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시 한 잔 - 오늘도 시를 읽고, 쓰고, 가슴에 새기다 감성필사
윤동주 외 55인의 시인 지음, 배정애 캘리그라피 / 북로그컴퍼니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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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팅북은 처음 인기를 끌던 때부터 시간이 좀 흘렀는데도 여전히 인기인가보다. 오늘 고른 책 <매일, 시 한 잔>은 시집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라이팅북 성격도 같이 가지고 있는 책이었다. 캘리그라피와 시의 만남이라는 카피가 흥미있어 관심을 가졌던 거였는데 생각지 못한 덤도 얻었다.


개인적으로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시들 중에서 마음에 꼭 드는 시를 골라 나만 알고 있는 것을 좋아한다. 다만 이 작업에는 내 시간과 노력이 좀 많이 필요해서 자주는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누군가가 골라 놓은, 여러 시인의 시들이 함께 있는 시집을 즐겨 읽는다. 너무 유명한 시들만 모아둔 책보다는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시가 함께 있는 책을 선호하는 편이다. 모두 마음에 들리는 없겠지만 조금은 편하게 시를 골라낼 수 있어서다. 시를 고른 누군가의 생각을 엿볼 수도 있지 않을까 말도 안되는 생각도 하면서 말이다.


<매일, 시 한 잔>도 유명한 시인들이 포함되어 있지만 익숙하지 않은 시들이 더 많다. 윤동주, 김영랑, 나태주, 릴케, 한용운 등등 잘 아는 이름들의 낯선 시들이 나를 맞이한다. 검색해 봐도 전문을 올려놓은 블로그나 까페만 보일뿐, 별다른 것들을 찾아볼 수 없는 시들이 많았다. (모든 시를 검색해본 건 아니지만.) 바로 내가 선호하는 지점이다. 그 중에서 몇 구절 옮겨 적어본다.



한 번도 그 누구를 사랑한 적 없어서
한 번도 사랑받지 못한 사람이야말로
가장 가난한 줄도 알 것 같았습니다
치자꽃 설화 / 박규리 (26쪽)


내 생을 사랑하지 않고는
다른 생을 사랑할 수 없음을 늦게 알았습니다
낙화, 첫사랑 / 김선우 (102쪽)


우리들은 가난해도 서럽지 않다
우리들은 외로워할 까닭도 없다
그리고 누구 하나 부럽지도 않다
선우사 / 백석 (184쪽)



"시를 읽다가 내 마음을 울리는 문장이 있다면 좋아하는 펜을 잡고 차분히 적어보세요. 단어도 좋고 내 느낌을 적어봐도 좋아요. 오늘이 아니면 절대 오지 않을 이야기를 새겨보세요."

책의 맨 처음, 일러두기에 적힌 <매일, 시 한 잔>을 읽는 방법 중 하나다. 그냥 스쳐가는 수많은 날들 중 '오늘'은 다시 오지 않기에, 책은 현재 내 마음에 들어온 문장 혹은 단어를 적으며 그날의 생각을 적어두는 일을 제안한다. 하나의 시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게 와 닿을 수 있음을 일러두는 말이다. 정답을 콕 집어 이야기하는 것이 어리석어보이는, 정답이 있을 수 없는 것이 '시'니까.


단순히 글을 읽어내는 것이 아니라 그날의 기분을 읽어내는 일. 작은 책 한 권으로 할 수 있는 큰 생각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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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의 1cm - 너를 안으며 나를 안는 방법에 관하여
김은주 지음, 양현정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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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평범함 속에서 1cm의 특별함을 찾아내는 작가 김은주. 그녀가 이번엔 사랑하는 사람들의 평범하지만 특별한 1cm를 이야기하며 돌아왔다. 신작 <너와 나의 1cm>는 제목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너'와 '나'의 이야기다.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이며,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설렘과 행복과 조금의 다툼에 관한 이야기다. 표지엔 '너를 안으며 나를 안는 방법에 관하여'라는 예쁜 부제도 붙어 있다.

이번 <너와 나의 1cm>는 이전의 김은주 작가의 책들과는 궤를 좀 달리한다. 그동안은 '나' 하나만이 주인공이었다. '나'라는 존재의 우울, 희망, 위로, 사랑, 행복, 슬픔 등 나로 비롯된 많은 감정들이 책에 담겼다. (그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첫 책 <1cm>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독특한 1cm의 시선이었다) 이번엔 '너'와 '나' 주인공이 둘이다. 나와 너만 아는 이야기, 남들이 보는 우리 이야기 등 관계의 이야기가 중요하게 등장한다. 너로 인해 바뀐 나, 나로 인해 바뀐 너, 함께라서 바뀐 시선은 세상을 보는 또 하나의 창구가 되어 사랑하기 전에는 알지 못했던 1cm의 숨겨진 틈을 보여준다. 그리고 숨겨진 틈을 통해 사랑과 관계를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해 준다.


사랑은 눈, 코, 입에서 시작되어도, 결국 심장으로 옮겨 가는 것이므로. (58쪽)

어른이 되었다고 내 안의 아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아이스크림이 바닥에 떨어져도 울거나 떼쓰지 않는 어린이일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어른인 우리에겐 울거나 떼쓰지 않아도 그 마음을 알아주고, 달래주고 위로해줄 누군가가, 여전히 필요하다. (78쪽)

상처와 관계없는, 나와 가장 관계 있는 사람 덕분에 상처는 낫는다. (148쪽)


무턱대고 어리광부릴 수 있는, 무조건적인 내 편. "무슨 일 있었어? 누가 너 괴롭혔어? 내가 혼내줄까?" 이런 말을 스스럼없이 내뱉어 주는 사람. 우는 소리 한 마디에 "내가 지금 갈게." 라고 말해주는 사람. 생각만 해도 미소지어져서 '나 정말 미쳤나봐.' 생각하게 하는 사람. 생각지도 못한 일상 속에서 문득 떠올라도 기분 좋아지는, 사랑하는 내 사람.

나는 사람이 만들어내는 수많은 관계 중에서 '이렇게 충만해도 되나' 싶을 정도의 포근함을 주는 관계로 '사랑하는 사이' 말고는 딱히 생각 나는게 없다. (가족은 엄마라는 치트키가 있으니 예외로 둔다.) 사랑하고 있다. 사랑받고 있다. 단순하지만 굉장히 많은 것을 포함하는 관계 말이다. 많든 적든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으며 비슷해지는 게 어쩌면 당연한 것처럼 닮아가는.

그래서 책 속의 그 많은 사랑 이야기에 공감을 했다. 함께 있음에 감사하고, 너라서 행복한, 그 시절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달달함이 떠올랐다. 책 속의 많은 이야기는 내가 직접 겪지도 않았고 그저 활자만 보고 있는 거였는데도, 초콜릿을 한 입 깨물어 먹은 것 같은 달달함이 밀려왔다. 더군다나 적재적소에 깨물어주고 싶은 일러스트와 함께하니 읽는 달달함이 배가 되는 듯 했다. 익숙한 그림이다 했더니 그동안 김은주 작가와 함께했던 양현정 작가의 그림이더라. 익숙해서 좋았고, 그림체가 따스해서 더 좋았다. 

다행히 책의 마지막 페이지까지 눈물을 흘리는 씬은 등장하지 않는다. 사랑 관련 에세이엔 으레 등장하는 이별이 없다. 이별로 가지 않기 위한 발버둥이 소개되긴 하지만, 결국 Happily ever after. "일상적 다툼, 크고 작은 오해, 긴 사랑 사이의 잠시 미움 또한 행복의 범주 안에 들어 있다.(269쪽)" 그러니 결국 <너와 나의 1cm>는 사랑함으로 맛보게 되는 행복과 관련된 에세이다. 너가 전해주는 따스함으로 인해 잠시 행복한 것처럼, 너를 껴안음으로써 세상을 껴안게 되는 것처럼, 소중한 1cm를 통해 더 큰 세상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는 에세이다. 아직은 바람이 세게 부는 오늘의 봄과 잘 어울려 따스함을 찾아볼까 두리번거리게 되는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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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단어 그림사전 - 생활 속 사물들의 영어 이름 총정리
케빈 강 지음 / 사람in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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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싸매고 영어 공부를 할 시기는 지났지만, 언제나 영어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대충 보고 읽을 수 있으면 됐지 생각하다가도, 한 켠에 자리 잡고 있는 ‘나도 유창하게 대화하고 싶다’ 라는 마음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많은 사람들이 나와 비슷한 마음을 갖고 있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나 오래 공부해 왔는데 해외에 나갔을 때 적어도 기본적인 의사소통 정도는 통해야 한다는, 조금은 미련한 마음 말이다.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의사소통 상황에서 중요한 건 아무래도 단어다. 길을 물어오는 외국인에게 과거시제와 현재분사를 따져서 무엇하겠나. 전해져야 하는 건 오른쪽, 왼쪽, 직진같이 그 사람에게 당장 필요한 정확한 단어들. 아는 단어가 많이 없다면 바디 랭귀지가 동원될 테지만, 단어들만 제대로 알고 있다면 띄엄띄엄 이야기하는 단어들만으로도 대화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단어를 많이 알고 있는 건 참 중요하다.

그렇다고 독해에 필요한 단어들이 실생활에 필요가 있을까 한다면 그건 또 아니다. 생활 단어와 시험 단어는 분명히 차이가 있으니까. 그렇다고 생활에 필요한 단어들을 하나씩 다 찾아두기에는 시간과 품이 많이 든다. 그 많은 영단어 책들에서 이건 실생활용, 저건 시험용 구분하는 건 생각만으로도 퍽 귀찮다. 누가 나 대신 정리해 주지 않나, 생활용 단어들을 모아두는 책은 없는 걸까, 평소 생각만 해 왔는데 나같은 생각을 한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영어단어 그림 사전>이라는 책을 펴낸 사람들이다.

<영어단어 그림 사전>은 제목 그대로 영어 단어를 그림과 함께 모아둔 책이다. 그림이 없다고 이 책이 가진 의미가 줄어드는 것은 아닐테지만, 그림 덕분에 책의 독자층이 확 늘었다. 아이들까지 쉽게 생활 영어 단어를 공부할 수 있게 됐다. 시중에 나와 있는 아이들용 책은 말 그대로 '아이들'만 보는 내용으로 난이도가 너무 낮아 어휘력을 늘리는 데는 도움이 안 되는 게 사실인데, <영어단어 그림 사전>을 통해 엄마와 함께 생활 영어를 공부하면서 어휘력을 늘릴 수 있는 효과를 가지게 됐다. 주변에 보이는 사물들을 영어로 말할 수 있는 것만으로 아이가 얻게 되는 어휘력은 상상 이상일테니 말이다. 더불어 나처럼 구체적 사물 이름을 궁금해 하는 어른들에게도 이 책은 좋은 길잡이가 되어준다.

내용도 탄탄하다. '어리고, 마르고, 수염이 있는'과 같이 사람을 꾸며주는 단어들과 '무관심하거나 공격적인' 성격과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들을 시작으로 사람의 '간, 위' 같이 장기를 지칭하는 단어들, '보조개와 여드름' 같이 얼굴의 특징을 이야기하는 단어들, 가족관계를 지칭하는 단어들까지. 사람을 중심으로 이렇게나 많은 단어들이 그림과 함께 정리되어 있다. 사람 뿐만이 아니다. 총 14개의 부분을 나누어 학교, 동식물, 취미, 직업, 음식, 의류, 교통까지. 광범위하지만 실생활에서 하루 한번쯤은 쓰이는 단어들이 총망라 되어 있다. 미국과 영국에서 같은 사물을 다르게 말한다면 2가지의 단어가 모두 적혀 있고, QR코드나 MP3를 통해서 발음까지 공부할 수 있게 되어 있다. (MP3는 홈페이지 가입을 해야해서 조금 번거롭지만 말이다.) 

사전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보니 자연스럽게 단어 아래나 옆에 발음기호도 같이 표기되는데, 책의 첫 부분엔 발음기호를 제대로 읽는 법도 잘 정리가 되어 있다. 이 부분은 QR코드를 타고 동영상 강의를 함께 보는 것을 권한다. 발음기호 읽는 법을 잘 알아두면 번거롭게 발음을 찾아듣지 않더라도 스스로 단어를 읽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원어민 발음을 듣고 발음을 업그레이드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테지만 말이다.)

나는 14번째 파트도 꽤 유용했다. 우리가 실생활에서 가장 많이 쓰는 날짜, 시계, 온도, 날씨, 숫자, 색깔, 반대말 등을 정리해 둔 부분이기 때문이다. 목차에 'Basic Word'라고 되어 있어서 어떤 내용인가 했더니 정말 기본적인 내용들이 담겨 있었다. 잘 알고 있는데 또 막상 말하라 그러면 선뜻 튀어나오지 않는. 특히나 '내일 모레'를 지칭하는 단어라든가, 로마 숫자로 읽을 때 'M'이 뜻하는 것이라든가, '습도가 높다'는 걸 표현하는 단어라든가. 책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단어들을 찾아 읽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오, 이건 이렇게 말하는구나. 이건 내가 생각하는대로 읽네. 이건 좀 신기하다. 

곁에 두고 자주 들여다보면 그만큼 단어들에 익숙해질 테고, 언젠가는 책을 들춰보지 않아도 단어들을 자연스레 기억할 날이 오게 될 것이다. 만약 없는 단어가 있다면 직접 찾아서 책에 붙여놓는 것도 단어를 공부하는 한 방법이겠다 싶었다. 영어 단어책인데도 불구하고 재미있다. 아무래도 시험과 관련되어 있지 않아서인 듯 하다. 그러니 실생활 어휘력을 높이고 싶다면 <영어단어 그림 사전>을 한 번 들춰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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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수다를 위한 상식 퍼즐
기명균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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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런 책에 약하다. '알아두면 쓸데있는', '알아둬도 쓸데없는', '지적 수다', '지식', '잡학', '나만 아는', '누구나 아는', '상식' 등이 제목이거나 내용에 포함되어 있는 책에. 풀어 이야기하면 이렇다. 평소에 나와 접점이 없어 혹은 관심이 없어 알지 못했던 지식들을 알려주는, 하나를 깊게 공부한다기보다는 '이러이러한 것이 있더라', '요즘엔 이런 게 중요하다더라', '이런 건 어때?' 같이 한 쪽 발끝만 슬쩍 걸칠 수 있는 정도의 지식을 알려주는 책에 약하다. 내가 모르는 세계에 대한 로망 때문인지, 조그마한 지식을 알게 됨으로써 느끼는 충만함 때문인지 잘 알지는 못하지만 말이다. 

<지적 수다를 위한 상식 퍼즐>이란 제목을 갖고 있는 책도 위에서 언급한 종류의 책이다. 다만 다른 책들과는 다른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 예전부터 나라를 가리지 않고 인기 있는 'Crossword', 우리말로 '낱말퍼즐'이 책에 함께 자리하고 있다. 이를테면 상식 키워드 낱말퍼즐이라고 할 수 있다. 퍼즐을 풀면서 키워드들을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더군다나 한번 훅 눈으로 훑고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퍼즐 안에 들어갈 낱말들을 고심하며 생각하는 사이 그 키워드들은 머릿속에서 쉽게 날아가지않는다. 재미도 있고 상식도 쌓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랄까.

물론 <지적 수다를 위한 상식 퍼즐>은 상식책이기는 하지만 최신의 이슈들도 다루고 있기 때문에 퍼즐이 잘 안 풀리기는 한다. 세상 모든 이슈들에 귀쫑긋 하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정답도 있으니 너무 조바심 낼 필요는 없다. 혼자 고민하며 풀어보다 답이 안나온다면 검색을 해 보고, 그래도 잘 모르겠으면 정답을 보면 되니까. 도저히 안 풀리면 다른 낱말퍼즐로 이동해서 풀어도 된다. 낱말 퍼즐은 새로운 지식을 즐겁게 받아들이기 위한 하나의 장치일 뿐이니 굳이 스트레스 받을 필요는 없다.

책에는 많은 분야를 총 망라해 놓았다. 시사, 경제부터 시작해 문화, 음악, 심지어는 베스트셀러에 대한 부분도 있다. 각 분야는 2개의 낱말 퍼즐로 정리되어 있고, 저자가 특별히 다루고 싶은 키워드는 낱말 퍼즐 뒤쪽에 2~3쪽 분량으로 이야기를 덧붙여 놓았다. 단순히 키워드에 대한 이야기를 검색하면 얻을 수 있는 자료처럼 적어둔 것이 아닌, 저자의 생각이 함께 붙어 있다는 것이 조금 특별한 부분.

가장 많이 맞혔던 분야는 영화/음악 분야와 놀이/문화 분야였고, 가장 적게 맞혔던 분야는 역시나 과학/기술 분야였다. 단어를 완벽하게 기억하지는 못했으나 대충은 알고 있는 이야기도 있었고, 1도 모르겠는 단어들도 종종 튀어나왔다. 이제는 널리 알려져 조금은 식상한 이야기들 또한 존재했다. 관심있는 분야와 아닌 분야가 지식의 척도로 눈에 보이니 신기하기도 하고, <지적 수다를 위한 상식 퍼즐>을 통해 몰랐던 분야의 지식이 얼만큼이나 내꺼로 남을까 궁금해지기도 했다.

몰랐던 분야 중에서 가장 관심이 있던 이야기는 '레이 커즈와일'의 이야기다. <알쓸신잡2>에서 등장했던 '특이점'을 널리 전파한 사람이라고 한다. (처음 발언한 사람은 아니다. 커즈와일은 <특이점이 온다>라는 책을 쓴 사람이다.) 특이점이 며칠동안 실시간 검색어 1위를 했으니 단어 자체는 낯선 사람보다는 익숙한 사람들이 더 많을텐데, 이 특이점이라는 단어를 인공지능과 연결해 널리 알린 사람은 익숙하지 않아서 더 관심이 갔다. 물론 2쪽 분량의 글에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는 없었지만 충분히 알아둘 만한 가치가 있어 보여서 개인적으로 킵해 둔 내용이기도 하다. 

'고레다 히로카즈'나 '아델', '브로콜리 너마저' 같이 인물을 다루기도 하고, '비혼', '킨포크', '팩트폭력' 같은 현재 사회의 이슈들을 다루기도 하며, '맨스플레인', '젠트리피케이션' 같은 사회현상들을 다루기도 한다. 광대한 범위만큼이나 많은 이야기들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라 읽는 내내 즐겁다. 관심 없는 부분은 과감히 스킵하고 다른 부분부터 읽어도 이야기의 끊김이나 연결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 더 좋다.

<지적 수다를 위한 상식 퍼즐>은 누군가에게는 말빨(?)을, 누군가 지식과 상식을, 누군가에게는 즐거움을 가져다 줄 것이다. 읽어내기 쉬우면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간단하지만 재미있는 책이다. 가볍게 똑똑해지고 싶다면 읽어볼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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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로서의 단청
박일선 지음 / 렛츠북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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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적인 아름다움, 한국적 색채의 화려함, 독특한 문양. 단청을 떠올리면 자연스레 같이 떠오르는 수식어들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단청이 어디에 어떻게 붙어 있는 건지 알고 있다. 기본적인 상식선에서 인지하고 있다. 현대의 시멘트 건물에는 쓰이지 않는데도, 아주 자주 볼 수 있는 종류가 아닌데도 말이다. 그러나 이렇게 익숙한 것과는 별개로 "그래서 단청이 뭔데?"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그에 제대로 답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나조차도 "단청 그거 있잖아, 그거."라며 대충이라도 알고 있는 것들을 설명할 방법을 찾지 못해 답답해 할 거다. 그러다 보니 단청은 내게 '익숙한데 낯선', 자주 보니 낯은 많이 익은데 서로 아는 건 많지 않은 단골집 주인 아저씨 같은 느낌이다. <예술로서의 단청>이라는 책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단청을 알고 싶다'였다.

저자 박일선은 현재 단청발전소라는 이름의 카페를 운영하며 단청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단청기법으로 산수화를 그리는 전통공예 화가다. 그러나 과거엔 30년 가까이 은행에서 근무하던 회사원이었다. 은퇴 후 쉰이 넘은 나이에 이루고 싶은 꿈에 도전해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 현실과 타협하면서 꿈을 이룬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청기법'으로 '산수화'를 그리는 이는 저자가 유일하다는 점이다. 

<예술로서의 단청>은 단청을 사랑해 산수화에 접목시키기까지 한 단청마니아이자 단청이 사라지지 않게 지키는 단청수호자인 저자가 세상에 남겨 두는 '어렵지 않은 단청 이야기'다. 

책에는 단청의 뜻, 기원, 어원, 단청에 주로 쓰이는 색, 모양들에 대한 아주 기본적인 설명부터 시작해서, 우리가 단청에 자주 쓰던 무늬들과 닮은 듯 다른 해외의 건축물에 쓰인 무늬들을 찾아 비교하기도 하고, 같은 문화권인 한중일 세 나라의 단청을 비교하기도 한다. 글로 주렁주렁 길게 설명해 놓기보다는 직접 찍은 사진들을 많이 실어 두어 비교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특히나 내가 관심있게 본 부분은 한중일 세 나라의 단청을 비교한 부분이다. 개인적으로 중국 드라마 중 청나라를 배경으로 한 사극을 자주 봤었기에 자금성의 단청이 익숙하기도 했고, 언제나 라이벌로 이야기하는 한중일 삼국의 다름을 비교한다는 것에 흥미를 느꼈다. 다른 점이 눈에 보이게끔 문화가 다르다는 느낌을 확 받았기에 재미있기도 했다. 

그 내용을 조금 이야기하자면, 우리나라의 단청이 청, 적, 황, 백, 흑의 다섯가지 오방색을 중심으로 보색이 뚜렷해 화려하고 강렬한 느낌이 강한데 비해, 중국은 2~3가지의 그라데이션과 청색, 녹색, 주색, 금색을 주요 색상으로 사용해 단청이 전체적으로 푸른 색감이고, 금색을 좋아하는 문화답게 금색이 곳곳에 많이 쓰였다. 일본은 우리나라나 중국의 다양한 문양과 강한 색과는 다르게 문양과 색채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단색조의 차분한 분위기를 가졌다. 이 부분 역시 첨부된 사진이 많아서 비교하는 데 확실히 도움이 됐다. 단청을 중심으로 찍어놓은 사진들이 내 머릿속에 남아있는 이미지와는 다르게 느껴지는 부분도 많아 삼국의 단청에 대해 좀 더 깊이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 

앞에도 언급했다시피 저자는 우리나라에서 단청기법으로 산수화를 그리는 화가다. 단청을 이야기하면서 저자의 그림들이 곳곳에 실려 있다. 산수화에서 느껴지는 단아함이 단청의 화려한 색감과 만나 묘하게 융합되어 일반 산수화와는 다른 오라를 뿜어낸다. 겸재 정선을 존경하는 작가가 자주 그린 것이 바로 금강산인데, 금강산의 기개 넘치는 산새와 단청의 만남은 색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아마도 저자는 과거의 단청들과 자신의 그림 속 단청을 통해 단청이 나아가야 할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해 봤다. 저자의 마음 속까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그가 단청을 엄청나게 사랑하고 있는 이라는 것만은 <예술로서의 단청>이란 책을 통해 강렬히 전달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혹시 단청에 관심이 있다거나, 한국의 색에 관심이 있다거나, 단청에 쓰이는 무늬들에 관심이 있다면 너무 깊은 지식을 풀어놓지 않으면서도 궁금한 점을 어느정도는 해결해 줄 <예술로서의 단청>을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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