이 되도록 설명해놓았다. 두번째, 세번째, 네번째까지의 파트에 이런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데, 내가 가장 관심있었던 부분은 '공기의 종말, 에어포칼립스가 다가온다'라는 제목을 갖고 있는 부분이었다. 제목이 꽤나 거창하지만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꽤나 뜨거운 초미세먼지와 관련된 부분이다. (에어포칼립스는 공기(air)와 종말(apocalypse)의 신조어다.) 알고는 있었지만 정확하게 알지 못했던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의 정의, 미세먼지와 기후와의 관계, 미세먼지로 발생하는 질환 등을 조금이나마 정확하게 알 수 있어 인상깊었다. 내 관심사가 이쪽이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6쪽밖에 안되는 분량이어도 퍽 알찼다 이야기 할 수 있겠다.

<최소한의 날씨>는 하나의 파트 아래 대여섯개의 제목으로, 하나의 제목 아래 네다섯개의 작은 이야기들로 채워진다. 제목 하나의 분량은 10쪽 안팎이고, 작은 이야기들의 분량은 채 1쪽이 되지 않을 때도 있다. 이렇게 짧은 이야기들로 이루어져 있어 후르륵 읽어내기 편하다. 전문적인 이야기가 가득 들어 있지만, '쉽게 읽을 수 있는 교양서'라는 시리즈의 모토에 맞춰 최대한 쉽게 쓰여져 있기 때문이다. 날씨, 그러니까 기후와 관련된 이야기들은 대체로 들어본 적 없이 생소하거나, 들어본 적 있지만 정확하지 않은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니 책을 읽어가면서 새로운 이슈들을 접하게 되고, 보다 확실히 지식을 습득하는 느낌이 든다. 인류세(1700년대 후반 이후의 지질학적 시대를 뜻하는 단어. 파울 크뤼천 교수)라든가, 애그플레이션(식량 인플레이션)이라든가, 녹색황금(녹조라테라고 이름붙였던 녹조현상의 주범인 미세조류가 에너지 문제 해결책이로 주목받고 있다)이라든가.

<최소한의 날씨>는 기후(날씨)와 관련된 긍정적인 이야기만 하고 있는 책이 아니다. 기후 변화로 인해 벌어지고 있는 수많은 부정적 이야기를 가감없이 실었다. 인간이 자연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벌어지는 기후 변화들이 가져올 가장 끔찍한 이야기들을 미리 일러줌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자각하게 하기 위해서다. 개인이 무언가를 직접적으로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관련 뉴스나 이슈를 봤을 때 몰라서 스킵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테니 그것으로 조금의 위안을 삼기로 했다. 왜인지 기후 관련 뉴스를 더 열심히 찾아볼 것 같은 내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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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배속 코어 그래머 - 10분 안에 끝내는 초스피드 영문법
김대만.신민영.장진우 지음 / 새로운제안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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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이 등장한 이후 사람들은 정보의 홍수 속에 살아간다. 인터넷에 부유하는 많은 정보에 접근하기는 쉬워졌지만, 자신이 원하는 정보만 콕 집어내기는 어려워졌다. 그렇게 많이 본 것 같지도 않은데 하루에 눈에 담은 글자 수만 수만자에 달할 때도 있다. (물론 친구들과 하는 시시콜콜 잡담을 포함해서 말이다.) 그래서 가끔은 눈에 너무 많은 글들을 담기 싫어진다. 좀 쉽게 빨리 읽히는 것들을 선호하게 된다. 예를 들면 카드뉴스 같은 것.

카드뉴스는 요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이야기형태다. 짧은 글과 이미지만 있어 가독성이 좋고 잘 읽힌다. 많은 정보를 얻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눈에 딱 박히는 강렬한 정보 습득이 가능하다. 내가 왜 책 서평에서 카드뉴스에 대해 이야기하냐면, 내가 읽은 <10배속 코어 그래머>란 영어책이 바로 이 카드뉴스를 전격적으로 사용한 책이기 때문이다.

"각 파트는 문법과 예문 가운데 핵심 중의 핵심만 한 장의 카드로 담는 '카드뉴스' 방식을 띠고 있습니다. 복잡하지 않게 핵심만 반복적으로 익힐 수 있도록 저자들이 개발한 공부 노하우입니다." 프롤로그에 적힌 저자들의 책 설명이다. 그러니까 <10배속 코어 그래머>는 카드뉴스를 바탕으로 구성된 책이다. 한 페이지엔 카드가 두개씩 등장하고, 하나의 카드엔 하나의 질문만 등장하는 게 룰이다. 가끔은 한 페이지에 하나의 커다란 카드만 등장하기도 한다. 카드엔 번호가 등장하고, 책에는 총 215개의 카드가 존재한다.  모든 설명은 아주 간결한데 기본적으로 알아듣기 어렵지는 않다. (우리는 초중고 12년과 대학교 4년동안 영어공부를 하기 때문에) 오히려 이곳에 있는 것들이 되게 쉽게 느껴질 수도 있을 테다.

이렇게 적어놓으니 뜬구름 잡는 느낌이 든다. 사람들에게 가장 친숙한 명사로 예를 들어볼까. 명사란? 사람, 사물, 추상적 개념의 이름. 대명사란? 명사를 대신하는 말. 뭐 이런 식이다. 이거 되게 쉬운데?란 생각이 들 때쯤 아사무사(?)한 부분이 등장한다. part.2가 문장 형식과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2형식이란? '~는'의 자리를 동사 뒤에서 '명사'나 '형용사'로 보충 설명해주는 형태. 감각동사 뒤에 오는 품사는? 형용사. 감각동사 뒤에 명사가 오려면? 감각동사 뒤에 like를 붙인다. 분명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말로 풀어놓으니 정리가 되는 듯, 오히려 어려운 듯 느껴진다. 하지만 걱정할 것 없다. 우리가 알고 있는 예문들이 친절하게 뒤쪽 카드뉴스에 정리되어 있으니, 카드뉴스 하나씩 개념을 잘 정리하면 된다.

쉽다고 느껴지는 건 품사 부분이 고작이다. 문장 형식 다음은 준동사(to 부정사. ~ing, 동사 3단변화, 현재완료p.p가 등장한다), 절과 접속사(that절, when절 등등), 전치사(for, as, by 등등)까지 학교 다닐때 머리 싸맸던 부분들이 연속으로 등장한다. 이 부분을 모두 지나가면 다시 조금 쉬워지는 문장 유형이 마지막으로 등장하고 책은 끝이 난다. 사실 읽으면서 어? 아는 건데? 근데 뭐였더라? 자꾸 생각하게 됐다. 분명히 알고 있고 알았던 건데 말로 설명하는 게 어려웠다. 그러니까 명확하게 개념을 이야기할 만큼 제대로 알고 있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확실히 이렇게 개념을 잡아두면 나중에 다시 영어 관련 책을 읽더라도 헤매지 않지는 않을 것 같았다.

학교와 조금 멀어졌다고 요즘 말하기 관련, 조금 더 편하고 쉽게 말하기 위한 영어책들만 읽었었다. 궁금증에 서평단에 신청해 학습 관련 책을 읽으니 그동안 나는 무얼 공부했나 싶고, 이렇게 쉽게 희미해질 공부였나 싶었다. 그래서 자연스러운 말하기는 잠시 미뤄두고 <10배속 코어 그래머>를 조금씩 공부하려고 한다. 읽어내는 것은 금방이니, 그 카드들 하나하나를 제대로 각인해 둘때까지 여러번 읽어내야지.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카드들이 통째로 각인되겠지. 쉽게 잊히지만 않아도 성공이다. 최소의 시간을 투자해서 최대의 효과를 본다. 저자들이 밝힌 이 책의 모토다. 나에게도 적용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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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빈 공간 - 영혼의 허기와 삶의 열정을 채우는 조선희의 사진 그리고 글
조선희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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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마음은 여전히 20대다. 언제나 20대로 살아가고 싶다.
나는 아직 20대인 내가 좋다. 채워지지 않는 마음의 허기를 하나씩 채워가는 일이 좋다. (6쪽)
프롤로그에 적힌 글이다. '사진작가 조선희'라는 내가 가진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 문장들이기도 했다. 언제나 파이팅 넘치고, 큰 목소리로 촬영장을 이끌어나가며, 앞에 있는 모델(배우)의 컨디션을 이끌어내고, 자신의 일을 함에 있어선 열정적인. 앞으로의 글들도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했다. 자신감 충만하고 자기애 가득한 글로 가득 채워져 있지 않을까. 

결국 찍는 순간에는 혼자다. 세상 일의 대부분이 이렇다. (30쪽)
하지만 이런 문장을 읽으면서 그건 내가 가진 편견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한 사람을 보여지는 면만으로 판단 할 수 없다. 다른 사람이 미처 알지 못하는 내면 속 그 사람은 보여지는 것과는 딴 판 일 수 있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내가 가진 작가의 이미지를 싹 지워버리기로 했다. 본래 작가를 따져서 읽는 편은 아니라 작가를 안다는 것이 크게 다가온 적은 없었는데, 본래 가지고 있던 이미지가 내 눈을 가릴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내 마음의 빈 공간>이라는 책은 조선희 작가가 직접 찍고 쓴 책이다. 일단 작가가 직접 찍은 사진들 이야기부터 해 볼까. 지금껏 그녀가 찍어왔던 사진들처럼 색감이 좋고, 구도가 예쁘고, 대상이 오롯하게 찍힌 사진들이 책에 한가득 실려 있다. 개인적으로 그녀가 찍었던 사진들의 찐함을 좋아하는 편인데, 외려허한 느낌이 드는 사진들도 많이 있어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이국적 느낌이 가득한 사진들은 따로 사진집을 보지 않는 나로서는 뭔가 공부가 되는 듯한 기분도 들었다. 사진은 많이 볼수록 잘 찍을 수 있다고 하지 않나. 전문적으로 사진을 하는 사람은 아니라도 사진을 잘 찍고 싶은 욕심은 갖고 있으니, 책을 이리저리 돌려보며 자세히 들여다봤다. 사막의 광활한 밤하늘이라든가, 자작나무가 가득한 설원이라든가, 이름 모를 누군가의 묘지라든가, 나와는 다른 색깔의 피부를 가진 어느 누군가의 눈이라든가. 생전 처음 보는 풍경들과 사람들, 사물들이 글보다 더 다가올 때도 있었다.

하지만 글이 나쁜가하면 그건 또 아니다. 평소에 생각이 많은 사람이란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깊은 생각이 담기기도 했고, 별 것 아닌 이야기를 하기도 했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얼마나 덜 잃느냐가 문제야. 그 말에 한 대 맞은 것처럼 멍했다. 덜 잃는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얻거나 잃거나, 둘 중 하나. 그런데 다른 차원의 질문이다. 덜 한다는 것, 더 한다는 것. 그런 간단한 명제를 인식조차 못하고 살아왔네.(172쪽)
에세이 형식으로 주욱 이어 쓴 글도 있었고, 아주 짧은 글도 있었다. 메모를 하는데 익숙한 사람이라서인지는 몰라도, 짧은 글들에서 와 닿는 내용들이 더 많았다. 그 짧은 와중에 자신의 생각이 온전히 드러나는 것도 좋았고. 글들이 그리 길지 않아 읽기 수월했다. 사진과 함께 감상하면 금상첨화이니, 책을 휘리릭 읽어내는 것보다는 시간을 들여 읽어나가는 것을 추천한다. 그러면 이렇게 좋은 문장들을 만날 수 있을 테다. 
내가 모르는 시간 속에 들어가는 기분이다. 나이를 알 수 없는, 마른 꽃들이 내게 말을 걸면, 그 시간과 나는 친구가 된다. (93쪽)
생이란 순간순간이 쌓여 이루어지는 것.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 밑바닥에서 가진 것 없었으나 꿈꾸던 나와 너무 많이 가졌으나 불안에 가득 찬 내가. (98쪽)

책을 덮을 때쯤 쓰여있는 이야기에는 어딘가로 또 떠나야겠다는 작가의 다짐이 담겨있다. 작가는 자신의 빈 공간을 채우려 또 어딘가로 떠난다. 그것이 작가가 삶을 사랑하는 방식이란다. 내 마음 속 빈 공간에는 무엇을 채워 넣어야 할까. 자신의 시선과 생각을 꾹꾹 눌러담은 <내 마음의 빈 공간>을 보며 나는 내 빈 공간을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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