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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단어 그림사전 - 생활 속 사물들의 영어 이름 총정리
케빈 강 지음 / 사람in / 201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머리 싸매고 영어 공부를 할 시기는 지났지만, 언제나 영어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대충 보고 읽을 수 있으면 됐지 생각하다가도, 한 켠에 자리 잡고 있는 ‘나도 유창하게 대화하고 싶다’ 라는 마음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많은 사람들이 나와 비슷한 마음을 갖고 있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나 오래 공부해 왔는데 해외에 나갔을 때 적어도 기본적인 의사소통 정도는 통해야 한다는, 조금은 미련한 마음 말이다.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의사소통 상황에서 중요한 건 아무래도 단어다. 길을 물어오는 외국인에게 과거시제와 현재분사를 따져서 무엇하겠나. 전해져야 하는 건 오른쪽, 왼쪽, 직진같이 그 사람에게 당장 필요한 정확한 단어들. 아는 단어가 많이 없다면 바디 랭귀지가 동원될 테지만, 단어들만 제대로 알고 있다면 띄엄띄엄 이야기하는 단어들만으로도 대화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단어를 많이 알고 있는 건 참 중요하다.
그렇다고 독해에 필요한 단어들이 실생활에 필요가 있을까 한다면 그건 또 아니다. 생활 단어와 시험 단어는 분명히 차이가 있으니까. 그렇다고 생활에 필요한 단어들을 하나씩 다 찾아두기에는 시간과 품이 많이 든다. 그 많은 영단어 책들에서 이건 실생활용, 저건 시험용 구분하는 건 생각만으로도 퍽 귀찮다. 누가 나 대신 정리해 주지 않나, 생활용 단어들을 모아두는 책은 없는 걸까, 평소 생각만 해 왔는데 나같은 생각을 한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영어단어 그림 사전>이라는 책을 펴낸 사람들이다.
<영어단어 그림 사전>은 제목 그대로 영어 단어를 그림과 함께 모아둔 책이다. 그림이 없다고 이 책이 가진 의미가 줄어드는 것은 아닐테지만, 그림 덕분에 책의 독자층이 확 늘었다. 아이들까지 쉽게 생활 영어 단어를 공부할 수 있게 됐다. 시중에 나와 있는 아이들용 책은 말 그대로 '아이들'만 보는 내용으로 난이도가 너무 낮아 어휘력을 늘리는 데는 도움이 안 되는 게 사실인데, <영어단어 그림 사전>을 통해 엄마와 함께 생활 영어를 공부하면서 어휘력을 늘릴 수 있는 효과를 가지게 됐다. 주변에 보이는 사물들을 영어로 말할 수 있는 것만으로 아이가 얻게 되는 어휘력은 상상 이상일테니 말이다. 더불어 나처럼 구체적 사물 이름을 궁금해 하는 어른들에게도 이 책은 좋은 길잡이가 되어준다.
내용도 탄탄하다. '어리고, 마르고, 수염이 있는'과 같이 사람을 꾸며주는 단어들과 '무관심하거나 공격적인' 성격과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들을 시작으로 사람의 '간, 위' 같이 장기를 지칭하는 단어들, '보조개와 여드름' 같이 얼굴의 특징을 이야기하는 단어들, 가족관계를 지칭하는 단어들까지. 사람을 중심으로 이렇게나 많은 단어들이 그림과 함께 정리되어 있다. 사람 뿐만이 아니다. 총 14개의 부분을 나누어 학교, 동식물, 취미, 직업, 음식, 의류, 교통까지. 광범위하지만 실생활에서 하루 한번쯤은 쓰이는 단어들이 총망라 되어 있다. 미국과 영국에서 같은 사물을 다르게 말한다면 2가지의 단어가 모두 적혀 있고, QR코드나 MP3를 통해서 발음까지 공부할 수 있게 되어 있다. (MP3는 홈페이지 가입을 해야해서 조금 번거롭지만 말이다.)
사전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보니 자연스럽게 단어 아래나 옆에 발음기호도 같이 표기되는데, 책의 첫 부분엔 발음기호를 제대로 읽는 법도 잘 정리가 되어 있다. 이 부분은 QR코드를 타고 동영상 강의를 함께 보는 것을 권한다. 발음기호 읽는 법을 잘 알아두면 번거롭게 발음을 찾아듣지 않더라도 스스로 단어를 읽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원어민 발음을 듣고 발음을 업그레이드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테지만 말이다.)
나는 14번째 파트도 꽤 유용했다. 우리가 실생활에서 가장 많이 쓰는 날짜, 시계, 온도, 날씨, 숫자, 색깔, 반대말 등을 정리해 둔 부분이기 때문이다. 목차에 'Basic Word'라고 되어 있어서 어떤 내용인가 했더니 정말 기본적인 내용들이 담겨 있었다. 잘 알고 있는데 또 막상 말하라 그러면 선뜻 튀어나오지 않는. 특히나 '내일 모레'를 지칭하는 단어라든가, 로마 숫자로 읽을 때 'M'이 뜻하는 것이라든가, '습도가 높다'는 걸 표현하는 단어라든가. 책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단어들을 찾아 읽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오, 이건 이렇게 말하는구나. 이건 내가 생각하는대로 읽네. 이건 좀 신기하다.
곁에 두고 자주 들여다보면 그만큼 단어들에 익숙해질 테고, 언젠가는 책을 들춰보지 않아도 단어들을 자연스레 기억할 날이 오게 될 것이다. 만약 없는 단어가 있다면 직접 찾아서 책에 붙여놓는 것도 단어를 공부하는 한 방법이겠다 싶었다. 영어 단어책인데도 불구하고 재미있다. 아무래도 시험과 관련되어 있지 않아서인 듯 하다. 그러니 실생활 어휘력을 높이고 싶다면 <영어단어 그림 사전>을 한 번 들춰보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