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집게 한국사 - 한국사시험에 가장 많이 나오는 문제들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유정호 지음 / 책들의정원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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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고 있는 일의 특성상 한국사능력검정 자격이 필요해 시험을 꽤 여러번 봤다. 역사는 자신있다며 시험을 만만히 보고 공부도 대충한 처음은 불합격이었지만, 마음을 단디 고쳐먹고 본 다음 시험에선 당당히 고득점 획득! 중급에서 고급으로 넘어가서도 커트라인을 여유있게 넘겼었다. 그래서 안다.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은 참 어렵다는 것을. 사실 굉장히 어렵다기보다는 아는 사건을 헷갈리게 만드는 데 일가견이 있다는 게 더 맞는 말이다. 제대로 알고 있지 않다면 그럴듯한 함정에 빠져 허우적거릴 수밖에 없도록 문제가 출제되어 그렇다. 그러니 어떤 것을 알아도 ‘정확히’ 아는 게 중요하다.

한국사를 공부하는 대다수는 그저 암기를 한다. 효율적으로 암기를 하든 무턱대고 암기를 하든, 한국사는 기본적으로 암기과목이다. 요 근래 <역사저널 그날>에서 봤던 ‘헤이그 특사’를 예로 들어보면, 일단 헤이그 특사의 정확한 뜻을 알아야 한다. 헤이그 특사란 무엇을 일컫는 말인지, 이 사건에 연관된 사람들은 누구인지 이들이 무엇을 했었는지, 언제 (몇년 몇월 며칠) 일어났는지까지. 그 다음엔 헤이그 특사의 전후엔 어떤 시대 상황과 사건들이 있었으며, 헤이그 특사 이후 상황이 어떻게 변했는지도 알아야 한다. 그러니까 하나의 사건에 대해서 공부하려면 그 전후 관계까지 모두 파악해야 한다는 소리다. 이것들을 어설프게 알았다간 다른 사건과 합쳐져 그럴듯한 지문으로 탄생했을 때 알아채기란 쉽지 않다. 누구나 맞닥뜨리는 한국사의 어려움이다.


기출문제를 많이 보면서 문제의 유형을 알아나가고, 시험에 자주 등장하는 사건들을 중점적으로 공부하는 것이 고득점의 비결일 것이다. 하지만 한국사 공부를 그렇게만 해서야 역사의 즐거움을 알 수나 있을까. 그래서 작고 두툼한 <족집게 한국사>라는 책이 등장했다. 이 책은 현직에서 중고등학생을 가르치는 교사가 저술했다. 시험에 자주 등장하는 사건들을 잘 알고 있으면서 흥미롭게 잘 설명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춘 저자란 말이다. 저자는 작가의 말에서 ‘부담없이, 재미있게 한국사를 익히자’라 이야기한다.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 원인과 배경을 먼저 알게 하고, 거기에 역사 속 숨겨진 재밌는 이야기를 더하고, 표와 사료를 통해 이해도를 높이는 것. 14년간 교사로서 터득한 효과적인 역사 교육방법이란다. <족집게 한국사>는 이런 저자의 교육 마인드를 바탕으로 저술되었다. ‘한국사와 관련된 시험을 준비하는 분에게는 부담 없이 읽으면서도 학습하는 효과를 줄 것입니다’라고 이야기하니 한 번 믿어보면서 글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책엔 총 100가지의 사건들이 시간 순서대로 실려있다. 선사시대를 공부하면 보게 되는 늘 반가운 ‘흥수 아이’부터 가장 최근인 5.18 민주화운동의 이야기까지. 다루고 있는 사건은 100가지 뿐이지만, 여기저기 함께 있는 표와 사료에는 그보다 많은 내용들이 함축적으로 설명되어 있다. 하나의 이야기는 5~6쪽 분량으로 너무 길지 않으면서도, 흥미로운 주제들로 사건과 연관짓게 해 기억력을 높이는 방법을 택했다. 또한 하나의 문장으로 표현된 이야기의 주제에 포함된 시대와 사건과 중요도를 별표로 표기했다.


책을 읽다보면 대학교에서 한국사를 교양과목으로 수강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하나의 주제를 단순히 암기만을 위해 간단하게 설명하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당시의 시대상황이나 인과관계를 풀어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64번째 ‘삼전도비를 왜 보존해야 하지?’라는 주제의 이야기를 보면 역사적 사실과 사료 뿐만 아니라 저자의 생각까지 살펴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중고등학교때보다 뭔가 자유롭고 암기의 압박이 좀 덜한 느낌이 든다.

물론 이 핵심사건 100가지로만 시험을 치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술술 읽히는 글들 사이에 담겨 있는 역사적 사실과 사료들은 분명 시험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내용들이라는 거다. 어렵지 않게 풀어써져 있는 한국사 이야기책이니, 한국사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한국사 공부가 엄두도 나지 않는 이들에게 한국사 맛보기로도 좋겠다. 한국사에 관심을 가질 만한 흥미를 제공하는 책, <족집게 한국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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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풀 Joyful - 바깥 세계로부터 충만해지는 내면의 즐거움
잉그리드 페텔 리 지음, 서영조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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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본 적 없다. 내가 왜 지금 행복한지에 대해서. 누구라도 그렇지 않을까? 지금 즐겁고 행복한 기분을 느낀다면 그 순간의 감정에 집중하지, ‘내가 왜 행복하지?’라는 질문을 떠올리는 사람은 드물테니까. 더군다나 즐겁고 행복한 감정은 내 경험으로 미루어볼 때 생각보다 유지시간이 길지 않다. 이 충만한 기분을 오래 붙잡을 수 없다면 최대한 만끽하는 게 나한테 이득이다. 행복이 가까이 있다고들 이야기하지만, 인생에서 맞는 행복은 왜인지 멀게만 느껴지니 말이다. 그래서 ‘왜 행복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연구가 책으로 나왔다고 했을 때 흥미로웠다. '바깥 세계로부터 충만해지는 내면의 행복'이라는 제목 위 알 수 없는 문장과 함께, 사람의 감정을 연구해 행복이 결코 손에 잡히지 않고 멀리 있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이 책 <조이풀> 말이다.


고대 철학에서 현대의 심리학에 이르기까지, '진정한 즐거움이란 물질이 아니라 정신에 있다'(9쪽)고 말한다. 하지만 저자 잉그리드 페텔 리는 사람들이 물질에서 진정한 즐거움을 찾아내는 순간들을 많이 목격했다고 한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즐거움은 찾기 어렵지 않다. 사실 즐거움은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다.(11쪽)'고 말이다. 결론을 바탕으로 카테고리를 나누고 패턴을 찾아 나가는 중 '즐거움이란 감정은 실체가 없고 설명하기 힘들지언정 물리적인 실체를 통해 느낄 수 있다'는 사실과 '즐거움이라는 감정을 일으키는 건 디자이너들이 미학(aesthetics)라 부르는 것'(13쪽)이라는 사실도 알게 됐다. 깊은 정서적 반응을 이끌어내는 10가지의 '즐거움의 미학'을 찾아냈고, 책은 그 10가지를 설명하며 많은 예시들을 통해 미학과 감정의 관계를 짚어본다.


하지만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이 책은 지구 반대편의 먼 곳에서 즐거움을 찾는 이야기가 아니다.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더 많은 즐거움을 찾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다. 물질에서 즐거움을 찾아내는 비결과, 작은 변화로 평범한 물건과 장소에 특별한 즐거움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즐거움은 당신의 손가락 끝에 있다."(15쪽)

그래서 더 궁금해졌다. 앞에서 밝힌 즐거움의 미학 10가지가 감정과 어떤 관계를 맺는 것인지, 35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의 이야기들이 어떻게 행복이 우리 주변의 평범한 물질로부터 시작된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것인지 말이다.


선명한 색과 빛, 풍부함과 다양성, 자연과 야생, 균형과 대칭과 흐름, 원(혹은 동그라미), 예상치 못함과 엉뚱함, 공중에 떠 오르는 것과 떠 있는 것, 환상과 눈에 보이지 않는 힘(바람이나 중력), 축하, 재생. 나열된 10가지의 미학들은 직관적으로 와 닿지는 않지만, 실상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렇지도 않다. 우리가 자라면서 한 번쯤은 보거나 느꼈을 법한 벚꽃 축제(꽃의 재생), 생일파티(축하), 모빌이나 바람개비(눈에 보이지 않는 힘), 나를 올려다보는 고양이의 동그란 눈(원), 베란다에 있는 화분(자연), 무지개(풍부함), 햇빛이 들어오는 창문(빛) 등등. 일상에서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지금도 곁에 있는 그런 소소한 것들이 사람에게 즐거움이란 감정을 건드려 행복하게 만들어준단다. 믿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의구심을 과거와 현재를 비교해 설명하기도 하고, 전문가들의 연구를 토대로 자신의 연구에 접목시키기도 한다. 경험 속에 있던 일화들도 꺼내어 섞기도 한다. 쉽사리 납득이 되는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었으나,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유려한 글솜씨로 쓰인 책이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줄임말이자 요즘 트렌드로 떠오른, 팍팍한 삶 속에서 조그맣게나마 행복을 피우기 어떤 행동들을 일컫는 말. 책을 다 읽고 나니 '소확행'이 떠올랐다. 저자가 연구한 '일상적 공간과 물건이 어떻게 우리의 기분에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 같아서다. 디저트를 좋아하는 사람은 열심히 검색해 찾은 예쁜 디저트 한조각을 입에 넣는 걸로, 반신욕을 좋아하는 사람은 피곤한 하루 끝 따뜻한 물에 좋은 향의 입욕제를 넣고 몸을 담그는 걸로,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책이 가득한 북카페에 가서 따뜻한 라떼 한 잔과 많은 책을 읽는 걸로,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은 나를 위해 정성껏 차려낸 저녁을 먹는 걸로- 평소와 다름없이 지나치던 먹던 것이라도 소소한 이벤트 하나로 행복함을 맛볼 수 있게 해주니 말이다.


나를 위한 행복이 멀리 있지 않다는 깨달음, 너무나 당연한 일상 속에서도 충분히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는 책의 결론은 삶의 만족도가 높아지게 만들어주는 동력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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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에 걸리지 않는 청소법 - 어차피 하는 청소 힘들이지 않고 확실하게
마쓰모토 다다오 지음, 한진아 옮김 / 느낌이있는책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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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 적어도 나는 청소를 즐기는 타입은 아니다. 물론 빨래나 청소나 설거지 같은 일들은 하고 나면 기분이 뽀송해진다. 뿌듯하기도 하고, 깔끔하고 깨끗해진 것이 눈에 보이면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고 말이다. 그런데 그렇게까지 만드는 과정이 간단하지만은 않지 않나. 동선도 길고, 한꺼번에 몰아서 하면 피곤하고, 그런데 해야할 일은 줄지 않고 오히려 느는 것 같고, 특히 시간을 너무 많이 잡아 먹는 게 별로다. 매일 같은 일을 해야하니 시간을 버린다는 느낌이 자꾸 든다.


그런데 지난 겨울, 독감을 일주일 정도 심하게 앓은 이후 2달 가까이 기침을 달고 살았다. 꾸준히 병원에 다니면서 진찰을 받고, 상황에 맞춰 약을 자주 바꿔봐도 기침은 잘 떨어지지 않았다. 진짜 오래 고생했었는데, 집안의 먼지같은 것들도 감기를 오래 지속시키는 이유라는 말을 담당 의사선생님한테 듣게 됐다. 그래서 "아, 주변환경을 배제한 채 나혼자 몸을 챙긴다고 면역력이 돌아오지 않는구나"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 후 청소는 내게 꽤 중요한 '과제'가 됐다.


그러다 눈에 띈 책 <병에 걸리지 않는 청소법>. 저자는 자신의 일을 "나는 30년간 생명을 다루는 '병원'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청소 일을 해왔다. 병원에서의 청소란, 먼지나 진드기로 인한 피해나 각종 감염병으로부터 환자들의 생명을 지키는 일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니까 청소에 있어서는 가장 까다롭다 할 수 있는 병원에서 오래 전문가로 활동해왔다고 어필한 것이다. 하지만 자신을 치켜세우는 것보다는 자신이 잘못했던 일화부터 먼저 꺼내며 청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면역력이 약한 사람이라면 청소하면서 놓친 조그마한 먼지마저도 큰 위험이 될 수 있다면서 말이다.


<병에 걸리지 않는 청소법>에서 가장 자주 본 단어가 '주의해야 한다', '감염 위험이 커진다' 등등이었다. 집안의 위험성을 알려주는 내용들. 책의 성격상 그럴 수도 있지만, 책을 읽다보니 알겠더라. 청소는 꽤 전문적인 분야다. 조건과 필요에 따라 사용해야 하는 세제나 기구의 종류도 달라야 하고, 닦는 방법도 꼭 지켜야 바이러스나 먼지들이 제대로 닦였다. 저자가 언급한 방법대로 청소를 하는 것이 정석이라면,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청소'라고 부르는 행위들은 진짜 청소라고 할 수 없는 것들인 경우가 많았다. 별 생각없이 했던 행위들이 세균을 처발처발한다는 것을 보고 경악했던 경우가 한 두번이 아니었다. (두꺼운 책이 아닌데도 불구, 읽어보면 누구나 한 챕터당 한 번씩은 놀라게 될 것이다.)


내가 가장 주의깊게 읽었던 부분은 부엌 부분이다. 아무래도 딸이다보니 내가 설거지와 부엌 청소를 도맡아 하다시피 하는데, 내가 청소를 잘 하고 있는지 퍽이나 불안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역시나. 특히 식사 후 설거지 거리를 물에 담가두고 몰았다 한꺼번에 설거지하는 경우! 아마 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몰아서 설거지하기를 생활화하고 있을 거다. 그런데 식기를 반나절만 방치해도 4~9시간 동안 싱크대 안에 잡균이 증식하게 되고, 이는 그릇을 닦는 행위만으로는 제균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꽤나 충격적이었는데, 그렇다고 밥 먹자마자 설거지 하는 건 잘 닦이지 않는데 어떡하지 같은 생각이 책을 읽으며 둥둥 떠다녔다.


물론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저자는 어떻게 청소를 하면 좋은지, 어떤 세제를 사용하는 게 좋은지, 청소하는 순서, 청소하기 적당한 온도 같이 세세한 부분을 도표로 깔끔하게 정리도 해 두었다. 더불어 어떻게 청소를 하는 것이 세균과 먼지를 몰아내는 방법인지도 상세히 적혀 있다. 인과관계보다 지금 당장 청소에 관한 팁이 필요하다면 3장부터 읽는 것을 추천한다.


하지만 내가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건 '무조건 청소를 구석구석 열심히 해야한다!'같은 결론이 나지 않는다는 거다.

'건강을 지키는 청소법'이란 세균이나 바이러스의 수를 0으로 만드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이것과 공존하면서 사람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저자는 청소를 매일 구석구석하라는 조언같은 건 하지 않는다. '적당히, 할 수 있는 데까지, 큰맘 먹지 말고 하자.'가 자신의 목표라고 이야기하는데 어찌 마음이 혹하지 않겠나. 청소에 대해 완전히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었으니, 이젠 실천해볼 차례다. 적당히 큰맘 먹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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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 바이 아마존 Death by Amazon - 새로운 유통 전쟁의 시대, 최후의 승자는?
시로타 마코토 지음, 신희원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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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해외 직구가 어렵고 낯선 내게는 조금 먼 이름이지만, 직구가 생활인 사람이라면 자주 드나들게 되는 곳이 바로 <아마존>이라는 사이트라고 한다. 라디오에서 가끔씩 '아마존에서 살펴보다가 어쩌고..' 하는 류의 문자들이 읽힐 때면, 아마존이 내 생각보다 지금 우리의 생활에 가까이 자리잡고 있다는 게 피부로 확 느껴진다. 나는 온라인 서점의 형태의 초창기 아마존은 기억한다. 우리나라에 e-book이 막 도입되던 시기였는데, 그 당시 e-book 종류가 다양하지 않아 아마존에서 원서를 본다는 얘기를 지인에게 들은 적이 있어서다. 하지만 아마존에 대한 기억은 업데이트 되지 않은 채 그대로 머물러 있기에 현재의 아마존이 어떤 상태인지 잘 가늠은 안 됐다. 아마존이 뭐 어떻다는 거지? <데스 바이 아마존>이라는 어마무시한 제목을 달고 있는 책을 보며 내가 처음으로 한 생각들이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데스 바이 아마존 Death by Amazon'은 경제 용어다. 우리말로 바꾸면 '아마존 공포종목지수'. 아마존의 성장으로 위기에 처한 상장 기업 종목들의 주가를 지수화한 것이다. 아마존의 주가가 상승하면 반비례해서 하락하는 특징이 있고, 아마존의 신규 사업 진출이나 인수합병 등의 뉴스가 발표될 때마다 요동친다. (7쪽) 책의 프롤로그에 설명된 걸 내가 이해한 대로 쉽게 바꿔 말하면 이렇다. '아마존과 업종(파는 물건)이 겹치거나 겹칠 예정인 브랜드들은 아마존의 공세에 밀려 주가가 떨어질 수 있다'라는 예상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지표, 아마존과 붙어 싸우면 진다는 가정하에 만들어진 지표. 데스 바이 아마존 리스트에 들어있는 브랜드들은 분야도, 업종도, 브랜드가 유지돼 온 기간도 제작각이었는데, 그들을 차례로 흡수해 아마존은 덩치를 키웠다. 그리고 그렇게나 많은 부분에 다리를 걸치고 있으면서 또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려 덩치를 키우길 마다치 않고 있다. '잡식 공룡'이라는 별명이 결코 과언은 아니다. 이런 지표가 만들어질 정도로 아마존이 미국 경제에 끼치는 영향은 굉장하다. 내 생각보다 아마존은 훨씬 거대한 기업이었다는 걸 불현듯 깨달았다.


하지만 '데스 바이 아마존' 리스트에 담겼다고 해서 그대로 끝이란 소리는 아니다. 반대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바로 아마존에게서 살아남은 브랜드들을 일컫는 말인 '아마존 서바이버 Amazon Survivor'. 그들은 자신들의 브랜드가 가진 가치를 잘 파악하고, 아마존과의 싸움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부분을 깊게 파고들었다. 공룡이 덤빈다고 거기에 몰두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모색했다. 내가 구구절절 이런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이 책 <데스 바이 아마존>은 아마존이 어떻게 공룡이 되었는지에 대해 쓴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데스 바이 아마존>은 공룡에게 잡아먹히지 않고 살아남은 기업들, 아마존 서바이버들의 경영전략을 파헤치는 책이다. 물론 아마존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차세대 유통방법에 대한 이야기도 자세히 서술돼 있다. 그 유통 방법이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도 상세히 보여준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아마존 찬양이 아닌, 아마존의 유통법을 우리는 어떻게 이용할 수 있을까?에 초점이 더 맞춰져 있다. <데스 바이 아마존>이 갖고 있는 목표는 뚜렷하다. '미래의 유통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 그것이 아마존이든 아마존 서바이버든 상관없이 배워서 잘 쓰자!라는 목표 말이다.


책에는 쇼루밍이라는 쇼핑문화의 등장이 가져온 오프라인 상점의 쇼룸화,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생필품을 주문할 수 있는 아마존 대시 버튼이나 보이스 커머스의 등장 같이 아마존이 선보였거나 선보이고 있는 새로운 형태의 유통 방법은 혁신이 어디까지 뻗어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면서 진짜는 데이터 확보가 목적인 아마존고의 오프라인 상점의 무인화의 경우를 보여주며 아마존이 단순하게 이익추구만을 쫓는 것이 아닌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선택을 하고 있음도 보여준다. 더불어 구매경험에 따라 상품을 선택하는 소비자들의 성향에 따라 스토어의 존재 이유를 바꿔버린 애플과 스타벅스의 사례, 소규모 매장을 오픈해 소비자와 공감하는 노도스트롬의 사례, 제품에 첨단기술을 접목시켜 소비자들을 붙잡는 세포라와 자라의 사례 등을 통해 기존 브랜드들이 차별화를 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들도 담았다. (중소기업들의 차별화 사례 또한 담겨 있다.)


마지막엔 드론이나 자율주행 배송, 구매보다 대여를 하는 구독 시스템 등의 미래 유통산업이 변화해 나갈 길도 언급한다. 그러니까 <데스 바이 아마존>은 새로운 유통 전쟁의 시대를 맞이한 기업들이 어떤 선택을 해야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지 여러 사례를 통해 설명하는 책이다. 하지만 책에 소개된 방법들도 곧 많은 이들이 따라할 유통법일 테니 이 책만이 정답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니 <데스 바이 아마존>은 당신이 이렇게 따라하면 미래의 유통 산업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다라는 정답이 아니라, 당신은 어떤 혁신을 통해 성장하겠는가라는 물음이다. 그 물음에 대한 정답은 책을 읽고 난 후 내린 당신의 결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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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경이 왜 이래 - 안경 장인이 알려주는 안경의 모든 것
최병무 지음 / 라온북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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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일어나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주변에 벗어놓은 안경을 더듬더듬 찾는 일이다. 대체로 침대 헤드부분에 걸쳐놓는데, 자기 직전의 포즈에서 안경만 빼내 걸쳐놓는 거라서 어디였는지 제대로 기억 못할 때가 태반이다. 그래서 눈도 제대로 못 뜬 채 더듬더듬 머리 맡을 손으로 훑어 안경부터 찾아쓴다. 안경을 쓰면 세상이 또렷하게 보인다. 포토샵으로 블러를 먹인 듯 뿌옇게 형체만 보이는 물건들이 안경을 씀으로써 제 모습을 찾는다. 매번 생각해도 새삼 신기한 광경이다.


안경을 쓰고 산 날이 안경을 쓰지 않고 산 날보다 많아졌다. 위험한 움직임을 하거나(예를 들면 놀이기구를 타거나 몸이 부딪힐 일이 있는 운동을 하거나) 자거나 샤워하는 순간을 제외하곤 안경을 벗는 일은 없다. 언제나 착용하고 있고, 안경의 무게도 느끼지 못할 만큼 익숙해졌다. 내게 안경은, 그냥 눈이나 다름없다.


성장기엔 안경을 반년에서 1년 단위로 하나씩 바꿔왔고, 지금도 1~2년에 하나씩은 바꾸는 것 같다. 그동안 바꾼 안경이 몇 개나 될까. 그런데 그렇게나 많은 안경을 써왔으면서 정작 안경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딱히 관심이 없었다는 게 더 정답인 것 같다. 그래서 관심이 갔다. '안경 장인이 알려주는 안경의 모든 것' 이라고 표지에 적혀 있었으니까.


<내 안경이 왜 이래>라는 제목을 가진 이 책은 '안경이 시력 보정 도구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 특별한 물건이라는 것을 깨달은' 저자가 '평소 안경을 사용하면서도 잘 몰랐거나 의문이 들고 불편했지만 정보가 부족했던 안경 사용자들의 고민을 속 시원히 해결해줄 내용'을 정리한 책이다. (작은 따옴표 속 문장들은 저자가 프롤로그에 직접 적은 내용들이다.) 또한 안경을 쓰는 사람이라면 1~2년에 한 번씩은 만나게 되는게 안경사지만 실상 그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아는 사람은 드물다. 저자도 안경사이기에 필연적으로 안경사에 대한 자세한 직업적 소개도 같이 등장한다. 안경사라는 직업에 대한 자부심도 여기저기서 느껴져서 저자가 약간 귀엽게 느껴지기도.


개인적으로는 3장이 가장 내게 유용했다. 평소에 알고 싶었던 안경에 대한 이야기들이 이곳에 한데 모여있었기 때문이다. 안경을 만드는 과정이나 안경테의 구조와 소재 같은 경우는 휘리릭 읽고 지나갔지만, 그 이후 안경렌즈 압축에 관한 이야기라든가, 안경이 흘러내리지 않게 하는 방법이라든가, 내게 잘 맞는 안경을 찾기 위한 피팅 방법이라든가의 경우는 안경 쓴 이들에겐 유용한 내용들이었다. 안경을 빼서 관찰하면서 읽기도 하고, 직접 책에 나와 있는대로 피팅해보기도 하고. '안경 1년 써도 새것처럼 쓰는 관리 노하우' 중 몇 가지는 눈에 잘 보이는 데다 따로 적어둬야겠다 마음 먹었을 정도로 마음에 들었다. 4장도 안경을 쓰는 입장에서 유용한 내용이었는데, 각자의 얼굴에 잘 맞는 안경테를 고르는 방법이었다. 이 부분을 통해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안경은 온테에 웰링톤형 셰이프라는 것을 알게 됐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안경상식은 쉬어가는 코너로 퍽 흥미로웠다. 최초의 안경에 대한 이야기라든지, 눈 건강을 돕는 운동법이라든지, 동양인이 서양인보다 안경을 많이 쓰는 이유라든지, 눈도 주로 사용하는 눈이 있다라든지. 쉬어가는 코너인 안경상식은 이야기 형식으로 되어 있는데다 흥미가 동할만한 주제들을 가지고 이야기를 해 그냥 넘기지 않고 꼼꼼히 읽었다. 뭐 중요한 내용들은 아니라서 '아 그렇구나'하고 넘어갈 법한 이야기들이지만.


살면서 누구나 한번은 안경을 꼭 쓰게 된다. 에필로그에 적힌 문장이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저자의 말은 인간이란 시간의 흐름 그러니까 노화 앞에선 무력한 존재이기에 '말도 안 된다'며 마냥 부정할 수만도 없다. 지금은 쓰지 않더라도 앞으로 써야 한다면 제대로 알고 사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안경을 쓰고 있다면 더더욱 자신이 매일 사용하는 안경에 대해 제대로 알 필요가 있다. 인터넷에 떠도는 이런 저런 이야기들 말고 정확한 안경 정보를 알아보고 싶다면 <내 안경이 왜 이래>를 읽어보길 권한다. 쉽게 읽히지만 유용한 내용들이 가득한, 읽어봄직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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