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팁트리 주니어는 매우 흥미로운 작가이다. 남성의 이름으로 작품을 발표한 여성작가로 한참이 흐른 후 팁트리가 사실 여성이라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 사회적으로 엄청난 반향이 일어나 이 현상을 “팁트리 충격”이라고 했다.
이러한 사실을 모른다면 팁트리의 소설에거 진하게 풍기는 남성 호르몬의 냄새를 맡을 수 일을 것이다. 그의 소설에서는 우리사회에서 흔히 발견되는 여성혐오의 혐의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체체파리의 비법에서 여성을 욕망의 도구로 비하하고 강간하고 살인하는 광신도의 난장판은 IS로 불거진 국제사회의 문제을 상기시키며 잘생기고 어여쁜 아이돌을 신으로 섬기는 소비문화를 조롱하는 접속된 소녀에서는 그대들의 여신, 그대들의 요정이 결국 구역질나게 혐오스런 뚱뚱한 여성일 뿐이라고 비아냥 거린다.
팁트리에게 인간 세상은 천박하고 폭력적이며 무질서한 곳이고 그 곳에서 여성은 주머니쥐와 같은 존재들일 뿐이다(보이지 않는 여자). 그녀들은 천하기 때문에 천한 것이 아니라 천하게 대우받기 때문에 천해진다.
그래서 팁트리의 소설에서 여성이 겁탈당하고 박해받는다면 그것은 여성이 그런 존재이기 때문이 아니라 여성을 그런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 때문이다.
따라서 팁트리 소설에서 복수는 세상 전체를 대상으로 한다. 남성을 소멸시키고(휴스턴 휴스턴 들리는가), 인간을 소멸시키고(아인 박사의 마지막 비행, 덧없는 존재감, 비애곡) 세상을 끝장내 버리기로 한다.
남성 주류 인간사회의 폭력에 대응하는 팁트리의 방식도 무서울 정도로 폭력적이다. 인간 사회의 무질서를 끝장내는 유일한 방법이 인간성을 상실시켜 버리는 것이라는 식이다.
절망과 종말에 대한 서사가 이어지다 마지막 비애곡에서 비로소 무질서와 공존하는 인간의 생명력에 약간이나마 호의를 보여주는가 싶더니 또 그 기대를 여지없이 배반한다.
팁트리는 1987년 알츠하이머에 걸린 남편을 산탄총으로 쏘아 죽이고 자신도 자살했다.
그래서...그 모든 욕심과 욕구로 부터 해방되었는지 팁트리에게 묻고 싶다.
